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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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작품등록일 :
2024.08.20 17:31
최근연재일 :
2024.09.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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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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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새로운 주민

DUMMY

레이첼에게 등이 떠밀려 돌아온 집. 30분이면 다 끝날 테니 그때 돌아오라고 하고는, 싸움이 벌어진 곳 근처에는 발조차 붙일 수 없게 했다.


방어구가 있으니 아무 문제 없다고 설득을 해도, 안된다는 말만 반복할 뿐.


조용한 집에 덩그러니 놓이니, 문득 문 앞에 있던 우편과 택배가 떠올랐다. 택배를 가져와 확인해보니, 국제우편으로 온 답장과 반송된 편지 몇 장.


반송된 편지의 주소를 확인하니, 모두 중국으로 보낸 편지였다.


“다섯 편 모두 반송됐다고? 이게 말이 돼?”


머리를 긁적이며 다른 우편물을 확인했다. 돌아온 답장들은 모두 운송료가 상당히 비싼 특송 우편. 편지를 보낸 지 고작 일주일만에 답장이 돌아왔다는 것은, 실종된 헌터의 가족들에게 소식이 잘 전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부정적인 소식이라도 일단 알려주는 것이 먼저야. 말한 다음에 함께 방법을 생각해보자.”


어떻게 소식을 전하나 고민하고 있을 무렵, 상태창이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알림!] ‘공간 이동’ 획득 조건이 달성되었습니다.⎥


“어? 난 처치한 적이 없는데?”


호기심으로 상태창에, 달성에 대한 상세 조건을 확인했다.


⎥처치 조건: 플레이어가 직접 처치 혹은 플레이어의 소유물에 의한 간접 처치⎥


처치 조건에 적혀있는 선명한 세 글자. ‘소유물’.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은 마을 주민에 의한 수인족 몬스터 처치. 만약 그것에 의한 달성이라면, 마을 주민들은 이 상태창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나의 소유물로 취급된다는 것.


⎥이름: 하태우⎥

⎥등급: A ⎥

⎥등록명: 곽춘봉⎥

⎥고유 특성: 배출구(Lv.1)⎥

⎥고유 스킬: 아공간 탈주(Lv.1), 공간 도약(Lv.1)⎥


어느새 나의 정보에는 새로운 스킬이 추가되어 있었다. 새로운 스킬이 나타난 이상, 곧바로 써보는 것이 인지상정. 당장 생각나는 장소는 역시 성일의 집. 새로운 스킬이 생겼으면 자랑부터 해야 한다.


“공간 도약!”


순식간에 뒤바뀐 눈앞의 풍경. 종종 놀러 왔었던 성일의 집 주방이었다. 무려 60평이 넘어가는 아파트였던 탓에, 성일의 모습이 곧바로 보이지는 않았다.


“야! 최성일! 어디 있냐!!”


집안에 쩌렁쩌렁하게 울려펴지는 목소리. 곧이어 우당탕탕 하는 소리와 함께 성일이 방 한 곳에서 뛰쳐나왔다.


“너 뭐야...! 여길 어떻게...!”

“왜 이렇게 놀라? 뭐 중요한 거라도 하고 있었어?”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우리집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았어!”

“비밀번호를 몰라도 다 들어오는 수가 있어. 아무튼, 성능은 확인했다! 나 간다!”


놀란 성일의 표정을 보며 다시 외치는 ‘공간 도약’. 집을 떠올리자, 곧장 눈앞 풍경은 좀전의 집으로 뒤바뀌었다. 이동에 걸리는 시간은 찰나조차 되지 않는 시간.


시계를 보니 어느새 시간은 30분을 지나있었다. 레이첼의 말대로, 지금쯤이라면 전부 해결이 되었겠지.


걱정 반, 기대 반인 마음으로 다시 향한 아공간. 이번에도 들어온 곳은 마을회관. 어디에서 밖으로 빠져나가던, 다시 아공간에 들어오면 언제나 서 있는 곳은 마을 회관이었다. 어찌보면, 일종의 ‘스폰 지역’인 셈이었다.


“아공간 속에서도 공간 도약을 할 수 있으려나?”


호기심과 함께 외친 공간 도약. 눈을 뜨니 도착한 곳은 바로 레이첼의 옆이었다.


“오! 가능하네! 레이ㅊ...”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하자, 반사적으로 나의 목에 검을 겨누는 레이첼. A등급 헌터는 역시나 빠르고 강했다.


