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마나를 가진 귀환자의 탑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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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날에
작품등록일 :
2024.08.26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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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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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의 제약

DUMMY

“다 옛 허울일 뿐이지요.”


훈련소장, 지크는 겸손한 표정으로 작게 미소지으며 대답했지만, 그 안쪽의 씁쓸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도한은 과거 사일라 대륙에서 지크와 한 번 대면한 적이 있었다. 한창 다르칸과 대적하기 시작했을 때 지크가 속해있는 [브리튼] 왕국에서 다르칸 군대의 방어전을 위한 도움을 요청했고, 언데드 제작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재료를 받는 것을 조건으로 한 번 전투를 같이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때는 막는 데 성공했지만, 도한이 다르칸에게 10번째 패배해서 다시 정비하고 있을 때 다르칸이 직접 이끈 군대에 휩쓸려 멸망했다고 들었었다.


“그대는 분명 브리튼 왕국 멸망 때 전사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도한은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했다. 애초에 자신이 사는 지구에 사일라 대륙과 같은 장소가 탑으로 존재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실제로 거기서 살았던 사람까지 있다니.


그것도 자신이 있을 때 이미 죽은 사람이 말이다.


“자세한 것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만족스럽지 않은 대답에 도한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지만 지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말씀을 드려도 듣지 못하실 겁니다. 제약이 걸려있거든요.”


“제약?”


그때 지크가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기 시작했다. 분명 소리를 내고 말하고 있었는데 순간 입모양이 부자연스럽게 보이며 제대로 인식할 수 없었고 말소리도 삐소리로 가득 차서 나올 뿐이었다.


“대략 이렇습니다. ‘저희’는 탑에 종속되어있는 존재라서요. 필요 이상의 말을 하게 되면 이렇게 전달이 안 됩니다.”


“탑의 제약이라면···. 너는 지금 네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는 거군.”


이곳은 현재 진짜 사일라 대륙이 아니다. 그저 지구에 존재하는 탑 일부일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존재자체가 거짓되다고 할 수 있는 장소. 사일라 대륙이되 사일라 대륙이 아닌 곳에 그들은 살고 있는 것이다.


“네. 물론입니다. 지구라는 곳이 있는 차원이라죠?”


지크가 훈련소장실 창가를 통해 밖에서 훈련하는 등반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참 대단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내 고향도 저런 사람들이 많았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요.”


지크의 눈빛에 여러 감정이 섞여서 스쳐 지나갔다.


“그나저나 죽음의 지배자님이 이곳 출신이셨다니 여기에 넘어오고 있었던 일 중 가장 충격적인 일입니다. 그럼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땅에서 그런 힘을 얻으셨다는 것 아닙니까.”


새삼스럽게 도한이 더욱 대단해 보이는 지크였다.


살던 곳이 아닌 다른 차원에 떨어진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육체적 힘 문제 그 이상이었음을 지크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도한. 내 이름은 도한이다. 제발 그 이상한 별명으로 좀 부르지 말지. 오글거리고 촌스러워.”


도한이 질색하며 말하자 지크가 크게 웃었다.


“하하하. 도한님도 꽤나 인간적인 표정을 지을 줄 아셨군요.”


“그렇게 웃기나?”


계속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지크를 보며 도한도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분이 나빴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왠지 도한은 고향 사람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르칸을 쓰러트린다는 같은 목적을 지녔던 고향 사람을.


그래서 왠지 자신이 더 친절해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얼마 만에 이렇게 웃어본 건지 모르겠습니다. 도한님껜 죄송하지만, 도한님을 본 사람들끼리 그런 내기도 했었거든요. 하루 동안 표정이 몇 번 바뀔까. 그 정도로 냉혈안인 줄 알았는데 그런 표정을 지으니 제가 적응이 안 돼서 말이죠.”


지크는 눈물까지 닦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도한은 자신의 언데드를 대할 때를 제외하고는 감정의 기복이 거의 없는 사람이었다. 사일라 대륙에서 배신도 많이 당했고 악착같이 행동해야 했기에 더욱 억세고 감정이 무뎌졌다.


그래야 강해질 수 있었고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구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도한도 자신이 많이 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감정기복은 전보다 심해졌지만, 선의를 베푸는 사람에게 굳이 악의를 내비칠 필요가 없어졌다.


“아무래도 조금 다르더군. 여긴 내 고향이라.”


“그래도 다행입니다. 도한님이 이곳 출신이셔서. 이곳은 승산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정말 그럴 수도 있겠어요.”


의미심장하게 말하는 지크의 말이었지만, 도한은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


“승산?”


“자세한 건 어렵지만 이 말씀은 드릴 수 있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이 탑을 정복하세요. 맨 위층에서 제가 오늘 해드리지 못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지크가 어쩔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도한도 더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궁금한 게 있어. 다른 사람들은 약간 상태가 이상한 것 같던데. 성벽도 뭔가 이상하고”


도한은 처음 이 마을에 들어올 때 만났던,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던 경비원들과 계속 이질감이 느껴졌던 성벽을 떠올리며 말했다.


