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음악 천재는 빌보드로 간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주연0827
그림/삽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품등록일 :
2024.09.02 20:36
최근연재일 :
2024.09.18 23:2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4,718
추천수 :
164
글자수 :
133,624

작성
24.09.12 11:25
조회
167
추천
5
글자
12쪽

16.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

DUMMY

“고마워, 타이론. 나 집에 데려다준다고 술도 안 마시고.”

“난 네 매니저잖아. 이것도 매니징 중 하나야.”


든든하네.


“고마워. 자말 너도 조심히 들어가.”

“푹 쉬라고, 친구.”


나는 멀어지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한인타운은 한적했다.


술기운이 가득 담긴 한숨을 내쉬고 아파트로 올라갔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일단 내일 와챠오 패거리한테 줄 돈을 챙겨야겠다.

5,542달러라고 했었나.

환전한 돈이 10,000달러, 이 중 반 이상이 날아가네.

갑자기 큰돈 나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려왔다.


“아냐, 투자라고 생각해. 루이스는 내게 500,000달러를 벌어다 줄 놈이니까.”


그래.

깊이 생각하지 말자.


깊이 생각하니까 피곤하다.


* * *


다음날,

약속한 장소로 나갔다.


어제 봤던 중국인 세 명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안 도망가고 왔네. 돈은 챙겨왔냐?”


리더가 내게로 다가와 말했다.


“그래.”


나는 갈색 종이봉투에 싼 돈을 내밀었다.


중국인은 돈을 일일이 세어봤다.


‘중국 놈이라 그런지 의심이 많네.’


아, 참.

이것도 스테레오 타입 인종 차별인가.


“5,542달러 맞네.”


돈을 다 세어본 그는 종이봉투를 품 안에 넣었다.


“그럼, 또 보자고.”


‘뭘 좋은 관계라고 또 봐······.’


“아니. 다신 보지 말자.”

“그러든지.”


그가 내게서 멀어졌다.


휴우······.

루이스 이 새끼 어딨어.

500만 원어치 갈궈야겠어.


그때, 저 멀리서 루이스가 내 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타이밍도 좋네.

잠깐······.

설마 멀리서 보고 있었나?


“헤이, 루이스!”


루이스를 향해 소리쳤다.

그는 별 반응 없이 터벅터벅 걸어왔다.


반응이 왜 이래?


“너 혹시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던 거야?”


내가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신 안 볼 것처럼 가더니만, 왜 지켜보고 있던 거야?”

“그냥······. 어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미안하더라고. 나 대신 빚을 갚아준다고 한 사람한테 너무 매몰차게 말한 거 같아서.”


루이스가 쭈뼛거리며 대답했다.


“미안해.”

“사과 듣는 것도 지겹다.”


나는 귀를 후비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어?”

“너도 알고 있을 텐데?”


그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말했잖아. 네 자신의 음악을 해달라고. 그렇게 하면 돼. 그렇게만 하면 나한테 진 빚 갚는 거야. 돈도 마음도.”

“···정말 그거면 돼?”

“그래. 가사부터 멜로디까지. 네가 살아온 얘기를 진솔하게 담으라고. 이 비트에.”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에 써둔 비트를 재생했다.


벅차오르는 듯한 느낌의 피아노 코드 진행과 스트링 사운드, 거기에 묵직한 드럼 리듬까지.

이 비트는 어디서 레퍼런스를 잡은 비트가 아니다.

온전히 나의 감성이 들어간 비트.

루이스가 솔직한 가사를 쓰려면 내 비트부터 솔직해야지.


진심과 진심.

두 개가 만나면 분명 통할 거다.

음악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니까.


내 비트를 듣던 루이스는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는지 방정맞게 움직였다.


“떠올랐어. 이 비트 내 메일로 보내줘. 오늘 바로 녹음해서 너한테 보낼게.”

“어, 알겠어. 지금 바로 보낼게.”


나는 그 자리에서 핸드폰으로 그에게 비트를 보냈다.


“이따 연락할게, 썬!”

“그래. 들어가.”


루이스가 내게서 도망갈 때와 비슷한 속도로 뛰어갔다.

하지만 이번엔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자, 이번 건은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고.


또 새로운 보석을 찾으러 가볼까?


나는 핸드폰으로 타이론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타이론. 지금 좀 만날까?”


* * *


“네가 차가 있어서 다행이야.”


덕분에 렌트비를 아낄 수 있게 됐어.

뭐, 그 렌트비는 그 중국인 놈한테 다 갔지만 말이야.


“게다가 난 베스트 드라이버고.”


타이론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나저나 어디로 가게?”

“일단 은행에서 계좌 하나만 만들자.”


계좌를 만들고 미국 저작권 협회에 내 이름을 등록해 놓는 게 오늘 할 일.

라이온제이 덕분에 O-1(디자이너/예체능 특기자를 위한 미국취업비자) 비자를 받았다.

아마 계좌도 금방 개설할 수 있을 거다.


* * *


O-1 비자 덕분에 계좌 개설은 수월했다.


