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씹어먹는 작곡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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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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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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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두 번째 작업

DUMMY

1.5배라면 총 2.25억.

미화로 약 20만 달러다.


베벌리힐즈 거주민 평균 소득이 29억이다.

약 200만 달러.

내게 곡당 15,000달러를 제시한 걸 보면, 엘리자베스는 그 평균에 한참 웃도는 소득을 내고 있을 게 분명하다.


“15만 달러도 충분하지 않나요? 신인 작곡가에게는 꽤 큰 돈일 텐데.”


그렇지.

꽤 큰돈이지.


게다가 나도 9월에 루이스와의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8월 안에 끝내는 건 내 계획과 맞는 일정.

비트는 이미 내 손에 다 있고, 카밀라의 데뷔 앨범 컨셉조차 내 머릿속에 다 있으니까.


하지만, 아무런 조건 없이 계약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미션을 잘 수행한다면, 분명 엘리자베스는 이런 생각을 할 거다.


‘아, 아시아에서 온 커리어 없는 신인 프로듀서조차도 해내는 일정이었네. 웬만한 작곡가들은 이 일정이 빠듯하지 않겠구나.’


이러면 엘리자베스의 회사는 금방 망하게 될 거다.


왜냐고?

나 같은 애들을 쓰려면 곡당 15,000달러론 턱없이 부족할 테니까.


금방 곡을 뽑아낼 수 있는 사람은 많다.

좋은 곡을 뽑아낼 수 있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들은 비싸다.


알아본 결과, 로컬에서 유명한 작곡가는 10,000달러부터 시작하고 미국 전역에서 유명한 작곡가는 곡당 50,000달러부터 시작한다.

이름만 들으면 아는 작곡가는 곡당 100,000달러가 넘어간다.


억.

진짜 억.

한 곡에 억을 가져간다.


그들은 받은 만큼 일하기에 빨리 곡을 뽑아낼 수 있다.

하지만 신인 작곡가에겐 무리지.


여기선 딜을 해야 한다.


그 정도로 부려먹을 거면 돈을 더 달라고.


“시간이 촉박하니 저도 이 작업에만 몰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몰두하려면 당연히 캐시,”


나는 엄지와 검지를 붙여 손가락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캐시에 대한 압박이 없어야 마음 편히 작업에만 온전히 몰입할 수 있죠. 성과금이 있다면, 다시 말해 목표가 있다면 8월 안에 끝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엘리자베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옆에 앉은 변호사와 귓속말을 나눴다.


잠시 후,


“그렇게 하시죠.”


엘리자베스가 대답했다.


그리고, 조항 하나가 추가됐다.


[8월 이내에 작업을 해낼 시, 작업비의 1.5배를 추가 지급한다.]

[단, 작업 기한이 9월로 넘어갈 시, 작업비의 50%를 삭감 후 지급한다.]


두 번째 조건은 엘리자베스가 내 제안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한 미끼다.


나는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


“일단 선 지급금 10%를 지급하겠습니다. 현금과 계좌, 무엇이 편합니까?”


엘리자베스의 변호사가 물었다.


“타이론. 너 편한 대로 해.”

“어, 어?”

“나는 작업하러 갈게. 한시가 급하니까. 카밀라, 올라가자.”

“응!”


카밀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나는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 뒤, 미팅룸을 빠져나왔다.


“너 진짜 대단하던데?”


복도를 나란히 걷던 카밀라가 말했다.


“뭐가?”

“우리 엄마한테 저렇게 당당하게 돈 요구하는 사람은 없었어. 네가 처음이야, 썬. 게다가 엄마도 저렇게 쉽게 누구 요구를 들어주는 편이 아니거든. 엄마가 너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건가?”

“내가 걸었던 조건 때문이겠지.”

“기한을 넘길 시 계약금의 50%를 삭감한다는 거?”

“그래.”


엘리자베스 입장에서는 뭐가 됐든 좋을 것이다.

