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룡의 강호평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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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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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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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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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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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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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화 진소천(陳小倩)

DUMMY

복산이 물주머니를 꺼내 한 모금을 마시고 이어갔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진가의 하인을 매수하여 진가에서 마공을 익히고 있었다고 소문을 내고는 네 살 된 딸을 볼모로 데려가며 무공을 익히지 말라고 했다.”


“정파에서는 가만히 있었습니까? 대대로 마공을 익혔으면 드러났을 것인데요.”


“하나만 뛰어나면 그럴 수 있다고 하겠지만 대대로 뛰어나니 그럴 듯하다고 여겼을 거다. 또한 구양천이 도왕문을 세우고 욱일승천의 기세를 품어내고 있었다. 그러니 거짓을 말할 리 없다고 생각들 한 거지.”


“숙부님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의심스러운 점이 많아 하오동문의 문주와 손을 잡고 조사를 시작했다. 그때에 구대랑은 서둘러 재산을 정리하고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떠났다. 아들이 독에 당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지. 진미연은 그 직전에 정혼한 가문에서 데리고 갔다.”


“노가주가 보낸 자들이 은밀히 쫓아오는 것을 알고는 문주의 도움을 받아 따돌렸다. 도중에 어린 아들이 죽었고, 드러나면 딸까지 죽을 것이니 숨겨야 한다고 했다. 산동에서 배를 타고 요동에 들어왔고, 동팔참 중의 하나인 탕참에 정착하게 한 거다.”


“그 후에도 조사하신 겁니까?”

“그래. 몇 가지 증거를 잡고는 은밀히 소문을 냈다. 문제가 커지니 노 가주가 증거가 드러난 것만을 인정하고는 자결했다.”


“진미연의 시가를 무너뜨린 것은 구양천이겠군요.”


“숨겨둔 칼을 이용했을 거다. 구대랑을 찾기 위해서였지. 계속 쫓기고 있어 내가 구대랑이 있는 곳을 가르쳐주고 가게 했다.”


“도왕문의 세력이 어느 정도입니까?”

“고수만 이백오십이다.”

“예?”

“곧 분열될 것이다.”

“후계싸움이 치열합니까?”

“그래. 이번에 중원에 가서 동문의 문주와 손을 잡고 가열시킬 것이다. 그래야만 딸을 빼올 수 있다. 그때에는 네가 움직여야 한다.”


“예”


산룡은 하늘을 보며 어릴 적의 기억을 떠올렸다.


남보다 두드러진 재질 때문에 시기의 대상이 되어 가족들을 잃고 요동까지 피신해야 했던 구대랑과 진미연에게 동질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원수의 집에서 살아가고 있는 구대랑의 딸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며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네살 때이니 기억조차 못하고 있을 수 있었다. 산룡 자신 또한 네 살 이전의 기억은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어렴풋이 행복했었다고 느껴질 뿐이었다.


커오며 자신의 상황을 인식했을 것이기에 원한을 품고 빠져나갈 기회를 노리고 있을 수 있었지만 부모의 책임으로 돌리며 그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할 수도 있었다.


아예 모르고 있을 수도 있었다. 복숙이 빼내오려 하는 것으로 보아 그럴 리는 없겠지만 구양천이 인의 장막을 둘러서 아예 모르게 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눈을 들어 구름 한 점이 없는 맑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 하늘은 과연 땅의 슬픔을 알까?


잠시 후

복산이 일어섰다.

“이번에는 두 달 정도 걸릴 것이다. 조심해라.”


“예”


산룡은 복산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서 있다가 출발했다.


***


중원의 복판에 있는 무창부성인 강하 외곽에 있는 도왕문의 커다란 장원


내원 한 쪽에 있는 작은 단층 전각의 방

십삼사 세 정도로 보이는 취의 소녀가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일고 있었다.


어리기는 하지만 맑고 아름다운 눈과 단정한 입술을 중심으로 한 이목구비가 조화를 이루어 좀 더 크면 아주 예쁠 것 같았다.


하지만 야위었고, 피부에 윤기가 없었다.

책장을 넘기는 손과 손목 또한 몹시 가늘고 연약했다.


잠시 후

두어 살 더 많아 보이는 시비가 음식을 가지고 와 탁자에 내려놓았다.


소녀는 아무 말 없이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먹지 못하고 숟가락을 놓았다.


지켜보고 있던 시녀는 한숨을 내 품고는 음식이 있는 그릇들을 다시 담아서 내갔다.


반각 정도 후

차를 가지고 와 내려놓고는 물러갔다.


소녀는 잔을 들어 마시면서도 책에 눈을 떼지 않았다.


일각 정도 후

책을 탁자에 내려놓은 소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내원에 있는 다른 전각의 방

반백의 홍의를 입은 여인이 큰 체구를 지닌 약관 정도의 청년과 함께 있었다.


“들었지?”

“예”

“그 놈한테 빼앗기면 안 돼.”

“소문주인 형님이 첩으로 들이면 되지 않습니까?”


“허락할 것 같으냐? 주위를 의식해 어린 계집의 마음을 얻는 아들과 혼인시키겠다고 선포했어. 더욱이 네 형수가 가만히 있을까?”


