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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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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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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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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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삼척 레이드 (9)

DUMMY

“본래 이번 작전의 목적은 협회와 관리국 내부로 잠입한 휴민트를 색출하는 것이었네. CIA가 지난번 납치 사건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조금의 정보를 넘겨주기도 했네.”

“그럼 피닉, 아니 저 타이룽이라는 인간이 공작원이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는 겁니까?”

“알고 있었네. 게이트의 앞에 수많은 요원을 배치해놓은 것일세.”


창문을 향해 게이트가 있던 곳을 바라보는 박정환 협회장.


“가능한 모든 변수를 차단해야 했기에 최소한의 인원들로만 작전을 실행했네.”

“그럼 안에서 10명의 헌터가 암살당한 것도 계획의 일부였다는 겁니까?”

“그건 아닐세!”


자리로 되돌아온 박정환 협회장은 자켓의 속주머니에서 문서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읽어보게. 방금 막 기밀이 해제된 작전 계획서일세.”


박정환 협회장의 말을 따라 테이블 위에 얹어진 문서를 집어 들었다. 세 장 남짓한 문서에 적힌 것은 C등급 삼척 게이트 공략으로 위장된 공작원 색출 작전.


페이지를 넘기자, 게이트 내부로 함께 들어간 헌터들의 신상 정보가 나타났다.


“저 헌터들은 그럼...”

“경호 임무를 맡은 것은 사실일세. 다만, 몬스터가 아닌 타이룽이라는 암살자로부터 자네를 보호하는 것이 그 임무였네.”


리스트의 가장 위에 올라가 있는 엘라의 사진. 목이 잘려 나간 그녀의 모습이 잔상이 되어 눈앞에 떠올랐다.


“그런 것 치고는 너무 허무하게 죽었습니다. 공격에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목숨을 잃던데, 그럼 그것도 예상했던 겁니까?”

“CIA가 제공한 정보는 너무나도 한정적이었네.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타이룽은 납치에 특화된 기술을 가진 인물이지 전투에 특화된 인물은 아니었어. 목숨을 잃은 헌터들은 협회 내에서도 꽤나 강한 편에 속하는 요원들이었네.”

“어쨌든 그들이 죽은 것은 사실 아닙니까? 하마터면 저도 죽을 뻔했고요.”


나의 말에 박정환 협회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전부 나의 불찰이네. 납치를 위해 파견된 요원을 너무 얕봤기에, 나의 그릇된 판단으로 열 명의 훌륭한 요원들이 목숨을 잃었네.”


박정환 협회장은 어떤 변명도 내뱉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불찰임을 깔끔히 인정했다. 좀처럼 보지 못했던 상급자의 태도에, 오히려 당황한 쪽은 나였다.


“그럼, 이제 어떡하실 겁니까?”


고개를 드는 박정환. 좀전과는 달라진 그의 눈빛이 나를 향했다.


“작전을 총괄한 협회장으로서 책임을 져야겠지. 자, 이제 자네의 질문은 끝난 모양이군. 이제 협회장으로서 자네에게 묻겠네. 자네는 어떻게 그곳에서 살아나온 것인가?”

“네? 그야 타이룽과 싸워서...”


탁-!


박정환은 나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손가락으로 게이트가 있던 곳을 가리켰다.


“잘 훈련된 경호 열 명을 단숨에 죽인 타이룽과 싸워서 이겼다는 말인가? 그리고 게이트에 블랙홀을 소환한 채 유유히 걸어 나왔고? 이게 고작 2주일 전에 각성한 헌터에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나?”


박정환이 말한 본래의 계획대로라면, 함께 들어갔던 열 명의 헌터가 타이룽을 제압했거나 혹은 납치에 성공한 타이룽을 게이트 외부에서 제압했어야 할 일.


“나는 자네를 참 좋아하네. 한국적인 멋을 부리는, 혜성처럼 등장한 헌터. 첫 등장부터 여론의 호감을 얻어냈고, 그대로 나의 환심까지 사버렸지. 그러다보니, 자네를 의심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


외투의 속주머니로 손을 넣는 박정환. 곧장 등장한 짧은 권총 한 자루는 나를 향했다.


“만약에 말이야, 정말 만약에. 자네가 우리 협회에 침입한 정보원이라면? 그래서 중국으로 향하는 루트까지 요청을 했다면? 자, 설명해보게. 자신의 능력을 전부 깨우치지도 못했을 각성자가, 어떻게 저곳에서 멀쩡히 걸어 나왔는지를 말이야.”


틱-!


권총을 쥔 박정환의 손에서 들려온 조작음. 그것이 안전장치를 해제하는 소리라는 것은, 그의 손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자, 잠깐만요! 제게 협회에 들어오라는 제안을 주신 것은 본인이 아니십니까! 그럴 의도가 있었다면 당연히 제가 먼저...”

