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음악 천재는 빌보드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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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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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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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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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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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20. 카밀라 그레이

DUMMY

“누구한테서?”

“카밀라 그레이!”


카밀라 그레이?


“그때 어떻게 얘기했는데. 프로듀싱하기로 했어?”

“맞아. 언제든 연락 달라고 했지. 네가 말한대로 프리랜서 프로듀싱으로. 잠깐만, 일단 전화 좀 받고.”


타이론은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댔다.


“여보세요? 그래, 나 타이론이야. 잠깐 만나고 싶다고? 지금? 너무 늦었는데? 밤거리는 위험하다고. 아, 너네 집에서? 너네 집 어딘데?”


순간, 타이론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홀리 싯······. 진짜야?”


뭐야, 뭔데 저렇게 놀라.


“알겠어. 주소 보내줘. 그쪽으로 갈 테니까.”


타이론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의 입은 여전히 벌어져 있었다.


“왜 그래? 어디 아픈 거야?”

“아, 아니. 카밀라 그레이 있잖아······.”

“그래, 카밀라 그레이, 뭐.”

“걔 베벌리힐즈 산대.”

“베, 베벌리힐즈에서 산다고?”


내 입도 타이론의 입처럼 벌어졌다.

보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타이론의 입보다 더 크게 벌어졌을 거다.


베벌리힐즈.


한국 부촌을 얘기할 때, 항상 ‘한국의 베벌리힐즈’라는 명칭이 붙는다.

한국의 베벌리힐즈 평창동, 한국의 베벌리힐즈 한남동, 한국의 베벌리힐즈 판교, 한국의 베벌리힐즈 삼성동 등등······.


뒤에 따라붙는 한국의 지역은 수시로 바뀐다.

하지만, 그 앞의 수식어는 변하지 않는다.


[Beverly Hills]


이름만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지닌 도시.


카밀라 그레이가 그 부촌에 산다고?


그녀가 엄청난 부자라는 사실은 몰랐다.

회귀 전에도 몰랐었는데.


물론 내가 카밀라 그레이의 엄청난 팬은 아니었기에, 그의 생애를 알지는 못한다.

그녀의 일대기를 따로 인터넷에서 찾아본 적은 없었으니까.

다만 유명하다는 사실만 알뿐.


“카밀라가 집으로 오라고 했어?”


타이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해, 타이론! 엔진 화끈하게 덥히지 않고.”


이참에 나도 베벌리힐즈 구경 좀 하자.


* * *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명품 거리를 지나 한 저택에 차가 멈춰 섰다.


“요, 카밀라. 도착했어. 그래. 어.”


전화를 마치자 거대한 철제 대문이 양옆으로 열렸다.

자동문인 듯했다.

분수대 옆에 차를 댔다.


“어, 왔어?”


카밀라가 집 대문을 열고 나왔다.


집은 으리으리했다.

3층 집이었는데, 진짜 대저택이었다.


“얼른 들어와.”

“진짜 들어가도 돼?”


타이론이 물었다.


“당연하지. 내가 초대했잖아.”


카밀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가자, 타이론.”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

엄청나지.

영화에서나 보던 바로 그 디자인이다.

대리석 바닥에 건물 중앙에 있는 대계단, 복도에 걸린 미술품과 탁자 위에 있는 공예품들.

고풍스러운 부자의 집이었다.

미국 팝스타들의 집처럼 딱히 모던하거나 힙하지는 않았다.


이런 인테리어라면, 근래 갑자기 부자가 된 집안처럼 보이진 않았다.

Not 졸부 스타일.


“혹시 부모님이 무슨 일을 하시는지 물어봐도 될까?”

“엄마가 부동산을 하셔.”


부동산!

그래, 부동산이구나!


“서브프라임을 어떻게 버티셨대?”

“나야 모르지. 나는 엄마 일에는 별 관심이 없거든. 다만, 늘 위기 속에 또 다른 기회가 있다고만 말씀하셨어.”


어머니가 야수의 심장이시구나.

멋있네.


카밀라는 우리를 데리고 2층으로 향했다.


수많은 방중 하나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작업실이었다.


