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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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작품등록일 :
2024.08.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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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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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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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탈주 최적화 스킬

DUMMY

“속보입니다! 대전에 나타난 A등급의 게이트가 김지환 헌터에 의해 소멸되었습니다! 김지환 헌터는 던전의 높은 난이도와 던전 브레이크를 우려해 ‘블랙홀 소환’ 사용 허가를 협회에 요청했으며, 협회 또한 이를 허가해 두 시간 전 던전을 소멸시켰습니다!”


TV 속 기자가 김지환 헌터에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A등급 게이트가 국내에 나타난 것은 세 번째인데요! 던전을 소멸시킨 소감 한마디만 부탁드립니다!”

“던전 속의 자원들이 아깝긴 하지만 당장 던전 브레이크가 우려되는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미소를 머금은 김지환 헌터는 짧은 답변과 함께 검은 리무진에 탑승했다. 화면은 멀어져가는 리무진을 클로즈업하며 화면을 넘겼다.


블랙홀. 빛조차도 빨아들이는 파괴의 상징. 이것을 처음 소환한 헌터는 4년 전 중국의 헌터 샤오룽이었다.


B급 게이트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터지고, 신입 헌터였던 샤오룽은 급하게 블랙홀을 소환했다. 그것도 상하이 도심 한복판에서. 샤오룽의 블랙홀은 15초 동안 상하이 도심의 절반과 함께 샤오룽 본인까지 집어삼켰다.


이 모든 것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고, 중국은 범국가적 망신을 당해버렸다. 아마 멋지게 던전 브레이크를 진압하는 그림을 원했을 테지.


덕분에 샤오룽은 블랙홀을 잘못 사용한 상황에 대한 고유명사가 되어버렸다.


⌎위험하면 없애버리는 게 맞다!

⌎그러게, 샤오룽하지만 않으면 되지.

⌎고작 10초만에 A급 게이트를 통째로! 이게 비대칭 전력이지 ㅋㅋㅋ


김지환 헌터의 A급 게이트 소멸 소식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덕분에 어딜 들어가도 똑같은 소식뿐이었다.


스마트폰의 화면을 끄고, 몸을 일으켰다. 시간은 벌써 오전 11시. 좀 더 침대에 몸을 맡기고 싶지만, 이 귀한 주말을 이대로 날려버릴 순 없었다. 직장인에게 주말이 얼마나 값진 시간이던가.


나도 내가 각성자가 되고, 헌터로 팔자를 고쳐 편히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세상은 생각보다 차갑더라.

게이트가 나타나고 3년이 지나도 깜깜무소식. 오히려 늙었으면 늙었지, 갑자기 근사한 능력을 얻고, 무적의 육체로 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띠링-!


핸드폰이 울렸다. 친구로부터 온 문자였다.


[주말인데 저녁에 뭐하냐? 치맥하자.]


최성일. 2년 전 각성하며 직장을 때려치워버린, 내가 원하던 삶을 살고 있는 그런 친구다.


[데리러 오면 나감.]

[ㅇㅋ]


곧장 도착한 답장은 간결했다. 나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했지만, 나이 32살에 나를 찾아주는 친구는 이 녀석뿐이라 고마워서라도 나가야만 했다. 거기에 덤으로, 이 녀석은 자기가 부르면 자기가 산다. 공짜 치맥이라는 소리다.


“으그그그극-!”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면서 찌뿌둥한 몸을 쭉 폈다.


우두둑-!


척추 사이사이에서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프면서도 시원한 감각이 등을 따라 머리로 올라왔다.


“아, 각성하고 싶다. 그럼 몸이라도 좀 시원하게 움직일텐데!”


혼잣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혼자 산지 어연 7년, 이젠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이 익숙했다.


“소환된 블랙홀은 도대체 어디로 통하는 거야? 내 주머니로나 들어오면 좋겠네.”


지금이야 중소기업의 말단 대리지만, 나름 국립대의 천체물리학과를 졸업한 과학도였다. 그렇기에 블랙홀 스킬을 볼 때마다 호기심이 생겼다.

뭐, 이렇게 혼자 생각해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겠지만.


레버를 올리자, 따뜻한 물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흐르는 물과 함께 잡념도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에휴, 월요일에 출근을 또 어떻게 하나...”


라고 혼잣말을 또 내뱉은 순간, 시야가 일렁이며 눈앞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축하★ ☞최고 ~S급 당첨 ☞헌터 각성 ☞유니크 스킬 획득 가능! ※다신 없는 기회※ 각성까지 3분, 남은 시간 30초@ 수락하시겠습니까?]

