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음악 천재는 빌보드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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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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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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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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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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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첫 작업(3)

DUMMY

JND.

그의 특이한 패션만큼이나 독특한 목소리로 씬의 주목을 한껏 받고있는 신인 R&B 가수.

데뷔한 지 햇수로 3년 째니까 신인은 아닌가.

어쨌든.


자신만의 색깔이 두드러지는 독특한 스타일의 곡을 발매하다, 언제부턴가 가요로 전향하더니, 훗날 음원 깡패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그러나 그건 먼 미래의 일.

지금은 아직 정규 한 장 발매한 적 없는 잠재력 높은 신인일 뿐이다.


현재 그의 이름으로 발매된 앨범은 싱글 하나.

그러고 보니 JND의 첫 싱글에 베일이 참여했었지.

이 바닥 진짜 좁다 좁아.


“JND한테도 곡을 보냈어? 메일 주소는 어떻게 알고?”

“그냥 어쩌다 보니 알게 됐어요.”


어쩌다 보니 알게 되긴.

내 머릿속에 있었다.

회귀 전, 내가 [J아카이브]에 있었을 때 JND의 소속사에서 작곡 의뢰가 들어왔었다.

그때 그의 개인 이메일 주소를 알게 되었는데, 그게 내 기억 속에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의 메일주소는 [email protected].

이렇게 단순하고 직관적인 주소를 어떻게 까먹겠는가.

이런 주소는 잊는 게 더 힘들다.


“근데, 형. 이제 놀라는 것도 힘들지 않아요?”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뜬 형을 보며 말했다.


“그럼 놀랄 일 좀 그만 만들어. 가만 보면 성인 되자마자 사람이 완전 변한 거 같다니까. 내가 알던 류선율이 아닌 거 같아.”

“에이,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합디까? 저는 접니다요.”


나는 괜히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형. 그리고 아무리 바빠도 랩 레슨은 그만두지 말아요.”

“랩 레슨? 아-. 당연하지! 그거 덕분에 월세 내고 있는데. 게다가 그거 계약직이라 마음대로 그만두지도 못해.”

“다행이네요.”


왜 갑자기 형의 레슨을 신경 쓰냐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근데 내 레슨은 왜?”

“그런 게 있어요.”


나중에 형도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왜 형의 레슨을 신경 쓰는지.


* * *


형과 헤어지고 JND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메일 보냈던 류선율입니다.”

-아, 네.


정적이 흘렀다.

···뭐지?


“저, 보내신 문자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으흠.


으흠?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문자 말투랑 전혀 다른데?

왜지?

그새 내 곡이 마음에 안들어 졌을 리는 없고.


곰곰이 생각해보자 선율아.


음······.

흠······.

으흠!


아! 그랬었지!


JND는 낯을 가리는 성격이다.

그것도 꽤 많이.

미래에, 그러니까 그가 음원 깡패라는 별명을 얻고 난 후 출연한 몇몇 예능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저 진짜 낯을 많이 가리거든요. 전화는 부모님 전화 외엔 안 받고 문자로만 얘기해요.’


그런 JND가 내 전화를 받았다는 건······.

적어도 곡이 흡족할 만큼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겠지.


“제가 보내드린 곡을 앨범에 싣고 싶으시다고요?”

-아, 예.


이 대화는 내가 주도해야 한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


정적이 흘렀다.

이 무언(無言)은 조건을 말해보라는 뜻.


“그전에 하나 묻겠습니다. 1번 트랙과 2번 트랙 중, 어떤 트랙을 앨범에 싣고 싶으세요?”

-둘 다.


욕심도 많네.


“둘 중 하나는 화니 정규 앨범에 실릴 겁니다.”

-아하. 아쉽네요.

“아쉬워할 필요 없습니다. 둘 다 참여하시게 될 거니까요.”

-둘 다?

“둘 중에 한 곡은 JND 정규 앨범에, 나머지 한 곡은 JND 피처링으로 화니 정규 앨범에 실리는 게 제 조건입니다.”

-오호.


그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긍정적인 신호일까?


“어떠세요?”


정적이 흘렀다.


-흐음······.


수화기 너머로 고민하는 JND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리고 얼마 뒤,


-···콜.


그가 나지막이 내뱉었다.


-자세한 사항은 문자로.

“콜.”


내가 대답하자 전화가 끊어졌다.


그리고,


[보내주신 트랙 중 『1』이라는 트랙은 제 앨범에 싣겠습니다. 『2』는 화니 앨범에 실으시죠. 아, 그리고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 제 메일 주소는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희가 만난 적이 있었던가요?]


그에게 메시지가 왔다.


당연히 만난 적 없지.

뭐라고 둘러대는 게 좋을까······.