“공개적인 장소에서 그런 활약을 보여준다면, 누구인들 그런 제안을 하지 않겠나. 마지막 기회일세. 내가 이 방아쇠를 당기지 않을 이유를 설명해보게.”


예상과는 너무도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 지금까지 보아온 박정환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끼릭-!


천천히 움직이는 박정환의 손가락에, 방아쇠는 움직이는 소리를 냈다.


더 이상 지체하면 목숨이 위험한 상황. 이곳에서 아공간으로 탈주하거나, 공간 이동으로 이 장소를 벗어나면 수배가 걸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내가 가진 능력을 알리는 것뿐.


“조력자! 조력자가 있었습니다!”


의외의 소식에 박정환은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뗐다.


“조력자? 무슨 조력자?”


여기서 구구절절 설명을 해봐야, 한 번 보여주는 것이 훨씬 큰 효과를 보일 터.


“보여드리겠습니다. 일단 보고, 그다음에 오해를 풀죠.”


그리곤 곧장 나의 앞으로 체로키를 소환해냈다. 2미터 남짓한 게이트에서, 천천히 걸어나오는 거구의 수인족. 게이트를 빠져나온 체로키는 곧장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지주시여, 부르셨나이까?”


체로키를 본 박정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호랑이의 머리와 2미터가 훌쩍 넘는 거대한 체구. 그것은 일반적인 수인족 몬스터의 크기가 아니었으니까.


“체로키, 일단 가만히 있어봐. 여기는 한국 각성자관리협회 협회장 박정환씨야. 박정환씨, 이쪽은 체로키. 암살자 타이룽을 제압한 친구입니다.”

“지주시여, 친구라니,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저는 지주님을 모시는 체로키라고 합니다.”


박정환을 향해 손을 내미는 체로키. 박정환은 가만히 얼어붙은 채, 체로키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는 인간의 말을 따르는 수인족 몬스터를 처음 본다는 듯이, 경이로운 눈빛으로 체로키를 바라보았다.


“지주시여, 이 자는 말을 할 수 없는 자입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내민 손을 무안하게 두는 이런 무례를 범할 리가 없습니다.”


체로키의 말에, 곧장 내민 손을 잡고 흔드는 박정환.


“미안합니다!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 수인족을 처음 보는 바람에...”

“체로키뿐만이 아닙니다. 소환할 수 있는 인물 중에 블랙홀을 사용할 수 있는 인물도 있습니다. 체로키가 타이룽을 제압하고, 다른 소환수가 블랙홀을 사용해 게이트를 사라지게 만든 겁니다.”


나의 설명에 체로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지주님을 따라온 자들이 죽은 것은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다만, 제 우선순위는 철저히 지주님이기에, 다른 이들을 지킬 여유가 없었습니다.”


정중한 체로키의 설명. 체로키의 모습에 놀란 듯했던 박정환은, 체로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신중한 표정으로 경청했다.


체로키의 설명이 끝나자, 마침내 박정환은 모든 것을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다급히 한쪽 손에 들려있던 권총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는, 나의 손을 붙잡았다.


“아이고, 춘봉이! 내가 미안하게 됐네! 내가 의심이 워낙 많아서 우리 춘봉이를 섭섭하게 만들었구먼! 내가 정말로 미안하네!”


순식간에 뒤바뀌는 박정환의 태도. 그는 연신 붙잡은 나의 손을 흔들어대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어쩔 수가 없었네! 내부에 휴민트가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었고, 어쨌든 그 타이룽이라는 암살자도 함께 동행을 해버렸으니 말이야!”


미소가 한가득한 박정환은, 좀전의 살벌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언제나 나를 반겨주던 푸근한 상사로 돌아왔다.


그런 박정환을 바라보던 체로키는, 조용히 나에게 속삭였다.


“오해가 풀려서 다행입니다. 까딱하면 저 늙은이의 손모가지를 잘라버릴 뻔했으니까요.”


살기가 서려있는 말과 함께 보이는 체로키의 손. 그의 손에는 은빛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발톱이 반쯤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체로키라고 했지요?! 우리 춘봉이를 지켜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에서...”


체로키를 향한 협회장의 말이 이어지던 중, 갑작스레 눈앞에 상태창이 나타났다.


⎥[알림!] ‘배출구(Lv.2)’가 잠시 후 발동됩니다.⎥

⎥‘배출구(Lv.2)’의 소환 위치를 지정하지 않을시, 무작위로 생성됩니다.⎥


갑작스러운 협회장의 의심 덕분에 까맣게 잊고 있었던 상태창의 알림.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3분 남짓이었다.


