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음악 천재는 빌보드로 간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주연0827
그림/삽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품등록일 :
2024.09.02 20:36
최근연재일 :
2024.09.18 23:2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4,695
추천수 :
162
글자수 :
133,624

작성
24.09.11 13:10
조회
187
추천
7
글자
12쪽

14. 루이스 해리슨(2)

DUMMY

미국에 오기 전, 그러니까 3월부터 5월까지 나는 미친 듯이 작업을 했다.

하루에 적어도 한 곡, 많으면 다섯 곡까지.

미국에 도착하면 곡 작업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저번에 말했듯 캘리포니아는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곳.

하루를 소비해 곡을 쓰는 것보다 하루를 소비해 곡을 팔러 다니는 게 내겐 더 이득이라고 생각했다(물론 작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작업을 해야겠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200여 곡.

이곳엔 비단 힙합만이 있는 게 아니다.

댄스부터 EDM, 팝 발라드부터 R&B까지.


오히려 힙합의 비중은 적다.

나는 대중가요 작곡가니까.


겨우 20여 정도 되는 힙합곡 중, 루이스에게 들려줄 곡은 바로 이 곡이다.


휴대폰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노래를 듣던 루이스는 박자에 맞춰 고개를 까딱거렸다.


오, 좀 괜찮나?


“홀업, 홀업, 홀업(Hol’ up). 잠깐 기다려 봐.”


갑자기 타이론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이렇게 섹시한 비트를 고작 핸드폰 스피커로 듣겠다고? 제정신이야?”


타이론이 컴퓨터 뒤쪽에서 선을 꺼내 내 쪽으로 가져왔다.

3.5 잭이었다.

미래에 출시되는 핸드폰은 유선 이어폰 연결 단자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2013년.

아이폰도 이어폰 단자가 있을 때다.

내 건 베가 레이서.

없을 리가 없지.


“거물처럼 꽂으라고.”


타이론이 말했다.


···얘는 말이 너무 세다.


나는 타이론이 내민 잭을 핸드폰에 꽂았다.

지직거리는 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더니, 곧 잠잠해졌다.


“헤이, 디제이 스핀 댓 싯!”


타이론의 말에 노래를 틀었다.


곧, 스피커에서 빵빵한 저음이 들려왔다.


내가 만든 곡의 장르는 래칫.

프로듀서 DJ 머스타드가 만든 장르로 잘 알려져 있다.

얼마 뒤, 제이팍이 발매하는 『몸매』와 크리스브라운이 발매하는 『Royal』의 장르가 래칫이다.

섹시한 베이스 룹에 단순한 비트.

그러나 단순하기에 중독적이다.

춤추기에도 좋고, 퍼포먼스 하기에도 좋다.


저거 봐.

타이론은 이미 안무를 만들었잖아.

어랍쇼?

자말도 춤을 춘다.

이제 같이 추네.

미국판 듀스 결성이다.

둘이 내 비트에 맞춰 몸을 흐느적거렸다.


“오우 싯! 이 새끼 진짜 미쳤네!”


자말이 스텝을 밟으며 소리쳤다.


타이론은 별안간 방문을 열더니 거실에 있는 엄마를 향해 소리쳤다.


“엄마! 이리 좀 와 봐요! 썬이 내 방에 불을 질렀다니까요!”

“내 이럴 줄 알았지!”


밖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이론의 엄마는 곧 소화기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어디야, 어디!”


그녀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아니, 엄마! 비트요, 비트!”

“어휴, 이 모자란 시끼야!”


그녀는 타이론의 등짝을 때렸다.


“아니, 엄마! 들어보시라고요! 진짜 좋다니까요?”


타이론의 말에 그녀는 비트에 귀를 기울였다.

곧 그녀가 고개를 까딱거리며 리듬을 탔다.


“진짜 좋은데? 네가 만든 거야?”


그녀가 어깨를 까딱이며 내게 물었다.


“제가 만들었어요. 다른 노래도 틀어드릴까요?”

“이거 끝나면 바로 틀어봐.”


노래가 끝나고 다음 곡도 틀었다.

이번에 튼 노래의 장르도 래칫이다.

하지만, 이 래칫은 단조(마이너 키)다.

전에 들었던 건 장조(메이저 키), 이번 건 단조(마이너 키).


“오우, 싯. 엄청 딥하네.”


그녀가 말했다.


일단 타이론네 식구들(자말 포함)은 다 좋아하는 거 같고······.


나는 고개를 돌려 루이스를 쳐다봤다.

제일 중요한 건 루이스였으니까.

루이스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입술을 움직이고 있었다.


루이스 쪽으로 귀를 기울이니,


“Whispers in the dark, feel the fire spark, Movin' slow, let the rhythm leave a mark······.”


랩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됐다!


저번에 말했었지?

예쁜 옷을 본 손님은 옷을 들고 피팅룸으로 가 자신의 몸에 옷을 얹고, 마음에 드는 비트를 들은 래퍼는 입을 열고 자신의 랩을 얹는 거.


루이스는 꽤 마음에 들었는지 일어나서 랩을 시작했다.


