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마나를 가진 귀환자의 탑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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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날에
작품등록일 :
2024.08.26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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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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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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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그리고 잠든자

DUMMY

힘겹게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분명 붉은색 땅이었는데 마치 세상에서 색이 사라진 것처럼 회색빛으로 보였다.


오른쪽 볼에 닿는 땅의 느낌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도한은 감각도 잘 느껴지지 않는 팔을 들어 어떻게든 땅을 짚어 보려고 했지만 팔은 도저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숙취에 찌든 사람처럼 머리가 어지럽고 모든 힘이 다 빠져나가는 듯했다.


“ㅆ···”


입 밖으로 욕설이라도 시원하게 뱉고 싶었지만 이미 기운을 잃어가는 몸에선 그 어떠한 근육도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쯧, 순순히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좋았을 것을”


점점 생명의 빛을 잃어가는 도한의 머리 위로 혀를 차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낮고 묵직하면서 극도로 소름이 끼치는 목소리.


감히 반박을 하기 어려운 느낌마저 드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도한의 눈동자는 마지막 힘을 다해 떨리고 있었다.


도한의 눈동자에 남은 감정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분노.


이 사일라 대륙에서 그 누구도 대적하지 못했던 저 녀석에게 복수하기 위해 50년 동안 무려 100번이나 도전해왔지만 모두 허사였다.


심지어 마지막 10년은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마나를 모으는 수련을 거듭하며 세력을 불렸다.


대륙 최고의 네크로맨서로서, 마지막 10년은 저 악마 녀석의 제국 산하에 있는 8개의 왕국 중 3개를 멸망시키며 세력을 키워 다시 도전했지만


앞선 99번의 도전보다도 더 처참하게 질 뿐이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도저히 질 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말 피를 토할 정도로 열심히 노력했으니까.


자신을 아는 사람은 모두, 그게 적이든 아군이든 자신을 미친놈이라고 불렀다.


일반적이라면 하지 않을 아니 하지 못할 선택을 매순간 해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목숨을 건 노력으로 늘린 마나로 수많은 데스나이트들과 몬스터, 인간 언데드 군단들.


심지어 네크로맨서의 꿈이라고 불리는 본드래곤까지 만들었었다.


그 정도 군단이라면 어디든 점령하고, 누구든 이길 수 있어야 맞았다.


그런데 상대방은 그 모든 군단을 마치 장난감 다루듯이 순식간에 도륙을 내버렸다.


‘고작 10년 만에 저렇게 강해질 수 있는 것인가···’


10년 전 지금보다는 훨씬 약한 군단을 끌고 갔을 때도 이 정도로 처참하게 지진 않았었다.


이전에는 힘을 숨기고 있었던 것인가?


그때 소름이 끼치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도한의 눈앞에 거대한 붉은 색 대검을 꽂으며 말했다.


“진즉 네놈을 죽여야 했는데, 프라칸 님께서 네놈의 어디를 보고 그렇게 회유를 하라고 하신건지.”


도한은 마지막 힘을 다해 눈을 부릅뜨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참혹한 패배에도 그 이유조차 알 수 없는 답답함 속에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눈뿐이었던 도한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리고 그런 도한의 눈엔 붉은 머리에 붉은 눈을 가진 악마, 오른쪽 볼에 육망성 모양의 문신을 가지고 있는 그의 모습이 흐릿하게 눈에 담겼다.


하나의 거대한 대륙만 존재하는 이 사일라 대륙에서 200년 넘게 절대자로 군림하고 있는 자.


[다르칸]이.


“마지막 눈빛까지 마음에 안 드는군.”


다르칸은 도한의 머리에 발을 올리며 짜증난다는 듯 말했다.


“어차피 곧 죽을 운명이니 마지막 자비로 너의 궁금증은 해소해주지.”


꽈악


머리를 밟고 있는 다르칸의 발에 점점 힘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난 예전부터 프라칸님의 축복을 받고 있거든. 그리고 그 축복은···.”


다르칸은 도한의 머리 위로 잠시 중얼거렸다.


“....!”


다르칸의 이야기를 들은 도한의 눈이 급격히 커짐과 동시에


콰직!


도한의 머리는 그대로 사라졌다.



도한은 마치 정신이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런 사고조차 되지 않고 그저 무겁고 어지러운 느낌이 점차 없어지고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이 차려졌을 때쯤


도한은 자신에게 그 어떠한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조금 전까진 다르칸과 치열한 전투 중이었는데 말이다.


아니 그러다가 죽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치열하기는커녕 압도적으로 발렸다는 사실도 기억해냈다.


그런데 왜 생각이 가능한 거지?


마치 너무 오래 눈을 안 뜬 사람처럼 아직 눈이 잘 떠지지 않아서 무슨 상황인지 파악할 순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살아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몰려왔다.


간신히 눈이 빛을 받아드릴 수 있을 때쯤 힘을 주어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얀 천장에 하얀 벽지 넓은 침대와 방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의료기기, 그리고 티비와 소파까지.