“아. 이곳이 진짜 사일라 대륙이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모든 이들이 그걸 알았다간 혼란스러워지는 걸 ‘그분’께서 걱정하셨거든요. 그래서 약간의 조치가 취해져 있습니다. 관련된 질문을 받거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설정된 말을 하도록 말이죠. 성벽도 이곳에 있는 이들이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그분께서 직접 만드신 거라 그럴 겁니다.”


그분이라는 단어에서 도한의 표정이 움찔하는 것을 본 지크가 빠르게 덧붙였다.


“아 ‘그분’에 대해서도 말씀은 드릴 수 없습니다.”


도한은 한숨을 작게 쉬고는 눈빛을 바꾸며 질문을 이어갔다. 이 탑이 사일라 대륙과 모습이 같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제일 궁금했던 한 가지 질문을.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지. 이 탑의 맨 위에 ‘그 녀석’이 있나?”


누군지 이름을 말하진 않았지만 지크는 도한이 누구를 이야기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도한이 저런 눈빛을 보이며 말할 만한 이는 ‘그’ 밖에 없었으니까.


그의 눈빛에는 증오와 복수심 분노 다양한 감정들이 섞인 눈빛이 가득 담겨있었다.


“아니요. ‘여기에는’ 없습니다. 이곳은 사일라 대륙에서 이미 기회를 잃은 자들이 모이는 곳이니까요.”


도한은 지크의 말에 이를 악물었다가 크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지크가 유독 강조한 ‘여기에는’이라는 말. 그 말은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니까.


‘만날 수만 있으면 된다.’


도한은 숨을 고르고 본론을 꺼냈다.


“그럼 밖에 나가지. 난 열쇠가 필요하거든.”


“그런데 주변에 언데드도 없는 것 같은데 저랑 싸우실 수 있겠습니까? 도한님은 여기 넘어와서 다시 시작이지만 저는 전성기 시절 힘이 그대로입니다. 아무리 도한님이라도 언데드 없이 저랑 싸우는 것은 조금 힘드시지 않겠습니까?”


도한의 말에 지크는 의아함을 표출했다.


“도한님을 위해서라도 열쇠를 그냥 드릴 순 없습니다.”


도한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제 나 네크로맨서 아니야. 내가 싸울 거니까 준비하고 나와.”


도한은 그렇게 말을 남기고 곧장 문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네?”


지크는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도한에게 되물었지만, 도한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할 뿐 대답해주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사일라 대륙을 휩쓴 네크로맨서.


네크로맨서로 대륙 2인자까지 찍었던 사내가 이제는 네크로맨서가 아니라니. 거기에 자신이랑 1:1로 싸우겠다니.


그렇게 잠시 충격에 휩싸여 있을 때 도한이 다시 문을 열고 들어와 한 마디를 더 던졌다.


“아, 준비 빡세게 해와. 나 힘 조절이 아직 잘 되는 건 아니라.”


“...힘 조절?”


다시 사라진 도한 쪽을 바라보며 지크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저런 말을 했던 사람이 있었던가?


어렸을 때는 몰라도 적어도 기사단장이 된 후부터는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다.


[브리튼]은 기사들의 무력으로 유명한 왕국이었고, 자신은 그 모든 기사 중 최정상에 있었으니까.


지크는 정신을 차리고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도한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지크 입장에서는 다르칸이 가지고 있던 축복을 모르니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네크로맨서의 길로 가시게 해야겠어. 아직 늦지 않았다. 이 차원을 그리고 나의 목적을 위해서라도 그게 맞다.’


지크는 절대 봐주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니 철저하게 승리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래야 도한이 정신을 차릴 것 같았기에.








이미 대련장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오랜만의 면담 신청일 뿐만 아니라 그 신청자가 바로 전 세계에서 제일 늦게 일어난 잠든자, 도한이었기 때문이었다.


주원이 [그림자]길드에 보고를 하면서 삽시간에 소문이 퍼져나갔고 탑 밖에서도 이 일이 알려지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 화제의 중심에서 도한과 지크는 서로를 마주보며 서 있었다.


지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거대한 대검과 함께 중갑을 입고 있었고 도한은 아까와 같은 복장으로 관절만 풀고 있을 뿐이었다.


“도한님. 도한님의 마나가 다른 이들의 것들과는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음식재료가 좋아도 좋은 요리도구가 없으면 훌륭한 음식은 나올 수 없다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지크가 아는 한 도한의 기술들은 네크로맨서 특화 기술들이다. 그것도 효율성과 파워에서 그 궤를 달리할 정도로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것이 네크로맨서 도한의 기술들이었다.


하지만 네크로맨서의 기술들은 대인전과는 거리가 멀다.


대부분 군단을 만들고 운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있었으니까.


좋은 요리도구가 없다고 말한 까닭도 대인전에 어울리는 기술이 없다는 것을 꼬집는 말이었다.


“좋은 요리도구라···.”


도한이 천천히 몸 푸는 것을 마무리하며 입을 열었다.


“칼람을 혹시 알고 있나?”


