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마나를 가진 귀환자의 탑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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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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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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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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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워프 마을의 인간 제자(2)

DUMMY

도한이 신기해하는 표정으로 함멜을 쳐다봤다. 그가 알기로 드워프는 친절하고 호탕한 성격인 것은 맞지만, 적어도 대장장이로서는 다른 종족과 확고한 선을 두는 종족이었다. 인간을 비롯한 다른 종족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자신들을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드워프가 다른 종족을 제자로 받는 경우를 한 번도 못지 못했었다.


드워프의 기술은 오로지 드워프들에게만 전수됐다.


도한의 반응에 함멜은 별을 힐끗 쳐다보고는 대답했다.


“아직 능숙함은 부족하지만, 눈썰미와 창의력만큼은 뛰어나. 아마 이 아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걸세. 평소에 사용하는 기술이나 전투방식을 이 아이에게 설명해줄 수 있나?”


드워프 촌장 정도 되는 자가 먼저 장비를 만들어주겠다는데 계속해서 거절하기도 어려웠던 도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별에게 자신의 전투방식을 설명했다.


이 형상변환구체를 이용해 장비를 바꿔가며 여러 명의 모습으로 싸울 거라는 그의 방식을.


그래서 방어구를 어느 한쪽으로 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방어 기술에 의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마나도 지금보다 더 깨끗한 마나를 쌓아갈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모두 설명했다.


“별아, 지금부터 대장간에 불을 지펴라. ‘그것’을 사용할 때가 온 것 같구나. 어느 부분에 어떻게 사용할지 한 번 같이 고민해보자꾸나.”


함멜의 말에 별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 그것을요?! 드디어···! 알겠습니다. 얼른 준비할게요!”


별이 눈을 반짝이며 대장간 한쪽으로 후다닥 뛰어갔다. 군기가 잡힌 채로 내려온 모습과는 다르게 열정이 넘치는 표정으로. 그 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드워프 같다고 도한은 생각했다.


“저쪽 세상 인간들은 원래 뭐든 저렇게 열심히 하나?”


함멜이 별이 뛰어간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쪽 세상이요···?”


함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무슨 의미인지 깨달은 도한은 조금 놀라며 그에게 되물었다.


“별이 지구 출신입니까?”


“아, 내가 말 하지 않았었지. 저 아이는 약 5년 전에 3층에 올라왔네. 무슨 셰 뭐시기와 같이 올라왔다고 했는데... 아무튼 연락이 끊긴 아버지를 찾으러 탑에 들어왔다고 하더군. 하지만 탑에 와서 연락이 끊긴 경우라면 하나뿐이지 않겠나.”


죽음. 등반자들이 층을 오르다가 죽는 경우는 굉장히 흔한 일 중에 하나였다. 큰 힘과 돈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위험부담이 있으니까.


“셰르파요! 셰르파를 이용해서 왔군요!”


함멜의 말을 듣던 주원이 알겠다는 듯 끼어들며 말했다.


“아. 그런 단어였던 거 같네 맞아. 셰르파”


셰르파는 본래 히말라야 산맥 등산을 가이드하는 현지인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탑이라는 것이 지구에 등장하고, 탑을 오르는 사람을 ‘등반자’라고 칭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돈을 받고 탑을 오르는 것을 도와주는 사람을 ‘셰르파’라고 불렀다.


쉽게 말해 게임에서 이야기하는 버스기사 같은 사람이랄까.


다만 엄청나게 많은 돈을 요구하고 사기를 치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에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정말 돈 많고 빽도 많은 부자들이나 이용하는 것이 셰르파였다.


“셰르파는 정말 어마어마한 금액이 든다고 하던데 저 아이 부자였나보네요.”


주원의 말에 함멜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버지가 탑에서 실종되면서 사망처리가 됐고, 그거 때문에 돈이 나와서 그 돈으로 왔다고 했던가 그랬을 거네.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털어왔다고 했어.”


“아이고...”


함멜의 말에 주원이 작게 탄식했다. 10대 중반의 소녀가 감당하기엔 버거운 현실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1층은 어떻게 통과한 거지? 1층은 모두 훈련소를 이수해야 통과하는 거 아니야?"


도한이 의아하다는 듯 주원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주원이 자신보다 이런 것을 잘 알고 있을 것 같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일단 필기는 머리가 똑똑하면 10대 중반이어도 충분히 가능할테고... 실기도 셰르파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훈련했다면... 불가능한 수준까진 아닙니다. 물론 저 아이의 재능이 충분히 있다는 전제가 깔려야겠지만요."


주원의 대답에 도한은 이해가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번엔 함멜에게 질문을 던졌다.


“3층에서 머물고 있는 건 아버지를 찾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까?”


도한의 질문에 함멜은 고개를 끄덕였다.


“3층에 올라와서 아버지랑 같이 팀을 이뤘던 동료를 만났다더군. 그에게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들었고 광장에서 홀로 남아 펑펑 울고 있었지.”


