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마나를 가진 귀환자의 탑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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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날에
작품등록일 :
2024.08.26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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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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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워프 마을의 인간 제자

DUMMY

약간의 심호흡으로 진정을 하고 함멜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르칸 그 망할 녀석이 막 활동을 시작할 때였지. 그 녀석은 우리에게 그들의 군단이 사용할 무기를 만들라고 협박했고, 우리는 당연히 거절했네. 우리 무기로 그들이 할 짓이야 뻔했으니까.”


그는 아직 진정이 잘 안 되는 듯 떨리는 손으로 술병을 잡아 한 번 들이켰다.


“그러니 곧장 쳐들어오더군. 아주 대규모의 군대였어.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이길 방법 따윈 보이지 않은 전쟁이었네.”


촌장은 그때의 기억에 괴로운 듯 눈을 감고 인상을 찌푸렸다. 중간중간 말이 끊겼지만, 도한은 그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고 있기에 계속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젊은 드워프들을 마을에서 내보내기로 결정했네, 나이 많은 드워프들만 남아서 마을과 함께 사라지기로. 그리고 그때 내 아들도 내 마을에서 내보내야만 했지. 아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드워프들은 이 결정을 반대했지만, 그게 최선이었네. 그렇게 남은 우리들은 끝까지 항전했고 마을과 함께 사라졌고···.”


“저기···. 같이 도망가면 안 되는 거였나요?”


주원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 같이 도망쳤다면 끝까지 따라왔겠지. 결국 우리가 모두 죽을 때까지 우리를 쫓았을 것이야. 하지만 우리가 남아서 마을과 같이 죽는다면 녀석들은 우리 마을이 멸망했다고 생각하고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릴 거로 생각했네.”


일리 있는 말이었다. 드워프 마을이 거기만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험많은 드워프들의 실력이지 초짜 드워프들의 실력이 아니었을 테니까.


그 덕에 호름과 다른 드워프들은 마을을 새로 이루어 몇십년은 더 살 수 있었고, 도한이 호름과 만날 수 있었지만 결국은···. 그들도 다르칸의 군대에 의해 몰살당했다.


“녀석은···. 그전까지는 잘 살았나?”


촌장이 슬픈 눈으로 도한을 바라보며 물었다.


“열정이 넘치는 친구였습니다. 촌장임에도 마을 일에 항상 솔선수범하며 나섰고 다른 드워프들에게 선망도 두터웠죠. 저도 그 망할 녀석을 죽이진 못했지만···. 그래도 그와의 전쟁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래···. 그렇구만.”


촌장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 양손을 모아 얼굴에 대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한을 향해 90도로 숙이며 말했다.


“정식으로 인사하지 내 이름은 함멜일세. 만나서 반갑네. 그리고 내 아들 소식을 들려줘서···. 정말 진심으로 고맙네.”


사일라 대륙에서 이름을 날렸을 때, 그에게 이렇게 인사하는 이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다르칸이 전 대륙에 전쟁을 일으키고 피바람이 불 때, 자신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혹은 감사를 표한답시며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다.


그때는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위치가 높은 사람이든 그저 인사를 받을 뿐, 불편함을 느껴 그들을 일으켜 세운 적 없었다.


자신은 군주였으니까.


자신은 수많은 언데드의 정점이자 한 군주였기 때문에 일부로라도 그런 것들은 어렵지 않게 받을 필요도 있었다.


하지만 지구에 오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음을 도한은 느끼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원래 지구에서 살았을 때의 성격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느낌. 사일라 대륙에서 산 세월이 몇 배는 더 많지만, 도한은 지구인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좀 더 진득하게 느끼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런 ‘지구인’ 도한에게 지금 이 상황은 불편했다. 친구의 아버지가 자신을 향해 90도로 인사하는 상황이.


도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몸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몸을 일으킨 함멜은 도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혹시, 정말 만약에 그 녀석의 군대와 다시 만나게 된다면 자네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함멜이 이야기하는 그 녀석이 누구인지는 명확했기에 도한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저는 그에게 100번을 졌습니다. 100년간 100번을 싸우면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죠.”


도한이 주먹을 꽉 쥐었다.


“이번엔 100번 같은 한 번으로 갚아줄 생각입니다. 제가 다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도한은 함멜의 말을 듣고 더욱 확신하게 됐다. 지크와 함멜, 이 두 사람은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진 않았지만, 자신에게 다르칸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르칸을 언급하는 그들의 표정은, 도한이 그를 필연적으로 만나게 될 것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정확히 어떤 식으로 만나게 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이 길의 끝에는 다르킨과의 마지막 대결이 있을 것이라는 걸, 도한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도한의 진심을 느낀 것인지, 함멜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원하는 장비가 있으면 말해보게. 어떤 장비든 내가 최상의 것으로 만들어줄 테니.”


