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룡의 강호평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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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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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공
작품등록일 :
2024.08.2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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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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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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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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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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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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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1화 두 소년

DUMMY

칠흑같이 캄캄한 밤


“저 강 이름이 무엇입니까?”

“압록강.”

“강을 건너면 어떤 자들이 있습니까?”

“비적들.”

“무엇을 하는 자들입니까?”

“남의 것을 빼앗고 죽이는 악한 자들.”

“도련님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몰라.”


“아주 잘 하셨습니다. 곧 배가 도착할 터이니 타고 건너가십시오. 이제부터 조선의 모든 것을 잊고 살아가십시오. 복수할 생각도 하지 마십시오. 대신 대감 마님의 충절과 북방을 떨쳐 울리던 기상은 잊지 마십시오.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여기까지 입니다.”


“고마워”

“아닙니다. 정말 잘 참으셨습니다. 그 먼 길을 오는 동안 투정 한 번 부리지 않으셨지요. 주먹밥을 잘 챙기시고 나누어서 드십시오.”


“응”


잠시 후

어둠을 뚫고 작은 배 한 척이 도착했다.


그리고 등불이 밝혀졌다.


큰 인영은 작은 인영의 손을 잡고 비탈진 곳을 천천히 내려갔다.


배 앞에서 멈추니

작은 인영이 배를 탔다.


“잘 부탁하네.”

“강은 무사히 건너 줄 터이니 걱정 말게.”

“조상님들의 혼이 도우실 겁니다. 도련님.”


배가 출발하니

작은 인영이 손을 흔들었고

큰 인영이 돌아서서 걸었다.


배는 하류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등불이 배의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작은 인영의 얼굴을 비추었다.


여섯 살 정도의 소년이었다.


소년은 떠나온 조선 땅을 바라보았고, 사공은 그런 소년을 측은한 눈길로 보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배가 멈추었다.

“다 왔으니 내려라.”

“고맙습니다.”

“날이 밝으면 강변에 나 있는 길을 따라 하류 쪽으로 내려가라. 조금만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그때는 강변 길이 아닌 위쪽 길로 가라. 반 시진 정도만 가면 제법 넓은 동팔참의 길이 나온다. 거기에서 우측으로 가야 한다. 작은 성 몇 개를 지나면 연산관이 나온다. 잘 기억해라.”


“예”


배는 곧 떠나갔다.


아주 캄캄한 밤이었고 달빛도 희미했다. 혼자 남은 소년은 더듬거리며 기어가기 시작했다.


물기가 없는 땅이 느껴지자 멈추고 앉아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자상했던 할아버지를 비롯한 부모와 형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눈물이 났지만 입술을 꼭 깨물고 작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안 울을 거야. 절대로 울지 않을 거야.”


하지만 눈물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아버님 죄송해요. 안 울고 싶은데 자꾸 눈물이 나요.”


소년은 엉엉 울기 시작했다.

은은하게 비추던 반달이 안쓰러운 듯 몸을 감추었다.


한참을 운 소년은 피곤이 몰려 와 깜박 잠이 들었다. 봄이 한창이었지만 밤이라 여전히 한기가 있었다.


그럼에도 잠이 들었다.

반달이 다시 고개를 내밀고는 그윽한 눈길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조선 땅을 마주 보고 있는 진강에서 멀지 않은 산중에 있는 마을의 한 집


삼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자가 어린 소년과 함께 있었다.


“어디로 갈 거예요?”

“광령의 모용가.”

“그곳으로 가면 초절정 고수가 될 수 있어요?”


“가주의 눈에 띠면 영약을 먹고 스물 이전에 고수가 될 수 있다. 자만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면 서른 즈음에는 될 거다.”


“중원에는 더 큰 세력이 있잖아요.”

“지나치게 크면 눈에 띄기 힘들다.”

“알았어요.”

“가주가 물으면 한 살을 낮춰라.”

“왜요?”

“어릴수록 좋아한다.”


소년이 미소 지었다.


***


이윽고 소년이 눈을 떴다.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작은 주먹밥 하나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 반만 먹고는 다시 싸서 주머니에 넣으려 하다가 다시 먹었다. 그리고는 허리 춤에 찬 작은 물 주머니를 꺼내 한 모금을 마셨다.


잠시 후에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조금 걸으니 길이 보였다.


소년은 강을 바라보며 길을 따라 하류 쪽으로 향했다. 한동안 가니 갈림길이 나와 위쪽으로 향하는 길에 들어섰다.


이윽고 넓은 길이 보였다.

다가가는데 넓은 길 쪽에서 말발굽 소리들이 들려와 재빨리 옆에 있는 산에 올라가 나무 뒤에 숨었다.


두 필의 인마가 나타나니 칼을 들고 있는 다섯이 나타나 앞을 막고는 싸우기 시작했다.


비명이 차례로 울려 퍼지며 말에 타고 있던 둘이 떨어졌다.


소년은 그들이 사라진 이후에 내려갔다. 큰 길에 내려서고는 반대 편 산자락에 올라가 길을 바라보며 이동했다.