계좌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서 개설했다.

아메리칸 드림의 시발점이 바로 이 은행이 될 거다.


미국 저작권 협회 등록은 우주소년의 노래로 등록했다.

우주소년의 음악도 미국 스트리밍 사이트에 등록되어 있었으니까.

Fax로 계좌와 개인정보를 보냈으니 곧 승인이 날 거다.


일정을 마치고 타이론과 점심을 먹기 위해 케밥 식당에 들어왔다.


“오늘 할 일은 이게 끝인가?”


타이론이 케밥을 먹으며 물었다.


“아니. 이제 시작이지.”

“뭐할 건데?”

“무료 10건 서비스. 오늘 한 건 쓸 거야.”

“드디어 내 힘을 발휘할 때가 왔군.”


타이론이 손을 비비며 군침을 삼켰다.


나는 핸드폰으로 너튜브에 접속해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너 얘도 찾아줄 수 있어?”

“뭐야. 또 백인이야?”

“헤이, 타이론. 우린 다 똑같은 사람이잖아. 인종은 별 의미 없다고.”


나는 턱으로 핸드폰을 가리켰다.


미국 국기가 새겨진 옷을 입고 있는 영상 속 남자.

장발로 기른 머리를 땋은 남자가 기타를 치며 밥 딜런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잘 다듬어진 수염은 덤.


저스틴 리처드란 이름의 이 남자는 훗날 포스팃 얼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남자다.


“저스틴 리처드? 얘도 LA 사람이야?”

“그래. 내가 말했잖아, 난 무조건 캘리포니아 사람만 찾아 달라고 할 거라니까.”

“흠······. 알겠어.”


타이론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헤이, 제이크. 나야 타이론. 어, 그래 잘 지내지. 연락 못 해서 미안해, 요새 내가 꽤 바빴어. 아, 비즈니스를 시작했거든. 그래, 음악 비즈니스. 그래서 말인데, 사람 하나 찾아줄 수 있어? 내가 너튜브 링크 하나 보내줄게. 오케이, 쿨. 그래, 알겠어. 땡큐. 계속 연락하자.”


전화를 끊은 타이론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곧 연락이 올 거야.”

“제이크가 누군데?”

“내가 흑인 커뮤니티의 소셜 버터플라이라면, 제이크는 백인 커뮤니티의 소셜 버터플라이야. 같은 나비끼리 상부상조하는 거지.”


오호, 그래?

나중에 제이크는 따로 만나봐야겠다.


식사를 마친 우린 밖으로 나왔다.


여기는 롱비치에서 조금 떨어진 실비치(Seal beach).

고즈넉하고 조용한 곳이다.

젊은 사람보단 중년의 나이 든 사람들이 더 많이 보였다.


나와 나란히 걷던 타이론이 핸드폰을 꺼내 잠시 보더니 내게 말했다.


“요, 썬. 제이크한테 연락이 왔어.”

“찾았대?”


타이론이 고개를 저었다.


“저스틴 리처드인가 저스틴 팀버레이크인가 하는 애는 누군지 잘 모르겠대. 주변에 알아볼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네.”

“그래. 연락 기다리자.”


그때,


“Fly me to the moon, and let me play among the stars······.”


저 멀리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노래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어떤 여자가 해변가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여자 주변엔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 모래사장에 앉아 그녀의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나 역시 그 매혹적인 음색에 끌려 그녀에게로 걸어갔다.

그녀와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얼굴이 선명해졌다.


···어? 잠시만.


“······in other words, I love you.”


미쳤다.

이 여자를 길거리에서 본다고?


카밀라 그레이.

그래! 그 카밀라 그레이!

유니버스 레코드와 계약을 맺고 데뷔한, 백인 히스패닉 혼혈 팝 싱어!

2019년 내한 당시 잠실 실내체육관을 이틀이나 매진시켰던 그 가수다.

이틀 매진이면 약 40,000명이다.

외국 가수가 표 4만 장을 판 거다.

그런 가수가 지금 내 눈앞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다.


어?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나는 거 같은데.

그래.

이건 복수의 향기다.

그래, 복수를 하려면 이 정도 거물은 만나야지.


“헤이, 타이론.”

“어허.”

“목소리 죽이지?”

“죽이네.”

“내가 지금 저 사람을 그냥 지나쳐 간다면, 난 프로듀서 자격이 없는 거야. 그렇지?”

“헬, 놉. 난 바로 너랑 계약 파기할 거야, 썬.”


그래, 그렇지.


노래가 끝나자 우레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땡큐, 땡큐.”


카밀라 그레이는 부끄러운 듯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저 사랑스러운 미소가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봐주실 줄 몰랐어요. 기껏해야 10명 정도 오겠지 싶었는데.”


많은 사람들?

30명도 안 되어 보이는데?


아직 때 묻지 않았네.

오히려 좋아.


“다음 곡은 제 자작곡을 들려드릴게요.”


카밀라는 옆에 세워둔 기타를 들어 어깨에 멨다.


