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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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작품등록일 :
2024.08.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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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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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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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계약

DUMMY

군용 수송기를 타고 이동한 덕분에 하루도 걸리지 않아 미국 본토에 도달했다. CIA가 웨이드를 곧바로 데려간 곳은 심문실.


“그래서 그렇게 된 겁니다.”


웨이드의 말을 정리하던 수사관은 이마를 짚었다.


“그러니까, 20톤에 달하는 아다만트 원석을 넘겨준 게 한국의 헌터다? 그리고 너는 이걸 먹고 도망치려고 했고?”

“제 수수료만 받으려고 한 겁니다. 저 큰돈을 한 번에 삼켰다가는 탈 납니다.”

“이미 중국 요원들에게는 그 헌터의 신상을 불었고?”

“...”


어두운 심문실에 들어온 웨이드는, 수사관이 자신의 앞에 앉자마자 자신이 가진 모든 정보를 내놓았다. 덕분에 수사관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지. 너처럼 입이 가벼운 브로커는 나도 처음 봐. 이미 중국에 정보를 넘긴 다음이라지만, 이렇게까지 고객 정보를 함부로 막 뱉어도 되는 거야?”

“수사에 이렇게 잘 협조했으니 신상 보호와 정상 참작 정도만 부탁드립니다.”

“이야기는 해보지.”


서류를 덮으며 심문실을 빠져나오는 수사관. 그는 곧장 각성자관리부서의 팀장에게 찾아가 웨이드가 제공한 정보를 보고했다. 그리곤 빠르게 확보되는 최성일과 하태우에 대한 신상 정보.


CIA는 이미 각국 헌터들의 정보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동맹국 혹은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국가들의 정보는 이미 대부분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이 되어있는 수준. 데이터 베이스에 두 사람의 이름을 넣자, 곧장 나타나는 등록 정보.


각성자관리부서의 팀장은 모니터에 나타나는 두 헌터의 정보를 보며 말했다.


“아다만트 원석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 큰 가치의 자산이 될 수도 있겠어. 중국이 두 사람의 정보를 확보했다면, 그들을 데려올 계획도 이미 세우고 있겠지.”

“중국이라면 극단적인 방법을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가령 납치라던가 말이야. 우리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우리도 저 두 사람에 대한 전향 계획을 수립하게. 중국보다 빠르게.”

“알겠습니다.”



#


일반적으로 협상이란, 자신에게 유리한 조항을 서로 들고나와 조율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내 앞에 놓인 계약서는, 전적으로 나에게 유리한 조건들만 가득하다.


“이게 협회에서 제안하는 조건이라고요? 다른 헌터들에게도 이 정도의 조건을 제안합니까?”

“그럴 리가요. 지난 던전 브레이크에 대한 보상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웃으며 대답하는 협회장. 일이 너무 잘 풀리면, 반드시 함정이 아닌지 의심을 해보라고 했다. 몇 번이고 다시 계약서를 읽었지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함정.


“의심이 많은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요. 어딘가 찜찜한 듯한 그 마음, 누구보다 잘 이해합니다.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 천천히 읽어보시고, 더 필요한 조항이 있거든 말씀만 해주십시오.”


박정환 협회장은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테이블 위에 얹어진 차를 입에 가져갔다.


계약서의 내용은 이러했다. 대기업 소속 길드 수준의 연봉과 연금을 보장하며, 집과 차, 그리고 경호까지 제공해준다는 것. 이러한 모든 조항의 대가는 오직 하나. 협회 직속 헌터로서 공개적인 활동을 해줄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를 협회의 간판 헌터로 쓰겠다는 말. 익명성이야 보장을 해주겠다마는, 곽춘봉 헌터의 활약 모습을 협회 차원에서 찍어 올려, 아예 대대적으로 홍보하겠다는 것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헌터가 되시는 겁니다!”


협회장이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뱉어낸 말이었다. 이미 김지환 헌터가 있지 않느냐고 물어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시큰둥한 한 마디.


“그 친구는 죽어도 한복을 안 입겠대요. 불편하다나 뭐라나.”