남자라면 벽장을 가득 채운 한정판 신발을 상상하고, 여자라면 벽장을 가득 채운 명품 구두를 상상하라.

먹는 것을 좋아한다면 긴 테이블에 잔뜩 깔린 음식들을 상상하고, 공연을 좋아한다면 내 최애 가수가 나를 위한 단독 공연을 하는 것을 상상하라.


아, 왜 이런 상상을 하냐고?

내 기분이 지금 그렇거든.


입안에 침이 그득 고였다.

이 맛있는 장비들을 써보고 싶었다.


어머, 저 스피커 봐······.

어머, 저 신시사이저는 단종된 지 오래라 구하려면 웃돈의 웃돈을 얹어줘야 할 텐데.

저건 뭐지? 저 반짝거리는 아웃보드들은?

죄다 명기잖아?


“이 기계들, 네가 다 고른 거야?”

“아니. 아는 사람이 맞춰줬어. 유명한 엔지니어라고 했는데.”

“여기 있는 기계들, 다 써?”

“사실 잘 몰라. 난 쓰는 것만 써.”


···이래서 버스킹 할 때 기타 소리가 안 나자 당황했던 거구나.

비싼 장비는 망가질 일이 적다.

고치는 법을 모르니 당황할 수밖에.


“나 여기서 가사 도우미 해도 돼?”


내가 말하자 카밀라가 웃었다.


“메이드 복 입을 거라면 생각해 볼게.”

“···치마야?”

“응.”


가능할 거 같은데······.


아, 아니.

잠깐만.


왜 이래, 류선율.

정신 차려.


“그나저나 무슨 일로 부른 거야?”


타이론이 나 대신 물었다.


“나 프로듀싱 받고 싶어.”

“앨범을 내고 싶다는 거지? 근데 너 회사 있어?”

“없어. 근데 우리 엄마가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시작했거든. 여기 옆이 할리우드잖아.”

“할리우드는 배우 아니야?”

“맞아. 처음엔 에이전시를 하려고 하셨는데, 마땅히 매수할 회사가 없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음반사를 인수했어.”

“으, 음반사를?”

“그래.”

“무슨 음반사인데?”

“인수 전의 회사는 뭔지 모르겠고, 바뀐 이름만 알아. 엄마가 이름을 바꿨어. 90210 레코드.”

“90210? 베벌리힐즈 우편번호잖아?”

“응. 맞아. 모태가 여기니까.”


카밀라가 아래를, 그러니까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홀리 싯······. 엄마가 사장이니까 투자금 걱정은 없겠네.”

“아니. 우리 엄마 엄청 깐깐해. 딸인 나한테도 헛돈 쓰지 않는다니까.”


이 장비들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니······.


“곧 우리 엄마가 오실 거야. 그때 얘기 나눠봐.”


아니, 지금?


“정장 입고 오길 잘했네.”


타이론은 한숨을 내쉬었다.


“야. 나는 청바지에 흰 티라고······.”


게다가 땀도 좀 흘렸고.


“괜찮아. 넌 얼굴이 깔끔하잖아.”

“외모가 문제가 아니라···”

“카밀-?”


그때, 저 멀리서 카밀라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저 지금 작업실에 있어요! 금방 내려갈게요!”


카밀라는 크게 외치고는 우리를 쳐다봤다.


“우리도 내려가자.”


* * *


1층 대계단 뒤에 있는 미팅룸.

미팅룸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LA 아파트 방 크기만 했다.

거실이랑 방 두 개 합친 크기.


젊은 가사 도우미가 우리에게 차를 건네줬다.

가사 도우미를 쓸 정도로 부유하다니.


그나저나 메이드 복 안 입네.

거짓말쟁이.


“고, 고맙습니다.”


이런 대접은 또 처음이었다.

···타이론도 처음인 것 같았다.

저 얼어붙은 표정 좀 봐라.


“안녕하세요. 엘리자베스 그레이예요.”


마주 앉은 여자가 말했다.


엘리자베스 그레이.

30대 중반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동안인 외모에 날씬한 몸매를 가진 백인이었다.

아무래도 카밀라의 아버지가 히스패닉인가 보다.