앙증맞은 손으로 피킹을 하는데, 앰프에서 소리가 나지 않았다.


“어, 잠시만요. 왜 소리가 안 나지?”


그녀는 당황했는지 기타에 연결된 잭을 그냥 뽑으려고 했다.


“잠시만요.”


나는 무대 중앙으로 걸어 들어갔다.


“갑자기 뽑으면 앰프가 터질 수도 있어요. 잠깐 제가 봐 드려도 될까요?”

“아, 네······.”


카밀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게 기타를 내밀었다.


보통 소리가 안 나는 이유는 케이블에 이상이 있는 경우다.


아주 가끔, 잭의 순서를 바꾸면 소리가 나기도 한다.


앰프를 끄고 기타에 꽂혀있던 잭을 앰프에 꽂고, 앰프에 꽂혀있던 잭을 기타에 꽂아보았다.


어차피 통기타인데 뭐 어떠냐고?

마이크로 노래를 하면 통기타 소리는 묻힌다.

더군다나 여기는 야외.

쌩기타 소리가 아무리 커봤자, 바람에 다 날아간다.


소리가 나려나?

앰프를 다시 켜보았다.


디리리링-♪


좀 지지직거리긴 해도 소리는 잘 난다.

사실 기타를 소리 내는 게 목적은 아니었다.

내 목적은 바로 이것.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반주를 해드려도 될까요?”

“네?”


카밀라는 좀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자작곡이라 코드 진행을 모르실 텐데······.”

“혹시 코드가 어렵나요?”

“아니요. 어렵진 않아요. 3개 코드 반복이라.”

“알려주세요.”

“어······. F#m7, B7, EM7이요.”


2-5-1 진행이구나.

듣기 좋은 팝 코드.

화성학의 기초.


이 진행으로 만들어진 히트곡이 많지.

지금 당장 생각나는 곡은 Maroon5의 『Sunday morning』, 켈라니의 『Honey』.

물론 켈라니의 허니는 아직 발매되지 않았지만.


나는 코드를 잡고 연주를 시작했다.


“아무 때나 들어오세요. 제가 맞춰서 반주할게요.”


카밀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노래를 시작했다.


“This is the song about waiting. I wish I could do this everyday. but you’ll never come back to me. that I know, that I know······.”


좀 슬픈 발라드네.

멜로디는 R&B스럽긴 하지만.


그렇다면 여기선 아르페지오로.


“······no one is like you. no one·········.”


노래가 고조되면서 내 주법도 고조됐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여기서 내가 라틴 리듬으로 확 변주를 한다면, 카밀라는 어떻게 반응할까?

이렇게 슬픈 노래에 신나는 리듬을?


노래방에 가면 리듬 변주 키가 있다.

그 버튼을 누르면 지독하게 슬픈 발라드도 지루박이나 차차차로 바뀐다.


과연 이런 상황이라면 카밀라는 어떻게 반응할까?


만일 카밀라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면 그것대로 좋은 구경거리다.

슈퍼스타를 당황하게 만든 거니까.


평생 술안주지.


나는 주법을 라틴 리듬으로 바꿨다.


카밀라는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곧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호오······.


이렇게 나온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음악 천재는 빌보드로 간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했습니다. 24.09.13 103 0 -
25 25. 두 번째 작업(3) NEW 1시간 전 18 1 12쪽
24 24. 두 번째 작업(2) NEW 5시간 전 50 2 12쪽
23 23. 헤일리 화이트 24.09.17 82 2 11쪽
22 22. 두 번째 작업 24.09.17 93 1 12쪽
21 21. 몸값이 올랐다. 그것도 5배나. 24.09.16 115 5 12쪽
20 20. 카밀라 그레이 24.09.15 130 6 13쪽
19 19. 돌아온 5,000달러 24.09.14 141 6 12쪽
18 18. 성공의 첫 단추 24.09.13 144 4 12쪽
17 17.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2) 24.09.12 151 6 12쪽
» 16.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 24.09.12 168 5 12쪽
15 15. 루이스 해리슨(3) 24.09.11 177 6 12쪽
14 14. 루이스 해리슨(2) 24.09.11 189 7 12쪽
13 13. 루이스 해리슨 24.09.10 201 7 12쪽
12 12. LA 그리고 롱비치 24.09.09 215 8 12쪽
11 11. 미국으로 24.09.08 224 9 12쪽
10 10. 복수의 서막 24.09.07 233 8 13쪽
9 9. 우주소년(2) 24.09.06 224 8 11쪽
8 8. 우주소년 24.09.06 242 8 12쪽
7 7. 첫 작업(5) 24.09.05 247 10 12쪽
6 6. 첫 작업(4) 24.09.04 246 9 12쪽
5 5. 첫 작업(3) 24.09.04 265 9 12쪽
4 4. 첫 작업(2) 24.09.03 267 9 12쪽
3 3. 첫 작업 24.09.02 284 10 12쪽
2 2. 2013년 1월 1일 24.09.02 297 9 12쪽
1 1. 도둑맞은 인생 +1 24.09.02 313 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