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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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작품등록일 :
2024.08.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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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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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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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입이 가벼운 브로커

DUMMY

탁! 탁! 탁!


다급한 뜀박질 소리가 컨테이너 사이로 울려 퍼진다. 구두를 신은 탓에, 더욱 커지는 발소리. 체력이 다한 웨이드 박은 구석진 컨테이너 사이로 몸을 숨겼다. 도무지 진정되지 않는 숨소리가 적막을 방해한다.


“어디로 갔어?! 빨리 찾아내!”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중국어. 한국의 항구에서 괴한에게 쫓기던 웨이드 박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어두운 탓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주변.


‘젠장,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 이제 배만 타면 끝이었는데!’


뒤늦은 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그를 잡기 위해 수십에 달하는 괴한들이 항구에 깔린 상황. 당장 중요한 것은 이곳에서 살아서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빠아앙-!


가까운 곳에서 울리는 트럭의 경적 소리. 한국의 항구였기에, 경찰이 있는 곳까지만 가면 당장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있는 상황. 그러기 위해선, 항구를 빠져나가는 트럭에 몰래 숨어들어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고개를 빼꼼 내밀자, 한 블록 앞의 컨테이너에 케이블이 연결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 컨테이터에 들어가면 된다...!’


짧은 결심과 함께 발을 내딛은 순간,


깡-!


웨이드 박의 머리를 후려치는 무언가. 웨이드 박은 이내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눈을 떠보니, 그가 있는 곳은 어두운 조명이 깜빡거리는 창고로 보이는 건물. 팔다리는 의자에 단단히 묶여 움직일 수조차 없다.


터벅! 터벅!


그런 그를 향해 다가오는 몇 명의 사내들. 그들은 중국어로 무언가를 묻기 시작했다.


“아다만트 원석의 판매자. 그자의 신원을 불어라.”


오랫동안 브로커 일을 하면서 얻은 것이라고는, 유연한 처세술과 다국어뿐. 웨이드 박은 떨리는 목소리로 생존을 위한 대답을 시작했다.


“말한 다음에는? 날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어야지.”


어둠 속에서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소리의 주인은 어둠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왜 다들 쥐뿔도 없으면서 그렇게 허세를 부리는 걸까? 정말 우리가 너희 브로커들의 더러운 술수를 모를 거라 생각한 거야?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은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대면서?”

“잠깐, 우리 나라라니, 설마 중국에서...?”

“정답! 정확히는 정보부에서 왔지. 이제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뱉어낼 차례.”

“지금까지 눈감아줘 놓고, 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 우리가 세금으로도...!”


천천히 웨이드에게 다가온 사내는 단검 하나를 웨이드의 목에 가져갔다. 웨이드의 몸을 타고 흐르는 공포감.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웨이드 박의 머릿속을 뒤덮었다.


“알았어! 알았다고! 그래, 사용료! 사용료로 정보를 넘겨주면 되잖아!”

“일단 씨부려봐. 정보의 가치는 들은 다음에 결정하도록 하지.”


큰 한숨을 내쉬는 웨이드 박. 그는 이내에 입을 열었다.


“한국. 한국 헌터가 의뢰한 일이야. 아다만트 원석 20톤을 시장에 풀어서 시세를 박살내라고 했어. 수익금의 20프로가 내 몫이었고. 날 무사히 풀어만 준다면, 그 20프로 전부 줄게!”

“그 헌터의 이름은?”

“최성일! 최성일이랑 하태우! 원래는 알고 있으면 안 되는 정보인데, 안전장치로 알아 놓았던 거야! 이제 됐지?”


검을 거두는 사내. 웨이드 박은 안심이라도 한 듯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쯧, 내가 이래서 브로커들을 싫어한다니까? 보안이 생명인 일에, 이렇게 쉽게 입을 열어서야 믿을 수나 있겠어?”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웨이드 박을 내려다보는 사내.


“싱거웠지만, 필요한 정보는 얻었다. 이 브로커는 조용히 처리해. 아무도 못 찾게.”

“자,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약속이랑 다르잖아!”

“그러게, 처음부터 패를 다 까면 안 되지. 그러면 레이스를 할 수가 없잖아?”


멀어지는 사내의 등과 함께, 주변을 지키던 괴한들이 웨이드를 향해 다가왔다.


“잠깐! 잠깐만! 그래, 돈! 전부 다 줄게! 씨발, 내 말 좀 들어봐!”