함멜은 그때 당시를 떠올렸다.


이곳은 드워프 마을이다. 오로지 드워프만 살고 있는 마을. 들어오는 인간들은 모두 스스로를 ‘등반자’라고 칭하는 성인들뿐. 성인이 아닌 소녀가 들어오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울고 있는 아이가 신기해 함멜은 그녀에게 다가가 이유를 물었었다.


말을 제대로 하기 어려울 정도로 울고 있는 아이를 간신히 진정시키고 사정을 들은 함멜은 대장간으로 데리고 가 밥을 먹인 후에 인간들에게 말해서 다시 지구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별은 계속해서 고개를 저었다. 대장간에 장비들을 둘러보더니 갑자기 무슨 생각인지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떼를 썼다.


처음에 함멜은 어떻게든 그녀를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애초에 드워프는 손재주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기 때문에 다른 종족에게 대장장이 기술을 전수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고 어린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별의 고집은 쉽사리 꺾이지 않았다. 주저앉아 울고 들어서 내쫓으려고 하면 집안에 온 물건을 잡고 버티고.


물론 버틴다고 함멜이 떼어 놓을 수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매정하게 잡아서 밖으로 쫓아내는 것도 할 수 없었기에 어찌할 줄 모르다가 결국 제자로 받아서 같이 사는 중이었다.


“그렇게 된 거였군요.”


함멜의 설명을 들은 도한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참 열심이야, 내가 가르쳤던 드워프들도 이렇게 열심히 하진 않았는데 손아귀가 찢어지고 데여도 이 악물고 망치를 두들기더군. 마치 이 일이 아니라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는 그런 의지가 담겨있는 것 같았네. 옆에서 그만해야 할 타이밍에 막아주지 않으면 이미 손은 못 쓸 정도로 망가지고 말았을 거야.”


“모든 인간이 저렇게 열심히 하진 않습니다. 아니 저런 사람이 정말 드물다고 봐야겠죠.”


“역시 그렇지?”


도한의 말에 함멜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쩔 수 없이 받은 제자였지만 그는 5년간 그녀에게 이미 많은 정을 주었고 자신의 제자를 칭찬하는 도한의 말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도한은 함멜과의 오랜 대화를 마치고 방에 올라왔다.


함멜은 과정이 과정이다 보니 금방 완성이 되지 않을 것이고 준비만 하더라도 해야 할 것이 산더미라고 말하며 그동안 자신의 거처에서 편히 쉬라고 이야기했다.


외지고 이 낡은 대장간에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하면서.


그리고 도한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기에 주원을 그림자 길드 지부에 가서 숙박하라고 했다. 주원도 이 낡은 대장간에서 자는 것보단 훨씬 낫다고 생각했는지 움직일 때 불러달라고 말하며 짐을 들고 지부로 이동했다.


아직 2급이지만 도한과의 유일한 연결점으로 지부에서도 입지가 있기 때문에 편히 쉴 수 있을 터였다.


본격적으로 몬스터 침공이 시작되기까지 남은 약 20일 정도의 시간. 도한은 이 시간 동안 수진이 건네준 [몽상]이라는 기술을 익히기로 했다.


뇌로 마나를 보내는 기술이기에 위험이 따르지만, 그만큼 많은 수련시간을 얻을 수 있고 그렇다면 더 높은 압축단계의 백염도, 그리고 다른 군단장들의 기술도 더 빨리 익힐 수 있기 때문에 큰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 기술이었다.


“후...”


도한은 제자리에 앉아 심호흡을 한 뒤 책을 읽으며 외웠던 내용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마나 회로를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들을 조심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외우고 있는지 되짚었다.


통일된 마나회로를 구축하고 있었지만, 뇌에는 아니었다. 보통 미친 사람이 아닌 이상 뇌 안까지 마나를 보내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군단장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기술은 뇌로 마나를 보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첫시도에 마나회로를 정확하게 구축해놔야 했다.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매번 목숨을 걸고 뇌에 마나를 보내 컨트롤 할 수 없기 때문에.


한 번의 확인이면 충분했다.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으니까.


도한은 백염을 끌어올려 뇌로 올려보냈다. 실패하면 어쩌지 걱정하지도 않았고 무사히 끝나길 기도하지도 않았다. 그저 최대의 집중력으로 백염을 움직일 뿐이었다.


깊은 어둠.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도한은 마치 깊고 앞이 보이지 않는 동굴 같은 곳에서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특이한 점이라면 안전한 길이 정해져 있고, 그 길을 벗어나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도한은 온 신경을 모아 외웠던 길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 지 알 수 없고 어두운 길을 따라, 약 90%정도 안정적으로 이동하는데 성공했을 때, 문득 앞에서 작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작은 빛은 조금씩 커지기 시작하더니 지금까지 무음이었던 공간에서 이야기 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굉장히 익숙하고 그리운 느낌의 목소리들로 이루어진 이야기 소리가.


