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마나를 가진 귀환자의 탑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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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날에
작품등록일 :
2024.08.26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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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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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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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난 프로늦잠러

DUMMY

“잠든자?”


수진의 발언에 도한은 눈빛을 바꾸며 되물었다. 그녀도 다른 세계에서 살고 왔다는 사실도 흥미로웠을 뿐 아니라 잠든자의 의미도 궁금했다.


“2024년 4월 16일 도한씨가 잠든 그때, 도한씨만 그런 것이 아니거든요. 어떤 현상인지 아직 밝혀진 것은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정확히 100명이 똑같이 같은 시간에 깊은 잠에 빠졌어요. 전세계로 치면 1000명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수진은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다는 듯 도한의 침대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말을 이었다.


“그들 중 어떤 이는 잠들자마자 깨어난 이들도 있었고, 어떤 이는 1년 만에, 3년 만에···. 그렇게 깨어난 시기는 모두가 달랐지만, 그들이 일어나서 하는 이야기는 모두 같았습니다. 모두 다른 세상에서 살다 왔다는 것이었죠.”


“정확히는 다른 세상에서 살다가 죽은 거겠죠?”


수진의 말에 도한이 말을 끊고 그녀의 말을 되짚었다. 그리고 수진은 그의 말에 옅은 미소를 띄웠다.


“맞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는 그런 우리들을 [잠든자]라고 부릅니다. 뭐 정확히 말하면 잠들었던 자가 더 맞는 것 같지만요.”


“그럼 당신이 살았던 곳의 이름은 무엇이죠?”


도한의 물음에 그 의도를 알겠다는 듯, 수진은 고개를 먼저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프루나]라는 곳이었지만, 도한씨가 살아온 세상과 다를 겁니다. 지금껏 많은 잠든자와 만나 이야기했지만, 한 명도 겹친 적은 없었거든요. 아마 누군가 임의로 서로 다른 세상으로 보낸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다른 세상으로 보낸다?”


“그렇지 않다면 이 상황을 설명할 순 없으니까요. 신적인 존재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그냥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인 거죠.”


그녀의 말을 듣던 도한은 문득 자신을 죽였던 다르칸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신은 프라칸님의 축복을 받았다는 이야기. 도한이 알기로 프라칸은 그 세계에서 유일하게 떠받들어지는 신이었다. 그 축복 내용이 충격적이어서 앞의 내용에 신경을 쓰지 않았었는데 신이 그런 축복을 내려줄 수 있는 존재라면 [잠든자]들도 신의 작품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됐다.


‘하지만 왜’


만약 신이 보낸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아직 그 이유에 대해선 가늠이 안 됐지만 말이다.


도한이 그렇게 잠시 고민에 잠겼지만 이어지는 수진의 설명에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이 세상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저희가 잠에 빠진 그 날, 지구 곳곳에 불길할 정도로 어둡고 진한 보랏빛 탑이 하나씩 생겼습니다. 그냥 갑자기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이죠.”


“탑? 무슨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그런 탑을 말하는 겁니까?”


도한은 다른 세상을 떠나기 전 판타지소설을 즐겨 읽는 애독자였다. 그때 당시에 한창 지구에 탑이 생기는 설정의 판타지 소설이 유행했었던 거로 기억했다. 시간이 오래 지났기 때문에 소설 제목과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오. 맞아요. 알고 계신다면 설명하기 편하겠네요. 그리고 지금까지 밝혀진 것으로 따지면 탑은 저희 잠든자들이 경험했던 세상의 모습을 베껴놓은 것 같아요. 뭐 물론 우리나라에 있는 탑은 아직 경험했다는 사람이 없지만요.”


수진은 도한이 판타지 소설 속 탑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그리고 그 탑을 오르는 사람들을 우리는 등반자라고 불러요. 그들은 일반적인 사람과는 차원이 다른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죠.”


수진은 손바닥을 도한의 눈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도한이 의아해하며 수진의 손바닥을 바라보자마자 수진의 손에선 하얗고 냉기가 흐르는 날카로운 창모양의 얼음이 만들어졌다.


“저 역시 등반자고요.


수진은 손바닥 위에 만들었던 얼음조각을 없애고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와 도한에게 물었다.


“100년. 맞아요?”


거두절미한 물음이었지만, 의미는 확실했다.


도한이 다른 세상에서 있었던 기간을 묻는 것이었다.


“저쪽 세상. 그러니까 남들이 말하는 꿈속 10년당 여기 1년인 건 모두 같나 보군요?”


도한은 아까 시계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하긴 했었다. 100년을 보내고 왔는데 이 세상에선 고작 10년이 지났을 뿐이니. 하지만 추측일 뿐 확신까진 아니었는데 수진이 자신이 있는 기간을 맞추는 것을 보고 확신이 들었다. 아마 저쪽 세상과 이쪽 세상의 시간 차이조차 모두가 같은 것 같았다.


“맞아요. 그러니까 100년 맞죠?”


