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마나를 가진 귀환자의 탑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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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날에
작품등록일 :
2024.08.26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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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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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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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의 시작

DUMMY


깡!


단단한 두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귓속이 아려올 정도로 크게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지크의 지척까지 다가간 도한의 오른 주먹이 지크의 대검에 부딪치며 만든 소리였다.


지크는 도한의 일격을 막았지만, 뒤로 크게 밀려났다. 적어도 싸움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한 번의 충돌 후에 인상을 쓰고 있는 것은 도한 쪽이었다.


“꽤나 귀찮네. 바람을 상대한다는 거.”


분명 있는 힘껏 앞으로 쏘아져 나갔는데 가면서 엄청난 역풍이 불어 자신의 속도를 방해했다.


더불어 주먹도 맞바람 때문에 평소보다 무겁게 나가는 느낌이었고, 지크의 검과 부딪치는 순간에도 바람이 막고 있어 온전한 힘이 전달되지 못했다.


검을 타격하긴 했지만, 대검을 부술 생각으로 있는 힘껏 휘둘렀던 주먹이 큰 성과를 보지 못한 까닭도 계속해서 바람이 방해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크가 저렇게 뒤로 밀려난 것은 자신의 힘에 밀려서가 아니다. 의도적으로 거리를 벌린 것.


사일라 대륙에서 제일로 칭해지는 기사가 누구냐라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사람들마다 답은 달랐다. 하지만 그래도 항상 거론되는 이름 중 하나가 바로 ‘질풍의 기사’ 지크였다.


저 무거운 중갑을 입고서도 엄청난 움직임으로 상대방을 압도하고, 그를 상대하는 자는 오히려 바람에 의해 방해를 받는, 그래서 기사들끼리 대련에서 상대하기 어려운 기사 1위로 뽑히기도 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죽음의 지배자에 비교할 바는 못되지만, 괜히 ‘질풍’이라는 수식언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랍니다.”


지크가 자세를 고쳐잡으며 말했다.


여유롭게 말하긴 했지만 지크는 속으로 크게 놀라고 있는 상태였다.


바로 주먹의 위력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득히 강했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칼에 살짝 닿기만 하고 밀쳐낸 다음 상황을 보려고 했는데···. 제대로 막지 않았으면 검까지 박살 날 뻔했군.’


순간적인 힘에 원래 생각했던 계산이 틀어지며 일부러 뒤까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번엔 제 쪽에서 가보겠습니다.”


지크가 검을 뒤로 쭉 빼며 발을 박차고 앞으로 날랐다. 일반적으로는 달려야 할 거리를 단 한 번의 도약만으로, 마치 빙판에 미끄러지듯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도한도 가만히 당해줄 생각은 없다는 듯, 한 걸음 앞으로 나가며 아래서 위로 주먹을 휘둘렀다.


‘계산 범위 안입니다!’


원래 대검이라는 것이 다른 검보다 위력은 더 뛰어나지만, 그 길이가 다른 검에 비해 훨씬 길기 때문에 동작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보통 대검을 상대하는 이들에겐 이렇게 대검을 들고 있는 사람이 달려올 땐 오히려 몇 걸음 더 상대방을 향해 파고 들면서 공격하는 것이 정석적인 상대법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렇게 되면 대검의 궤적을 안쪽으로 피하며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평생을 대검을 사용한 지크도 물론 그 상대법을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바람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전에는 그 방법에 많이 당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바람의 힘을 이용해 상대방이 예상한 것보다 더 빨리 검을 휘두르면, 대검의 궤적을 예상하고 앞으로 들어온 상대방에게 오히려 치명상을 입힐 수 있었다.


그것이 대검을 이용하는 자신만의 방식


그리고 이번에도 그의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다가오는 도한의 몸 옆으로 자신의 대검이 정확히 휘둘러지는 것이 보였다. 도한의 걸음도 이제 막 발을 내딛은 상태였기 때문에 자신에게 더 다가올 수 없는 상황.


도한이 잘 막아내리라 믿으며 온 힘을 다해 그를 날리려는 순간.


깡!


순간적으로 도한의 신형이 가까워지며 건틀릿으로 자신의 배를 감싸고 있는 갑옷을 후려쳤고, 지크는 그대로 뒤로 날아가 나뒹굴었다.


대련장에 정적이 찾아왔다.


훈련소장과 프로늦잠러의 대결을 보러온 이들이 보는 순간순간마다 감탄사와 저마다의 리액션을 하며 대결을 보고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훈련소장이 누구인가.


지금껏 그 어떤 등반자에게도 1:1 대결에서 패한 적이 없는, 심지어 1층 도전자가 아닌 6층 도전자의 면담신청에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그야말로 넘을 수 없는 벽 그 자체였다.


