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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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작품등록일 :
2024.08.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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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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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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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DUMMY

“그 브로커 일 제대로 하는 거 맞아? 벌써 오후 2시인데, 원석 시세가 안 떨어져.”

“좀 기다려봐. 이제 겨우 14시간 지났어. 거래소가 막 그렇게 쉽게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시세 그래프를 들여다보지만, 아다만트 원석의 시세는 여전히 2천4백만원 수준. 그 귀한 20톤을 통째로 날려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야, 만약에 그 브로커가 먹튀를 한 거라면...”

“아오! 태우야! 그냥 좀 믿자! 그 양반 나름 그쪽 경력 20년의 프로페셔널이야! 그리고 주가조작 그거 쉬운 일도 아니야!”

“알았어! 알았어! 자, 믿는다! 아멘!”


노트북의 화면을 덮고는, 소파에 몸을 던졌다. 소파에서는 푹신한 감촉과 함께 바람이 빠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성일은 여전히 TV 삼매경.


띠링-!


알림이 울려 문자를 확인하니, 주민들의 편지가 발송되었다는 우체국의 안내였다. 주소에 문제가 있으면 반송되어 돌아오겠지.


오늘의 할 일이 모두 끝나자, 노곤한 기분이 들었다. 이미 회사는 때려치웠고, 통장에 돈은 넘쳐나고. 그러자 문득 드는 생각.


“성일아, 던전 들어가는 거 재밌냐?”

“갑자기?”

“아니, 뭐. 그냥. 심심해서.”


헛웃음을 터뜨리는 성일.


“세상에, 심심해서 던전을 들어가려는 정신 나간 양반이 어디 있냐? 다 먹고 살려고 하는 거지. 막말로, 들어갔다가 죽으면 시체도 못 찾아.”

“무기나 장비 풀 세팅해도? S급 장비로 풀 세팅하면 전투계처럼 싸울 수 있지 않을까?”

“얼씨구? 내가 너 같은 스킬 있었으면, 하와이가서 탱자탱자 놀면서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텐데. 왜 이런 놈한테 그런 스킬이 가서!”

“그래서 불만있다고?”

“...물도 있다고.”


썰렁해지다 못해 얼어붙은 분위기. 회사 회식에서나 듣던 농담을 여기서 들을 줄이야.


마침 TV 속 뉴스에서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역시나 아다만트 시세의 급변에 대한 것.


[긴급속보 - 아다만트 원석 시세 급락...]


“오! 브로커가 드디어 일을 시작한 모양인데?”


기다렸다는 듯이 핸드폰을 켜 시세를 확인하는 성일. 성일을 따라 화면을 보자, 정말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의 폭락 그래프가 그려져 있었다.


[국내 아다만트 원석 (원/g)]

[227,840]


국내의 거래 가격은 이미 20만원 수준. 그러니까, 고작 몇 분 사이에 2천만원이던 시세가 20만원까지 내리꽂은 것이다. 마이너스 99퍼센트라니. 세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폭락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틱-!


[국내 아다만트 원석 (원/g)]

[193,800]


눈을 한 번 깜빡인 사이에 다시 한번 떨어져 버린 가격. 정말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동시에 TV에서는 또 다른 속보를 전달했다.


[속보 – 자원유통사업단 서울지점의 지점장 전영준, 내부 비리 폭로...]


“사업단의 단장은 자신의 직급으로 제게 압력을 가했으며, 저는 어쩔 수 없이 지시에 따라 2조에 달하는 금액을 그에게 지급했습니다! 현재 그는 매입된 100kg을 해외 브로커에게...”


지점장의 폭로를 들어보니, 3일 동안 고의적으로 지급을 미루고, 그 돈으로 뭔가를 해보려 한 모양.


“뭐야? 진짜 썩어있었네! 원석 가격 폭락했는데, 그럼 돈 못 받나?”

“그럴 리가.”


곧장 지급 보증 문서를 보여주는 성일.


“어쨌든 보증은 받았으니까, 이제 수사를 하던 조사를 하던 알아서 환수해서 지급해주겠지. 나랏돈을 횡령한 건데, 그렇게 쉽게 빠져나갈 수 있겠어?”

“하긴. 그것도 그렇네. 국가에서 직접 운영한 사업단인데, 그렇게 어정쩡하게 넘어갈 수 있을 리가 없지.”


부우웅-!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발신자는 이미 때려치우고 나온 회사의 팀장이었다. 회사에서의 습관이 아직 사라지지 못했는지, 나의 손은 재빠르게 전화를 받으려 했다.