“협회장님! 5분만 어디 좀 다녀오겠습니다!”

“갑자기? 아, 알겠네! 여기서 기다리겠네!”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자, 깜짝 놀라며 말을 멈추며 고개를 끄덕이는 박정환. 그동안 일궈놓은 소중한 마을이 한순간에 뒤덮일 위기였기에, 나는 서둘러 아공간 마을을 향하는 게이트를 열었다.


게이트를 통과하자 보인 것은 역시나 마을 회관. 서둘러 건물을 나서니, 꽤 많은 주민이 회관 앞으로 모여있었다.


“여러분! 배출구가 열린답니다! 위치를 지정해야하니, 모두 비켜주세요!”


다급한 나의 목소리에, 홍해처럼 갈라지는 주민들. 그들 또한 애써 일궈놓은 삶의 터전이 매몰되는 것은 싫은 모양이었다.


“배출구 위치 지정! 아다만트 광산 북쪽!”


아타만트 광산을 가리키며 상태창을 향해 소리치자, 눈앞으로 나타나는 상태창의 알림.


⎥[알림!] ‘배출구(Lv.2)’의 위치가 지정되었습니다.⎥


상태창의 알림과 함께, 아타만트 광산의 북쪽 하늘에서 큼직한 게이트가 나타났다.


“휴, 마을은 피했다!”


안도의 말과 함께, 게이트에서 쏟아지는 무언가.


배출구는 3분을 내리 쏟아내고 나서야, 일렁이는 모습과 함께 사라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나의 주변으로 모인 주민들. 그들은 모두 저마다의 무기를 들고 있었다.


은빛 갑옷을 입은 레이첼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샤오룽에게 들었어! 만약에 살아있으면, 태우가 얻을 것이 있으니 붙잡아야 한다고.”


레이첼의 말에 달려나갈 자세를 취하는 주민들. 일었던 흙먼지가 가라앉자, 그들은 일제히 새롭게 생긴 산을 향해 달려 나갔다.


#


“그래서 타이룽은 사망한건가?”

“신체에 심어두었던 추적기 신호가 끊어졌습니다. 사망 여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관리국에 붙잡혔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게이트에서 나온 것은 하태우 한 명뿐이었습니다. 이어서 게이트도 닫혔기에, 타이룽이 살아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혀를 끌끌 차는 중국 정보국 국장 리우베이. 지휘실의 가운데 앉아있던 그는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차며 몸을 일으켰다.


“아쉽게 되었구먼. 나름대로 기대가 큰 요원이었는데 말이야. 나머지는 알아서들 하게. 늘 그랬듯이.”


리우베이가 지휘실을 나가자, 지휘실에 남아있던 요원들은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늘 해왔던 것처럼! 깔끔하고 신속하게! 타이룽에 대한 모든 정보를 지운다!”


순식간에 삭제되는 타이룽의 신상 정보. 여러 임무 기록지와 문서에 적혀있던 타이룽의 이름들이 순식간에 지워져갔다.


“타이룽의 가족들은 어떻게 할까요?”

“뭣하러 그런 걸 묻고 있어? 싹 다 제거해. 남겨봐야 후환만 된다!”


작가의말

투베에 들어가다니, 꿈만 같습니다.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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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삼척 레이드 (9) +3 24.09.16 542 12 12쪽
30 30. 삼척 레이드 (8) 24.09.16 548 12 12쪽
29 29. 삼척 레이드 (7) 24.09.15 575 11 12쪽
28 28. 삼척 레이드 (6) 24.09.14 570 14 12쪽
27 27. 삼척 레이드 (5) 24.09.13 590 11 12쪽
26 26. 삼척 레이드 (4) 24.09.12 630 10 12쪽
25 25. 삼척 레이드 (3) 24.09.12 643 11 12쪽
24 24. 삼척 레이드 (2) 24.09.11 676 9 12쪽
23 23. 삼척 레이드 (1) 24.09.10 694 12 12쪽
22 22. 농경 사회로의 진입 24.09.09 716 11 12쪽
21 21. 계약 24.09.08 732 12 12쪽
20 20. 입이 가벼운 브로커 24.09.07 759 12 12쪽
19 19. 아공간의 사탑 +1 24.09.06 788 14 12쪽
18 18. 채권 인수 24.09.05 821 15 12쪽
17 17. 새로운 주민 24.09.04 825 14 12쪽
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834 15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826 14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865 15 12쪽
13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900 16 12쪽
12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929 17 12쪽
11 11. 떡락 24.08.29 942 16 12쪽
10 10. 20톤 배달이요! +1 24.08.28 965 16 12쪽
9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984 19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1,019 17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1,059 19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1,090 21 12쪽
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1,138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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