루이스의 랩이 끝나자 타이론이 랩을 이어갔다.


“Lights down low, bodies gettin’ close,

Damn, you’re hot, feelin’ every dose.

Fuxkin’ with the heat, burnin’ up the night, Your hands on my dixk, shit feels just right······.”

“헤이, 타이론! 말 조심해(Lauguage)!”


타이론의 엄마가 타이론의 등짝을 때려댔다.


“아, 엄마! 그냥 가사라고요!”

“그렇게 흉측한 게 가사라고? 그 전에 음식물 쓰레기가 미슐랭 파이브 스타가 될 거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타이론한테는 비트 주지 말거라. 비트가 아깝다.”

“엄마! 왜 내 비즈니스를 망치는 거예요?”

“네 비즈니스를 망친 대신 요 꼬맹이의 미래를 살린 거야.”


그녀는 “훗!”하고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어머니가 듣는 귀가 있으시네.”

“헤이, 썬!”


타이론이 내 어깨를 장난스레 밀쳤다.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지나갔다.


“그래서, 나랑 한번 해볼래?”


루이스에게 물었다.


“내가 영광이지. 근데, 내 무엇을 보고 날 선택한 거야? 내 재능은 네 재능에 비하자면 아무것도 아닌데. 양동이 속 물 한 방울이라고.”

“아까 말했잖아. 제대로 된 프로듀서를 못 만나서 그렇다고. 내가 제대로 된 프로듀서가 되어 줄게.”


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루이스는 멋쩍은 듯 쭈뼛거리다가 곧 내 손을 맞잡았다.


“그······. 고마워.”


그리고 할 말이 있는지 계속 입을 움찔거렸다.


“왜, 할 말 있어?”

“아까 칭키라고 했던 거 사과할게. 원래 나는 인종차별을 혐오하는 사람이야.”

“뭐야, 비건이 레드 랍스터(미국의 랍스터 체인점) 가서 포식하는 소리하고 있어.”


타이론이 루이스를 비꼬았다.


“진짜야. 나는 인종차별 혐오해.”

“그래. 두 번 다시 그러지 마.”

“썬, 너 따듯한 심장을 가졌구나. 앞으로 조심해 루이스. 썬 정도면 너를 쿵푸 한 방에 자빠트릴 수 있으니까.”

“···이 자식아, 그것도 스테레오 타입 인종차별이야.”


* * *


밤에 움직이는 건 위험해서 우리는 타이론의 집에서 하룻밤 묵었다.


“자주 놀러와, A.B.”


타이론의 엄마가 현관에서 나를 향해 말했다.


“A.B?”

“Asian Boy.”


AB······.

나쁘지 않은데?


물론 인종에 대한 말이라 듣는 이에 따라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다지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녀의 말에 딱히 비하의 의도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뭐.

내가 아시아인인 건 맞잖아.

아시안이 아닌 코리안 보이를 줄여서 K.B라고 해도 되긴 하지.

근데 그건 너무 은행 같잖아.


어쨌든.


자말은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기에 걸어서 집으로 갔고, 나와 루이스는 타이론의 차를 탔다.


“백인과 황인이 컴튼을 배회하는 건, ‘나 좀 때려주세요.’라고 광고하는 거야.”


고맙게도 타이론이 태워줬다.

우리의 목적지는 루이스의 집.


차는 컴튼을 벗어나 롱비치 외곽 거주 단지에 있는 조그만 주택 앞에 멈췄다.


“여기가 너네 집이야?”


타이론이 베이지색 집을 가리키며 물었다.


“응. 우리 집이야.”

“혼자 살아?”

“쉿.”


나는 타이론의 입을 막았다.


루이스는 고등학교 때 부모를 모두 잃었다.

사인은 교통사고.

외동이었던 루이스는 그 뒤로 부모님 명의의 집에서 쭉 거주한다.


타이론이 그 사실을 알 턱이 없지.


“헤이, 썬. 왜 이래?”

“네 입에 뭐가 묻어서. 됐고, 집 구경이나 시켜줘, 루이스.”


루이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에서 내렸다.


“고마워, 타이론. 연락할··· 응? 넌 왜 내려?”


집으로 갈 줄 알았던 타이론이 차에서 내렸다.


“어젯밤에 곰곰이 생각해 봤다.”


타이론이 스마트 키로 차를 잠갔다.


삐삑-.


“나도 알아. 내 랩이 구리다는 거. 컨트릭 람에 비하면 내 랩은 애기들 말장난에 불과해. 대신,”


타이론이 자신의 가슴을 툭툭 쳤다.


“난 사람 보는 눈은 좋다고. 그래서 하기로 했어.”

“뭘 하는데?”

“네 매니저.”

“매니저? 나 매니저 필요 없어.”

“계약 협상이랑 비즈니스 업무를 네가 직접 담당하겠다는 건 아니지?”

“내가 하면 되는데.”

“오, 썬. 이 정글은 동양인이 발붙이기 어려워. 알잖아?”


타이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타이론의 말이 맞다.

동양인이 발 붙이기 어렵다기보다는, 이방인이 계약을 성사하기 어렵다.