칼람. 아마 사일라 대륙에서 그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죽음의 지배자의 첫 번째 심복이자 전쟁의 선봉에서 두 주먹으로 적들을 휘젓고 다녔던 전투의 화신.


그의 전투를 볼 때마다 도한과 같은 편으로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몇 번이고 안도했을 정도였다.


“그럼요. 죽음의 군단의 첫 번째 군단장이자 선봉장을 모르는 사일라 대륙인이 있겠습니까.”


“그럼 혹시 너랑 칼람이랑 싸우면 어떻게 될 것 같아?”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지크는 고민할 필요 없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아무리 제가 기사단장까지 했어도 도한님의 군단장급은 아닙니다. 당연히 지겠죠. 칼람경은 전투의 신 같은 자체의 느낌마저 들었으니까요. 상대가 마법사든 기사든, 소수든 다수이든 상관없이 두 주먹으로 다 때려 부수고 다녔지 않습니까.”


그 말이 끝나자마자 도한은 두 손을 마주 잡았다.


그러자 도한의 한쪽 팔에 있던 보랏빛 팔찌가 형태를 바꾸더니 양손을 감쌌고 이윽고 한쌍의 건틀릿 모양을 갖췄다.


“아직 칼람의 것 밖에 완성되진 않았지만, 칼람에 대한 평가가 그렇다면 긴장하는 게 좋을 거야.”


완연한 보랏빛으로만 이루어진 아주 단순한 형태의 건틀릿.


전반적인 체구는 칼람보다는 작은 도한이었지만, 건틀릿으로 적어도 두 주먹만큼은 칼람과 비슷해보였다.


“지금부터 내가 칼람이 될 거니까.”


그리고 그 말을 듣자마자 지크는 도한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칼람 이야기를 꺼낸 것인지.


어떻게 자신과 1:1로 싸우겠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


그리고 왜 저렇게 자신만만한 태도인지.


도한의 전신에 하얀색 아지랑이가 거세게 피어올랐고 지크를 바라보는 도한의 눈빛은 그의 마나 색과 같은 하얀 빛이 돼 있었다.


꿀꺽


‘정말 칼람경의 기술을 사용하실 수 있으시다면···.’


지크는 전신을 얽매여오는 압박감에 자신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잡았다.


‘적당히 하면 안 된다.’


원래는 찍어누르긴 할 예정이었지만 가급적 큰 부상 없이 제압할 생각이었다. 그게 가능할 거로 생각했었고.


하지만 지금 도한이 보여주는 기세는 절대 가볍게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적어도 자신이 죽일 생각으로 전력을 부딪쳐야 비벼볼 수 있을 것 같은 기운.


“준비해. 힘 조절 안될 수도 있으니까. 일단 정면이다.”


그 말과 동시에 도한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작가의말

아마추어 작가몬은 주말 연재 기술을 사용했다!







아마추어 작가몬은 자신의 글이 독자분들의 입맛에 맞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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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급 마나를 가진 귀환자의 탑공략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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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추석 연휴 연재공지 24.09.13 7 0 -
공지 작품명 변경 공지 <초월급 마나를 가진 귀환자의 탑 공략법> 24.09.01 18 0 -
공지 연재 시간 24.08.26 130 0 -
26 요정 마을의 위기 NEW 40분 전 9 0 13쪽
25 장난꾸러기 요정 힉스 24.09.17 37 2 12쪽
24 폭죽과 별(3) +2 24.09.16 48 2 13쪽
23 폭죽과 별(2) +1 24.09.15 57 3 14쪽
22 폭죽과 별(1) 24.09.14 64 4 11쪽
21 방어전(2) +1 24.09.13 65 4 11쪽
20 방어전(1) 24.09.12 78 4 12쪽
19 드워프 마을의 인간 제자(2) 24.09.11 84 4 12쪽
18 드워프 마을의 인간 제자 +1 24.09.10 98 4 11쪽
17 대장장이 마을의 주정뱅이 촌장 +2 24.09.09 100 4 13쪽
16 새로운 기술 [몽상] 24.09.08 109 5 12쪽
15 누구보다 빠르게 2층 공략 완료 24.09.07 115 6 12쪽
14 달카무스 +1 24.09.06 117 5 12쪽
13 살아있는 미궁 공략법 +1 24.09.05 126 5 11쪽
12 살아있는 미궁 +1 24.09.04 146 6 12쪽
11 1층 클리어 24.09.03 155 5 12쪽
10 후회 24.09.02 161 6 13쪽
9 면담의 시작 24.09.01 169 5 12쪽
» 탑의 제약 +3 24.08.31 183 6 13쪽
7 뜻밖의 만남 24.08.30 182 7 12쪽
6 훈련소 24.08.29 207 6 12쪽
5 탑으로 +2 24.08.28 218 7 13쪽
4 초월급 마나 24.08.27 233 10 13쪽
3 호랑이 배꼽 24.08.26 230 6 12쪽
2 깨어난 프로늦잠러 24.08.26 250 10 13쪽
1 죽음 그리고 잠든자 24.08.26 309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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