카밀라와 나란히 앉은 그녀는 자매처럼 보였다.


“따님께 얘기는 들었습니다. 음반 사업을 시작하신다고······.”

“맞아요.”

“혹시, 지금 소속된 아티스트는 누가 있나요?”

“아, 원래 있던 가수들은 모두 계약 해지했어요.”

“왜, 왜요?”


미친 짓 아닌가?

원래 있던 가수들에게 떠나지 말라고 못 할망정, 다 잘라버렸다고?


“난 뭐든지 밑바닥부터 시작해 서서히 올라가는 걸 좋아하거든. 사실, 아예 신생 레코드 회사를 차리고 싶었는데, 시스템을 갖추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시스템 구축 비용만 미리 구매한 거지.”


이게 부자들 마인드인가.


“그리고, 등에 업혀서(숟가락만 얹어서) 성공했다는 말 듣는 걸 제일 싫어해요, 내가.”


자존심이 꽤나 강한 여자네.


“그렇다면 어머님 회사의 1호 가수인 카밀라가 무조건 성공해야겠네요?”

“그렇지. 좋은 프로듀서의 프로듀싱과 무차별적인 마케팅을 퍼부으면 성공하겠지만, 아까 말했듯 나는 서서히 성장하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라. 등에 업혀서 성공했다는 말 듣기도 싫고. 알죠? 성장.”


엘리자베스는 날 빤히 쳐다봤다.


“그쪽, 아직 아무 커리어 없는 신인 아닌가요?”

“커리어는 신인이지만, 능력은 그 어떤 프로듀서보다 출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인의 치기일지, 아니면 자신감에서 나오는 패기일지, 아니면 그저 객기일지 궁금한데?”

“격투기 선수는 링 위에서 자신을 증명하고, 트레이더는 투자 수익으로 증명합니다. 저는 제 곡으로 증명하겠습니다.”


카밀라의 어머니는 백인.

라틴 팝을 기반으로 만든 트랙을 들려줘도 시큰둥할 거다.

그렇다면 어떤 음악을 내밀까?

백인들이 좋아하는 팝?


아니지.

여기선 인종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 사람은 부동산으로 엄청난 돈을 번 인물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다는 것.

그렇다면 이쪽에서도 돈 냄새가 마구 풍기는 트랙을 들려줘야지.


카밀라의 어머니가 음반 산업에 진심이라면, 이 음악에 무조건 반응할 거다.

그간 너무 힙합 트랙만 들려줘서 싫증 났었는데.

이제야 돈 냄새 풀풀 풍기는 노래를 들려줄 수 있겠구만.

누누이 말하지만, 내 주전공은 힙합이 아니다.

내 주전공은 상업 음악.

그것도 돈 냄새 나는 상업 음악.

쌍스럽다고 해도 상관없다.

청자가 없으면 작곡가도 없으니까.

대중의 입맛에 맞춰주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다.


리한나가 피처링한 캘빈 해리스의 『This Is What You Came For』, 그리고 디사이플스가 피처링한 캘빈 해리스의『How Deep Is Your Love』.

이 두 곡을 레퍼런스로 삼은 트랙을 들려주었다.


300미터 밖에서도 돈 냄새가 풀풀 나는 트랙을 들은 엘리자베스는 고개를 까딱거렸다.


“트랙은 좋네요.”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근데, 트랙만 들어서는 잘 모르겠네요.”


뭔가를 더 보여달란 말이지?

그래, 보여줄게.


“지금 바쁘세요?”

“갑자기?”


그녀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별로 안 바쁘시면 2시간만 기다려 주세요. 샤워하시고 볼일 좀 보시면 금방 갈 겁니다.”

“우리 집이니까 기다릴 수 있어요. 근데 내 2시간은 꽤 비싼데, 그 시간을 당신한테 지불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인가요?”

“아까 말씀드렸죠? 제 곡으로 증명하겠다고. 프로듀싱 능력도 같이 증명하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가 향을 잃기 전에 돌아오겠습니다.”


나는 카밀라를 데리고 작업실로 향했다.


* * *



“요, 썬! 2시간 만에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걱정 마.”