“열 마디를 하면 겨우 한 마디를 합니다. 뛰어난 미모이기는 하지만 워낙 말라서 아이를 낳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상관없으니 마음을 얻어. 후에 첩을 들이면 돼.”


“알겠습니다.”


돌아선 청년이 방을 나갔다.


모친이 거하는 전각을 나온 청년은 진소천이 있는 아담한 전각 앞에 이르렀다.


앞에 서 있던 무사 하나가 말했다.

“좀 전에 다섯째 공자께서 들어가셨습니다.”


청년이 미간을 찌푸리며 돌아섰다.


전각의 청

상당히 준수한 구양문이 앉아 있었다.


잠시 후

진소천이 시비의 부축을 받으며 나왔다.


구양문이 일어서며 말했다.

“또 먹지 못한 거요?”


진소천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입맛이 없어요.”

“마차를 준비할 것이니 성으로 갑시다.”

“총관님의 허락을 얻었어요?”

“물론이오.”


진소천이 활짝 웃었다.

“준비할 게요.”


이각 후

백의를 입은 진소천이 시녀와 함께 전각을 나오니 기다리고 있던 구양문이 미소 지었다.


세 사람은 외원으로 향하는 회랑에 들어섰다.


내원을 나오니 마차가 있었다.

다가간 진소천은 마부석에 앉아 있는 청수한 인상의 중년인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마차에 올랐다.


구양문이 뒤이어 타니

마차가 천천히 출발했다.


늘어서 있는 전각들을 지나 정문으로 향하니 약관 정도의 청의를 입은 청년이 전각들 사이에서 나와 마차를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정문을 빠져나오니 말에 올라탄 둘이 있었다. 그들은 천천히 마차의 뒤를 따랐다.


성안에 들어선 마차는 ‘운현루’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 전각 앞에서 멈추었다.


구양문이 먼저 내렸고

시녀가 뒤이어 내리며 진소천의 손을 잡아주었다.


세 사람이 들어서니

일층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시선들이 일제히 쏠렸다. 하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세 사람이 이층에 계단에 올라서고 조금 지나니 같은 탁자에 있는 사람들끼리 고개를 숙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층에 올라서니 일부가 힐끗 보고는 고개를 바로 잡고 있었다.


구양문과 진소천은 점소이의 안내를 받아 안쪽에 있는 별실에 들어갔고, 시녀는 가까운 곳에 있는 탁자에 앉았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진소천과 마주 앉은 구양문은 점소이에게 거침없이 주문했다.


점소이가 나간 후

구양문이 말했다.

“봄에 혼인합시다.”


진소천이 살며시 미소 지었다.

“내년 삼월에야 열다섯이잖아요. 열여섯은 되어야죠.”


“일찍 혼인하여 마음껏 먹이고 싶소.”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어요?”

“성안에 저택을 사서 들어가면 되오.”

“문주님께 열여섯이 된 후에 결정한다고 했어요.”


“일각이 여삼추 같소.”

“오라버니도 소문을 믿나요?”

“무슨 소문 말이요.”

“나를 통해 아들을 얻으면 강호를 호령할 수 있는 인재일 것이니 문주님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소문이 나고 있잖아요.”


“형제들 간에 싸움을 붙이려는 자들의 술책일 뿐이요.”


“이복형들이 그렇게 생각할까요? 나와 혼인하는 순간부터 위험해져요. 그러니 후계와는 상관없이 멀리 떠나야만 해요.”


“누구와 혼인하던 떠나는 것은 허락하지 않으실 거요.”


그때 밖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음식을 가져왔습니다.”

“들어와”


문이 열리며 둘이 큰 나무 판에 음식들이 담긴 그릇들을 가지고 들어왔다.


탁자에 내려놓고 물러가니

구양문이 일어나 네 가지 요리를 진소천 앞으로 옮겼다.


진소천은 구양문이 앉아 젓가락을 든 후에 숟가락을 들어 그릇에 담긴 국물을 떠먹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주 천천히 쉬엄쉬엄 먹었다. 때문에 이각이 넘어서야 젓가락을 놓았지만 음식들은 많이 남아 있었다.


구양문이 따라서 놓으며 말했다.

“성안에 사는 것으로 만족하오.”

“그래야 되겠죠. 하지만 꿈은 꾸어볼 거예요.”


구양문이 미간을 찌푸렸다.


진소천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다루에 가고 싶어요.”


구양문이 일어나니

진소천이 따라서 일어났다.


전각을 나온 그들은 다루에 가서 차를 마시고는 장원으로 돌아왔다.


반 시진 후

구양문은 내원에 있는 한 전각에 들어섰다.


한 방에 들어가니

마흔 전후로 보이는 여인이 미소 지었다.

“어땠느냐?”

“전과 비슷합니다. 가까워진 것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벽을 칩니다.”


“그럴 수밖에. 일찍 결정하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그래도 너와는 밖에 나가잖니. 마음은 있지만 내비치지 않는 거야.”


“소문이 사실일까요?”

