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음악 천재는 빌보드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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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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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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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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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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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 성공의 첫 단추

DUMMY

선율이 루이스에게 믹싱 파일을 보냈던 그 시각으로 돌아가 보자.

그러니까, 선율이 순두부찌개를 먹기 위해 아파트를 나섰던 그 시각.


루이스는 선율에게 받은 믹싱 파일을 재생했다.


“홀리······.”


음악을 듣는 내내 루이스의 입은 다물어질 줄 몰랐다.


‘이게 진짜 내가 녹음한 가이드야?’


선명한 목소리 덕분에 감정이 더 도드라졌고, 목소리에 걸린 깊은 리버브와 딜레이가 강한 여운을 남겼다.


음악을 다 들은 루이스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썬······. 넌 진짜 마술사야.”


루이스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전송했다.


“어, 스티브. 그렇다니까. 한국에서 온 썬이라는 친구가 만든 비트야. 믹싱도 그 친구가 했다고······.”

“그래, 셸리. 아, 내 가사? 썬 덕분이지. 그가 날 이끌어 준 거야······.”

“걔는 진짜 천재라니까, 제임스······.”

“카를로스, 속고만 살았어? 이거 진짜 가이드 녹음 파일이라니까? 내가 가이드 버전도 보내줄게. 비교해서 들어봐······.”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인정 욕구.

이 인정 욕구라는 녀석은 가끔 사람을 새로운 길로 인도하기도 한다.


“진짜 좋지, 타일러? 아, 뭐라고? 사운드클라우드? 아, 그 음원 사이트? 뭐? 거기에 업로드해보라고?”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타일러의 조언에 루이스는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을 생성했다.


‘여기에 올리면 반응이 오려나?’


루이스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음원을 업로드했다.

사실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이 음원이 유명해지기를.

하지만, 그 기대 속엔 자신이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심만이 담겨있지는 않았다.


‘아, 사람들이 썬의 비트를 좀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이타적인 마음이 담겨있었다.


업로드하고 나서 타일러와 통화를 이어갔다.


“다른 곡? 다른 곡은 아직 녹음 안 했어. 이게 썬과 나의 첫 번째 작업물이야.”


한참을 통화하던 루이스는 돌연 썬 생각이 났다.


“오, 싯(Shit)! 썬에게 말하고 올려야 했는데!”


썬에게 전화하기는 이미 늦었다.

그냥 업로드했던 곡을 지우자.


그런 생각으로 다시 사운드클라우드에 접속했는데······.


“···이게 뭐야?”


재생 수가 1,200회를 넘겼다.

올린 지 10분 만에 1,200회.


루이스는 눈을 끔뻑이며 새로고침을 눌렀다.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재생 수가 늘어났다.


“야, 타일러! 이거 무슨 문제가 있나 본데?”

-무슨 문제?

“재생 수가 계속 올라가!”

-아 그래? 기다려 봐, 내가 확인해 볼게. 곡 제목 뭐라고 올렸는데?

“[Me, Myself & You.]”

-오케이, 잠시만.


핸드폰 너머로 타자 소리가 들렸다.


-홀리 싯! 루이스! 네 음악 재생 수가 왜 이래?

“내가 말했잖아. 문제가 있다니까.”

-그러게 말이······. 어? 루이스. 갑자기 재생 수가 10k를 넘겼는데?

“10k?”


루이스는 새로고침 버튼을 다시 눌렀다.


10K가 아니었다.

100K였다.

100,000회.

재생 수가 무려 100,000회가 되었다.


“내,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


전화를 끊은 루이스는 곡에 달린 댓글을 살펴보았다.


[노래 죽이네!]

[파이어!파이어!파이어!파이어!]

[릴 게인!]

[릴 게인이 날 여기로 이끌었어.]

[릴 게인 트왓 보고 왔다.]

[릴 게인! 릴 게인!]


“릴 게인?”


릴 게인.

루이스도 익히 잘 알고 있는 래퍼였다.

유스 머니의 설립자이자, 남부 힙합의 전설적인 래퍼.


“그가 여기로 이끌었다고?”


루이스는 곧바로 릴웨인의 트와터에 들어갔다.


그의 최근 포스트에 루이스가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음악 링크가 걸려 있었다.


[이번 주 심해 탐험.]


릴 게인은 작년부터 ‘심해 탐험’이라는 제목의 포스트를 일주일에 한 번 업로드하고 있었다.


좋은 곡을 업로드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없거나 재생 수가 낮은 곡들을 트와터에 업로드해 온 것이다.

심해 탐험을 하던 릴 게인의 귀에, 루이스 해리슨의 『Me, Myself & You.』가 들려온 것이다.


루이스가 자신의 사운드클라우드로 들어가 새로고침을 하니 재생수가 150K로 늘어있었다.


루이스는 입술을 앙다물고 흐느껴 울었다.


“엄마, 아빠······. 제가 해냈어요. 제가······.”


