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음악 천재는 빌보드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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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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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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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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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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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돌아온 5,000달러

DUMMY

2015년도부터 2018년 사이, 차트를 가득 메운 힙합 곡들을 기억하는가?

빌보드 차트와 한국 음원 차트에 슬금슬금 모습을 비치더니, 이내 1위를 당당히 차지하는 음악들 말이다.

릴 우지 버트가 피처링한『Bad and Boujee』, A$AP Rocky가 피처링한『No Limit』 같은 거.

한국은 빅뱅 음악과 쇼미더캐시 음원이 줄을 세웠었지.


미니멀하고 미국스러운 비트를 샤샤에게 들려주었다.


“으흠······. 예. 프리티 굿······.”


샤샤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가 눈을 감고 리듬을 타려는 그 순간, 나는 노래를 멈췄다.


샤샤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나를 쳐다봤다.


“루이스가 업로드했던 음악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죠? 그만큼 루이스는 다양한 비트에 랩을 펼칠 수 있습니다.”

“비트는 너무 좋은데······.”


샤샤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루이스의 랩은 들어보질 못해서요.”

“제가 프리스타일 랩 좀 보여드릴까요?”


오 마이 갓······.


“진심이야?”


복화술로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래. 지켜보라고.”


루이스가 말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타이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혹시 루이스가 이상한 랩을 펼치면 네가 끼어들어서 받아쳐 줘.”

“뭐? 내가 여기서 랩을? 뭔 소리야, 그게. 내 미팅 자리가 아니잖아.”

“너 프리스타일 랩 잘하잖아, 얘보단.”

“못해. 카페에서 어떻게 프리스타일을···”

“거기 두 분. 미팅보다 중요한 말씀을 나누고 계신 건 아니겠죠? 그것도 귓속말로.”


샤샤가 우리 둘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아, 아니죠. 하하하하-.”


나는 멋쩍게 웃었다.


“썬. 비트 맛깔나게 틀어줘.”


루이스가 말했다.


그래, 믿는다.

네가 품고 있는 보석을 믿어.


가보자!


나는 비트를 재생했다.


* * *


나와 루이스, 타이론은 근처에 있는 햄버거집으로 갔다.


“너 이 새끼 어떻게 그런 랩을 준비한 거야?”


루이스의 옆에 나란히 앉은 타이론이 기특하다는 듯이 루이스의 팔을 치며 물었다.


“최선을 다한 것뿐이야.”


루이스는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했다.


블루 버터플라이에서 루이스는 내 비트에 맞춰 랩을 했다.

그것도 아주 멋있게.

내가 주로 쓰던 표현으로 하자면, 까리뽕쌈했다.


랩을 다 들은 샤샤는 감격했다는 기립박수를 쳤다.


“이게 내 애지, 이게 내 애라고!”


타이론이 루이스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 덕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쏠렸다.


아, 씨······.

창피해.

한국인은 이런 거 못 견딘다고······.


“올롸잇, 올롸잇. 아주 좋아요. 느낌도 좋고 탤런트도 있네요. 계약서나 기타 자세한 사항은 서면으로 대화 나누시죠. 필요하다면 변호사를 대동해도 좋아요.”


샤샤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썬. 당신의 비트는 너무 세련됐어요. 조만간 타이론을 통해서 당신에게도 연락할게요.”


통했다.

은근한 어필.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이득을 취하는 것.

현대전술의 가장 중요한 병법이다.


“그래 주신다면 감사하죠.”


나는 겸손하게 말했다.


“오케이. 난 이제 가볼게요.”


미국은 계약도 텀을 좀 두고 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필요하면 변호사까지 대동하라니.

누구랑은 딴판이네.


샤샤와 헤어진 뒤, 우리는 여기, 햄버거 가게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계약은 할 거야?”

“당연히 해야지. 무려 유스 머니라고, 유스 머니!”


내가 묻자 루이스는 신나게 대답했다.