함멜이 말에 주원이 입을 떡 벌렸다.


지금껏 층이 열린 10년간 단 한 번도 촌장의 장비는 나온 적이 없었다. 부촌장이 만든 장비만이 1등에게 수여됐었고, 그가 만든 장비는 최소 B급 최상위에서 A급으로 경매에 나오면 못해도 수십억에 경매가 됐었다.


그런데 촌장이 직접 만드는 장비라니.


‘S급 장비를 노려볼 수도 있다!’


주원도 귀를 쫑긋하며 도한의 대답을 기다렸다. 어떤 장비를 원할까? 얼마나 대단한 장비가 나올까?


하지만 도한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사실 이거면 충분해서요.”


도한이 자신의 손목에 걸려있는 보라색 팔찌를 보여주며 말했다.


“혀..형님!”


도한의 대답에 깜짝 놀란 주원이 다급하게 도한의 한쪽 팔을 붙잡았다.


“초..촌장님께서 만들어주시는 건 최소 A급은 나올 겁니다...! 잘하면 S급도 나올 수 있구요. S급 장비가 구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아시잖아요···!”


“장비가 많다고 좋은 건 아니야. 내가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지. 난 지금 이걸로 내가 원하는 장비는 다 만들 수 있어.”


앞으로를 생각해도 이 팔찌를 제외한 다른 장비는 특별히 필요하다는 느낌이 없었다. 무기는 이 팔찌로 모두 해결될 테고 방어구는 군단장들의 기술들로 해결할 생각이었다. 싸우는 전투방식마다 필요한 방어구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특별한 방어구를 착용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당장만 해도 칼람의 기술을 사용할 때 적합한 방어구와 루나의 암살 기술을 사용할 때 입는 방어구는 아예 다른 종류여야 했다.


“호오”


도한의 대답에 함멜은 신기한 듯 도한을 바라봤다. 사일라 대륙까지 포함, 지금까지 본 인간들은 좋은 장비가 무조건 좋다고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신에게 맞는 것보단 일단 좋은 등급의 장비를 원했다. 하지만 장비에 생명을 불어넣는 대장장이 입장에선 마음에 들지 않는 태도였다.


장인은, 장비를 만들 때 사용하는 사람의 성향이나 습관까지 생각하며 장비를 만든다. 등급이 낮더라도 그 사람에게 딱 맞는 장비는 등급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것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말이었기에 함멜은 도한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도한이 자꾸 자신을 설득하려 드는 주원에게 보랏빛 팔찌를 들어 올려 건틀릿에서 검으로 검에서 활로 바꿔가며 설명하는 모습을 보며 함멜은 흥미로운 듯 말했다.


“오호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무기라 흠···. 특별한 기능은 없어 보이는데. 잠시 나에게 줄 수 있겠나?”


함멜의 제안에 도한은 선뜻 팔찌를 벗어 그에게 넘겨주었다. 팔찌를 받은 함멜은 두드려보기도 하고 자세히 살펴보더니 깜짝 놀라 소리쳤다.


“하! 이거 오리하르콘이군! 거기에 순도 100%라니. 자네 도대체 이건 어디서 구한 건가! 평생을 살면서 본 오리하르콘이 고작 돌맹이만한 크기였는데!”


“오리하르콘이요?”


도한도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사일라 대륙에서도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금속.


“그런 금속이 있습니까?”


도한의 물음에 함멜은 팔찌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말했다.


“그럼! 있지. 자네가 모르는 것도 이해가 되네. 평생 금속을 다루는 드워프들 조차도 살면서 한 번 볼까 말까 한 금속이니. 나도 정말 운이 좋아 어렸을 때 한 번 본 적이 있는 거지 그 이후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네.”


함멜의 눈은 마치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보는 아이처럼 반짝거렸다. 좋은 장비나 재료를 봤을 때 드워프의 특징이었다.


“마나를 한 번 보여주겠나?”


함멜의 요청에 도한은 주먹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3단계 압축 백염이 하얀빛을 뽐내며 아름답게 피어올랐다.


“허!”


함멜은 도한의 백염을 보고 또 다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나름 오래 살고 경험도 많다고 자부했는데 오늘 살면서 처음 보는 걸 두 번이나 보는군. 순도 100% 오르하르콘 무기도 모자라서 이렇게나 깨끗한 마나가 존재할 수 있다니.’