* * *


내가 순두부를 먹을 때 벌어졌던 일을 루이스에게 대강 들었다.


믹싱은 아직 완성본이 아니었다.

그래서 루이스가 아무런 통보 없이 자기 멋대로 업로드를 한 게 짜증 나긴 했지만, 뭐 결과적으로는 잘 됐으니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물론 경고는 했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행동하지 말아줘.”


믹싱이야 나중에 정식 음원 발매 때 하면 되고, 마스터링도 그때 하면 된다.


그나저나 릴 게인이라니.

예정대로라면 11월에 연락이 오는 거였는데.

이렇게 보면 조금 이르더라도 될 일은 되나 보다.

게다가 노래 제목도 『Me, Myself & You.』 아니던가.

내가 그렇게 제목을 지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회귀 전 발매했던 첫 싱글 제목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그렇다면 루이스는 곧 유스 머니와 계약을 맺을 거다.

계약 후 내가 만든 비트가 발매될 거고.


성공의 첫 단추가 끼워지는 순간이 될 거다.


장호야, 보고 있니?

나 지금 되게 신나.

네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미국 작곡가 생활을 하고 있어.

네게 고마워해야 할까?


아니!


언제가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짓밟아 줄게.

기대해.


* * *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루이스가 올린 음원은 하루 새에 재생 수가 벌써 백만을 달성했다.

그는 내게 유스 머니와 미팅을 오늘 오후에 갖는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같이 갈 수 있냐는 제안에 나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나는 타이론에게 전화를 걸었다.


“타이론.”

-요, 썬.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타이론은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 미팅 있어. 같이 가야지.”

-미팅? 무슨 미팅?


나는 루이스에게 벌어진 일을 타이론에게 설명했다.


-뎀(Damn)! 릴 게인이 트왓을 했다고? 그 허여멀건 놈 제대로 라인 탔네.

“에이, 아직 미팅이니까 축배는 좀 나중에 들자고.”


괜히 미리 오두방정 떨면 될 일도 안 된다.


-그래서, 어디서 미팅한다는데? 유스 머니면 뉴올리언스로 가야 하나?

“그쪽 관계자가 LA로 오겠다고 했대. 공항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서 볼 거 같은데.”

-혹시 블루 버터플라이에서 보나? 거긴 또 나랑 관련 있는데.

“아, 사장님이랑 아는 사이야?”

-아니. 내가 소셜 버터플라이잖아.

“······.”

-안 웃겼나? 가만 보면 네 유머 코드를 잘 모르겠단 말이야.


일단 너랑은 안 맞는 게 확실해.


“루이스는 따로 온다고 했으니까, 너는 나랑 같이 가자.”

-오케이. 코리아타운에서 두 발 붙이고 딱 기다리고 있으라고, 친구.

“그래. 이따 봐.”


전화를 끊고 샤워를 했다.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가볍게 입기로 했다.

미팅 상대는 루이스인데 내가 정장을 입고 나타날 수는 없지 않은가.

프로듀서는 묵묵히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이다.

애초에 내가 전면에 나설 일은 없겠지.

은근한 어필.

그거면 충분했다.


흰 반팔 티에 청바지를 입고 머리를 매만졌다.

잠시 후 타이론에게 전화가 와서 건물 아래로 내려갔다.


“요, 썬! 오늘 깔끔한데?”

“흰 티에 청바지뿐인데.”

“심플 이즈 베스트.”


타이론이 내게 엄지를 치켜들며 말했다.


나와 달리 타이론은 투버튼 정장을 멋지게 빼입었다.

덩치가 좀 있고 비율이 좋아서 그런지 슈트빨이 아주 좋았다.


“너는 오늘 너무 좋네.”

“매니저는 신뢰감 있게 보여야 하거든. 일단 차 시트에 엉덩이 들이밀라고.”


타이론의 차에 타 공항으로 향했다.


* * *


루이스와 타이론, 그리고 나.

우리 셋은 나란히 앉았다.


이곳은 블루 버터플라이.

타이론의 말처럼 미팅 장소는 블루 버터플라이였다.


그때, 한 흑인 여자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노란색 투피스 정장을 입고 안경을 쓴 긴 생머리의 여자였다.

안경 때문인지 꽤 이지적으로 보였다.


그녀는 우리 쪽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샤샤예요. 루이스 해리슨 씨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루이스 해리슨이라고 합니다.”


루이스는 샤샤와 악수했다.


“옆에 계신 분은 프로듀서일테고요.”

“네, 반갑습니다. 썬입니다.”


나도 그녀와 악수했다.


“그 옆에 계신 분은······.”

“나는 썬의 매니저야. 썬하고 비즈니스를 하고 싶으면 나랑 얘기 나누면 돼.”


언제 만들었는지 타이론은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샤샤에게 내밀었다.


“아, 그렇군요.”


샤샤는 사무적인 미소를 짓고 명함을 받았다.


“음료는 미리 시켜놨습니다. 뭘 좋아하실지 몰라서 아메리카노 주문했어요.”