반 시진 정도 후

갈림길이 있는 곳에서 멈추었다. 선 채로 망설이던 소년이 좌편으로 난 길에 들어섰다.


*

일각 후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삼십 대와 어린 소년이 나타났다.


계속 걸은 두 사람은 작은 성에 들어섰다. 술 냄새와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여오는 곳을 지나 반대쪽에 있는 성 문으로 향했다.


술 냄새가 풍겨오는 곳에서 셋이 나와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을 보고는 따라가기 시작했다.


조금 떨어진 전각 위

흑의를 입은 서른 전후의 사내와 칼을 차고 있는 사십 대가 함께 있었다.


“저 아이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 건가?”

“혼자가 된 후에 구해야죠.”

“먼저 갈 것이니 따라오게.”

“예”


사십 대가 솟구쳐 세 사람의 이십 여 장 뒤에 내려 섰다.


흑의사내는 좀 더 뒤에 내려 섰다.



삼십대와 아이가 성문을 빠져나갔다. 뒤를 따르던 셋 또한 나왔고, 둘이 인접한 산으로 올라가 달리기 시작해 두 사람의 앞에 내려 섰다.


삼십 대가 아이를 뒤로 하고는 칼을 뽑았다. 길을 막은 둘 또한 뽑고는 다가와 협공했다.


아이가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고


뒤에서 따라오던 자가 달리기 시작해 아이 가까이에서 칼을 뽑으며 솟아 올랐다.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자의 뒤로 내려 서며 등을 베었다.


“아악”


비명과 함께 쓰러졌고

뒷걸음질을 하던 아이가 돌아서서 달렸다.


다가가던 사십 대가 아이의 앞을 막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냐?”

“저들이 아버지를 죽였어요.”

“여기서 기다려라.”


그가 엄청난 속도로 달리니 죽은 자의 품을 뒤지던 자들이 화들짝 놀라 달아나기 시작했다.


사십 대는 죽은 자의 칼을 챙긴 자를 쫓아갔다. 빠르게 좁혀지니 그가 돌아서서 칼을 뽑았다.


사십 대는 베어오는 칼을 왼 손으로 잡고는 오른 손을 뻗어 그의 목을 찔렀다.


베어가던 자가 쓰러지니 칼 두 자루를 챙겨서 돌아오다가 죽은 자의 몸에 칼들을 올려놓고는 안았다.


흑의를 입은 서른 전후의 사내는 아이 앞에 이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이와 함께 산자락으로 올라갔다. 사십 대가 비적의 칼로 땅을 파고는 묻었다. 그리고는 아비의 칼을 아이에게 건넸다.


“필요 없어요.”

“왜냐?”

“아버지는 너무 약했어요.”


흑의를 입은 서른 전후의 사내가 물었다.


“슬프지 않느냐?”

“슬프기는 하지만 울지는 않을래요.”

“어디에서 살았느냐?”

“진강에서 살았어요.”

“왜 나왔느냐?”

“아버지가 따르던 두령이 패해서 죽었어요. 아버지는 신의를 지키려고 빠져나왔어요.”


“어디에 가는 중이었느냐?”

“광령의 모용가에 의탁하신다고 했어요.”


“몇 살이냐?”

“여섯 살이에요.”

“생일은?”

“아버지가 칠월에 태어났다고 했어요.”


사내가 미소 지었다.

“우리를 따라가겠느냐?”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어요?”

“네가 노력하면 된다.”

“따라갈래요.”

“이름이 무어냐?”

“성은 없고 그냥 강(强)이에요.”

“좋은 이름이구나.”


세 사람이 출발했다.


*

옆길로 들어선 지 나흘 째 되는 날


맨 발이 된 소년이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다. 사흘 째 아무것도 먹지 못한 데다가 이틀 동안 밤에 비가 오는 바람에 고뿔까지 걸려 콧물이 나오며 열이 오르고 있었다.


주저앉고 싶은 마음 뿐이었지만 ‘꼭 살아야 되요. 도련님.’이라는 종의 목소리가 들려와 다시 힘을 냈다. 하지만 다리의 힘이 풀려 비틀거리는 갈지자 행보였다.


반 각 정도 후

뒤쪽에서 말 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소년은 비틀거리며 계속 발을 떼었다. 피하고 싶었지만 마음 뿐이었다.


말이 옆에서 멈추었어도 돌아보지 않고 발을 옮겼다.


“얘야”


소년이 멈추고는 바라보았다.

며칠 만에 듣는 귀에 익숙한 말이었다.


이십 대 중반 정도가 말을 탄 채로 물었다.

“어디에 가는 중이냐?”

“몰라요.”

“너 혼자니?”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선에서 왔니?”

소년은 입을 꾹 다물었다.


“맞구나.”

말에서 내려 소년을 안아 들어 말 위에 앉힌 그는 뒤이어 올라탔다.