“자, 잠깐! 나야! 하태우라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듣고 나서야, 목을 향해 다가오던 검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검을 쥐고 있던 레이첼은 나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검을 거두며 반겨주었다.


“태우! 정말 30분만에 왔네! 소요 사태는 전부 해결했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언덕 아래를 가리키는 레이첼. 그녀의 손가락 끝으로 시선을 돌리자, 쓰러진 몇 마리의 수인과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많은 수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에게 무기를 겨누고 있던 헌터들은, 나를 발견하자 곧장 인사를 보냈다.


레이첼을 따라 다가가자,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웨이첸. 건설을 담당하던 중국 소속의 헌터였다.


“이장님! 놈들이 지능을 가진 모양입니다. 우두머리의 무릎을 꿇리자, 무기를 버리고 패배를 인정하겠다고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점차 나의 주변으로 몰려드는 헌터들. 조심스레 머릿수를 세어보니 정확히 10명. 누구도 죽거나 다쳐 보이진 않았다. 밀려오는 안도감도 잠시, 헌터들은 각자의 생각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의견을 낸 것은 타카시.


“이놈들이 쳐들어온 것에는 분명 더러운 속내가 있을 겁니다! 이곳의 넘치는 자원이라던지, 인력이라던지! 그것도 아니면 풍요로운 이 땅을 빼앗으려는 것이던지. 이런 침략자들에게는 자비를 보여선 안 됩니다!”


과연 유전자에 각인된 수많은 침략전쟁의 경험 때문이었는지, 타카시는 침략자들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수인들을 매도했다. 이어서 나타나는 의견은 독일 헌터 레이첼.


“수용소를 만들면 어떨까요? 단체로 생활하는 건물 몇 동만 지으면 노동력도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다 반란이라도 일으키면 곤란해집니다. 저희가 돌아가며 관리 감독을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레이첼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한 것은 영국 헌터 존 카퍼필드. 그러자 채굴을 담당하던 칭원이 새로운 의견을 냈다.


“그러기엔 노동력이 너무 아깝습니다. 차라리 머릿수도 많은 김에 수인들의 자치구를 만드는 것이 어떻습니까? 마침 채굴에 필요한 인원도 필요하던 참인데.”


칭원의 의견에, 4명의 중국 헌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인지, 가장 효율적이고 현대적인 수용방식을 떠올리는 중국인들이었다.


“잠깐만요! 그게, 한국에 방금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했습니다. 블랙홀로 게이트를 소멸시켰는데, 블랙홀로 빨려 들어온 것들이 여기로 온 모양입니다. 저들이 말을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말이라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과연 이장이라는 지위 덕분이었는지, 타카시를 비롯한 모든 헌터들은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장님의 뜻이 그러하다면, 이견 없이 따르겠습니다.”

“만약 태우 이장님을 해치려거든, 즉각 머리를 베어버리겠습니다!”


묘한 충성심을 보이는 헌터들. 그들의 살벌한 말을 애써 무시하고는, 수인족에게 다가갔다.


“상태창! 혹시 수인족의 언어도 번역이 가능해?”


⎥가능합니다. 자동 번역 언어에 수인족의 언어를 추가합니다.⎥


수인족 언어의 번역이 가능하다고 하는 상태창. 덕분에 저들도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확신을 얻었다.


더 이상 수인족을 처치할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과 함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수인족을 향해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라. 말을 할 수 있나?”


나의 말을 듣자, 천천히 고개를 드는 수인. 그는 숙연한 표정으로 천천히 대답했다.


“두 번의 전투에서 모두 패배했으니 미련은 없다. 우리는 노예가 되지 않겠다. 죽여라.”

“두 번의 전투?”

“모든 것을 삼키던 검은 구. 덕분에 우리의 땅은 모두 소멸되었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전사도 너희들로 인해 패잔병 신세다. 너희보다 이 땅에 먼저 도착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조심스레 수인들의 등급을 살펴보니, 대부분은 A등급이 나타났다. 덕분에 확실해진 것은, 몇몇 A등급은 블랙홀 속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


“보아하니 네가 이들의 지도자 같은데, 이름을 알 수 있겠나?”

“...체로키. 나를 욕보일 생각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전사답게 죽음을...”


연신 죽여달라고 말하는 체로키. 아무래도 지도자의 체면 때문이겠지.