세간에서는 1~3위 등반자 길드의 길드장이 와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다. 물론 그래도 길드장들의 이길 것이라는 의견들이 많긴 했지만, 그들은 도전해도 얻는 것이 없고 만약에 지면 손해만 보기 때문에 훈련소장과 싸운 적은 없어서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락 내리락했다.


그런데 그런 훈련소장이 단 두합만에 저렇게 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이라니.


아무리 세계에서 제일 늦게 일어난 잠든자라지만, 탑의 고층도 아니고 지구에서 고작 2달만에 저렇게 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에서는 크게 벗어나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도한은 바로 공격을 이어갈 수도 있었지만 지크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것을 기다려줬다.


지크도 빠르게 자세를 잡을 수 있었지만, 도한이 기다려주는 것을 느끼고 있었고 생각도 정리할 겸 천천히 일어났다.


“...단순히 [전신화]만 익히신 게 아니시군요.”


지크가 대검을 바닥에 꽂고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 후 도한을 향해 말했다.


“말했잖아. 내가 칼람이 될 거라고.”


“대련장에 나오면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잠들어계셨다가 일어나신 지 2달 정도밖에 안 되셨다고. 그래서 다른 기술을 익히기엔 시간이 없으실 거로 생각했거든요.”


“알잖아. 전투에서 믿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자기 자신뿐이라는 걸. 주변의 그런 이야기들은 목숨이 오가는 전투에서 믿을 게 못 되지.”


도한의 일침에 지크는 너털웃음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맞아요. 저도 항상 하는 이야기인데 이번엔 제가 실수를 했군요. 이거 반성해야겠습니다.”


지크가 시원하게 웃어젖히고는 대검을 뽑아 다시 도한에게 겨누며 말했다.


“그럼 이제 제가 아는 진짜 칼람경이라고 생각하고 전투에 임하겠습니다.”


“들어와”


도한이 손바닥을 올려 까닥이며 제스처를 취했다. 약자가 강자에게 한다면 건방져 보일 수 있는 손동작이었지만, 지크는 도한이 자신보다 강자임을 단 두 번의 격돌만에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칼람경의 기술을 모두 사용하신다고 한다면... 지금 당장 신경써야 할 것은 두 가지.’


사일라 대륙에서 도한과 그를 따르는 7명의 군단장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유명인이었다. 그만큼 그들이 사용하는 기술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는 칼람의 전투를 누구보다 눈여겨보았었기 때문에 그의 기술을 더욱 잘 알았다.


지크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와중 갑자기 어떤 기운이 자신의 몸이 도한을 향해 ‘당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중심을 잃기 전에 빠르게 마나를 뿜어 그 기운을 밀쳐냈다.


‘하나는 이 염동력.’


아까 자신의 공격이 실패한 이유 그것이 바로 이 염동력이었다.


방금 공격에서 자신의 계산과는 다르게 도한이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자신에게 더 달라붙어 공격했다고 느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도한이 다가온 것이 아니라 자신이 도한에게 ‘잡아당겨’진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지크를 잡아당김으로써 거리를 좁혔고, 그 결과 지크의 원래 계산보다도 더 안쪽으로 파고들어 도한이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대처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굉장한 집중력과 순간적인 마나 운영이 필요하긴 하지만 자신의 마나로 그 기운을 튕겨내면 끌어 당겨지지 않을 수 있었다.


긴박한 전투 중에 그 정도 집중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저것.’


지크는 싸움에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인지, 양손을 맞대고 비비고 있는 도한을 바라보았다.


그의 주먹엔 뜨거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그 기술의 이름이 뭐였죠?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어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군요.”


지크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젓고는 물었다.


도한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난 이름을 신경쓰고 싶지 않다만, 일단 원조의 이름을 이야기하자면···. 신호등이다.”


과거 사일라 대륙에서 칼람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도한이 그의 이 기술을 보고 ‘신호등’ 같다고 장난삼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신호등이 무엇인지 묻더니, 설명을 듣고는 아이처럼 좋아하며 기술 이름을 신호등이라고 하겠다고 선포했다. 도한은 극구 뜯어말렸지만, 이름이 너무 마음에 든 칼람은 전투에서 ‘신호등’을 외치며 적들을 휩쓸고 다녔었다.


“아, 맞아요. 그런 이름이었죠.”


지크는 신호등이 무엇인지,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몰랐지만, 그 기술이 어떤 기술인지는 알았다.


무려 3가지 속성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힘.


불의 힘, 번개의 힘, 그리고 얼음의 힘까지.


보통 많이 움직이지 않고 마나를 다루는 마법사들도 여러 속성을 한 번에 다루는 것을 쉽지 않아하는데, 칼람은 저 신호등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3가지 속성을 빠르게 바꿔가며 사용해냈다.


‘뭐 그렇게 생각하겠지.’


