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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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작품등록일 :
2024.08.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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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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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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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0톤 배달이요!

DUMMY

서울의 한 호텔 객실. 한 남자가 노트북을 분주히 두들긴다. 그의 이름은 웨이드 박. 그의 공식적인 신분은 투자 회사를 운영하는 CEO였지만, 본업은 브로커.


전문 분야는 돈세탁, 밀수, 밀항, 불법 거래까지. 그는 돈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했다.


하지만 어느 지하세계나 그렇듯, 일거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었다고 한들, 현상금만 올라갈 뿐. 오히려 유명세 덕분에 고객들은 그에게 일을 맡기기를 꺼려했다.


그런 그에게 꽤나 큰 건이 떨어진 것. 그것도 한 건이 아닌 두 건씩이나. 하나는 아다만트 원석 100kg을 빼돌려, 3일 동안 선물 거래로 차액을 만들고, 깨끗하게 세탁해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


다른 하나는 아다만트 원석 20톤을 덤핑해 일주일 동안 가격을 바닥으로 내리꽂는 것.


재밌는 것은, 두 일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뭐, 사장님이 까라면 까야지. 수수료를 무려 20%나 주신다는데.


두 일이 동시에 진행되어도 큰 문제는 없었다. 일이 틀어져 문제를 삼는다고 한들, 이런 불법 거래를 누구에게 하소연하겠는가.


명성에 금이 가도 상관없다. 이번 일만 마치면, 막대한 수수료를 들고 하와이로 넘어가 평상을 호의호식할 생각이니까.


띠링-!


분주하게 두들기던 노트북에서 메일 알림이 울렸다. 발신자는 20톤을 덤핑해달라는 의뢰인.


-내일 오후 11시 35분. 경기도 파주의 공사장. 확인했습니다.


띠링-!


다시 울리는 메일 알림. 이번엔 100kg으로 차액을 만들어달라던 의뢰인이다.


-내일 오후 7시. 자원유통사업단 서울지점 2번 VIP 라운지. 본 계약대로 거래권의 소유자는 반드시 본인일 것. 수수료는 현금 확인 후 지급.


“젠장, 더럽게 까다롭네. 뭐, 어차피 피눈물 흘릴 텐데 원하는 대로 해드리지.”


#


오후 1시. 약속대로 초인종이 울린다. 문을 여니, 협회에 다녀온 성일이 서 있다. 정확히는, 자원유통사업단에 다녀온 것.


문을 닫자, 성일은 곧장 입을 열었다.


“100kg 팔았다! 역시나 즉시 지급은 어렵다고, 3일 후에 지급해주겠대.”

“지급 보증은 받아왔지?”

“당연하지! 자!”


성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종이 한 장. 곱게 접힌 종이를 펴보니, 역시나 지급 보증의 내용이 담긴 문서였다. 사업단 단장의 이름까지 적혀있으니, 이제 지급이 어렵다는 둥의 헛소리는 못 하겠지.


천천히 서류를 읽어보니, 보증된 지급금은 2조. 남은 지급 기한은 앞으로 72시간.


“자, 이제 20톤 팔러 가야지? 근데, 20톤을 어떻게 옮길 거야? 방금 100kg 담아보니까 인벤토리가 가득 차던데.”

“에이, 가서 꺼내야지. 아공간은 어디서든 들어갈 수 있으니까.”

“그럼 미리 가서 노가다로 꺼내놔야 하는 거 아니야? 스킬 노출되면 곤란하다며?”

“그치? 20톤이니까, 대충 200번 정도만 왕복하면 되겠네.”


적잖이 당황한 표정의 성일.


“할 수 있겠어...?”

“못할 것도 없잖아?”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현이 지금 성일의 표정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200번 왕복이 쉽지 않다는 것은 나도 잘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100kg을 직접 드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인벤토리에 넣고 빼면 되는 일이니까.


고개를 갸웃거리는 성일을 뒤로 배달 어플을 켰다. 오늘도 아공간 주민들을 먹여 살려야 했으니까. 가장 먼저 보인 메뉴는 양식. 오랜 세월을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돈까스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는 진리쯤은 터득한 지 오래.


곧장 돈까스 15인분을 시키며 성일에게 물었다.


“너도 돈까스 먹을 거지?”

“시켜주면 먹지. 이번에도 많이 시키게?”

“주민들도 먹여야지. 아! 아공간에 같이 들어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성일은 고개를 저었다.


“당장은 싫지. 원석 옮기는 노가다를 같이 해야 하잖아.”