그와 함께 찾아온 자각. 나는 이미 이 회사를 나왔다. 그것도 깽판을 쳐놓고. 그렇다면 이 전화를 받을 어떤 이유도 없는 것이지.


곧장 눌리는 거절 버튼. 묘한 만족감이 드는 것도 잠시, 전화벨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뭐야? 무슨 전화가 그렇게 와?”

“다니던 회사 팀장.”

“깽판치고 나왔다며?”

“그랬지. 근데 왜 전화를 하지?”

“받아봐. 스피커폰으로. 나도 좀 들어보자.”


어차피 할 것도 없겠다, 성일의 말대로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여보세요? 하태우 대리?”

“퇴사해서 대리는 아니지만, 예. 말씀하십쇼.”

“이봐, 태우씨.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일단 회사로 돌아오게. 오늘 나오지 않은 것은 연차로 처리할테니까...”


역시나 팀장의 이야기는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질 않았다. 이야기를 듣던 성일은 강하게 밀고 나가라는 사인을 보냈다.


“때려쳤다니까요? 말이 이해가 잘 안되십니까? 그리고, 더 이상 직장 선후배도 아닌데 말이 상당히 짧으십니다?”

“태우씨! 그러지 말고, 자네가 화가 난 것은 나도 이해하네! 그렇다고 이렇게 위아래도 없이 나가면 어떡하나? 지금 자네 앞으로 붙어있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몇 개인데! 최소한 인수인계라도 해주고 가야 할 것 아닌가!”

“그런 중요한 프로젝트를 왜 말단 대리에게 전부 맡기셨습니까? 내가 뭐 평생 그 회사에 있기라도 할 줄 알았어요?”

“하대리, 너 그러다 정말 밀린 급여랑 퇴직금도 못 받아!”

“돌아갈 생각 없으니, 마음대로 하쇼!”


툭!


곧장 전화를 끊어버리자, 조용히 듣고 있던 성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무슨 회사가 그러냐? 말단 대리한테 그런 걸 맡겼다고?”

“그것뿐이겠냐. 거래처 출장에, 출하품 검수에. 심지어 생산 펑크나면 내가 가서 메꿨다니까?”

“값싼 노예가 도망가서 잡으려고 하는 거구먼? 그럼 돈도 많겠다, 법무법인에 돈다발 들고 가서 돈 받아내달라고 해버려. 대충 들어도 너 퇴직금 받으면 그 회사 꽤나 흔들릴 것 같은데?”

“에이, 퇴직금 줬다고 흔들리는 회사가 어디 있어.”

“생각보다 많다? 그만큼 당했으면 갚아줘야지.”


#


그와 같은 시각,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 의장으로 부임 중인 데이비드 스미스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함을 내질렀다.


“도대체 어떤 새끼가 시세로 장난질을 치는 거야!!”


그의 모니터에는 실시간으로 폭락 중인 아다만트 원석에 대한 그래프가 띄워져 있었다.


“의장님, 워낙에 매도량이 많아 폭락을 막을 수는 없어 보입니다! 차라리 저희가 올라오는 원석들을 모두 매입해버리는게...”

“그건 헌터관리국이 할 일이지! 그리고, 이건 누군가 부정이득을 보려고 펼친 작전이라는 게 너무 선명하잖아! 빨리 어디서 이 많은 매도량이 쏟아지는지 확인해!”

“아직까지는 저 물량이 실존할 가능성도...”


탁-!


의장은 책상 위로 서류를 강하게 내려쳤다.


“말이 되는 소리를 좀 하게! A등급의 게이트를 싹싹 긁어모아도 기껏해야 몇십키로야! 저 물량이 실존할 가능성은 없어!”

“우선 정보국에 협조 요청 보내겠습니다!”


비서가 급히 나가며 사무실의 문을 닫았다.


“젠장, 부임한 지 고작 두 달밖에 안 지났는데! 갑자기 이런 사단이 터지다니!”


한 시간이 지나자,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의장의 앞으로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 세 명이 나타났다. 그들은 자신들을 CIA에서 나온 요원이라고 소개하며 의장의 앞으로 서류가 담긴 봉투를 건넸다.


의장은 앞에 떨어진 봉투를 열고, 서류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서류에 적혀있던 것은 다름이 아닌 아다만트 원석 폭락에 관한 것이었다.


“이게 정말입니까? 이 원석들이 실존하는 매물들이었다구요?”