그와 함께 든 생각. 체로키를 설득하면, 수인들을 주민으로 데려올 수도 있다. 노동력이 한참이나 부족한 마을에, 수십명의 A등급 주민이 추가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일이었다. 물론, 헌터들과의 적대심이 해소된다면 말이다.


“죽기는 쉬워도 뭘 내주기는 어렵다 이거냐? 왜 이렇게 죽으려고 해? 죽으면 뭐라도 돼?”


체로키에게 따져묻자, 뒤에서 조용히 들리는 타카시의 혼잣말.


“죽기는 쉬워도 길을 내어주긴 어렵다! 저 대사 어디서 들어봤는데?”


타카시는 참 해맑아서 좋은 주민이라는 생각이 들 무렵, 체로키는 나를 향해 고개를 들며 물었다.


“우리에겐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없다. 땅을 잃었고, 부족을 잃었다. 이젠 지킬 것이라고는 자존심 뿐이다. 그러니 전사된 도리로서, 그것만이라도 지켜주길 바란다.”

“땅은 줄게. 부족도 다시 만들고. 그러면 되는 거 아니야?”


나의 말에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체로키.


“우리 마을은 당장 노동력이 필요해. 자원은 많은데 입은 적은, 일종의 신대륙이지. 여기서 정착을 해보는 건 어때?”


말이 끝나자, 레이첼은 곧장 나의 어깨를 두들겼다.


“태우! 착한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하지만 저들은 우리와 종족 자체가 달라. 언제 우리를 공격할지 모른다고!”


다른 헌터들도 레이첼의 말에 동감하는지,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습니다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애초에 이곳에서 식량을 조달할 수 있는 사람은 저뿐이잖아요? 땅 주인도 저고. 이것보다 큰 안전장치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건... 확실히 그렇습니다.”


누구도 반박하지 않는 분위기.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체로키를 향했다.


“자존심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부족을 살려내는 게 진정한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봐. 막말로, 우리가 뭐 너희를 노예처럼 부리겠다는 것도 아니잖아?”

“그 말은...”

“너희들이 살 수 있는 땅을 줄게. 일단 그곳에서 생각을 좀 해봐. 무엇이 너희 부족을 위한 일인지.”


조용히 고개를 떨구는 체로키. 이것이 굴욕에 의한 것이 아님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곤 이어서 들려오는 체로키의 조용한 목소리.


“혹시... 식량은...”

“일단 부족들 쉴 곳부터 정해. 땅은 넓으니까, 적당한 곳에 터를 잡으면 될 거야. 식량에 대한 건 조금만 있다가 알려줄게.”


고개를 끄덕이는 체로키를 보며, 한발 물러섰다. 잠깐의 생각을 끝낸 체로키는, 몸을 일으키고는, 부족들을 향해 소리쳤다.


“우리 앞에 선 이 인간들은 적이 아니다! 이들은 우리에게 땅을 주었고, 공생을 제안했다! 우선, 터를 잡자!”


그리곤 어딘가를 향하는 체로키. 터를 잡을 만한 땅을 찾아보는 듯 보였다. 수인족들은 체로키를 따라 이동을 시작했다. 이동이 끝나고 터를 잡으면, 그때 대화를 나눠보는 편이 좋겠지.


다시 헌터들의 앞에 서자, 문득 마을 회관에 남겨둔 편지들이 떠올랐다.


“여러분! 우리도 마을로 돌아갑시다! 몇 가지 소식도 있으니까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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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삼척 레이드 (2) 24.09.11 460 7 12쪽
23 23. 삼척 레이드 (1) 24.09.10 476 10 12쪽
22 22. 농경 사회로의 진입 24.09.09 492 9 12쪽
21 21. 계약 24.09.08 510 10 12쪽
20 20. 입이 가벼운 브로커 24.09.07 524 9 12쪽
19 19. 아공간의 사탑 +1 24.09.06 548 12 12쪽
18 18. 채권 인수 24.09.05 579 12 12쪽
» 17. 새로운 주민 24.09.04 582 11 12쪽
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589 13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581 12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612 13 12쪽
13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643 13 12쪽
12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662 14 12쪽
11 11. 떡락 24.08.29 672 13 12쪽
10 10. 20톤 배달이요! 24.08.28 690 13 12쪽
9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701 15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729 13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751 14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783 16 12쪽
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820 14 12쪽
4 04. 거래소 24.08.22 841 17 12쪽
3 03. 으리으리한 협회 24.08.21 881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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