“쳇. 이래서 눈치 빠른 놈들이란.”


터치와 함께 끝난 결제. 출금된 금액은 32만원. 각성하기 전이었다면 기겁을 했을 테지만, 지금의 나는 충분한 자금이 있으니까.


역시나 배달은 신속했다. 거대한 봉투 속에는 돈까스가 든 플라스틱 도시락통 15개가 쌓여있었다. 곧장 돈까스 두 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리고는 ‘아공간 탈주’.


이젠 음식을 전달하는 것이 성일의 눈에도 꽤나 익숙해진 모양인지, 심드렁한 표정으로 게이트를 향해 사라지는 나를 바라본다.


역시나 눈앞으로 나타나는 웅장한 건물. 어제저녁, 주민 회의를 통해 음식은 이곳을 통해 전달하기로 했더랬지. 넓은 테이블에 묵직한 봉투를 올리고 벨을 누르자, 곧장 레이첼이 달려왔다.


“태우! 항상 고생이 많아! 여전히 바빠?”

“오늘까지는. 이건 일본 음식인데,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

“타카시가 그랬는데, 튀기면 신발도 맛있대! 잘 먹을게!”


묵직한 봉투를 가볍게 들어 올리는 레이첼. 그녀를 향해 흔들며 다시 ‘아공간 탈출’. 좀 더 마을에 머물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집에는 나를 기다리는 식객이 있었으니까.


집으로 돌아오니, 테이블에는 이미 음식이 수저와 함께 준비되어 있었다. 성일은 장하게도,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 모양이었다.


“이젠 잘 기다리네? 성장한 거야?”

“내가 늬집 개냐? 이젠 멍멍 짖어줘?”

“지난번에 말한 우리 마을 장인이 이번에는 새로운 무기를 만들었던데...”

“헥헥헥! 멍! 멍!”


그리고 이어지는 웃음소리. 개그 코드가 맞는 친구는 얼마나 귀한 존재던가. 돈까스 그릇은 웃음소리와 함께 빠르게 비워졌다.


식사가 마무리될 무렵, 수저를 내리고 입을 닦던 성일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태우야, 니 마을 주민들 전부 실종된 헌터라고 했지? 살아있다고 편지 정도는 전해줄 수 있지 않나? 요즘 국제우편 금방 가던데?”

“오, 좋은 생각인데? 왠일이야, 생각이라는 것도 다 하고?”

“생각할 줄 아는 A등급 전투 헌터가 얼마나 귀한데. 너 친구 잘 둔 줄이나 알아. 근데, 애초에 블랙홀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거야?”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다들 등급이 높으니까 능력 덕에 살았겠구나 싶어. 바로 종이랑 펜 가져다줘야겠다.”

“5시까지는 와라. 노가다 미리 해놔야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아공간을 향했다.


다시 돌아온 흰 건물. 한 시간이면 식사도 끝났을 무렵이니, 나는 곧장 벨을 눌러 주민들을 불러 모았다. 10명 남짓한 인원이지만, 마을을 만들어내느라 나름 바쁜 모양이었다.


마지막으로 레이첼까지 모이자, 나는 가져온 종이와 펜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여러분! 제가 여러분의 소식을 국제우편으로 여러분의 가족들에게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순식간에 술렁거리는 주민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고 이제 막 3일이 지났지만, 아공간의 밖에는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상태였으니까.


“당장 여러분을 아공간 밖으로 꺼내드릴 수가 없으니 소식이라도 대신 전해드리겠습니다! 종이에는 편지와 주소를 적어주세요!”


말을 마치자, 주민들은 순식간에 종이들을 한 뭉치씩 챙겼다.


“아, 그리고 가능하면 제 정보는 적지 말아주십쇼! 제 정보가 누출되면, 여러분께 식량을 공급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단체로 고개를 끄덕이는 주민들.


“그럼, 저녁에 가지러 오겠습니다!”


편지지를 전달했으니, 이제 남은 일은 아다만트 원석을 파는 일. 아공간을 빠져나오자, 성일은 기다렸다는 듯이 무기를 꺼내들었다.


“무기는 왜...?”

“음지에서 활동하는 놈들은 쉽게 믿으면 안 돼. 아다만트 원석을 20톤씩이나 가진 몸이니 조심해야지.”


#


자동차가 거친 흙길 위에서 흔들린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한 길이지만, 어딘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7시. 이미 해는 저물어 하늘은 검게 물들어 있었다.