괴한들은 웨이드 박의 절망 섞인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 도구를 꺼냈다. 웨이드의 머릿속에 드는, 이젠 꼼짝없이 죽었다는 생각.


쾅-!


갑작스레 창고의 천장과 문이 폭발과 함께 열렸다. 그리곤 들어오는 밝은 조명과 요원들. 다짜고짜 쳐들어온 그들은 곧장 눈앞에 보이는 중국인 괴한들을 하나둘씩 처치해나갔다.


기습에 놀란 사내는, 빠르게 자신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이런, 썅! 본부에 연결해! 빨리!”

“위성 전화 연결되었습니다!”


웨이드에게 칼을 들이댔던 사내는, 위성 전화를 건네받고는 소리쳤다.


“최성일과 하태우! 최성일과 하태...”


탕-!


총성과 함께 쓰러지는 사내. 그의 머리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총을 쏜 요원은 사내가 들고 있던 위성 전화를 집어 들었다.


[signal lost]


이미 끊겨있는 신호. 추적해도 어떤 정보도 나오지 않을 것이 뻔한 전화기였다.


상황이 순식간에 정리되자, 위성 전화를 들고 있던 요원은 얼굴을 가리고 있던 헬멧을 벗었다. 그러자 드러나는 서양인의 얼굴.


“웨이드 박, 아다만트 원석 덤핑 사건의 범인. 맞습니까?”


웨이드의 귀로 들려오는 미국식 영어. 웨이드는 그것을 듣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네, 그게 바로 접니다.”

“마이클 하퍼라고 합니다. 우선, CIA로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


“진짜? 중국 헌터들이 삼국지를 모른다고?”

“그러니까! 그래서 이번 기회에 책 좀 가져다 놓으려고. 최소한의 오락거리는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손에 쥔 커피를 들이키는 성일. 커피의 수위가 낮아지며, 얼음이 짤그닥거린다.


“그러니까, 넌 지금 아공간으로 도시건설을 하고 있다는 거네? 주민도 100명은 넘고?”

“다민족 마을이지. 자원이 넘쳐나는 풍요의 땅 아니겠냐?”

“진짜 부럽네! 심지어 시스템상 니 소유물이라며? 나중에는 소환수로 부릴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설마. 나도 그랬으면 좋겠네.”


마침 울리는 진동벨. 기다리던 음료가 뒤늦게 준비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카운터에서 음료를 받아들고는 다시 자리로 되돌아오자, 성일은 카운터를 가리켰다.


“이번에도 공간 도약으로 다녀오지 그랬냐? 우리 집 왔을 때처럼?”

“뭘 하고 계셨길래 그렇게 화가 나셨어?”


테이블 위로 음료를 내려놓으며, 유리로 된 문을 닫았다.


“아무튼, 그래서 협회 직속으로 들어가겠다고?”

“생각 중이라는 거지. 지켜야 할 약속도 있고. 이대로 중국가면, 협회에서 난리를 피울 게 뻔하잖아.”

“그치. 그렇게 망명해버린 헌터가 한둘이 아니니까.”


잠시 생각을 하던 성일은, 이내에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까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이번에 보니까, 협회는 별로 썩은 것 같지도 않고. 외국으로 다녀와야 할 일도 있으니까, 여러 가지로 도움도 받을 수 있고. 사실 돈만 충분하면 기업보다는 협회 직속이 낫지.”

“대신 조건을 좀 잘 받아내야지. 지난번에는 집도 주고 세금도 깎아준다고 하더만.”

“진짜? 그럼 나쁘지 않네! 이참에 우리 춘봉이 유명세 좀 타나?”

“누구 덕분에. 이젠 등록명 바꾸지도 못하게 생겼어!”


#


부우웅-!


핸드폰의 진동이 테이블을 울린다. 협회장은 울려대는 핸드폰을 들어 올리고는, 발신자를 확인했다.


[춘봉이]


이미 연락처에 저장되어 있는 번호. 협회장이 최근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곽춘봉 헌터였다. 박정환 협회장은 곧장 수신 버튼을 누르고는, 귀 옆으로 핸드폰을 가져갔다.


“춘봉... 아니, 곽춘봉 헌터님! 지난번에 부탁하신 일은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연락을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아, 잘됐네요. 혹시 지난번에 제안하신 협회 직속 헌터, 아직 유효합니까?”