함멜이 그의 팔찌를 자꾸 돌려보며 중얼거렸다.


“금속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곤 그 어떤 금속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도가 높다는 것과 그리고 순도 높은 마나일수록 그 능력을 증폭시켜준다는 것뿐. 자네처럼 깨끗한 마나를 사용한다면···. 그래. 이 장비만큼 필요한 장비는 없겠군. 거기에 모양까지 바뀔 수 있는 처리가 되어있으니. 하! 아까 한 말이 맞는 말이었어.”


도한의 장비를 보고는 함멜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도한에게 이보다 최적의 장비는 없었다.


“그렇게나 희귀한 금속으로 만든 건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지만 함멜은 도한의 거절에 씩 웃으며 말했다.


“이 장비가 자네에게 정말 좋은 장비라는 건 알겠지만, 드워프 마을을 무시하면 안 되지! 별아!”


함멜이 위를 바라보며 누군가를 불럿다.


허름한 대장간 안을 크게 울리는 소리에 2층에서 우당탕탕 소리가 울리더니 한 아이가 다급하게 뛰어 내려왔다.


“네... 넵! 촌장님! 부르셨나요?!”


십대 후반정도 되어 보이는 앳된 얼굴의 소녀가 빠르게 그들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제 막 잠에서 깬 듯 부스스한 몰골이었다.


도한은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자주 그을린 듯 부분마다 탄 곳이 있는 머리카락, 불에 가까이 있는 시간이 많은 듯 곳곳에 보이는 데인 상처들 그리고 어린 소녀답지 않게 다부지게 잡혀있는 손의 굳은살. 그리고 마지막으로 몸에서 짙게 풍겨 나오는 숯 냄새까지.


대장장이 일을 몇 년은 한 사람 같았다.


“내 제자, 별일세.”


함멜이 별의 등을 두 번 팡팡 치고는 말했다. 별은 그의 손이 아픈 듯 인상을 조금 찌푸렸지만, 곧바로 도한에게 고개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벼..별이라고 합니다!”


그녀의 인사에 도한은 신기한 장면을 본 사람처럼 눈을 크게 뜨며 그녀를 바라봤다. 앳되어 보이는 데도 함멜보다 확실히 큰 키 그리고 전혀 다른 피부색. 도한은 함멜을 보고 말했다.


“인간···. 제자군요?”


별. 그녀는 드워프 마을의 첫 인간 제자였다.




작가의말

작가의 말이 항상 고민이네요.





제가 제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는 만큼





여러분도 오늘 하루 행복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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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요정 마을의 위기 NEW 52분 전 9 1 13쪽
25 장난꾸러기 요정 힉스 24.09.17 37 2 12쪽
24 폭죽과 별(3) +2 24.09.16 49 2 13쪽
23 폭죽과 별(2) +1 24.09.15 57 3 14쪽
22 폭죽과 별(1) 24.09.14 64 4 11쪽
21 방어전(2) +1 24.09.13 66 4 11쪽
20 방어전(1) 24.09.12 79 4 12쪽
19 드워프 마을의 인간 제자(2) 24.09.11 84 4 12쪽
» 드워프 마을의 인간 제자 +1 24.09.10 99 4 11쪽
17 대장장이 마을의 주정뱅이 촌장 +2 24.09.09 101 4 13쪽
16 새로운 기술 [몽상] 24.09.08 110 5 12쪽
15 누구보다 빠르게 2층 공략 완료 24.09.07 116 6 12쪽
14 달카무스 +1 24.09.06 118 5 12쪽
13 살아있는 미궁 공략법 +1 24.09.05 127 5 11쪽
12 살아있는 미궁 +1 24.09.04 147 6 12쪽
11 1층 클리어 24.09.03 156 5 12쪽
10 후회 24.09.02 162 6 13쪽
9 면담의 시작 24.09.01 171 5 12쪽
8 탑의 제약 +3 24.08.31 184 6 13쪽
7 뜻밖의 만남 24.08.30 183 7 12쪽
6 훈련소 24.08.29 208 6 12쪽
5 탑으로 +2 24.08.28 219 7 13쪽
4 초월급 마나 24.08.27 234 10 13쪽
3 호랑이 배꼽 24.08.26 232 6 12쪽
2 깨어난 프로늦잠러 24.08.26 251 10 13쪽
1 죽음 그리고 잠든자 24.08.26 313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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