“계약 방식은?”

“신인이니까 360 Deal이 좋을 것 같아. 인지도가 없으니까.”


그렇지.

그게 현명하지.

돈보단 미래를 보라고 친구.


“유스 머니랑 계약해도 너랑은 계속 작업할 거야, 썬.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해.”

“요, 요! 계약 관련해서는 나랑 얘기해야 한다니까? 썬과 다이렉트로 말할 수 있는 건 나뿐이야.”


타이론이 팔로 나를 막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타이론. 안 덥냐?”


나는 타이론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보며 말했다.


“그래, 너무 더워. 녹아내릴 거 같아.”


그제야 타이론은 슈트를 벗고 와이셔츠를 걷었다.


“후우······. 매니저 일도 힘들다니까.”


웃음이 났다.

사람마다 고유의 특성이 있다.

타이론의 특성은 타인에게 웃음을 주는 거다.

그것도 아주 기분 좋은 웃음을.

얄미울 때도 있겠지만, 싫지는 않은 캐릭터.

그게 바로 타이론이다.


“계약하기 전에 꼭 변호사 대동하고. 필요하면 말해, 변호사 비용도 빌려줄 테니까.”

“아냐. 너한테 또 손 빌릴 수는 없지. 내가 알아서 구할게. 아, 물론 더 이상 갱한테 빌리진 않을 거야.”

“그래. 또 갱한테 빌리면 진짜 내가 때려줄 거야.”

“이게 무슨 소리야? 너 갱한테 돈 빌렸었어?”


타이론이 처음 듣는다는 듯이 말했다.


“어. 얘 와챠오한테서 돈 빌렸었어.”

“얼마?”

“그······. 6,000달러 정도?”


루이스가 소심하게 대답했다.


“6,000달러 빌렸는데, 11,000달러를 갚았어. 이자만 5,000달러야.”


정확히는 5,542달러.


“거짓말 말아.”

“진짜라니까.”

“진짜로?”


순간 타이론의 표정이 굳었다.


“이 개자식들 진짜 양아치네? 기다려 봐.”


타이론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미스터 웽(Wang)? 나 타이론이야. 그래. 너 아직도 와챠오에서 간부 일 하고 있냐? 아, 그래? 혹시 루이스 해리슨이란 애가 거기서 돈 빌렸었냐? 어, 그래. 맞아, 다 갚았지. 근데 6,000달러를 빌렸는데 이자가 왜 5,000달러야? 그게 말이 돼? 뭐라고?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이라고?”


···일이 좀 희한하게 돌아가는 거 같은데.


“···그래. 이따 가면 연락할게.”


타이론이 전화를 끊었다.


“루이스. 너 6,000달러 원금 4개월 만에 다 갚은 거 맞지?”

“그래. 파트타임잡 두 개 뛰면서 갚았어.”

“이 사기꾼 새끼들. 웽이 그러는데, 4개월이면 많이 받아봤자 500달러래. 5,542달러나 이자가 불어날 수가 없대.”


그 말은 즉······.


“그 중국 놈들 세 명이 돈을 슈킹한 거네?”

“슈킹?”


내 말에 타이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횡령한 거 아니냐고.”

“아, 횡령. 그래. 횡령한 거지.”


일이 점점 재밌게 돌아간다.


“일단 롱비치로 가자. 다 먹었지?”


타이론이 물었다.


사실 다 먹으려면 한참 남았다.

미국 햄버거는 엄청 크니까.

하지만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든다.


왜냐고?


빨리 롱비치에 가고 싶으니까.

그 새끼들 엉덩이에 쇠 파이프를 쑤셔 넣을 생각을 하니 먹지 않아도 배불렀다.


* * *


“요! 미스터 웽!”

“잘 지냈어, 타이론?”


웽, 그러니까 미스터 왕(Wang)은 덩치가 컸다.

무엇보다 외모가 꽤 준수했다.