눈을 통해 들어오는 장면이 정말 믿기진 않았지만, 분명 병원이었다.


100년 동안 다른 세상에 떨어져 살면서 그토록 돌아오고 싶었던, 자신이 살던 곳. 지구에 돌아온 것이다.


‘그토록 돌아가고 싶다고 그렇게 빌고 빌 때는 안 돌려보내 주더니···. 죽으니까 돌아온 건가?’


도한은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며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100년간의 단련으로 만든 몸은 온데간데없었으며 자신이 이 세계로 넘어가기 직전과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자신이 [확장의 마나]로 결정하면서 정말 뼈를 깎는 노력으로 쌓은 엄청난 양의 마나도 남김없이 사라진 상태였고, 방 안에 있는 디지털 시계는 현재 날짜를 2034년 4월 30일이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다른 세상으로 떨어진 날,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2024년 4월 16일. 자신의 생일이었으니까 잊을 수가 없었다.


그 날 사일라 대륙으로 넘어가게 됐고 100년이란 세월을 보내고 왔는데 여기서는 고작 10년밖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만약 선명하디 선명한 기억들만 아니라면


‘설마 그 모든 게 꿈이었나?’


모든 것을 꿈이라고 생각할 만큼 자신의 몸에는 사일라 대륙에서의 그 어떠한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혼란스러움을 뒤로하고 도한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병원이긴 했지만, 자신의 손에는 링겔도 꽂혀있지 않았고 자유로운 상태였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눈을 감고 깊게 심호흡하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는 없던 개념이지만, 사일라 대륙에서는 마나를 사용해서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흔히 말하는 마법, 기사들의 오러, 그리고 자신이 사용한 네크로맨서의 사령술까지.


그 마나를 다시 찾아서 자신의 기억이 선명한 꿈인지, 아니면 정말 경험한 기억인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도한은 자신의 기척을 서서히 줄여나갔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마나를 느끼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을 때 썼던 방법을 떠올렸다.


‘자신에 대한 인식을 멀리하고 세상의 존재를 명백히 인식한다. 그리고 그 세상 속에 있는 흐름을 느낀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도한은 서서히 자신의 주위에 낯설지만 하나의 흐름을 느끼기 시작했다. 바로 ‘마나’라는 흐름을.


‘마나가 너무 탁하네.’


원래는 굉장히 익숙한 마나여야 했지만, 자신이 지금까지 느꼈던 마나에 비해 굉장히 탁하고 옅었다. 이런 마나 가지고는 아무리 쉬운 기술이라도 펼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하지만 수확은 있었다.


‘그래도 꿈은 아니었어.’


기억에 있는 방식대로 지구에 있는 마나를 느꼈다는 것. 그것은 자신의 기억이 꿈이 아니라 실제 경험했던 기억이라는 증거였다.


그리고 마나가 탁한 것은 도한에게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100년 전 사일라 대륙에 처음 떨어졌을 때는 정말 어려웠지만, 나중에는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한 과정 [마나 정제].


비록 결국 1인자는 되지 못했지만 그를 사일라 대륙 최강의 네크로맨서로 만들어 준 그 방법이 있기 때문이었다.


도한은 [마나 정제]까지 곧장 시작해볼까 하다가 병실 너머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마음을 접고 문을 바라봤다.


나중에야 숨 쉬면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직 이 몸에 적응해야 하니 방해를 받지 않는 것이 좋았다.


똑똑


얼마 지나지 않아 노크 소리가 들렸고


“네 들어오셔도 됩니다.”


도한의 말에 문이 열리며 굉장히 의외라는 표정을 띤 한 여성이 들어왔다. 의사 가운에 크록스를 신고 원형 안경에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있었지만, 눈매만으로 엄청난 미모를 뽐내는 사람이었다.


“아주 차분하시네요. 보통은 오랜만에 일어나서 혼란스러워하거나 경계를 하는데 말이죠.”


그녀가 도한을 향해 말했다.


“네. 뭐 경계는 충분히 하고 있긴 합니다. 머릿속으로 여러 구상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쪽은 누구시죠?”


도한은 어깨를 한 번 가볍게 으쓱하고는 대답했다.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도한은 자신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해치려고 했다면 노크를 할 필요도 없었고 그동안 쌓아온 경험에서 자신에 대한 공격성이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자신이 틀렸고, 저 사람이 자신을 해치러 왔다고 한다고 해도, 그럴수록 더 태연하게 행동해야 하는 것을 도한은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아···. 네 저는 이 병원의 의사, 김수진이라고 합니다.”


“의사 선생님이시군요.”


수진의 소개에 도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도한의 모습에 수진도 말을 걸지 못하고 둘 사이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도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


“실례지만 뭐하나 물어봐도 됩니까?”


“네 말씀하세요.”


도한이 수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정체가 뭡니까?”