사실 핑계야 만들어 내면 수만 가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지금 베일에게 연락해서 JND에게 내 소개를 해달라고 부탁해도 되고, 예전에 오다가다 만났었다고 대충 얼버무려도 된다.

그가 어느 대학 출신인지도 알고 있기에 그의 동기나 후배를 팔아도 된다(뭐, 이건 금방 들통날 거짓말이지만).


하지만, 난 운명적인 만남을 더 선호한다.

운명이 필연이 되고 필연이 인연이 되는 마법 같은 관계.


[전부터 JND 님의 팬이었습니다. 발매하셨던 싱글과 피처링 곡들을 줄줄 외울 만큼요. 팬심으로 무작정 곡을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email protected]으로 보내보았습니다. 혹시 몰라 [email protected]으로도 보내고 [email protected]으로도 보냈습니다. 그중 하나가 닿았나 봅니다.]


그거 알아?

예체능 계통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일반 사람들보다 ‘미신’이나 ‘징크스’를 더 잘 믿는다는 거.

다시 말해,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도 잘 믿는다는 말이다.

이런 스토리는 운명으로 치환될 수 있으니까.


문제는 JND가 이런 운명 같은 만남을 좋아하느냐인데······.


[그거 참 신기하네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반응이다.


잠시 뒤, 메시지 한 통이 더 왔다.


[카르마.]


···꽤 긍정적이라고 봐도 되겠지?


[그럼, 『2』 트랙의 메이킹을 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JND 님은 2절 벌스 파트에 피처링을 해주시면 됩니다.]


그에게 답장을 보내자, 곧바로 답이 왔다.


[^^~. GOOD. 곡 비는 얼마로 책정되어 있으신가요?]

[피처링으로 퉁 치시죠.]

[음······.]


한창 JND의 피처링 몸값이 뛰고 있는 이 시점에, 내 곡과 그의 피처링을 맞트레이드할 수 있다면 이득이다.


[좋습니다. 앞으로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넵. 감사합니다.]

[SEE YA.]


나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하루를 너무 알차게 보내서 그런지 졸음이 쏟아졌다.

빨리 집에 들어가서 자야겠다.


* * *


그로부터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환희 형은 12곡 중, 6곡의 메이킹을 끝냈다.

1년에 앨범 하나도 내는 것도 버거워하던 형이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곡 비 대신 피처링을 받은 게 마음에 걸렸나 보다.


형의 멜로디들은 마음에 쏙 들었다.

내가 더 첨삭할 필요 없이 감각적이고, 캐치했다.

얼굴도 잘생기고 랩도 잘하는 사람이 있다니.

세상 참 불공평하다.


JND와 베일, 라이온제이의 피처링 VOX(보컬 트랙) 파일도 받았다.

아쉽게도 DY는 이번 앨범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노래가 너무 가볍고 가사에 철학이 없는 게 그 이유였다.

뭐, 그럴 수 있다.

누구나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성이 다르니까.

그렇게, 각자의 소신으로 작업하기 우린 같은 장르일지라도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거 아닐까?


물론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아쉬운 건 매한가지였다.


DY 대신 상아 누나, 래퍼 타이니가 피처링을 하기로 했다.


“야. 이거 진짜 네가 쓴 곡 맞아?”


환희 형 작업실에서 믹싱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음악을 듣고 있던 상아 누나가 물었다.


“속고만 사셨나 봐.”


나는 작업을 멈추고 의자를 돌려 상아 누나를 보며 말했다.


“너 잘하는 거야 나도 알지. 근데 이 정도라고?”

“어. 나 이 정도야. 쩔지?”

“쩌네······.”


상아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혹시······.”


상아 누나는 말끝을 흐렸다.


“다음에 내 앨범도 프로듀싱해 줄 수 있어?”

“그건 안 될 거 같은데?”


내 말에 순간 상아 누나의 표정이 확 굳었다.


“졸라 치사하네. 환희는 해주고 나는 왜 안 해주냐? 내가 맨날 틱틱거려서 그래? 작곡가님, 저도 프로예요. 작업할 때는 프로듀서님 말 잘 듣습니다.”


상아 누나는 큰 두 눈을 깜빡거리며 내게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해주고 싶다.

하지만, 해주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내 계획대로라면, 환희 형이 한국에서 하는 마지막 프로듀싱이 될 테니까.

뭐, 몇 년 후엔 다시 돌아오겠지만 말이다.


“비트는 줄 수 있어.”


작곡은 괜찮다.

프로듀싱은 앨범 전체를 맡는 것.

작곡은 앨범에 수록될 곡을 만들어 주는 것.

둘은 엄연히 다르다.


“뭐야, 거지한테 적선하는 것도 아니고. 야, 치사해서 안 받아.”


상아 누나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날 째려봤다.


‘나중엔 내 프로듀싱 받기 곤란할 거야, 물론 누나는 그런 거 신경도 안 쓰겠지만.’