곡 작업이 빨리 끝나면 그 외의 것들(마케팅, 뮤직비디오 등)에 신경을 쏟을 시간이 늘어날 것이고, 조금 늦으면 돈을 아낄 수 있고.


“우리는 그냥 작업이나 열심히 하면 돼. 돈 얘기는 저기 있는 어른들이 알아서 할 거라고.”

“응! 알겠어.”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카밀라의 작업실 앞에 도착했다.


작업실에 들어가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오늘은 녹음하지 않을 거다.

녹음 대신, 앞으로 어떤 곡을 작업할지 대화를 나눌 거다.

달리기로 따지자면 준비운동이다.

준비운동 없는 달리기는 부상을 유발한다.

부상 없이 완주하려면 준비운동은 필수다.


음악도 마찬가지.

녹음 전, 앞으로의 계획을 충분히 알려둬야 카밀라도 그에 맞는 연습과 마인드셋을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녹음할 곡은 총 10곡이야. 이틀에 한 곡씩, 총 20일 동안 녹음을 할 거고. 20일이 지나면 7월이 되겠지? 7월부터 후작업을 시작할 거고.”


믹싱과 마스터링 비용도 계약금에 포함되어 있다.

엔지니어를 쓰려면 내 계약금에서 까야 한다는 뜻.

믹싱은 내가 할 수 있으니, 마스터링만 다른 곳에 맡기면 된다.


자, 다시 곡으로 돌아와서.


2013년 11월 발매.

이게 키 포인트다.


2013년 말에는 꽤 유명한 여가수들이 앨범을 발매한다.

비앙세, 마일스 사일런스, 타일러 스윕트까지.

팝의 걸출한 가수들이 엄청난 경합을 이룬다.


거기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똑같이 팝 앨범을 만든다?


묻히기 딱 좋겠지.


그렇다면 어떤 스타일로 가야 할까?


내가 선택한 장르는 바로 PB R&B다.

Future R&B, 힙스터 R&B, 얼터너티브 R&B 라고 불리는 이 장르는 R&B에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음악이다.

R&B에 록을, R&B에 일렉트로닉을, R&B에 힙합을 섞으면 PB R&B가 되는 거다.


이미 프랑키 오션이나 더 위크데이 같은 가수가 2012년에 이 장르를 들고 데뷔했다.

결과는 성공적.


이미 철 지난 장르 아니냐고?


아니, 아니.


중요한 건, 아직 PB R&B를 표방한 여가수가 없다는 거다.


물론 즈넬 아키코 같은 가수가 있지만, 빌보드에 오르지는 못했다.

왕비는 있을지언정, 아직 여왕은 없다는 거다.

그리고 그 공석은 그 누구도 차지하지 못한다.


그 공석에 우리 카밀라가 앉을 것이다.

PB R&B의 여왕.


어떤 장르와 조합하는 게 좋을까?


록과 R&B의 조합은 이미 더 위크데이가 써먹었다.


나는 R&B와 일렉트로닉을 결합할 거다.


페스티벌에서 들을 법한 빅룸 장르가 아니라, 어디 라운지에서 들을 법한 고급스러운 일렉트로닉.


앨범 제목도 이미 정했다.


[Ibiza]


카밀라가 스페인계 히스패닉이란 걸 안 뒤로 꼭 이비자라는 제목의 곡을 쓰고 싶었다.


스페인 영토의 조그마한 섬.

낮과 밤이 완벽히 상반된 섬.


타이틀곡 제목 역시 『Ibiza』.

엘리자베스에게 내 프로듀싱 능력을 보여줬던 그 곡이다.


나는 전체적인 앨범 컨셉과 곡 분위기를 설명하고 앨범에 실릴 트랙들을 들려주었다.


“어때?”

“좋은데?”


카밀라는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이디어도 좋고 곡 분위기도 너무 좋아!”


당연하지.

