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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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작품등록일 :
2024.08.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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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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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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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DUMMY

어느새 가득 차버린 두 대의 쇼핑카트. 안에 든 것은 전부 통조림이다.


“너는 무슨 통조림을 그렇게 사냐?”

“먹여 살려야 할 주민이 좀 많아.”

“누가 보면 피난 가는 줄 알겠다.”


끼기긱-!


무거워진 쇼핑카트는 쇳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이 많은 통조림을 사며 든 비용은 대략 320만원. 돈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탓인지, 320만원이라는 숫자가 우스웠다.


“할부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그거 체크카드입니다.”


카드기에 들어가는 나의 카드. 그리곤 핸드폰에서 출금 알림이 울렸다.


[(출금), 하나마트 3,234,300원, 잔액 23,3...]


각성과 함께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가장 큰 체감이 되는 것은 역시 돈이었다. 특히 이것. 아다만트 원석을 판 이후로는 출금 알림에 잔액이 다 출력되어 나오지 못했다.


계산이 끝난 통조림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와 성일의 인벤토리로 들어갔다. 각성과 함께 달라진 것 중 또 다른 하나는,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 인벤토리에 공간만 충분하다면, 들고 다니지 못할 것은 없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성일이 뱉은 말은 집에 대한 불만이었다. 주방이 방금 사 온 통조림으로 가득 차버렸기 때문.


“야, 이 정도면 이사라도 가지 그러냐? 이젠 수백억을 가진 자산가인데, 이런 집에 살아서야 되겠어?”


틀린 말은 아니다. 17평 남짓한 이 집은 홀로 사는 회사원이 살기에는 안성맞춤이었지만, 어디까지나 ‘가격 대비 괜찮다’였지, ‘좋다’라는 말이 나오는 집은 아니었으니까.


“한번 알아보지 뭐. 계획이나 짜고 있어. 주민들 먹여 살리고 올게.”


고개를 끄덕이는 성일. 나는 곧장 성일이 보는 앞에서 아공간을 향한 게이트를 열었다. 게이트 너머로 희미해지는 성일은, 아공간을 향해 사라지는 나에게 짧은 한마디를 소리쳤다.


“올 때 A급 무기!”


세상에. 아이스크림도 아니고, A급 무기가 어디 땅에서 솟는 줄 아나.


‘하늘에서 떨어지지.’


시시콜콜한 생각과 함께 도착한 아공간은 아침보다 훨씬 분주한 모습이었다. 고작 10명으로 이루어진 작은 부락 수준이었지만, 세워진 집들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으리으리했으니까.


가장 먼저 눈이 마주친 것은 레이첼. 가볍고 시원한 복장으로 묵직해 보이는 상자를 옮기던 레이첼은 곧장 상자를 내리며 손을 흔들었다.


“태우! 언제 왔어!”


아침보다 훨씬 친근해진 듯한 레이첼의 태도. 아무리 독일어에 존댓말이 없다지만, 번역되어 들리는 말은 친구끼리나 하는 반말.


뭐 친해지면 좋은 거지, 안 그래?


“레이첼! 다른 헌터들은?”

“지금 열심히 마을을 만들고 있어! 다들 배고파하는 것 같긴 한데, 아직까지는 괜찮아! 따라와! 보여줄 게 많아!”

“그 전에, 식량 둘 곳 좀 알려줘. 먹을 것 좀 가져왔어.”


역시나 밝아지는 레이첼의 표정. 그녀는 곧장 가장 거대한 건물로 나를 이끌었다.


흰색으로 가득한 거대한 건물. 2층으로 이루어졌지만, 꽤 높은 층고. 무엇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수도 없이 봤던 것만 같은 형태. 아직 완공되지 않았지만, 아무리 봐도 저것은 백악관이었다.


“...레이첼? 어디서 많이 본 것만 같은 건물인데?”

“역시 아는구나! 건설 담당 웨이첸이 아침부터 만들기 시작했어! 역시 A급 헌터의 건설 스킬은 다르더라고! 지하 벙커 구조까지 완벽하게 똑같아!”

“지하 벙커 구조까지 똑같다는 걸 레이첼이 어떻게...”

“태우!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하지 마.”


나는 입을 닫았다. 사실 웨이첸이 백악관의 구조를 알고 있다는 것부터 의문이 조금 생겼지만, 그런 사소한 것에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백악관의 입구를 통과하니, 집중한 모습의 웨이첸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옆에 쌓여있던 철근과 콘크리트들은, 그의 지휘에 맞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웨이첸! 태우가 왔어!”