차마 이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누나는 몇 번 트랙 하고 싶어?”


나는 주제를 돌렸다.


“음······.”


언제 뾰로통한 적이 있었냐는 듯, 누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했다.


“7번 트랙.”


7번 트랙.

가제 『Singing in the Rain』.

레퍼런스는 물론 트래비스 스캇이었지만, 여기에 리한나를 좀 섞었다.

2016년도에 발매될 리한나의 앨범 [ANTI]의 수록곡인 『Needed Me』 같은 느낌으로다가.


이 누나가 그걸 딱 골라내네.


“좋아. 메이킹은 환희 형 훅 나오면 시작할···”

“아니.”


누나가 내 말을 잘랐다.


“이건 내가 훅 짜볼게.”


이걸 짠다고?

비트가 단순해서 꽤 어려울 텐데.

게다가 아직은 2013년이다.

이런 비트, 그러니까 『Needed Me』 같은 음악에 메이킹하기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마이크 줘봐.”

“아, 응.”


나는 『Singing in the Rain』의 프로젝트 파일을 열고 Vox(보컬) 트랙을 하나 만들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 있는 다이나믹 마이크를 건넸다.


“혹시 까먹을 수도 있으니까 그냥 녹음 켜놔. 내가 알아서 씨불일게.”

“알겠어. 그냥 쭉 틀까? 아니면 싸비(후렴)만 루프(Loop) 돌려서 재생할까?”

“걍 처음부터 쭉 틀어.”


나는 R버튼을 눌러 녹음을 시작했다.

보컬 트랙만이 빨갛게 물들었다.

아, 빨갛게 물들었다는 건 녹음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나는 별 기대 없이 의자에 등을 기댄 채로 누나의 노래를 들으려고 했다.

그냥 등을 기대고 편한 마음으로 들으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점점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아니, 이 누나가 원래 노래를 이렇게 잘했나?

과거에 누나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다.

왜?

누나가 내 앞에서 노래를 부른 적이 없으니까.


나는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누나를 쳐다봤다.

누나의 얼굴에 누가 겹쳐서 보이는데······.


아, 아리아나 그란데?


잠깐, 오늘이 며칠이지?


핸드폰을 들어 날짜를 확인했다.

2013년 1월 10일.


핸드폰으로 인터넷 창을 켜서 아리아나 그란데를 검색해 보았다.


니켈로디언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기사와 곡 커버 영상, 그리고 가수 미카(MIKA)의 싱글에 참여했다는 기사만 있었다.


아직 정규 1집을 발매하지 않은 가수란 말이다.

그렇기에 이 누나가 아리아나 그란데의 창법을 따라 했을 리는 없다.


비강 안에서 울리는 물방울처럼 몽글몽글한 톤.

반짝거리는 목소리가 아리아나 그란데와 똑같았다.


노래가 끝나자 상아 누나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어때?”


그녀가 내게 물었다.


“누나.”

“왜? 이상해?”

“왜 노래 안 하고 랩 해?”


의문이 먼저 들었다.

저런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왜 노래를 안 하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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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음악 천재는 빌보드로 간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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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두 번째 작업(2) NEW 5시간 전 50 2 12쪽
23 23. 헤일리 화이트 24.09.17 82 2 11쪽
22 22. 두 번째 작업 24.09.17 93 1 12쪽
21 21. 몸값이 올랐다. 그것도 5배나. 24.09.16 115 5 12쪽
20 20. 카밀라 그레이 24.09.15 130 6 13쪽
19 19. 돌아온 5,000달러 24.09.14 141 6 12쪽
18 18. 성공의 첫 단추 24.09.13 144 4 12쪽
17 17.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2) 24.09.12 150 6 12쪽
16 16.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 24.09.12 167 5 12쪽
15 15. 루이스 해리슨(3) 24.09.11 177 6 12쪽
14 14. 루이스 해리슨(2) 24.09.11 188 7 12쪽
13 13. 루이스 해리슨 24.09.10 200 6 12쪽
12 12. LA 그리고 롱비치 24.09.09 215 8 12쪽
11 11. 미국으로 24.09.08 224 9 12쪽
10 10. 복수의 서막 24.09.07 233 8 13쪽
9 9. 우주소년(2) 24.09.06 223 8 11쪽
8 8. 우주소년 24.09.06 242 8 12쪽
7 7. 첫 작업(5) 24.09.05 246 10 12쪽
6 6. 첫 작업(4) 24.09.04 246 9 12쪽
» 5. 첫 작업(3) 24.09.04 265 9 12쪽
4 4. 첫 작업(2) 24.09.03 267 9 12쪽
3 3. 첫 작업 24.09.02 282 10 12쪽
2 2. 2013년 1월 1일 24.09.02 296 9 12쪽
1 1. 도둑맞은 인생 +1 24.09.02 31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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