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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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작품등록일 :
2024.08.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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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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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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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삼척 레이드 (6)

DUMMY

“손가락을 따다니,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민간요법이야. 이게 생각보다 잘 먹혀. 어디 바늘 없나?”


존 카퍼필드의 주머니에서 곧장 튀어나오는 큼직한 바늘.


“이걸 항상 들고 다녔던 거야?”

“식물 샘플 수집용입니다. 다른 용도는 절대 아닙니다.”


제 발이 저렸는지, 존은 서둘러 용도를 설명했다. 아무렴 어떤가. 중요한 것은 체로키를 낫게 하는 것이니까.


“여러분! 그럼 다들 체로키 팔다리를 잡아주세요!”


나의 말과 함께 일제히 움직이는 주민들. 순식간에 체로키는 움직일 수 없게 팔다리가 붙들렸다.


당황한 표정을 짓는 체로키.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바늘을 들고 다가가는 나를 응시했다.


“지, 지주님! 방금 약의 효과가 나타난 것 같습니다! 이제 하나도 안 아픕니다!”

“가만히 있어. 아픈 거 잠깐이야.”


그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그의 손이 있는 곳으로 바늘을 돌렸다. 점점 체로키의 손과 가까워지는 바늘. 체로키의 저항은 점점 거세졌다.


“지주님! 지주님이시여! 다 나았습니다! 모조리 나았습니다!”

“아니야, 아직 식은땀 흘리고 있어. 흔들리면 더 다친다. 존, 더 꽉 잡아.”


존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으로 체로키의 팔을 눌렀다. 과연 수인족의 힘이었는지, 온몸으로 누르는 존이 체로키의 발악에 들썩였다.


“정말로 다 나았습니다! 제발! 제 말씀을 좀 들어주십시오! 지주님! 아아악!”


커지는 체로키의 목소리. 그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푹-!


짧게 찌른 바늘. 조금씩 주변을 누르자, 검은 피가 조금씩 맺히기 시작했다.


“이것 좀 봐! 이제 금방 나아질 거야!”


이내에 팔다리를 누르던 헌터들이 체로키를 놓아주었다.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는지, 머쓱한 웃음을 짓는 체로키. 그리곤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그 거대한 바늘을 전부 찔러넣는 줄 알았습니다. 민망하군요.”

“그래서, 이제 어때?”


체로키는 큰 숨을 들이쉬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좀 전의 식은땀을 흘리던 체로키는 사라지고, 다시 보이는 단단하고 묵직해 보이는 체로키의 모습.


“확실히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다음부터는 설명이라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설명했으면 효과 없었을걸? 아무튼, 멀쩡해졌다니 다행이네, 뭘 먹고 그렇게 된 거야?”


방의 한구석에 쌓여있는 알 수 없는 과일들. 가장 위에는 누군가 한 입 베어 물은 듯한 과일 하나가 올라가 있었다.


체로키는 가장 위에 있는 과일을 집어 들고는, 나를 향해 대답했다.


“고작 일주일만에 과일이 숙성되었습니다. 이 정도로 빠른 것은 듣도 보도 못했기에, 제가 먼저 먹어본 것입니다.”

“그거 한 입 먹고 그렇게 됐다고?”


고개를 젓는 체로키. 그는 조심스럽게 다른 구석에 쌓인 바구니들을 가리켰다. 체로키가 가리키는 곳에 쌓인 텅 빈 바구니는 5개. 바구니는 못 해도 스무 개 이상의 과일이 담길 크기였다.


“다섯 바구니나 비웠다고? 한 번에?”

“혹시 몰라 천천히 먹긴 했습니다. 아침부터 먹기 시작했으니, 너무 서둘러 먹지만 않는다면 별다른 문제는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고개를 돌려 체로키의 표정을 보니, 이유 모를 당당함과 뿌듯함이 뒤섞여 있었다.


“다른 주민들도 먹어본 거야?”

“네. 저 말고는 지금까지 이상이 있다고 한 인원은 없었습니다. 내일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으니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거라 봅니다.”

“그러다 문제라도 생기면 어떡하려고 그래?”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이치입니다. 저것을 먹지 못하는 몸이었다면, 이곳에서 사라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요.”


덤덤하게 내뱉은 잔인한 단어들. 어쩌면 체로키와 그의 부족이 살아온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여기선 그러지 마. 문제가 있으면 일단 해결부터 해봐. 가능하면 나한테도 먼저 좀 알려주고.”