2.25억 받고 프로듀싱하는 건데.


* * *


앨범에 실릴 곡들의 멜로디를 가르쳐주니 벌써 노을이 지고 있었다.


멜로디를 같이 만들고 싶었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일단은 내가 만든 멜로디로 녹음할 수밖에.


“혹시 어려운 멜로디나, 바꾸고 싶은 멜로디가 있으면 바꿔. 단, 너무 심하게 바꾸지는 말고.”

“알겠어! 저번처럼 우왕좌왕할 일은 없을 거야!”


카밀라가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


“알겠어. 나 이제 가볼게. 내일 아침 10시까지 올 거니까 그전까지 목 풀어놔.”

“네, 프로듀서님!”


카밀라가 밝게 대답했다.


나는 작업실을 빠져나왔다.


복도를 걷는데, 저번에 봤던 가사 도우미를 마주쳤다.


가볍게 묵례하고 지나가려는데,


“저기······.”


그녀가 나를 불렀다.


“아, 네. 무슨 일이세요?”

“혹시 작곡가이신가요?”

“네, 맞아요.”

“저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여자가 쭈뼛거리며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요.”


갑자기 돈을 빌려달라거나 하는 것만 아니라면 뭐······.


“저도 프로듀싱 받고 싶어요.”


···응?


“카밀라 방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을 엿들었어요. 그렇게 훌륭한 비트는 난생처음 들어봤어요.”


칭찬은 고맙지만······.

이건 너무 뜬금없는 전개인데?


“원래 음악을 했었어요?”

“네. 지금도 하고 있어요. 먹고 살아야 해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중이지만요.”


그때,


“어허, 어허. Na, na, na.”


어디선가 나타난 타이론이 우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비즈니스 대화는 나랑 나누면 됩니다. 썬과 다이렉트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니까요.”


타이론이 그녀에게 명함을 건넸다.


“이쪽으로 연락드릴게요.”


그녀는 우리에게 인사하고는 복도를 지나갔다.


“워후, 썬. 이제 시작이야. 앞으로는 더 피곤해질 거라고.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다 너한테 들러붙을 거야.”


타이론이 별안간 자신의 가슴팍을 힘 있게 쳐댔다.


“그래서 나 같은 매니저가 필요한 거지. 프로듀서님은 작업에만 열중하라고, 꿀 따러 오는 벌들은 내가 잘 선별할 테니까.”

“그래, 부탁할게. 계약금은 어떻게 받기로 했어?”

“네가 힌트를 줬잖아. 당연히 캐시지.”


타이론이 손에 들고 있는 검은 가방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선지급금 10프로 맞아?”

“더블체크 했어. 변호사랑 크로스체크도 하고.”

“그래? 그럼, 그거 너 가져가.”

“왓? 무슨 소리야?”

“너 11프로 가져가야 하잖아. 그거로 가져가라고. 후에 받을 계약금을 내가 다 가져가면 되잖아.”


어차피 조삼모사.

늦게 받아도 별 상관은 없다.

당장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아, 물론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긴 한다.

그래도 6개월 동안 쓸 산소 탱크는 충분하다.


“요, 썬······.”


타이론이 나를 꽉 끌어안았다.


“숨 막혀.”

“넌 진짜 존나 멋있는 프로듀서야. 앞으로 내 비율은 10프로로 가져갈게!”

“아냐, 그냥 11프로···”

“놉! 10프로! 그게 더 깔끔하다고!”


타이론이 포옹을 풀었다.


“늦었으니까 얼른 집에 가자.”

“예스, 마 브라더!”


언제 브라더가 됐냐······.


* * *


집에 도착하자마자 루이스 해리슨 앨범에 쓸 비트를 간추렸다.


총 11곡.


싱글로 나올 곡까지 총 12곡을 선별했다.


카밀라의 앨범에 쓸 곡 10곡까지 합치면, 지금까지 사용한 곡은 총 22곡.