루이스가 커피를 가리키며 말했다.


“고마워요. 저 아메리카노 좋아해요. 자, 이제 일 얘기를 시작해 볼까요?”


샤샤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노래는 잘 들었어요. 유스 머니에서 계약서를 바로 내밀고 싶을 만큼.”


오호.

바로 계약 얘기를 꺼내시겠다?


“우리 회사는 아티스트가 360 Deal과 녹음 계약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해요.”


미국 음반사와의 계약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녹음 계약, 하나는 360 Deal.


녹음 계약은 가장 일반적인 계약이다.

음반과 음원 수입만 쉐어하는 계약.

그 외에 것은 일체 지원하지 않는다.

투어 계획이나 굿즈 판매, 마케팅이나 뮤직비디오 제작 등등 음반 제작 외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아티스트가 부담한다.

물론 수익도 모두 아티스트한테 가는 거지.


두 번째는 360 Deal.

음반과 음원은 물론, 굿즈 판매와 투어, 마케팅과 뮤직비디오 제작까지 모두 음반사에서 부담한다.

아티스트는 계약 비율에 따라 수익의 일부를 쉐어한다.


2000년대 초 앨범 판매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 등장한 게 바로 360 Deal이다.

음반 판매만으로 먹고 살 수가 없게 된 음반사는 아티스트에게서 부수적인 수익을 얻기 위해 새로운 계약 방식을 만든 것이다.


한국 아이돌의 계약 방식과 비슷하다고?

여기엔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연습생 제도.


미국은 연습생이 없다.


재능이 있다?

계약 후 바로 앨범 발매다.

뭐, 따로 음반사에서 트레이닝을 하거나 그런 건 없다.

360 Deal이라고 해서 아티스트의 자유가 사라지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의 왕인 미국답게, 그냥 돈을 더 쉐어할 건지 말 건지에 대한 내용일 뿐이다.


그렇다면 루이스는 어떤 계약을 하는 게 좋을까?


루이스는 신인이다.

그것도 사운드클라우드에 겨우 노래 한 곡 발매한 생초짜.


360 Deal을 하는 게 좋겠지.


그러나,


“그 전에, 루이스 씨의 음악들을 더 들어보고 싶은데요.”


샤샤가 말했다.


“제 음악이요? 당연히 들려드릴 수 있죠.”


루이스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잠깐!


“헤이, 루이스. 설마 너 전에 나한테 들려준 노래를 그대로 샤샤에게 들려주려고 하는 건 아니지?”


루이스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하지만 지금 가진 음원이 그것들밖에 없는데.”


하아······.


“안 돼. 절대 안 돼.”


나는 루이스를 만류하고 내 핸드폰을 꺼냈다.


“저, 샤샤? 이런 중요한 미팅에 곡을 못 들고 와서 미안해요. 하지만, 트랙들은 나와 있어요. 루이스는 이 트랙에 랩을 할 겁니다.”

“어떤 트랙이죠?”


샤샤가 무표정한 얼굴로 되물었다.


이 사무적인 여자가 좋아할 만한 노래가 뭐가 있으려나······.


아, 그래.

이거면 되겠다.


나는 음악을 틀고 테이블 위에 핸드폰을 올려놓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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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두 번째 작업(2) NEW 5시간 전 50 2 12쪽
23 23. 헤일리 화이트 24.09.17 82 2 11쪽
22 22. 두 번째 작업 24.09.17 93 1 12쪽
21 21. 몸값이 올랐다. 그것도 5배나. 24.09.16 115 5 12쪽
20 20. 카밀라 그레이 24.09.15 129 6 13쪽
19 19. 돌아온 5,000달러 24.09.14 141 6 12쪽
» 18. 성공의 첫 단추 24.09.13 144 4 12쪽
17 17.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2) 24.09.12 149 6 12쪽
16 16.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 24.09.12 166 5 12쪽
15 15. 루이스 해리슨(3) 24.09.11 175 6 12쪽
14 14. 루이스 해리슨(2) 24.09.11 187 7 12쪽
13 13. 루이스 해리슨 24.09.10 199 6 12쪽
12 12. LA 그리고 롱비치 24.09.09 215 7 12쪽
11 11. 미국으로 24.09.08 223 9 12쪽
10 10. 복수의 서막 24.09.07 232 8 13쪽
9 9. 우주소년(2) 24.09.06 222 8 11쪽
8 8. 우주소년 24.09.06 240 8 12쪽
7 7. 첫 작업(5) 24.09.05 246 10 12쪽
6 6. 첫 작업(4) 24.09.04 245 9 12쪽
5 5. 첫 작업(3) 24.09.04 264 9 12쪽
4 4. 첫 작업(2) 24.09.03 267 9 12쪽
3 3. 첫 작업 24.09.02 282 10 12쪽
2 2. 2013년 1월 1일 24.09.02 294 9 12쪽
1 1. 도둑맞은 인생 +1 24.09.02 310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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