“알겠습니다. 괜한 심려를 끼쳐드린 것이 아닌가 합니다.”


체로키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자, 눈앞에 상태창이 나타났다.


⎥[알림!] ‘지정 소환(Lv.1)’의 획득 조건이 달성되었습니다!⎥


조건이 달성되었다는 것은, 체로키의 건강이 돌아왔다는 것. 동시에 나의 정보에는 새로운 고유 스킬이 추가되었다.


⎥이름: 하태우⎥

⎥등급: A ⎥

⎥등록명: 곽춘봉⎥

⎥고유 특성: 배출구(Lv.1)⎥

⎥고유 스킬: 아공간 탈주(Lv.1) 공간 도약(Lv.1), 지정 소환(Lv.1)⎥


어느새 3개로 늘어난 고유 스킬. ‘지정 소환’의 기능은 간단했다. 원하는 주민을 1시간 동안 아공간 바깥으로 소환하는 것. 소환에 대한 쿨타임은 없었지만, 동시에 여럿을 소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거라면 주민들이 직접 가족들을 만날 수도 있겠는데?”


혼잣말을 들은 체로키가 나에게 다가왔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새로운 스킬이 생겼어. ‘지정 소환’이라는 스킬인데, 원하는 주민 한 명을 아공간 밖으로 소환할 수 있다네?”

“그건 정말 기쁜 소식이 아닙니까! 당장 주민들에게 알리심이 좋겠습니다!”

“뭐? 자, 잠깐만!”


마치 자신의 일인양, 마을을 향해 달려가는 체로키.


“여러분! 여러분! 아주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체로키의 목청에 무슨 일인지 나와보는 주민들. 수많은 수인족과 10명의 헌터가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체로키는 높은 바위에 올라서서, 주민들을 향해 소리쳤다.


“지주께서 새로운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주민 중 한 명을 바깥으로 소환하는 스킬이라고 합니다!”


내가 광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체로키는 주민들 앞에서 중대 발표를 내질렀다. 뒤늦게 체로키의 옆으로 다가가니, 이미 모든 이목은 나를 향해 집중된 상황.


“주민들 전부 지주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 말씀 하시지요.”


무대를 만든 체로키는 슬쩍 바위의 옆으로 몸을 내렸다. 순식간에 흐르는 적막. 이 부담스러운 관중들은 나의 입에서 말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새로운 스킬이 생겼네요...! 마을을 위해서 잘 쓰겠습니다...!”


서둘러 말을 마무리하자, 가장 앞에 서 있던 중국 헌터 5인방이 쿵 소리와 함께 무릎을 꿇었다.


“주군, 감축드리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축하의 말들. 체로키는 매우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축하를 받는 나를 지켜봤다. 이것이 손가락을 딴 것에 대한 복수인가 의심이 조금씩 들 무렵, 체로키는 헌터들과 함께 나에게 다가왔다.


“체로키?”

“지주님. 스킬을 마을을 위해 쓰시는 것도 좋지만, 본인의 안전을 가장 신경 쓰셨으면 합니다.”


왠일로 체로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중국 헌터들.


“저를 비롯한 이곳의 헌터들은 모두 전투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들입니다. 언제든 위험한 순간이 발생하면, 지체하지 마시고 저희를 소환해주십시오.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주님을 지키겠습니다.”

“맞습니다. 주군께서 위험에 빠지는 것은, 마을 전체가 위험에 빠지는 일입니다! 여린 마음에 저희를 부리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은 알겠사오나, 주군을 걱정하는 저희의 마음도 헤아려주십시오.”


헌터들은 이구동성으로 스킬의 용도가 전투용임에 의견을 모았다. 정상급 헌터들을 소환수로 부린다는 것은, 내가 위험을 무릅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 당사자들의 의견만 괜찮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식이었다.


“사실은, 여러분 본국에서 소환하면 가족들을 직접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의 뜻이 그렇다면,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만 부탁을 좀 드리겠습니다.”


#


보급된 스마트폰의 화면을 키자, 타이머가 남은 시간을 표시한다. 타이머에 나타나는 시간은 2시간 24분. 게이트가 나타나기까지 남은 시간을 예상한 것이었다.


똑-! 똑-!