거듭되는 그녀의 물음에 도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


수진은 정말 순수하게 감탄하며 도한을 바라봤다.


“그거 알아요? 도한씨에 대해 세상에선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저를요?”


“네. 도한씨는 전세계 잠든 자들 중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일어난 잠든 자거든요.”


도한의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던 듯, 수진은 그의 반응은 신경쓰지 않고 말을 계속했다.


“예정된 S급 등반자, 대한민국 등반자의 미래,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잠들고 있을 뿐이다. 등등”


이 세상 기준으로는 자신은 10년간 잠들다가 일어났을 뿐인데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도한이었다.


“왜죠? 저에 대해서 무엇을 안다고?”


“저는 S급 등반자에요. 7년 동안 잠들어있었죠. 그러니까 저쪽 세상에서는 70년을 살고 왔다는 거예요. 그리고 3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등반자가 되었고 현재 [몽상]이라는 잠든자 출신 등반자들로만 이루어진 길드의 수장입니다. 뭐 그래 봐야 10명 밖에 없지만요.”

“생각보다 대단한 분이었네요.”


솔직히 사일라 대륙 기준으로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히진 않았지만,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니 적당히 반응한 도한이었다.


하지만 그런 영혼 없는 도한의 반응에도 수진은 점점 상기되어가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들뜬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설레고 재밌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제가 3년 만에 이렇게 강해질 수 있었을까요?”


도한은 수진의 질문을 듣자마자 의도를 알아차렸다. 수진이 왜 빨리 강해질 수 있었는지도, 그리고 사람들이 왜 자신에게 기대를 쏟고 있는지도.


“...다른 세상에서의 경험.”


“그렇죠! 빙고!”


수진이 이제는 손뼉까지 치며 소리쳤다.


잠든자들 사이에서는 통용되는 말이 하나 있었다.


[적어도 다른 사람이 얼마나 오래 잤는지는 파악하고 싸움을 걸자.]


오래 잠들어있었다는 것은 다른 세상에서 오래 살아남았다는 증거, 그리고 다른 세상은 대체로 지구보다는 생존하기 훨씬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런 곳에서 100년을 살아남았다는 것은 도한이 엄청 강하고 대단한 존재일 거라는 것이 사람들의 생각이고 기대였다.


도한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자신만 하더라도 벌써 마나를 느끼기 시작했고 곧 마나 정제를 통해 마나를 천천히 쌓아갈 예정이다. 전생과 같은 루트를 타진 않을 거지만 당장 그 이상으로 강해질 계획도 머릿속에는 준비 중이었다.


그런 경험이 없는 자들과는 명백한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니까. 아마 눈앞에 있는 수진도 그런 식으로 빠르게 강해졌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10년이나 잠들어있던 자신에게 그런 별명을 붙였을 것이다.


“그리고 저희 잠든 자들 사이에서는 도한씨를 뭐라고 부르는지 아세요?”


도한은 벌써 자신을 대하는 게 편해졌는지 웃음을 쿡쿡거리며 웃기까지 하는 수진을 바라봤다.


“프로 늦잠러!”


수진이 손가락으로 도한을 가리키며 말했다.


“도한씨 전에 일어난 저도 7년 만에 일어났는데 무려 3년을 혼자 더 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저희는 도한씨를 프로 늦잠러라고 불러요. 아마 앞으로 다른 [잠든자]들을 만나면 그렇게 부를 가능성이 크니 알아둬요.”


거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밖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벌써 시간이 됐네요. 가급적이면 저랑 만난 것은 비밀로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몰래 들어온 거라 걸리면 조금 귀찮아지거든요.”


수진은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도한에게 명함을 하나 건넸다.


“그래도 선물은 하나 준비해뒀어요. 퇴원하시고 궁금한 점들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여기로 연락해주세요. 이왕이면 길드 가입 신청 전화면 훨씬 좋구요. 그럼 전 이만!”


수진은 마치 래퍼처럼 빠르게 말을 끝마치고는 허공에서 손을 한 번 헤집더니 어디선가 나타난 종이를 찢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수진의 모습이 사라졌다. 마치 그 자리에 원래 없었던 것처럼.


문앞에 사람이 도착한 소리가 들렸을 때 도한은 명함을 한쪽으로 숨겼다.


드르륵


노크 따윈 없이 문이 열렸고


“어?!”


도한이 깨어있는 것을 본 간호사의 놀란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 동안 도한은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다. 잠든자들이 일어났을 때 거치는 과정이라 설명한 병원은 정확히 말하면 일반 병원이 아니라 [대한민국 이현상 연구소] 소속의 병원이었다.


잠든 자들을 한 곳으로 모아 관리하고 깨어났을 때 정밀 검사를 진행하는 그런 역할을 수행했다.


잠든 자들의 경우 깨어나기 전까진 알 수 없는 무형의 막으로 절대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


그 보호막은 몸 상태도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유지해주기 때문에 의료적으로 조치할 필요도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잠든자들의 경우 별다른 조치 없이 있다가 일어난 후 정밀 검사를 하는 게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도한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리자 기자들이며, 등반자 길드에서며,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이 병원에 찾아왔었다.