아직 박정환 협회장이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파악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확실한 한 가지. 그것은 이 사람이 한국의 전통적인 멋을 상당히 갈망하고 있다는 것. 이걸 어떻게 알았냐고?


협회장실로 찾아가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걸어서 들어가는 것이 조금 귀찮았던 나는 협회장실을 향해 ‘공간 도약’을 써버렸다. 어차피 협회로 들어간다면 밝혀질 스킬이었으니까.


그렇게 공간 도약으로 도착한 곳은 협회장의 등 뒤. 역시나 헌터 출신의 협회장은 나의 깜짝 등장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갑다는 인사와 함께 스킬에 대한 정보를 조금 물을 뿐.


오히려 놀란 쪽은 나였다. 협회장의 책상 위에 널려있는 수십 장의 스케치를 봐버렸으니까. 그것들은 전부 내가 입었던 구군복에 관한 것이었다. 심지어는 아직 근접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 것인지, 검의 디자인까지 직접 그리고 있었다.


‘나한테 그렇게까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이유가 있었군. 사심이 있었어.’


“자! 혹시 마음에 들지 않거나, 추가되었으면 하는 조건이 있으십니까?”


읽던 계약서를 내려놓자, 협회장은 기대가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딱히 불만이 있는 부분도 없었으니, 나는 곧장 펜을 집어 들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계약하죠. 대신, 경호에는 신경을 조금 써주세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계약서에 이름 석 자를 박아넣자, 협회장은 계약서를 두꺼운 파일철에 넣어버렸다.


“한국 각성자관리협회에 정식으로 들어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직급상으로 제가 상사긴 하지만, 어려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면, 언제든 제게 직접 말씀해주셔도 됩니다!”


본격적인 상사가 되었는데도, 존대를 멈추지 않는 협회장. 물론 상호존중은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요소였지만, 오랜 회사 생활을 겪으며 이를 잊고 산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기분이 들었다.


“그럼 끝인가요?”

“계약은 끝났습니다. 이사하실 집은 일주일 안으로 마련이 될 겁니다. 그럼, 이제 가장 중요한 안건이 남았습니다.”


슬슬 입꼬리를 올리는 박정환 협회장.


“뭐죠?”

“곽춘봉 헌터의 장비에 관한 것이죠!”


대답과 함께 협회장은 몸을 벌떡 일으키며, 고이 보관해둔 듯한 여러 장의 종이를 가져왔다. 못해도 30장은 되어 보이는 스케치.


“무기의 외형이 헌터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춘봉 헌터님은 다르지 않겠습니까! 한국적인 멋을 부린 강력한 헌터! 따라서 우리 춘봉 헌터에게는 성능만큼이나 디자인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곤 테이블에 올라오는 스케치 한 장. 종이에 그려진 것은 사극에서나 보이던 검이었다. 그것도 꽤나 화려한 장식이 들어간 검.


“이건 조선의 환도입니다! 이미 활은 가지고 계시고, 구군복과 탈까지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 물론 비용은 전부 협회에서 지원하겠습니다.”


종이를 들어 올려 스케치를 자세히 살펴보니, 꽤나 그럴듯한 모양새였다.


“디자인은 마음에 좀 드십니까?”

“괜찮네요. 마침 근접 무기도 하나 필요하던 참이었으니까요.”

“그럼 당장 조병창에 주문을...”


일사천리로 진행되자, 문득 떠오른 타카시. 아다만트 구군복과 활을 만든 장본인이니 디자인만 넘겨주면 훨씬 나은 물건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잠시만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이런 장비를 잘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워낙에 한국적인 미를 좋아하는 친구라서, 제 구군복과 활도 그 친구의 작품입니다.”

“어디서 그런 장비를 구했는지 궁금했는데, 주변에 그런 대단한 친구를 두고 계셨군요.”

“네. 그 친구의 솜씨가 워낙에 좋아서, 디자인만 주신다면 그 친구에게 다시 맡겨볼까 합니다.”


협회장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스케치 몇 장을 건넸다.


“몇 발의 화살을 회수해보니, 순수 아다만트로 만들어져있더군요. 아무래도 그 친구분의 작품이겠지요. 기대 하겠습니다.”