“누군가가 속을 꿰뚫어 본 거야. 눈에 차는 자식들이 없으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다.”


“혼인하면 큰 어머니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덕안부를 꿰차고 나가면 돼. 마음을 얻기만 하면 그렇게 해 준다고 했어.”


“정말입니까?”

“아직도 네 아비를 모르는구나. 모든 상황을 들여다보며 누가 마음을 얻을지 지켜보고 있어. 볼모로 잡아놨으니 마음을 얻는 아들과 혼인시키고는 한 지역을 떼 주어 떠돌고 있는 소문들을 잠잠하게 만들려고 해.”


“아!”

“그러니 걱정하지 마. 독립하는 모양새를 취해 친형제끼리 싸우도록 만들어야지. 계속 편안하게대해 줘.”


“예, 어머님”


구양문의 얼굴이 환해졌다.


*

방안에 있던 진소천은 시녀로부터 일곱째 공자가 왔다는 말을 듣고는 청으로 나갔다.


약관 정도의 청의를 입은 청년이 미소 지으며 일어났다.


“잘 갔다 왔소?”


가까이 이른 진소천이 구양문과 있을 때와는 달리 활짝 웃었다.


“어제였잖아요.”

“내 처지를 알지 않소. 곧바로 왔으면 구양문의 귀에 들어갔을 거요.


“열흘 전과 비슷했어요.”

“같이 나가기 전에 그가 왔었소.”

“좋아하는 낭자가 있잖아요.”

“큰 어머니가 허락하지 않고 있소.”


두 사람은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오라버니는 좋아하는 낭자 없어요?”

“내 마음을 오로지 그대뿐이오.”

“오라버니가 좋기는 하지만 나와 혼인하면 죽어요.”


그가 속삭였다.

“멀리 떠나면 되오.”

“자신 있어요.”

“어머니가 도와줄 고수들을 포섭하고 있소.”


“그분에게 들어갈 수 있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오래 있으면 의심받으니 그만 가요.”

“알았소.”

“배웅하지 않을게요.”


시녀 출신인 첩의 소생으로 구양천의 일곱 째 아들인 구양진이 미소 지으며 일어섰다.


홀로 방에 들어온 진소천의 침상에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리는 새나가지 않았다.


한참 후

눈물이 글썽인 채로 일어나 눈을 감고 속삭였다.


“보고 싶어요. 어머니.”


양 뺨으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

내원에 있는 한 전각

마흔 전후로 보이는 여인이 삼십대 중반의 사내와 한 방에 있었다.


“어찌 되고 있어?”

“아직 대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가 도와야 빼돌릴 수 있어.”

“마음을 얻어 빼돌린다 해도 문주가 찾아낼 겁니다.”


“괜찮아.”

“예?”

“그가 모르고 있을 것 같니? 빼돌려 부부가 되기만 하면 한 곳을 꿰차고 나갈 수 있어. 큰 부인 쪽도 우리 진이가 마음을 얻으면 반대하지 않아. 한양이 어려우면 기주로 가도 돼. 마음을 얻지 못하면 큰 부인 쪽에 납작 엎드리는 수밖에 없어.”


“알겠습니다. 누님.”


***


중원의 복판에 있는 무창부성인 강하 외곽에 있는 도왕문의 커다란 장원


온화해 보이는 인상의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한 구양천이 마차를 몰던 청수한 중년인과 함께 있었다.


작가의말

4 화와 순서를 약간 바꾸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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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회계산으로 유인하다. NEW 3시간 전 29 0 11쪽
23 22화 소년을 구출하다. 24.09.16 73 0 12쪽
22 21화 추적과 회피 24.09.14 88 1 12쪽
21 20화 담옥 24.09.13 87 1 12쪽
20 19화 응징 24.09.12 91 1 12쪽
19 18화 심가의 호위를 맡다. 24.09.11 95 1 11쪽
18 17화 중원으로 향하다. 24.09.10 98 1 11쪽
17 16화 조빈의 부탁 24.09.09 100 1 12쪽
16 15화 계속해서 노리는 왕만 24.09.07 100 1 12쪽
15 14화 초절정과의 첫 싸움 24.09.06 106 1 12쪽
14 13화 설원에서의 싸움 24.09.05 98 1 12쪽
13 12화 왕만 24.09.04 103 1 11쪽
12 11화 상행에 참여하다. 24.09.03 108 1 12쪽
11 10화 산채를 노리는 염우 24.09.02 116 1 12쪽
10 9화 용호채 24.09.01 118 1 12쪽
9 8화 조빈 24.08.31 122 1 12쪽
8 7화 망설임 24.08.30 131 1 11쪽
7 6화 야밤의 기습 24.08.29 158 1 12쪽
» 5화 진소천(陳小倩) 24.08.28 178 3 12쪽
5 4화 진가의 사연 24.08.27 197 2 12쪽
4 3화 산룡채(山龍寨) 24.08.26 214 3 12쪽
3 2화 은인을 찾아 나서다 24.08.25 259 3 13쪽
2 1화 두 소년 24.08.25 342 5 12쪽
1 24.08.25 349 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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