하지만 병원장이 나서서 굉장히 난처한 표정으로 뭐라 뭐라 말을 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기자들과 길드들에서는 아쉬운 표정을 하며 금세 사라졌고 그 후로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자세히 듣진 못했지만, 얼핏 듣기로 ‘몽상’ 어쩌고 했었던 것으로 보아 수진이 주겠다는 선물이 아마 이것인 것 같았다.


예전부터 귀찮은 것은 딱 질색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보답은 해야겠다고 생각한 도한이었다.


퇴원 마지막 날 오전, 도한은 병실 안에서 티비를 켰다.


병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주 들락거리는 바람에 [마나 정제]를 하긴 어려웠고, 퇴원 후에 본격적으로 진행하길 마음먹고는 정보라도 얻기 위해 티비를 자주 시청하고 있는 편이었다.


‘매일 수련만 하다가 안하니 몸이 근질거리지만 일단 어쩔 수 없지.’


사실 틀어봐야 나오는 이야기가 거의 자신이 일어났다는 뉴스나, 자신이 얼마나 강할지에 대한 토론등 대부분 별 의미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별 소득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 와중에 몇몇 다른 나라 잠든 자들이 아무리 오래자봤자 자신에게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며 도발적인 인터뷰를 하긴 했지만, 도한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다 한 채널에서 대한민국 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도한은 영혼없이 돌리던 리모컨 버튼에서 손을 뗐다.


[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있는 절망의 탑은 정말 극악의 난이도를 뽐내기로 자랑하는 유명한 탑인데요. 이번에 명실상부 대한민국 1등 등반자 길드인 ‘한’에서도 6층 공략에 실패했다는 속보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저희 방송국에서 이번에 아주 짧지만, 공략과정의 영상을 입수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아나운서의 말을 끝으로 화면이 넘어갔고 화면에서는 약 30명 정도 되는, 나름의 갑옷들로 무장을 한 사람들이 꽤나 고전하는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여기! 여기 지원이 필요해! ]


누군가는 다급하게 소리를 치고 있었으며


[ 젠장! *** *** ]


누군가는 욕설을 내뱉고 있었고


[ 흐아압! ]


어떤 남자는 열심히 무엇인가와 싸우고 있었다.


화질이 굉장히 안 좋고 흔들려서 정확한 장면이 보이지 않았지만 뭔가 익숙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그 순간. 그 남자와 싸우고 있는 괴물이 보였고


도한은 눈을 크게 뜨며 중얼거렸다.


“마몬?”


그 몬스터는 바로 도한이 있었던 사일라 대륙 사막지형에서 자주 나왔던 녀석이었기 때문이었다.



작가의말

반갑습니다 조금 어떠신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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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급 마나를 가진 귀환자의 탑공략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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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작품명 변경 공지 <초월급 마나를 가진 귀환자의 탑 공략법> 24.09.01 17 0 -
공지 연재 시간 24.08.26 130 0 -
26 요정 마을의 위기 NEW 37분 전 9 0 13쪽
25 장난꾸러기 요정 힉스 24.09.17 37 2 12쪽
24 폭죽과 별(3) +2 24.09.16 48 2 13쪽
23 폭죽과 별(2) +1 24.09.15 57 3 14쪽
22 폭죽과 별(1) 24.09.14 64 4 11쪽
21 방어전(2) +1 24.09.13 65 4 11쪽
20 방어전(1) 24.09.12 78 4 12쪽
19 드워프 마을의 인간 제자(2) 24.09.11 83 4 12쪽
18 드워프 마을의 인간 제자 +1 24.09.10 98 4 11쪽
17 대장장이 마을의 주정뱅이 촌장 +2 24.09.09 100 4 13쪽
16 새로운 기술 [몽상] 24.09.08 109 5 12쪽
15 누구보다 빠르게 2층 공략 완료 24.09.07 115 6 12쪽
14 달카무스 +1 24.09.06 117 5 12쪽
13 살아있는 미궁 공략법 +1 24.09.05 126 5 11쪽
12 살아있는 미궁 +1 24.09.04 146 6 12쪽
11 1층 클리어 24.09.03 155 5 12쪽
10 후회 24.09.02 161 6 13쪽
9 면담의 시작 24.09.01 169 5 12쪽
8 탑의 제약 +3 24.08.31 182 6 13쪽
7 뜻밖의 만남 24.08.30 181 7 12쪽
6 훈련소 24.08.29 207 6 12쪽
5 탑으로 +2 24.08.28 218 7 13쪽
4 초월급 마나 24.08.27 232 10 13쪽
3 호랑이 배꼽 24.08.26 230 6 12쪽
» 깨어난 프로늦잠러 24.08.26 250 10 13쪽
1 죽음 그리고 잠든자 24.08.26 308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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