입꼬리가 씰룩 올라가는 박정환 협회장.


“그럼요! 조건도 원하시는 대로 전부 맞춰드릴 수 있습니다!”

“전화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좀 그런 것 같고, 직접 찾아 뵙고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언제 시간 괜찮으세요?”

“아유, 곽춘봉 헌터님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지금 당장도 가능합니다!”


조금 흥분한 것인지, 박정환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럼, 한 시간 후에 협회장실로 찾아뵙겠습니다.”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끊어진 전화. 박정환 협회장은 곧장 수행원을 호출했다. 문 앞에서 대기라도 했다는 듯이, 순식간에 문을 열고 나타나는 수행원.


“네, 협회장님. 부르셨습니까?”

“좋은 소식이야! 곽춘봉 헌터가 협회 직속 헌터가 될 수도 있겠어!”

“정말입니까? 그토록 고대하시더니, 축하드립니다.”

“한 시간 뒤에 찾아온다니까, 당장 가서 춘봉이가 혹할만한 조건을 좀 정리해주게! 간식거리도 좀 준비해주고!”


고개를 끄덕이고, 서둘러 달려 나가는 수행원. 박정환 협회장은 서랍에 고이 모셔두었던 노트 한 권을 꺼냈다.


‘그동안 다른 나라의 문화를 입힌 상징적인 헌터들을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일본의 사무라이 헌터부터 미국의 카우보이 헌터까지! 우리나라도 마침내 상징적인 헌터를 가질 수 있겠어!’


노트를 펼치자 나타나는 곽춘봉 헌터의 스케치. 이미 스케치 속에는 곽춘봉 헌터의 캐릭터가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


중국 베이징의 비밀정보국.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이 조직은 오직 중국의 당에만 충성하며, 정권 유지를 위한 온갖 더러운 일들을 도맡아 수행해왔다.


“방금 막 ‘시안 3호’에게서 연결이 끊어졌습니다. 심박수가 멈춘 것으로 보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위성 전화 내용은?”

“녹음되었습니다. 신호가 끊기기 전, 두 이름을 말했습니다. ‘최성일’과 ‘하태우’였습니다. 이름으로 보아 한국인으로 추정됩니다.”

“알겠네. 보고 올리겠네.”


곧장 국장실을 향하는 해외정보조 조장. 국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정보국의 국장이 시가를 태우며 다른 작전의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보고합니다. ‘시안 3호’는 사망했으며, 아다만트 원석 소유자는 두 명으로 추정됩니다.”

“이름과 국적은?”

“최성일과 하태우이며, 한국의 각성자로 추정됩니다. 우선, 이 단서를 기반으로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겠습니다.”

“그래. 계속 수고하게.”


보고를 마친 조장은, 힘찬 경례와 함께 국장실을 나갔다. 중국정보국의 국장 리우베이. 그는 해외정보조의 조장이 전달하고 간 보고서를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


보고서에 담긴 것은 아다만트 시세 폭락 사태와 범인 색출에 관한 것이었다.


“그래, 아다만트 원석 20톤을 덤핑한 헌터라. 자원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모양이야. 놈을 잡아 오기만 하면, 중국에 특수 자원이 부족해지는 일은 없겠어.”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리우베이. 그는 한쪽 벽에 붙은 세계지도에 다가갔다. 그리곤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한국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작가의말

드디어 주말입니다. 행복하고 평안한 휴일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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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삼척 레이드 (2) 24.09.11 460 7 12쪽
23 23. 삼척 레이드 (1) 24.09.10 476 10 12쪽
22 22. 농경 사회로의 진입 24.09.09 492 9 12쪽
21 21. 계약 24.09.08 510 10 12쪽
» 20. 입이 가벼운 브로커 24.09.07 524 9 12쪽
19 19. 아공간의 사탑 +1 24.09.06 549 12 12쪽
18 18. 채권 인수 24.09.05 579 12 12쪽
17 17. 새로운 주민 24.09.04 582 11 12쪽
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590 13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583 12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614 13 12쪽
13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645 13 12쪽
12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663 14 12쪽
11 11. 떡락 24.08.29 673 13 12쪽
10 10. 20톤 배달이요! 24.08.28 692 13 12쪽
9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702 15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729 13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752 14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784 16 12쪽
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821 14 12쪽
4 04. 거래소 24.08.22 842 17 12쪽
3 03. 으리으리한 협회 24.08.21 882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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