전형적인 중국 미남 스타일이랄까.

금성무를 좀 닮은 거 같은데.


“그나저나 정장은 뭐야? 결혼식이라도 갔다 온 거야?”

“뭐, 비슷해.”


타이론은 어깨를 으쓱했다.


타이론을 향해 웃던 왕은 루이스를 보더니 반갑다는 듯 고개 숙여 인사했다.


“우리 고객님 아니신가.”


굉장히 예의 바른 태도였다.

그때 내 돈을 가져간 셋과는 다르게.


“타이론에게 대충 얘기는 들었어. 그래서, 정확히 무슨 일인 건데?”


나는 루이스를 대신해 이번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왜 내가 설명했냐고?

5,542달러는 내 돈이잖아.


“흐음······.”


내 얘기를 경청하는 왕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세 놈이라고 했지?”

“그래.”

“이름은 모르고?”

“전혀.”


왕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是我,问你个事儿。你知道那几个老在长滩晃的中国人是谁吗?知道的话,把他们带到办公室来。”


왕은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어로 뭐라고 말하더니 곧 전화를 끊었다.


“뭐라고 한 거야?”


타이론이 물었다.


“롱비치에 우리나라 사람 세 명이 몰려다니는 거 본 적 있냐고 물었어. 누군지 안다고 해서 이리로 데려오라고 말했지.”


이리로?


“요, 미스터 웽. 너 되게 고위직인가보다.”

“허투루 올라온 건 아니니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험악하게 생긴 남자가 중국인 셋을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래.

저 셋이었다.

루이스를 쫓아다니고, 내 돈을 가져간 중국인 세 명.


“너네 나 알지?”


왕이 셋을 보며 물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부러 영어로 대화하고 있다.


셋은 아무런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난 너네가 누군지 모르겠거든?”


왕의 표정이 살벌하게 굳었다.

···어우, 나까지 괜히 떨렸다.


“끽해봐야 말단인 너네한테 수금시켰을 리는 없고······. 뭐야? 어떻게 알고 우리 고객을 협박한 거야?”

“저, 저는 진짜 와챠오 맞습니다. 다, 다만 수금은 제가 명부를 몰래 훔쳐본 겁니다······.”


왕이 피식 웃더니 곧 크게 웃었다.


“그래? 명부를 훔쳐봐?”


왕이 셋을 끌고 온 험악하게 생긴 남자를 쳐다봤다.


“喂,狠狠揍这帮王八蛋,揍到他们老实交代!别弄死,毕竟都是咱们的同胞。”


왕의 말을 들은 셋 중 한 명이 손을 싹싹 빌며 말했다.


“对不起,我不敢再这样了!”


뭐, 대강 분위기를 살펴보자면 이런 것 같았다.

명부를 훔쳐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분명 어디론가 샜을 게 분명할 터.

명부가 새어나가게 된 경위를 말할 때까지 때리라고 했을 거고, 이제 곧 맞을 저놈들은 살려달라고 외쳤겠지.


“처맞기 전에, 내 돈이나 내놔, 이 새끼들아. 네 엉덩이에 쇠파이프를 박아 넣기 전에.”


나는 내 돈을 가져간 놈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


“주, 줄게. 진짜 줄게. 곧 줄게. 제발, 왕한테 살려달라고 말해줘. 다신 내 눈앞에 얼씬거리지 않을게!”


나는 잡았던 멱살을 풀고 위로하듯 가슴팍을 툭툭 쳤다.


“미안. 나도 초면이라 부탁하긴 좀 어려울 거 같아.”


나는 할 수 없다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뒤를 돌았다.


“으아아아아악!”


셋은 절규를 내뱉으며 끌려갔다.


“자.”


왕은 내게 100달러 50장을 내밀었다.


“여기 5,000달러. 우린 돈거래는 정확하게 한다고. 네가 더 낸 5,000달러는 쟤네한테 받을게. 아, 참.”