멜로디는 머릿속에 있으니까.

중요한 건 그 멜로디가 카밀라와 잘 맞느냐인데······.


“카밀라. 잠깐 장비들 좀 쓸게.”

“마음껏 쓰세요, 프로듀서님.”


하아······.

드디어 너네들을 만질 수 있구나.

오늘 내가 너희들의 일일 애인이야.

부드럽게 대해줄게.


“타이론! 카밀라 높이에 맞춰서 마이크 세팅 좀 부탁할게!”


나는 컴퓨터와 장비들을 모두 켜며 말했다.


“알겠어!”

“카밀라. 아까 비트는 들었지?”


카밀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멜로디를 얹을 거야. 일단은 시간이 없으니까 내가 대충 가이드를 해줄게.”


나는 핸드폰으로 비트를 틀고 음을 불렀다.


“You’re in the zone, lights are flashing bright, Feel the beat drop, everything feels right, Lost in the music, let it take control, Every heartbeat's syncing with your soul······.”


내 노래에 카밀라가 더듬더듬 멜로디를 따라 불렀다.


“아, 혹시 이 부분은 멜로디를 이렇게 바꾸는 게 어때?”


카밀라는 내가 부른 멜로디를 변형해서 불렀다.


···좋다!


“좋아! 그게 더 나은 거 같아. 너한테도 잘 어울리고.”


그렇게 멜로디와 가사를 익히는데 20분.

어차피 진공관이 달린 아웃보드는 예열시간이 필요하다.

예열과 학습을 동시에!

이게 바로 K-멀티태스킹이다!


나는 컴퓨터에 깔린 DAW를 둘러보았다.


···진짜 찐부자네.


모든 종류의 DAW가 다 깔려있잖아?


자, 어떤 DAW로 작업해 볼까······.

제대로 믹싱하기엔 시간이 짧다.

그렇다면, DAW 아웃풋 자체에 사운드 이펙터가 걸려있는 DAW를 선택하자.

로직 프로X.

애플이 1994년 인수한 DAW 회사에서 출시해,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작곡 프로그램이다.

애플이 출시했으니 맥에서밖에 못쓴다.

그리고, 카밀라의 작업실에 있는 컴퓨터는 맥이다.


나는 새로운 세션을 만들어 트랙을 올렸다.


“마이크 준비됐지?”

“준비 완료!”


타이론이 엄지를 치켜들며 말했다.


“카밀라. 준비됐지?”


헤드폰을 쓴 카밀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녹음 버튼을 눌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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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헤일리 화이트 24.09.17 82 2 11쪽
22 22. 두 번째 작업 24.09.17 93 1 12쪽
21 21. 몸값이 올랐다. 그것도 5배나. 24.09.16 115 5 12쪽
» 20. 카밀라 그레이 24.09.15 130 6 13쪽
19 19. 돌아온 5,000달러 24.09.14 141 6 12쪽
18 18. 성공의 첫 단추 24.09.13 144 4 12쪽
17 17.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2) 24.09.12 149 6 12쪽
16 16.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 24.09.12 167 5 12쪽
15 15. 루이스 해리슨(3) 24.09.11 177 6 12쪽
14 14. 루이스 해리슨(2) 24.09.11 188 7 12쪽
13 13. 루이스 해리슨 24.09.10 200 6 12쪽
12 12. LA 그리고 롱비치 24.09.09 215 8 12쪽
11 11. 미국으로 24.09.08 224 9 12쪽
10 10. 복수의 서막 24.09.07 233 8 13쪽
9 9. 우주소년(2) 24.09.06 223 8 11쪽
8 8. 우주소년 24.09.06 242 8 12쪽
7 7. 첫 작업(5) 24.09.05 246 10 12쪽
6 6. 첫 작업(4) 24.09.04 246 9 12쪽
5 5. 첫 작업(3) 24.09.04 264 9 12쪽
4 4. 첫 작업(2) 24.09.03 267 9 12쪽
3 3. 첫 작업 24.09.02 282 10 12쪽
2 2. 2013년 1월 1일 24.09.02 295 9 12쪽
1 1. 도둑맞은 인생 +1 24.09.02 31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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