용건이 모두 끝났다는 듯 테이블에 어질러진 서류를 정리하는 협회장.


“아, 그리고 도움을 받고 싶은 것이 하나가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편히 말씀하시면 됩니다.”

“중국에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의 말을 듣자, 서류를 정리하던 협회장의 손이 멈췄다. 그리곤 조금 굳은 표정을 지었다.


“중국... 말씀이십니까? 아시다시피 헌터의 출국은 민감한 사항입니다. 그것이 중국이라면 더더욱 심한 편인데, 혹시 가고자 하는 이유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역시나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이미 많은 헌터가 다른 나라의 조건에 혹해 다른 나라로 전향을 했으니까.


이유를 사실대로 이야기하려면, 나의 능력과 아공간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야 한다. 협회장이 신뢰하지 못할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을 온전히 믿을 수도 없는 노릇.


“중국 친구에게 전해야 할 소식이 하나 있는데, 편지가 반송이 되었습니다. 워낙에 중요한 소식인지라 직접 찾아가서 전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요.”

“여기로 오실 때 썼던 공간 도약으로는 불가능하던가요?”

“아쉽게도, 공간 도약은 직접 가본 곳으로만 이동이 가능합니다.”


다시 생각에 잠긴 박정환 협회장. 그는 어떻게든 도울 방법을 생각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으로 보내지 않을 방법을 생각해내는 듯 보였다.


“출국이야 협회에서 승인한다고 쳐도, 중국 안에서 각성자임이 들통나면 상당히 곤란해질 겁니다. 타국적의 헌터가 입국하는 것은 귀향이 아니라면 정보수집이 목적이니까요.”

“여행...으로는 받아들여지기 힘들겠죠?”

“아무래도요. 우선, 가능한 방법을 최대한 찾아보겠습니다. 이것 말고도 도울 일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십시오.”


#


“한국의 게이트 발생 빈도는 평균적으로 30일 내지 40일 사이입니다. 던전 브레이크가 최근에 발생했으니, 앞으로의 여유 기한은 20일로 설정했습니다. 그 안에 정예 요원을 파견할 예정입니다.”

“납치 포인트는?”

“한국에서 유포된 동영상을 살펴보니, 두 헌터는 상당히 화려한 장비를 사용했습니다. 대중의 인기와 호감도를 위한 것으로 생각되며, 다음 게이트가 발생하면 이를 위해 다시 참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이트 안에서 납치를 하겠다? 데려오는 건 어떡하려고?”


펄럭-!


정보국 국장 리우베이가 문서를 넘기자 나타나는 헌터의 신상 정보.


“타이룽?”

“예. 납치와 암살에 특화된 각성자로, 고유 기술로는 아공간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공간? 인벤토리와 다른 것인가?”

“비슷합니다만, 아공간에 살아있는 생물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파견 준비를 마치고,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리우베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손에 들고 있던 문서를 내려놓았다.


“좋아. 하지만 미국도 두 각성자에 대한 정보를 확보했을테니, 항상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염두해두게. 놈들을 납치해서 자원을 뽑아내면, 마침내 우리 중국이 미국을 앞지를 수 있어!”


작가의말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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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삼척 레이드 (2) 24.09.11 460 7 12쪽
23 23. 삼척 레이드 (1) 24.09.10 476 10 12쪽
22 22. 농경 사회로의 진입 24.09.09 491 9 12쪽
» 21. 계약 24.09.08 510 10 12쪽
20 20. 입이 가벼운 브로커 24.09.07 524 9 12쪽
19 19. 아공간의 사탑 +1 24.09.06 548 12 12쪽
18 18. 채권 인수 24.09.05 579 12 12쪽
17 17. 새로운 주민 24.09.04 581 11 12쪽
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589 13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581 12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612 13 12쪽
13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643 13 12쪽
12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661 14 12쪽
11 11. 떡락 24.08.29 671 13 12쪽
10 10. 20톤 배달이요! 24.08.28 689 13 12쪽
9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701 15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728 13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751 14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782 16 12쪽
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820 14 12쪽
4 04. 거래소 24.08.22 841 17 12쪽
3 03. 으리으리한 협회 24.08.21 881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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