[Yes / No]


인터넷에서 상태창이 어떤 모양으로 나타나는지 본 적이 있다. 유명 헌터가 직접 그렸던 것이라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바로 그 모양의 상태창이 맞았다.


그런데, 문구가 영 아니었다. 요즘은 잘 쓰이지도 않는 바로 그 스팸 문자체.


천천히 내용을 읽어보니 각성의 기회가 온 것은 맞는 모양이었다. 다만, 영 신뢰가 가지 않았다.


[남은 시간 29초]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래, 각성만 할 수 있다면 문자체가 무슨 상관이랴.


[Yes]


상태창에 나타난 버튼을 누르자, 몸이 조금씩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심박수가 빨라지고, 손끝이 저릿거렸다. 마침내 기다리던 각성의 순간이 온 것이었다.


기분마저 들뜨려는 찰나에, 뜨거워지던 몸이 픽 식었다.


[축하합니다! 각성이 완료되었습니다!]


각성은 생각보다 허무했다. 몸이 잠깐 달아오르고, 그걸로 끝이었다. 아무렴 어떤가, 마침내 그토록 고대하던 각성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막연한 기대감. 과연 내가 얻은 능력은 어떤 능력일까. 공격 특화? 치유 특화? 어쩌면 전세계에서 200명 남짓만 가지고 있다는 그 유명한 블랙홀 소환?


나는 곧장 수건 한 장을 집어 들었다. 각성을 했다면 이까짓 수건쯤은 우습게 찢어버리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팔에 힘을 주었다.


팽-!


양 끝으로 가해지는 강한 힘에 수건이 팽팽해졌다.


“이거 왜 이래?”


수건은 고르게 펼쳐질 뿐, 찢어지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힘이 강해지는 능력은 아닌 듯 보였다. 그래, 뭐. 천천히 알아가면 되는 거지.


나는 천천히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을 나왔다.


“상태창! 정보!”


부르니 곧장 튀어나오는 상태창. 그토록 고대하던 각성을 이루어내니, 미친 듯한 설렘이 몸을 타고 전율했다.


⎥이름: 하태우⎥

⎥등급: ??? ⎥

⎥등록명: ???⎥

⎥고유 특성: ???⎥

⎥고유 스킬: 아공간 탈주(Lv.1)⎥


상태창 속 내 정보는 역시나 텅 비어있었다. 등급이야 원래 각성자 관리 협회에서 직접 확인해주는 것이고, 랭킹에 등재될 등록명도 상태창에서 등록하면 그만이었다. 고유 특성도 헌터로 활동하다 보면 언젠간 나타날 일.


그런데 고유 스킬이 ‘아공간 탈주’라니. 이름부터 전투보단 도망에 최적화된 스킬이다.


“상태창, 아공간 탈주에 대해 설명해!”


명령을 내리자, 상태창은 곧장 고유 스킬에 대한 설명을 띄웠다.


⎥아공간 탈주(Lv.1)⎥

⎥플레이어의 필요에 따라 아공간을 형성. 형성 즉시 플레이어는 아공간으로 순간이동.⎥


역시나 이름 그대로다.


“그럼 다른 사람도 함께 아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어?”


⎥형성된 아공간에는 스킬 사용자만 출입이 가능합니다.⎥


차라리 함께 들어갈 수 있는 것이었다면, 비상탈출장치로라도 활동할 수 있었을 텐데. 어딘가 아쉬운 기분이 몰려왔다.


그래도 스킬을 얻은 이상, 곧바로 써보긴 해야할 터.


“크흠, 아공간 탈주!”


목을 가다듬고 고유 스킬의 이름을 외치자, 옆으로 게이트처럼 생긴 것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것은 순식간에 나를 빨아들였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도착한 곳은 텅 빈 공간. 아공간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겠지만, 이곳은 밟고 있는 땅을 제외하면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야-호!”


끝없이 이어진 공허를 향해 크게 소리쳤지만, 어둠으로 가려진 곳에선 어떤 메아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공간이라더니, 정말 아무것도 없네. 탈주용 이상 이하도 아니겠어.”


아공간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혼잣말을 내뱉자, 머리 위에서 거대한 게이트가 나타났다. 게이트는 무언가를 뱉어내기라도 하려는 듯 일렁거렸다.


툭-!


그리곤 무언가가 머리 위로 떨어졌다. 손을 올려 머리에 떨어진 것을 확인해보니, 작은 마정석 조각이었다.


“이게 왜 여기에...”