자신을 부르는 레이첼의 목소리에 곧장 뒤를 돌아보는 웨이첸. 그는 반갑게 웃으며 나를 반겼다.


“태우! 우리의 구원자! 어서 와요! 이건 마을 회관으로 쓸 건물입니다! 본국에서 짓던 것에 비하면 좀 작긴 하지만, 우린 고작해야 10명이니까요!”

“...멋지네요. 어느 나라가 떠오르기도 하고. 우선 통조림을 좀 구해왔는데, 어디에 둘까요?”


음식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역시나 밝아지는 표정. 그는 나를 창고처럼 보이는 방으로 안내했다. 서늘한 것이, 통조림을 보관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인벤토리!”


곧장 인벤토리에 가득 채워져 있던 통조림들을 꺼냈다. 방이 넓었던 탓에, 나의 집을 가득 채웠던 통조림이 이곳에서는 한 구석을 채울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자! 이 통조림들은 비상식량입니다! 앞으로 식료품은 계속해서 사 올 테니,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주세요!”


통조림 정리가 끝나자, 레이첼은 곧장 마을 안내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발이 닿았던 곳은 대장간으로 보이는 장소. 그곳에서는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문을 열며 밝게 인사하는 레이첼.


“타카시! 태우가 식량을 가져왔어! 마을회관에 있으니까 배고프면 가서 먹어!”


손에 든 망치를 내려놓으며 나에게 정중히 인사하는 타카시. 어제 돈이 될 만한 것을 만들어보겠다고 하던 바로 그 헌터이다.


“타카시 사토입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린 대로 돈이 될 만한 것을 조금 만들었는데, 보시겠습니까?”


타카시는 옆에 놓인 검 한 자루를 들어 올렸다. 전형적인 일본도의 모습을 한 검을 넘겨받자, 상태창은 이 검의 설명을 눈앞에 띄웠다.


⎥아다만트 합금 일본도⎥

⎥등급: B⎥

⎥고유 특성: 없음⎥


무려 B등급의 아다만트 합금 무기. 협회에서 말하길, 같은 등급이라도 아다만트가 합금으로 들어간 무기라면 몇 단계 높은 가격을 받는다고 했더랬지.


‘이거라면 몇 년 치 식량은 걱정 없겠어.’


“덕분에 식량 공급이 수월해지겠어요. 앞으로도 종종 부탁드립니다.”


타카시를 향한 인사와 함께 검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나는 전투계 헌터가 아니기에 이 검의 진가를 모르지만, 성일이라면 잘 알겠지. 어쩌면 유용하게 쓸지도 모르는 일이고.


“자, 다음은...”

“레이첼, 미안하지만 지금 창고로 가볼 수 있을까? 아다만트 원석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야 해서.”

“이런! 이제 주민들의 집을 보여주려 했는데, 시간이 없구나?”

“저녁에 다시 올게. 지금은 일이 있어서.”


조금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은 레이첼은, 자원 창고를 향했다.


레이첼과 도착한 자원 창고는, 아침에 본 것보다 훨씬 크기가 커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다만트 원석들이 채굴장의 석탄처럼 창고 가득 쌓여있었다. 심지어 대부분은, 조약돌만한 작은 크기가 아닌, 수 톤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바위들이었다.


“세상에, 고작 하루 만에 이렇게 거대한 걸 파냈다고?”

“스킬 레벨은 낮지만, 제 등급은 높으니까요.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괜히 있겠습니까?”


감탄과 함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 낮은 레벨의 채굴 스킬이 있다고 하던 헌터가 숯검댕이가 된 채 걸어왔다. 그는 무협영화에서나 볼 법한 인사와 함께 자신을 소개했다.


“지난 번에는 통성명을 못했습니다. 칭원이라고 합니다. 중국에 있을 때 전투계 헌터로 활동했습니다. 채굴은 앞으로 제게 맡겨주십시오!”

“하태우입니다. 대충 이 공간 주인쯤 됩니다.”


수십 톤은 되어 보이는 아다만트 원석을 확인했으니, 이제 돌아가 계획을 세울 차례. 100kg의 아다만트 원석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으며 레이첼을 향해 말했다.


“레이첼, 저녁에 음식을 가지고 다시 올 테니까 주민들을 좀 모아줘. 지금은 일이 있어서 가봐야겠어.”

“응! 기다릴게!”