“제 소개는 아까 드렸던 거로 알고 있는데요. 이 병원의 의사 김수진이라고”


수진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대답했지만 도한은 고개를 저으며 정색하며 다시 물었다.


“의사 말고, 진짜 정체를 묻는 겁니다.”


“...”


“알만한 이유들은 많습니다. 제대로 대답 안 하면 당신의 목적이 뭔진 모르겠지만 협조할 생각은 없으니 똑바로 말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정색하며 말하는 도한의 모습에 수진은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쓰고 있던 안경을 옆에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설명은 나중에 드리고 소개부터 다시 하면 저는 [몽상가]라는 등반자 길드의 길드장 김수진이라고 합니다. ‘에리아’라고도 불립니다.”


등반자 길드?

생전 처음 듣는 단어에 도한이 살짝 인상을 쓰고 있을 때 수진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


“제가 의사가 아니란 것을 어떻게 아셨죠?”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수진의 물음에 모르는 것이 많은 도한이 제안했지만, 수진은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제가 알고 있는 건 애초에 모두 알려드릴 생각입니다. 애써 정보를 얻으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돼요.”


도한은 수진의 눈을 바라봤다. 진실 거짓을 100%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의 연륜이라는 것은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실 정체도 원래 들어와서 곧바로 알려드릴 거여서 크게 상관없기도 하고요. 그냥 개인적인 호기심입니다.”


도한이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대답했다.


“간단합니다. 노크요.”


수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도한이 말을 이었다.


“분명, 이 방에는 cctv가 보이지 않거든요. 저를 감시하는 건 없다는 뜻인데, 제가 깨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노크를 하며 들어왔습니다. 뭐 물론 의사도 노크하며 들어올 순 있지만, 당신은 들어와도 된다는 제 말에 제가 당연히 깨어있을 걸 안다는 듯 말을 걸었죠. 의사라면 의식을 잃은 환자가 깨어있다는 것에 조금의 놀람 정도는 있었겠죠.”


도한의 말에 수진이 짧은 탄성을 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cctv도 없는데 제가 깨어있다는 것을 안다? 어떠한 의료장치도 없는 상태에서? 그럼 생각해볼 건 하나죠. 아 일단 병원과 관련 있는 사람은 아니구나. 뭔가 눈에 띄지 않는 장치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구나라고요. 이 병원 사람이 저를 지켜봐야 했다면 그냥 당당히 cctv를 설치하면 되는 일 아니었겠습니까?”


도한의 말이 끝나자 수진은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네요. 맞아요. 길드에 돌아가면 작전팀장을 먼저 혼내야겠어요”


도한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마치 이제는 당신 차례라고 말하는 것처럼.


“일단 몰래 감시한 것은 미안합니다.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신뢰가 갈진 모르겠지만, 이 말씀부터 드리죠.”


수진은 미소를 지우고 진중한 목소리로 도한에게 말했다.


“저도 당신처럼 다른 세계에서 살다 온 [잠든자]입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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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급 마나를 가진 귀환자의 탑공략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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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작품명 변경 공지 <초월급 마나를 가진 귀환자의 탑 공략법> 24.09.01 18 0 -
공지 연재 시간 24.08.26 131 0 -
26 요정 마을의 위기 NEW 49분 전 9 1 13쪽
25 장난꾸러기 요정 힉스 24.09.17 37 2 12쪽
24 폭죽과 별(3) +2 24.09.16 49 2 13쪽
23 폭죽과 별(2) +1 24.09.15 57 3 14쪽
22 폭죽과 별(1) 24.09.14 64 4 11쪽
21 방어전(2) +1 24.09.13 65 4 11쪽
20 방어전(1) 24.09.12 79 4 12쪽
19 드워프 마을의 인간 제자(2) 24.09.11 84 4 12쪽
18 드워프 마을의 인간 제자 +1 24.09.10 98 4 11쪽
17 대장장이 마을의 주정뱅이 촌장 +2 24.09.09 100 4 13쪽
16 새로운 기술 [몽상] 24.09.08 110 5 12쪽
15 누구보다 빠르게 2층 공략 완료 24.09.07 116 6 12쪽
14 달카무스 +1 24.09.06 118 5 12쪽
13 살아있는 미궁 공략법 +1 24.09.05 127 5 11쪽
12 살아있는 미궁 +1 24.09.04 147 6 12쪽
11 1층 클리어 24.09.03 156 5 12쪽
10 후회 24.09.02 162 6 13쪽
9 면담의 시작 24.09.01 169 5 12쪽
8 탑의 제약 +3 24.08.31 184 6 13쪽
7 뜻밖의 만남 24.08.30 183 7 12쪽
6 훈련소 24.08.29 208 6 12쪽
5 탑으로 +2 24.08.28 219 7 13쪽
4 초월급 마나 24.08.27 233 10 13쪽
3 호랑이 배꼽 24.08.26 231 6 12쪽
2 깨어난 프로늦잠러 24.08.26 251 10 13쪽
» 죽음 그리고 잠든자 24.08.26 312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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