쉬익-!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번엔 묵직한 무언가가 떨어져 발 옆으로 박혔다. 묵직하고 강인해 보이는 십자검이었다. 상태창은 곧장 앞에 박힌 십자검에 대한 정보를 띄웠다.


⎥강인한 의지가 서린 아다만트 십자검⎥

⎥등급: A⎥

⎥고유 특성: 열참⎥


“열참...?”


⎥공격 성공 판정 시, 피해 대상에 지속적인 추가 피해 부여.⎥


높은 등급에, 훌륭한 특성. 이런 귀한 것이 왜 하늘에서?


고개를 들어 위를 보자, 게이트가 다시 일렁거렸다. 그리곤 본능이 외쳤다. 무언가 묵직한 것이 떨어질 테니까 도망가라고.


“어... 어...?”


본능을 믿고 앞으로 내달리자, 게이트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엄청난 양의 무언가를 쏟아냈다.


콰르릉-!


게이트는 미친 듯이 무언가를 쏟아냈다. 끝도 없이 쏟아지는 물건들은 쓰나미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휩쓸리면 죽는다! 무조건 죽는다! 아아악!”


본능적인 깨달음은 다리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한참을 더 달리고 나서야, 거대한 파도는 움직임을 멈췄다.


“허억, 허억, 허억!”


달리기를 멈추고 주저앉자, 숨이 차올랐다. 마지막으로 숨이 차도록 달려본 것이 언제던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오래된 것은 확실했다.


무언가를 쏟아내던 게이트는 배출을 마친 듯, 작아지며 사라졌다.


“저게 도대체 뭐야...?”


게이트가 사라지고 나는 천천히 밀려온 것들에 다가갔다. 보랏빛으로 반짝거리는 돌무더기와 온갖 잡동사니. 중간중간 꽂혀있는 무기처럼 생긴 것들까지.


그리곤 눈앞에 나타난 상태창.


⎥고유 특성 획득!⎥

⎥고유 특성: 배출구(Lv.1)⎥

⎥아공간 내에 ‘블랙홀’의 배출구를 무작위로 생성합니다.⎥


그러니까, 머리 위에 나타났던 게이트는 블랙홀의 배출구였고, 이것을 소환한 것이 나의 고유 특성이라는 소리였다.


설명을 이해한 나는 가장 가까이에 있던 무기를 뽑았다. 창처럼 생긴 무기를 뽑자, 친절하게도 상태창은 모든 정보를 띄워주었다.


⎥평범한 창⎥

⎥등급: C⎥

⎥고유 특성: 없음⎥


고유 특성도 없는 그저 평범한 창. 사실 좀 전에 본 십자검을 가지러 가고 싶었지만, 이미 그 십자검은 눈앞에 쌓인 산의 가장 깊은 곳에 잠들어버렸다. 그것을 파내려면 최소한 몇 년은 파내야 할 터.


아쉬운 마음과 함께 창과 발밑에 쌓인 돌멩이 조금을 인벤토리에 챙겨 넣었다.


“아공간 탈출!”


스킬과 함께 눈을 깜빡이니, 어느새 익숙한 풍경 앞에 도착해 있었다. 차원을 이동한다는 것이 어색했기에, 약간의 멀미가 올라왔다.


“좀 익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겠어.”


큰 숨을 들이쉬며 시계를 보니, 어느새 시간은 5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최성일과의 약속 시간은 5시 30분.


성일이도 내가 각성했다는 사실을 알면 놀라며 축하해주겠지.


나는 들뜬 마음을 억누르며 곧장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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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삼척 레이드 (3) 24.09.12 424 9 12쪽
24 24. 삼척 레이드 (2) 24.09.11 460 7 12쪽
23 23. 삼척 레이드 (1) 24.09.10 476 10 12쪽
22 22. 농경 사회로의 진입 24.09.09 492 9 12쪽
21 21. 계약 24.09.08 510 10 12쪽
20 20. 입이 가벼운 브로커 24.09.07 524 9 12쪽
19 19. 아공간의 사탑 +1 24.09.06 549 12 12쪽
18 18. 채권 인수 24.09.05 579 12 12쪽
17 17. 새로운 주민 24.09.04 582 11 12쪽
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590 13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581 12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614 13 12쪽
13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645 13 12쪽
12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663 14 12쪽
11 11. 떡락 24.08.29 672 13 12쪽
10 10. 20톤 배달이요! 24.08.28 692 13 12쪽
9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702 15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729 13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752 14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783 16 12쪽
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821 14 12쪽
4 04. 거래소 24.08.22 842 17 12쪽
3 03. 으리으리한 협회 24.08.21 882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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