한 손으로 소년의 배를 두르고 출발한 그는 뜨거운 소년의 체온을 느끼고는 고삐를 잡아 당겨 달렸다.


일각 정도 후

다섯 채가 있는 강가의 마을에 이르고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다시 달리기 시작한 그는 어두워질 무렵에 여섯 채가 있는 작은 마을에 들어섰다.


한 집 앞에서 멈추고는 말에서 내렸다. 말 고삐를 나무에 묶고는 소년을 안고 집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비슷한 나이 대의 둘이 있었다.


“웬 아이야?”

“혼자 걸어가기에 데려왔네.”

“조선 아이인가?”

“맞네. 미음 좀 쒀주게. 많이 굶었고, 고뿔도 걸렸네.”


“조금만 기다리게”


한참 후

하나가 미음이 담긴 그릇을 가지고 와 작은 상에 내려놓았다.


앞에 앉은 소년은 숟가락을 들고는 바른 자세로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양반집 도련님이군.”

“강을 건너온 건가?”

“그런 것 같네.”

“가문이 폭삭 망하는 양반들이 많잖아. 그중에 하나 일 거야. 어떻게 할 건가?”


“나도 잘 모르겠네.”


식사를 마친 소년이 꾸벅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집안에 있던 자가 구십오에게 말했다.

“산채에 데려가면 안 돼.”


“곧 건강해질 테니 그 안에 생각해 보겠네. 그때까지만 이해해주게.”


“알았네.”


그가 소년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려고 했니?”

“길을 따라 걸었을 뿐이에요.”

“이름이 무어니?”


소년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가 미소를 지었다.

“묻지 않으마. 일단은 쉬어라. 이곳에는 의원이 없어 약을 지어 올 수 없다. 생강차를 만들어 줄 테니 한잔 먹고 푹 자라.”


소년은 끓여다 준 생강차를 마시고 잠에 빠져 들었다. 하지만 오한과 열 때문에 자다 깨는 일이 반복되었다.


소년은 사흘 동안 앓았다.


닷새 째 되는 날 아침

회복된 소년은 데리고 온 자와 함께 출발했다. 그가 가죽신을 구해와 신고 있었다.


말은 타지 않고 걸었고 산으로만 이동했다. 이튿날은 상당히 높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나흘 째 되는 날

성이 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글을 읽을 수 있니?”

“예”

“저 성이 요주(耀州)다. 성에 들어가지 말고 길에 들어서 북쪽으로 육십 리를 가면 해주(海州)가 나온다.”


“성에 들어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대랑의 집을 가르쳐 달라고 해. 몇 년 전부터 고아들을 거두고 있다. 고려인들이 많이 사니 네 말을 알아듣는 자가 있을 거다.”


그리고는 작은 짐을 등에 매주었다.

“백 만두와 육포가 있다. 이제 가.”


“고맙습니다.”

소년이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는 출발했다.


조금 가다 멈추고는 돌아섰다.

“이름을 말해주세요.”

“구가채에서 구십오(丘十五)로 불린다.”


“후에 은혜를 갚겠습니다.”


다시 고개를 숙인 소년이 돌아서서 걸었다. 성의 외곽으로 돌아 큰 길에 들어서고는 북쪽으로 향했다.


어두워질 무렵에 해주에 이른 소년은 사람들 틈에 끼어 성 안에 들어섰다. 몇 사람에게 말을 걸어보았지만 알아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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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회계산으로 유인하다. NEW 3시간 전 29 0 11쪽
23 22화 소년을 구출하다. 24.09.16 73 0 12쪽
22 21화 추적과 회피 24.09.14 88 1 12쪽
21 20화 담옥 24.09.13 86 1 12쪽
20 19화 응징 24.09.12 91 1 12쪽
19 18화 심가의 호위를 맡다. 24.09.11 95 1 11쪽
18 17화 중원으로 향하다. 24.09.10 96 1 11쪽
17 16화 조빈의 부탁 24.09.09 100 1 12쪽
16 15화 계속해서 노리는 왕만 24.09.07 100 1 12쪽
15 14화 초절정과의 첫 싸움 24.09.06 106 1 12쪽
14 13화 설원에서의 싸움 24.09.05 98 1 12쪽
13 12화 왕만 24.09.04 103 1 11쪽
12 11화 상행에 참여하다. 24.09.03 108 1 12쪽
11 10화 산채를 노리는 염우 24.09.02 116 1 12쪽
10 9화 용호채 24.09.01 117 1 12쪽
9 8화 조빈 24.08.31 122 1 12쪽
8 7화 망설임 24.08.30 131 1 11쪽
7 6화 야밤의 기습 24.08.29 158 1 12쪽
6 5화 진소천(陳小倩) 24.08.28 177 3 12쪽
5 4화 진가의 사연 24.08.27 197 2 12쪽
4 3화 산룡채(山龍寨) 24.08.26 214 3 12쪽
3 2화 은인을 찾아 나서다 24.08.25 259 3 13쪽
» 1화 두 소년 24.08.25 342 5 12쪽
1 24.08.25 349 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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