끼이익-!


험한 흙길 때문인지, 이미 성일의 자동차는 누런 흙먼지가 가득했다. 시동이 꺼진 자동차에서 성일이 내리자, 곧장 나를 보며 내뱉는 한 마디.


“자, 200번만 왔다 갔다 하면 된다! 파이팅!”

“어디에 놓게?”


나의 물음에 성일은 텅 빈 공터를 가리켰다.


“일단 여기에 쌓아놓으면, 알아서 가져가지 않을까? 오늘 따로 받을 것도 없고.”

“그렇긴 하네. 덤프트럭 오면 알려줘.”

“아직 4시간 30분 남았어. 시간 많아.”


성일의 입가에 피어오르는 묘한 미소. 아무래도 자신은 노가다에서 빠졌다는 사실이 꽤나 즐거운 모양이었다.


“아공간 탈주!”


순식간에 나타나는 게이트와 함께 흐려지는 성일의 모습. 이젠 완전히 적응이 된 모양인지, 더 이상 차원 이동에 대한 멀미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드르륵-!


자원 창고를 여니, 아침보다 늘어난 아다만트 원석의 양. 얼핏 봐도 수십 톤은 우습게 넘어 보였다.


곧장 묵직해 보이는 원석을 잡고는 인벤토리에 넣자, 열린 창고 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우님, 언제 오셨습니까? 뭐 필요하신 거라도?”


고개를 돌리니 나타난 것은, 채굴을 담당했던 헌터 칭원. 그는 광산에서나 볼 법한 카트를 끌고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지금까지 채굴을 하고 있었어요?”

“당장은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이것뿐이니까요. 이거라도 해야 마음이 편합니다. 혹시, 아다만트 원석을 가지러 오신 겁니까?”

“네. 20톤을 가져가야 하는데, 생각해보니까 20톤을 잴 수 있는 저울이 없네요.”

“그런 것이라면 제가 도와드리지요. 채굴 스킬을 쓰면, 눈앞에 있는 자원의 무게가 나옵니다. 저 구석으로 20톤을 옮겨 놓을 테니, 옮겨진 것을 가져가십시오.”


말을 마치며 곧바로 움직이는 칭원. 그는 거대한 돌덩이들을 번쩍 들어 올려 옮기기 시작했다.


“아, 가능하면 100kg 언저리 되는 원석 위주로 옮겨주세요! 인벤토리에 100kg이 넘는 것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칭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돌덩이들을 옮겼다. 덕분에 내가 할 일은 인벤토리에 넣고, 아공간을 들락거리는 것.


그렇게 9할 정도를 옮겼을 무렵, 시원한 물병을 건넨 성일이 물었다.


“20톤 제대로 세고 있는 거지?”

“당연하지. 주민 중 한 명이 스킬로 20톤 맞춰줬어.”

“엥? 인벤토리 채우면 100kg 아냐? 그냥 가득 채우고 200번 옮기면 끝이잖아.”


웃음을 참으며 뒤늦게 아이디어를 뱉는 성일. 지금 깨달았다는 표정을 짓는다는 것은, 나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얌마! 1g에 얼만데! 정확하게 측정해야지! 한 치의 오차도 없게!”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


“알았어. 네가 최고야.”


왠지 모르게 밀려오는 진 것만 같은 기분.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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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삼척 레이드 (4) 24.09.12 406 8 12쪽
25 25. 삼척 레이드 (3) 24.09.12 423 9 12쪽
24 24. 삼척 레이드 (2) 24.09.11 460 7 12쪽
23 23. 삼척 레이드 (1) 24.09.10 476 10 12쪽
22 22. 농경 사회로의 진입 24.09.09 492 9 12쪽
21 21. 계약 24.09.08 510 10 12쪽
20 20. 입이 가벼운 브로커 24.09.07 524 9 12쪽
19 19. 아공간의 사탑 +1 24.09.06 548 12 12쪽
18 18. 채권 인수 24.09.05 579 12 12쪽
17 17. 새로운 주민 24.09.04 582 11 12쪽
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589 13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581 12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613 13 12쪽
13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643 13 12쪽
12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663 14 12쪽
11 11. 떡락 24.08.29 672 13 12쪽
» 10. 20톤 배달이요! 24.08.28 691 13 12쪽
9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702 15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729 13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751 14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783 16 12쪽
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820 14 12쪽
4 04. 거래소 24.08.22 841 17 12쪽
3 03. 으리으리한 협회 24.08.21 881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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