“대장! 대장! 로지아 좀 말려줘요!”


“칼람!!! 오늘은 진짜 내가 널 죽여버릴꺼야!”


“아니! 난 이미 죽었다니까 너도 죽어서 언데드가 된 거면서 왜 그러는 거야!”


다급하게 따지는 듯 하지만 입가에 떠있는 미소. 명백히 로지아를 놀리고 있는 칼람이었다.


도한은 제자리에 멈춰서 멍하니 그들을 바라봤다.


“대장~! 나랑 포커 한 번 다시 해주면 안돼?”


이번엔 등 뒤에 거대한 장궁을 메고 있는 하루가 자신을 바라보고 손에 정성스럽게 수제로 만든 카드를 들고 흔들며 말했다.


“하루. 도박은 안 좋아. 중독 위험.”


옆에서 루나가 하루를 말리며 조용히 말했다.


“하루! 나랑 하자! 이번에는 내가 반드시 따고 말겠어!”


브론이 자신의 거대한 망치를 옆에다 내려놓고 하루 옆에서 가슴을 탕탕치며 소리쳤다.


그리고 그 옆에서 소란스러운 상황에 자신의 검을 닦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 데인까지.


그가 제일 아꼈던 그의 군단장들이 옹기종기 모여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한은 가슴 깊숙한 곳에서 감정이 울컥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저번 생에, 저들덕에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저들 덕에 웃을 수 있었다.


솔직히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자신이 너무 혹사시키는건 아닐까하는 생각 때문에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들은 밝게 웃으며 자신을 위로해줬다. 괜찮다고. 원하는 방향으로 가면 될뿐이라면서. 그래서 도한은 마지막까지 다르칸에게 맞서 싸울 수 있었다. 그들이 다르칸 손에 의해 죽는 것을 막을 수 없었고 결국 자신도 죽고 말았지만.


사실 저들을 생각하면 네크로맨서의 길에 대한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시 언데드를 만든다고 해도 다른 존재겠지만 그만큼 저들과의 인연이 대화가, 그 유대감이 너무나 그리웠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기로 다짐했다.


도한은 그리운 얼굴들을 뒤로하고 원래 가려던 길로 다시 한 걸음 내디뎠다. 한 걸음 한 걸음 그리움을 아쉬움을 미안함을 꾹꾹 눌러 담아 내디뎠다.


‘미안했어. 하지만 이번엔 정말 꼭 이길게. 너희들이 나에게 항상 보내준 그 믿음에 이번 생에는 보답할 수 있도록 할게.’


어느새 빛은 다시 사라졌고 이야기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됐다. 도한은 계속해서 걸어갔다. 이제 더는 망설일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렇게 마지막 걸음을 내디딘 도한은 주변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꿈 속에서 훈련이 가능한 기술. [몽상]의 완성이었다.


작가의말

수요일입니다







평일의 절반이 다 끝났네요







오늘도 도한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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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급 마나를 가진 귀환자의 탑공략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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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작품명 변경 공지 <초월급 마나를 가진 귀환자의 탑 공략법> 24.09.01 18 0 -
공지 연재 시간 24.08.26 130 0 -
26 요정 마을의 위기 NEW 39분 전 9 0 13쪽
25 장난꾸러기 요정 힉스 24.09.17 37 2 12쪽
24 폭죽과 별(3) +2 24.09.16 48 2 13쪽
23 폭죽과 별(2) +1 24.09.15 57 3 14쪽
22 폭죽과 별(1) 24.09.14 64 4 11쪽
21 방어전(2) +1 24.09.13 65 4 11쪽
20 방어전(1) 24.09.12 78 4 12쪽
» 드워프 마을의 인간 제자(2) 24.09.11 84 4 12쪽
18 드워프 마을의 인간 제자 +1 24.09.10 98 4 11쪽
17 대장장이 마을의 주정뱅이 촌장 +2 24.09.09 100 4 13쪽
16 새로운 기술 [몽상] 24.09.08 109 5 12쪽
15 누구보다 빠르게 2층 공략 완료 24.09.07 115 6 12쪽
14 달카무스 +1 24.09.06 117 5 12쪽
13 살아있는 미궁 공략법 +1 24.09.05 126 5 11쪽
12 살아있는 미궁 +1 24.09.04 146 6 12쪽
11 1층 클리어 24.09.03 155 5 12쪽
10 후회 24.09.02 161 6 13쪽
9 면담의 시작 24.09.01 169 5 12쪽
8 탑의 제약 +3 24.08.31 182 6 13쪽
7 뜻밖의 만남 24.08.30 182 7 12쪽
6 훈련소 24.08.29 207 6 12쪽
5 탑으로 +2 24.08.28 218 7 13쪽
4 초월급 마나 24.08.27 233 10 13쪽
3 호랑이 배꼽 24.08.26 230 6 12쪽
2 깨어난 프로늦잠러 24.08.26 250 10 13쪽
1 죽음 그리고 잠든자 24.08.26 309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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