나는 그들 문화권 밖에 있는 사람이니까.


“대신 내가 앞으로 성사되는 계약 10건의 커미션은 받지 않을게.”


오? 좀 솔깃한데.


“그 뒤로는?”

“업계 표준. 넌 신인 작곡가니까 15프로.”


흠······.


솔직히 말해 루이스를 찾아냈듯, 막무가내로 뜰 가수를 찾아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매니저를 통해 연락하면, 내가 좀 더 이름있는 프로듀서처럼 보이긴 할 터.

게다가 내 편에서 일하는 사람이 한 명쯤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긴 했는데······.


조건을 걸어볼까?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

“네가 말한 앞으로 성사될 계약 10건, 내가 원하는 가수로 해줘.”

“뭐? 그건 쉽지 않지. 네가 갑자기 비앙세나 Jay-G를 연결해달라고 하면···”

“나도 생각이란 걸 해. 그렇게 터무니없는 요구는 안 한다고. 내가 요구할 가수들은 대개 유명하지 않은 가수들일 거야.”

“유명하지 않으면 오케이.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캘리포니아에 있는 가수들 위주로 요구해 줘. 동부엔 아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

“그래, 알겠어. 그리고 두 번째. 커미션은 10프로.”

“10프로? 그건 너무 낮은···”

“난 신인 작곡가가 아니야. 이미 한국에서 내 곡을 3,000달러에 팔았던 작곡가라고.”

“하지만······.”


타이론은 턱을 문지르며 생각에 잠겼다.


“12프로. 그 밑으로는 안 돼. 네가 한국에서 얼마나 잘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긴 미국이야. 네 커리어는 리셋된 거라고.”

“11프로.”

“12프로.”

“11프로. 싫음 말고.”

“뎀(Damn)! 오케이! 11프로! 더블 원!”


타이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조만간 계약서 들고 찾아갈게.”

“좋지. 내가 또 계약서 하나는 기가 막히게 보거든.”


나는 타이론이 내민 손을 맞잡으며 대답했다.


“계약 성사되어서 축하한데, 왜 우리 집 앞에서 그러는 거야?”


아, 맞다.

나는 황급히 루이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미안, 미안. 갈게.”


나는 루이스의 뒤를 따라갔다.


“루이스는 10건 안에 포함 안 되지?”


내 옆에서 나란히 선 타이론에게 물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내가 널 구해줬던 거 같은데.”

“···난 매니저 계약을 했지, 경호원 계약을 한 게 아니야.”

“오케이. 이 건은 무료 평가판으로 치지.”


우리는 루이스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루이스의 집은 단촐했다.


거실에 놓인 소파 하나, TV 한 대.

거실과 붙어있는 주방과 방 두 개.

하나는 닫혀있고, 하나는 열려있었다.


“이쪽으로 들어와.”


루이스는 우리를 열려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벽에 붙은 흡음재 때문에 방은 후덥지근했다.

방 역시 단촐했다.


컨덴서 마이크와 컴퓨터, 스피커와 헤드폰이 전부였다.


“여기서 작업하는 거야?”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어, 맞아.”

“지금까지 작업물 좀 들려줘.”

“알겠어.”


루이스는 절전모드인 컴퓨터를 켜고 노래를 재생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음악 천재는 빌보드로 간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했습니다. 24.09.13 102 0 -
25 25. 두 번째 작업(3) NEW 1시간 전 18 1 12쪽
24 24. 두 번째 작업(2) NEW 5시간 전 50 2 12쪽
23 23. 헤일리 화이트 24.09.17 82 2 11쪽
22 22. 두 번째 작업 24.09.17 93 1 12쪽
21 21. 몸값이 올랐다. 그것도 5배나. 24.09.16 115 5 12쪽
20 20. 카밀라 그레이 24.09.15 129 6 13쪽
19 19. 돌아온 5,000달러 24.09.14 141 6 12쪽
18 18. 성공의 첫 단추 24.09.13 144 4 12쪽
17 17.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2) 24.09.12 149 6 12쪽
16 16.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 24.09.12 166 5 12쪽
15 15. 루이스 해리슨(3) 24.09.11 176 6 12쪽
» 14. 루이스 해리슨(2) 24.09.11 188 7 12쪽
13 13. 루이스 해리슨 24.09.10 199 6 12쪽
12 12. LA 그리고 롱비치 24.09.09 215 7 12쪽
11 11. 미국으로 24.09.08 223 9 12쪽
10 10. 복수의 서막 24.09.07 232 8 13쪽
9 9. 우주소년(2) 24.09.06 223 8 11쪽
8 8. 우주소년 24.09.06 241 8 12쪽
7 7. 첫 작업(5) 24.09.05 246 10 12쪽
6 6. 첫 작업(4) 24.09.04 245 9 12쪽
5 5. 첫 작업(3) 24.09.04 264 9 12쪽
4 4. 첫 작업(2) 24.09.03 267 9 12쪽
3 3. 첫 작업 24.09.02 282 10 12쪽
2 2. 2013년 1월 1일 24.09.02 294 9 12쪽
1 1. 도둑맞은 인생 +1 24.09.02 311 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