누군가 방의 문을 두들겼다. 문을 여니 앞에 서 있는 것은 촬영을 담당하는 헌터, 엘라. 본명은 모르지만, 삼척에 오기 전 이미 협회를 통해 통성명을 한 바가 있었다.


“촬영 장비는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치유 스킬도 준비해두었습니다. 곽춘봉 헌터님도 이제 슬슬 준비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자, 엘라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준비가 끝나시면, 1층 로비로 내려오세요. 거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엘라는 말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겼다. 닫힌 문 뒤로 엘라의 발걸음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 시간 뒤로 다가온 촬영. 연기를 하거나 연출을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큰 부담은 없었지만, 묘한 긴장감이 들었다.


“정말 살다보니 이런 일이 다 생기는구나.”


혼잣말과 함께 인벤토리에서 구군복을 꺼냈다. 검은 두루마기를 몸에 가볍게 걸치자, 펄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끈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 매어졌다.


거울을 확인하자, 깔끔하게 정돈된 구군복을 입은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어느샌가 머리 위에 씌어진 널찍한 챙의 모자. 챙 위에는 얼굴을 가릴 수 있는 하회탈이 걸려있었다.


“당장에는 쓸 필요 없겠지.”


이어서 꺼낸 것은 활과 검. 지난번 던전브레이크 이후, 타카시는 몇 가지 장구를 구군복에 달아주었다. 덕분에 활과 검은 조금도 걸리적거리지 않게 몸에 고정되었다.


마지막으로 옷매무새를 다듬고, 호텔 방의 문을 열었다. 복도에는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 여럿이 경호라도 하려는 듯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CIA 사건 이후 훨씬 강해진 듯한 경호였다.


‘이 정도면 지정 소환을 쓸 필요도 없겠는데?’


호텔의 로비로 나가자, 어느샌가 모여있는 11명의 헌터들. 이번 삼척 게이트 공략에 투입될 헌터들이었다. 인원을 세고 있던 협회의 요원은, 나를 확인하고는 모두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다 모인 것 같군요. 이미 설명은 모두 들었겠지만, 혹시 몰라 한번 더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게이트는 C등급. 가장 선봉에는 여기 계신 곽춘봉 헌터가 설 겁니다.”


나를 향하는 11명의 시선들. 요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설명을 이어갔다.


“이번 게이트 공략에서는 곽춘봉 헌터의 전투에 대한 촬영이 있을 겁니다. 따라서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가능한 개입을 지양해주십시오! 이외에는 평소의 공략과 같습니다!”


쿵-!


설명의 마무리와 동시에 울리는 거대한 충격음. 스마트폰에는 아직까지 1시간가량이 남아있었다.


“아직 한 시간 남았다는데요?”

“예측이 생각보다 정확하지 않습니다. 다행히도 모두 준비가 끝난 것 같으니, 바로 투입하겠습니다!”


요원은 대답과 함께 호텔의 입구를 향해 안내하기 시작했다. 호텔을 나서자 보이는 거대한 게이트. 아공간으로 향하는 게이트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거대한 게이트가 일렁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진입-!”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선호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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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삼척 레이드 (6) 24.09.14 571 14 12쪽
27 27. 삼척 레이드 (5) 24.09.13 590 11 12쪽
26 26. 삼척 레이드 (4) 24.09.12 630 10 12쪽
25 25. 삼척 레이드 (3) 24.09.12 643 11 12쪽
24 24. 삼척 레이드 (2) 24.09.11 677 9 12쪽
23 23. 삼척 레이드 (1) 24.09.10 694 12 12쪽
22 22. 농경 사회로의 진입 24.09.09 716 11 12쪽
21 21. 계약 24.09.08 732 12 12쪽
20 20. 입이 가벼운 브로커 24.09.07 759 12 12쪽
19 19. 아공간의 사탑 +1 24.09.06 788 14 12쪽
18 18. 채권 인수 24.09.05 822 15 12쪽
17 17. 새로운 주민 24.09.04 825 14 12쪽
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834 15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826 14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865 15 12쪽
13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900 16 12쪽
12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930 17 12쪽
11 11. 떡락 24.08.29 942 16 12쪽
10 10. 20톤 배달이요! +1 24.08.28 966 16 12쪽
9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984 19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1,019 17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1,059 19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1,090 21 12쪽
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1,138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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