도한은 지크의 표정을 보며 그가 어떤 생각인지 대충 알고 있었다. 흔히 칼람을 보고 가장 놀라는 부분이 그 부분이었으니까.


물론 칼람의 마나 운용능력은 뛰어난 편이긴 하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그정도가 뛰어난 편 정도이냐며 입을 떡 벌릴만한 평가절하지만, 도한의 마나 운용능력은 7군단장이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속성에 대한 천재적인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익숙하게 사용했던 속성은 딱 하나뿐.


‘지금 알려줄 필요는 없지.’


아무리 고향 친구 같은 느낌의 상대라고 해도 전투는 전투. 유리한 부분이 있으면 끝까지 가지고 가는 것이 맞았다.


도한은 주먹에 마나를 더욱 불어넣기 시작했다.


주먹에 일렁이던 빨간 불꽃이 점점 더 강렬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열기는 멀리 떨어져서 구경하고 있는 이들의 옷까지 땀으로 적실 정도.


바로 앞에서 그를 마주하고 있는 지크도 갑옷 안쪽이 점점 더워지는 것을 느꼈다.


‘엄청난 열기다. 칼람 경도 이정도의 열기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지크는 도한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백색 일렁임을 보며 생각했다.


‘도한님의 트레이드 마크인 저 백색 마나가 아무래도 더 강한 불꽃을 만들어낸 것 같군.’


“흡!”


하지만 열기는 그를 방해할 수 없었다. 그는 ‘질풍’이었으니까. 지크는 주변에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갑옷 안쪽까지 뜨겁게 만들었던 열기가 점점 가라앉았고, 도한이 뿜어내는 열기를 바람은 위로 계속 올려보냈다.


도한은 지크에게 달려갔다.


아까처럼 너무 빠르지도 않게 지크가 대응할 수 있는 속도로 다가가 연달아 주먹을 휘둘렀다.

지크의 표정을 보아하니 맞싸움을 피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도한의 예상대로 지크도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도한의 공격에 맞춰 대검을 휘두르며 차분하게 그의 주먹을 막아냈고 바람을 계속해서 일으키며 그의 주먹에 담긴 열기도 최대한 밀어내려고 애썼다.


이후는 계속해서 난타전이었다.


백색 주먹을 휘두르는 도한과 그의 공격을 막아내며 틈틈이 카운터를 노리는 지크. 이 둘의 움직임은 주변 사람들이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탑에 들어와 훈련을 하고 있는 등반자라고 할지라도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움직임으로.


하지만 그런 움직임을 유일하게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작가의말

아마추어 작가몬은 주말 연재를 완료했다!



(작품명 변경 공지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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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급 마나를 가진 귀환자의 탑공략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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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추석 연휴 연재공지 24.09.13 7 0 -
공지 작품명 변경 공지 <초월급 마나를 가진 귀환자의 탑 공략법> 24.09.01 18 0 -
공지 연재 시간 24.08.26 131 0 -
26 요정 마을의 위기 NEW 50분 전 9 1 13쪽
25 장난꾸러기 요정 힉스 24.09.17 37 2 12쪽
24 폭죽과 별(3) +2 24.09.16 49 2 13쪽
23 폭죽과 별(2) +1 24.09.15 57 3 14쪽
22 폭죽과 별(1) 24.09.14 64 4 11쪽
21 방어전(2) +1 24.09.13 65 4 11쪽
20 방어전(1) 24.09.12 79 4 12쪽
19 드워프 마을의 인간 제자(2) 24.09.11 84 4 12쪽
18 드워프 마을의 인간 제자 +1 24.09.10 98 4 11쪽
17 대장장이 마을의 주정뱅이 촌장 +2 24.09.09 101 4 13쪽
16 새로운 기술 [몽상] 24.09.08 110 5 12쪽
15 누구보다 빠르게 2층 공략 완료 24.09.07 116 6 12쪽
14 달카무스 +1 24.09.06 118 5 12쪽
13 살아있는 미궁 공략법 +1 24.09.05 127 5 11쪽
12 살아있는 미궁 +1 24.09.04 147 6 12쪽
11 1층 클리어 24.09.03 156 5 12쪽
10 후회 24.09.02 162 6 13쪽
» 면담의 시작 24.09.01 170 5 12쪽
8 탑의 제약 +3 24.08.31 184 6 13쪽
7 뜻밖의 만남 24.08.30 183 7 12쪽
6 훈련소 24.08.29 208 6 12쪽
5 탑으로 +2 24.08.28 219 7 13쪽
4 초월급 마나 24.08.27 234 10 13쪽
3 호랑이 배꼽 24.08.26 231 6 12쪽
2 깨어난 프로늦잠러 24.08.26 251 10 13쪽
1 죽음 그리고 잠든자 24.08.26 313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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