그리곤 곧장 외친 ‘아공간 탈출’. 눈앞의 풍경은 순식간에 거대한 자원 창고에서, 소파에 누워 과자를 먹고 있는 성일로 변했다.


나를 본 성일의 가장 첫 마디는 역시나.


“원석은 충분해?”

“충분하고도 남아. 수십 톤은 되던데?”

“좋았어!”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성일은 노트 한 권을 건넸다.


“너 없을 때 계획을 정리해봤어. 브로커랑 연락도 됐고. 아다만트 원석 20톤까지는 감당할 수 있대. 대신 보수는 수익금의 20프로.”

“20프로? 강도야?”

“덤핑으로 가격을 폭락시키는 거라 막상 수익금은 얼마 안 될 거야. 수익금에서 자기 몫 빼고 주기로 했어.”


성일의 말을 들으며 노트를 펴자, 자세하진 않지만 열심히 작성한 듯한 계획서가 나타났다. 엄밀히 말하면 어려울 것도 없는 작전인지라 쓸 것도 없는 것이겠지.


자원유통사업단이 한국발 덤핑에 큰 타격을 입고, 부패한 책임자들이 줄줄이 잘려 나가면서 깨끗하고 청렴한 책임자가 올라서고.


“그럼 이제 아다만트 원석 100kg 넘겨줘. 내일 바로 팔고 대금 받아올게.”

“응. 잠깐만.”


인벤토리의 유일한 단점. 그것은 상대방의 인벤토리로 물건을 곧장 전송하는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물건을 건네주려면 인벤토리에서 꺼낸 후, 손에서 손으로 넘겨줘야만 하는 방식.


몇 번이나 상태창에 이런 기능이 없는지 물어봤지만, 매번 나타난 대답은 그런 기능이 없다는 문구.


쿵-!


100kg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하긴, 당장 성일과 나의 몸무게만 합쳐도 100kg은 우습게 넘어갈테니까.


100kg가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아다만트 원석과 함께 타카시로부터 받은 검을 성일에게 건넸다.


“A급은 아닌데, 필요하면 써라. 괜히 던전 들어갔다가 다치지 말고.”

“뭐야, 진짜로 가져왔네? 이번엔 아다만트 합금이라는데? 정말 이렇게 막 줘도 돼?”


성일은 건네받은 검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검이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인지, 서둘러 인벤토리에 넣으며 검의 출처를 물었다.


“주민 중 한 명이 만들어준 검이야. 아다만트 합금이라 값이 꽤 나갈 거라고 하던데? 그걸로 먹을 것 좀 가져다 달래.”

“이 정도 검이면 도대체 무슨 음식을 갖다줘야 하는 거야?”

“일단 오늘 산 통조림들 갖다줬어.”

“진짜 강도가 여기에 있었네.”


성일은 탁월한 수완에 감탄을 내뱉으며, 바닥에 놓은 100kg의 아다만트 원석을 인벤토리로 넣었다. 그리곤 핸드폰으로 지도를 켜서 나에게 보여주었다.


“검은 주신다니까 잘 받았고, 방금 브로커한테서 물건 넘길 위치 받았어. 20톤이다보니 인벤토리로 옮기기에는 무리가 있고, 공사장에서 옮기는 암석으로 위장해서 가져가겠대.”

“덤프트럭으로 옮기려나?”

“20톤이니까 덤프트럭 한 대면 충분하겠지. 시간은 내일 오후 11시 35분. 내가 같이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래. 그럼 오늘의 용건은 이걸로 끝?”


고개를 끄덕이며 배달 어플을 키는 성일.


“형님, 귀한 검도 받았는데 오늘 식사는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오, 왠일이야?”

“대신, 술 한 번만 더 사주십쇼. 지난번에 먹은 그 야마자카 55년이 또 먹고 싶습니다.”


그럼 그렇지.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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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삼척 레이드 (1) 24.09.10 47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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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채권 인수 24.09.05 579 12 12쪽
17 17. 새로운 주민 24.09.04 582 11 12쪽
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590 13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583 12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614 13 12쪽
13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645 13 12쪽
12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663 14 12쪽
11 11. 떡락 24.08.29 673 13 12쪽
10 10. 20톤 배달이요! 24.08.28 692 13 12쪽
»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703 15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729 13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752 14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784 16 12쪽
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821 14 12쪽
4 04. 거래소 24.08.22 842 17 12쪽
3 03. 으리으리한 협회 24.08.21 882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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