“의장님, 진정하십시오. 당국은 시세 폭락보다 그 매물을 올린 판매자를 찾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이번 폭락이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발생한 것으로는 보여지지 않습니다.”

“그럼, 원석 가격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보고만 있으라는 겁니까?”

“어떻게 생각하셔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폭락을 야기한 덤핑은 정상적인 거래였고 피해자도 없으니, 증권거래위원회는 더 이상 이 사건에 관여할 자격이 없습니다.”


#


“그래서, 20톤이라는 아다만트 원석을 모조리 덤핑해버렸다고?”

“앞으로 굳이 원석을 판매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이곳에 온 뒤로 제가 만드는 모든 장비는 순수 아다만트 재질이니까요. 합금도 아닌, 순수 아다만트요. 이 정도면 원석보다 훨씬 비싼 값을 받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그렇긴 합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상하이에 투입될 때만 하더라도 아다만트가 5퍼센트 들어간 합금 무기의 값이 어지간한 비행기 한 대와 같았으니까요.”


오순도순 이어지는 대화. 매번 배달 음식을 마을회관으로 가져오면, 10명의 주민들이 모두 모여 식사를 이어갔다. 배달 음식이 워낙에 다양했던 터라, 식사가 끝난 다음에는 거진 다음 메뉴에 대한 회의가 이어질 정도.


나 또한 이곳에 들어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식사를 먼저 마친 듯한 타카시 사토는 수저를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태우님, 그럼 장비는 모두 갖추고 계신 겁니까? 한국이야 헌터 신상 보호가 잘 되어있다고는 하지만, 헌터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릅니다.”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던전에도 들어갈 생각은 없었던 터라 따로 장비를 맞추지는 않았습니다.”

“태우님께서 허락만 하신다면, 평소에 태우님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몇 가지 만들어볼까 합니다. 이곳에는 아다만트도 많고, 마정석도 많으니까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평소에도 헌터의 재산을 노리는 범죄가 종종 일어나곤 했으니까. 꽤 구미가 당기는 듯한 표정을 짓자, 타카시 사토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종이에 그려진 옷은 흔히 구군복이라 불리는 한복. 검은 몸체에 붉은 팔, 푸른 띠가 가슴에 매어져 있는 모양새였다.


“타카시씨가 이걸 어떻게...?”

“평소에 한국 문화를 좋아해서, 이것저것 만들곤 했습니다. 아다만트를 연구하다 보니, 조금 어렵긴 하지만 섬유의 형태로도 가공이 가능할 것 같구요. 순수 아다만트로 만든 첫 번째 작품은 우리 마을의 이장님을 위해 만들고 싶습니다.”

테이블에 앉아있던 다른 헌터들도 타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던 중 묘하게 걸리는 한 마디. 타카시가 뱉어낸 ‘마을 이장’이라는 단어.


“잠깐만, 이장님이요? 마을 이장?”


그러자 이어지는 레이첼의 밝은 대답.


“응! 주민들끼리 회의한 결과, 지금 이 땅의 주인이기도 하고 우리의 식량도 책임지고 있는 태우를 우리 마을의 이장으로 삼기로 했어!”


갑작스레 떨어진 이장 타이틀. 길드나 클랜의 대표도 아니고, 마을 이장이라니.


“아무튼 이장님, 디자인은 마음에 드십니까?”

“갑자기 이장이 되었다니 좀 어색하네요. 디자인은 마음에 듭니다. 만들어만 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쓰겠습니다.”


작가의말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

선호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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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삼척 레이드 (1) 24.09.10 476 10 12쪽
22 22. 농경 사회로의 진입 24.09.09 492 9 12쪽
21 21. 계약 24.09.08 510 10 12쪽
20 20. 입이 가벼운 브로커 24.09.07 524 9 12쪽
19 19. 아공간의 사탑 +1 24.09.06 548 12 12쪽
18 18. 채권 인수 24.09.05 579 12 12쪽
17 17. 새로운 주민 24.09.04 581 11 12쪽
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589 13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581 12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612 13 12쪽
13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643 13 12쪽
»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662 14 12쪽
11 11. 떡락 24.08.29 671 13 12쪽
10 10. 20톤 배달이요! 24.08.28 690 13 12쪽
9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701 15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728 13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751 14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783 16 12쪽
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820 14 12쪽
4 04. 거래소 24.08.22 841 17 12쪽
3 03. 으리으리한 협회 24.08.21 881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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