아직 178곡이 남았다.


이 곡을 전부 다 팔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목표다.


미국에 온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22곡이나 팔았으면(물론 루이스 해리슨에겐 아직 1곡밖에 팔지 않았지만), 나름 성공한 편 아닐까?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누웠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야, 잘 지내냐?]


반가운 그 이름.

상아 누나였다.


[요, 누나. 잘 지내지. 누나는?]

[놀라지나 마라. 누나 앨범 대박 났다.]

[대박 났다고?]


문자로 사진 하나가 날아왔다.


각종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순위 차트였다.


누나의 EP 타이틀곡, 나와 같이 작업했던 『네가 뭔데』가 차트 96위에 있었다.

어떤 스트리밍 사이트엔 94위로, 어떤 사이트에는 91위로 올라와 있었다.


[나도 이제 메이저 공기 맡는 여자다, 이말이야! 씨발 선율아, 네 덕분에 누나 이제 난다, 날아!]

[내가 그랬지? 언젠가는 뜰 거라고. 기다리라고 했잖아.]

[네, 맞습니다요. 프로듀서님이 짱입니다요! 앞으로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충성은 무슨.


[미국 공기는 어떠냐? 지낼 만하냐?]

[응. 숨만 쉬어도 돈 나가는 것만 빼면.]

[돈 필요하면 말해. 그냥 보내줄 테니까.]

[에이, 내 한 몸 건사할 만큼은 벌어.]

[그럼 됐네. 야, 네가 돌아올 때 한 자리 차지하고 있으라고 했었잖아. 그거 지킬 테니까 꼭 돌아와서 또 프로듀싱해라, 새퀴야.]

[그래. 나도 꼭 금의환향할게.]

[화이팅이다, 류선율!]


한국은 걱정할 필요 없을 거 같다.


곧바로 타이론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따라 핸드폰이 바쁘네.


“응. 무슨 일이야.”

-요, 썬!


타이론의 목소리가 꽤 다급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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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씹어먹는 작곡 천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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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타이론의 협상 능력 NEW 2시간 전 39 2 13쪽
25 25. 두 번째 작업(3) NEW 22시간 전 96 6 12쪽
24 24. 두 번째 작업(2) 24.09.18 93 5 12쪽
23 23. 헤일리 화이트 24.09.17 117 4 11쪽
» 22. 두 번째 작업 24.09.17 123 3 12쪽
21 21. 몸값이 올랐다. 그것도 5배나. 24.09.16 143 6 12쪽
20 20. 카밀라 그레이 24.09.15 155 7 13쪽
19 19. 돌아온 5,000달러 24.09.14 163 7 12쪽
18 18. 성공의 첫 단추 24.09.13 166 5 12쪽
17 17.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2) 24.09.12 168 7 12쪽
16 16.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 24.09.12 187 6 12쪽
15 15. 루이스 해리슨(3) 24.09.11 199 7 12쪽
14 14. 루이스 해리슨(2) 24.09.11 211 8 12쪽
13 13. 루이스 해리슨 24.09.10 224 7 12쪽
12 12. LA 그리고 롱비치 24.09.09 238 8 12쪽
11 11. 미국으로 24.09.08 248 9 12쪽
10 10. 복수의 서막 24.09.07 254 8 13쪽
9 9. 우주소년(2) 24.09.06 244 8 11쪽
8 8. 우주소년 24.09.06 260 8 12쪽
7 7. 첫 작업(5) 24.09.05 266 10 12쪽
6 6. 첫 작업(4) 24.09.04 268 9 12쪽
5 5. 첫 작업(3) 24.09.04 287 9 12쪽
4 4. 첫 작업(2) 24.09.03 291 9 12쪽
3 3. 첫 작업 24.09.02 311 10 12쪽
2 2. 2013년 1월 1일 24.09.02 326 9 12쪽
1 1. 도둑맞은 인생 +1 24.09.02 342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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