왕은 100달러 다섯 장을 빼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쟤네들 잡아 온 애한테 수고비는 줘야 하지 않겠어?”

“아까 그 험악하게 생긴 아저씨?”

“그래. 그놈. 챙겨야 할 걸 못 받으면 무척 화낼 거야.”

“그래. 그를 위해 챙겨줘.”


소탐대실.

저것까지 챙기는 건 예의가 아니지.


“그럼, 또 보자고.”


왕이 내게 말했다.


아, 이쪽도 별로 다시 보고 싶지는 않다.

테이블 위에 권총 두 자루랑 실탄이 놓여 있는데, 어떻게 다시 봐?

안 보는 게 건강에 이롭다.


“갈게, 웽.”

“그래.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해, 타이론.”


···뭐, 저 둘은 친해 보이니까 괜찮겠지.


우린 왕의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저 왕이란 사람이랑은 어떻게 친해진 거야?”


알면 알수록 신기했다.

본인이 소셜 버터플라이라고는 했지만, 이렇게나 발이 넓은 건 말이 안 되니까.

게다가 갱의 간부라니.

그것도 동양계 갱의.


“아, 어렸을 적 내 친구야. 쟤는 카슨(Carson)에 살았거든.”


카슨.

컴튼 아래에 있는 작은 도시.


“아, 네가 저 갱단이랑 관련 있는 건 아니고?”

“헤이, 썬. 소셜 버터플라이의 첫 번째 원칙이 뭔지 알아?”

“뭔데?”

“어딘 가에 소속되지 않는 것. 그게 첫 번째야. 어딘 가에 소속되면, 필연적으로 어딘 가에서는 빠져나와야 하거든. 공화당과 민주당 두 곳에 동시에 소속된 의원은 없다고, 친구.”

“그건 그렇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먼저 들어갈게. 오늘 너무 피곤하네.”


루이스는 눈을 비비며 말했다.


“그래, 조심히 들어가. 계약하면 연락해.”

“알겠어. 고마워, 썬. 연락할게!”


루이스는 길가에서 택시를 잡았다.


그때,


“어? 썬. 전화 왔는데?”


타이론이 내게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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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두 번째 작업(2) NEW 5시간 전 50 2 12쪽
23 23. 헤일리 화이트 24.09.17 82 2 11쪽
22 22. 두 번째 작업 24.09.17 93 1 12쪽
21 21. 몸값이 올랐다. 그것도 5배나. 24.09.16 115 5 12쪽
20 20. 카밀라 그레이 24.09.15 130 6 13쪽
» 19. 돌아온 5,000달러 24.09.14 142 6 12쪽
18 18. 성공의 첫 단추 24.09.13 144 4 12쪽
17 17.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2) 24.09.12 151 6 12쪽
16 16.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 24.09.12 168 5 12쪽
15 15. 루이스 해리슨(3) 24.09.11 177 6 12쪽
14 14. 루이스 해리슨(2) 24.09.11 189 7 12쪽
13 13. 루이스 해리슨 24.09.10 201 7 12쪽
12 12. LA 그리고 롱비치 24.09.09 215 8 12쪽
11 11. 미국으로 24.09.08 224 9 12쪽
10 10. 복수의 서막 24.09.07 233 8 13쪽
9 9. 우주소년(2) 24.09.06 224 8 11쪽
8 8. 우주소년 24.09.06 242 8 12쪽
7 7. 첫 작업(5) 24.09.05 247 10 12쪽
6 6. 첫 작업(4) 24.09.04 246 9 12쪽
5 5. 첫 작업(3) 24.09.04 265 9 12쪽
4 4. 첫 작업(2) 24.09.03 267 9 12쪽
3 3. 첫 작업 24.09.02 284 10 12쪽
2 2. 2013년 1월 1일 24.09.02 297 9 12쪽
1 1. 도둑맞은 인생 +1 24.09.02 313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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