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음악 천재는 빌보드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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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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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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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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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우주소년(2)

DUMMY

‘컴눈명’이란 말을 아는가?

‘다시 컴백해도 눈감아주는 명곡’이란 뜻이다.

보통 발매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뒤늦게 뜬 곡이나 유행을 앞서간 곡에 붙이는 이름이다.


‘역주행’과는 결이 살짝 다르다.


역주행이란 말에는 ‘유행을 앞서간’이라는 의미가 담겨있지 않다.

바이럴 마케팅의 영향일 수도 있고, 그 가수의 인기가 갑자기 높아져서일 수도 있다.


역주행과 컴눈명의 차이는?


역주행은 대중이 원했을지도 모르는 것이고(마케팅 역시 한몫하니까), 컴눈명은 대중이 원하는 것이다.


[모르는척 해줘야하는 재컴백소취 삼대장 : 유빈 숙녀, 서현 돈세노, 투피엠 우리집]


이 댓글이 좋아요를 2만이나 받았다.


그렇다면 난 어떤 곡을 써주는 게 좋을까?


그렇다.

바로, 컴눈명.


우주소년이 빌보드 Hot100 차트에 처음 오른 게 2017년.

그렇다면 난, 2017년에 유행할 만한 음악을 만들어 주면 되는 것이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은 둘.

바로, Another One의 남자.

DJ 칼리드.

그의 앨범 [Grateful].

그리고, 타이 달라 사인.

그의 앨범 [Beach house 3].


이 두 앨범을 레퍼런스 삼아서 곡을 쓰기로 했다.


일단 DJ 칼리드의『I’m the one』같은 미니멀한 트랙을 만들고, 중독성 있는 훅을 만들어 마이크로 녹음했다.

훅 외의 다른 파트들은 멤버들이 메이킹 할 테니 그 부분은 비워뒀다.


그 후에 타이 달라 사인의 『Famous』 같은 곡을 만들었다.

사실 이런 부드러운 곡은 사람들이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가 없다.

같은 해에 나오는 켈라니의 『Honey』 역시 꽤 인기를 끌지 않았는가?

이번엔 보컬 라인까지 모두 만들어 녹음했다.

싱잉 랩과 보컬 사이 어딘 가에 있을 법한 곡.


미래에 장르의 구분은 초등학생 때 운동장에 그어놓은 금처럼 희미해진다.

운동장에 그어놓은 금이 지금도 남아있을까?

아니지, 금을 그어놓은 다음 날까지 남아있으면 다행이지.


하지만 지금은 장르의 구분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시기.

아니, 남아있다기보다는 장르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는 과도기라고나 할까.

이런 시기에 내가 쓴 곡을 신인 아이돌 앨범에 삽입하는 건 꽤나 큰 모험일 것이다.

아이돌 음악은 시대를 너무 앞서가면 안 되거든.

앞서갈 바엔 차라리 좀 뒤처지는 게 낫다.

제일 베스트는 발매될 그 시기에 유행하는 음악을 내는 것이다.


근데 왜 난 ‘컴눈명’ 곡을 쓰려고 하는 거냐고?


그들의 타임라인을 최대한 건들고 싶지 않으면서도 앨범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내 곡과 우주소년은 지금 당장 뜨면 안 된다.

그들의 무명 기간의 서사가 그들을 월드 스타로 만들 테니까.


그들이 빵! 뜰 때, 이 2곡도 같이 조명받을 거다.


2곡을 완성하니 날이 어둑해졌다.


방수현 PD에게 메일을 보내고, 또 준에게도 메일을 보냈다.


[의뢰해 주셨던 곡 완성해서 메일로 보냈습니다.]

[곡 썼는데 들어보쉴? 사실 이미 메일로 보냈음ㅋ]


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환희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선율아.

“형. 앨범 릴리즈 날짜 정해졌어요?”

-응. 유통사 쪽에서 2월 16일이나 17일에 내자고 하네.

“빠듯하네요. 심의는요?”

-밀리어네어 레이블에서 심의 넣었대. 아, 그리고 유통사에서 음악 듣더니 스트리밍 사이트 최신 앨범 메인에 걸어주겠대.


최신 앨범 메인에?

와우······.


미래엔 인별이나 너튜브, 틱탁 바이럴이 마케팅의 일환이 된다.

그래서 최신 앨범 메인에 걸리는 게 딱히 중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때는 최신 앨범을 보고 끌리는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래서 앨범 커버가 중요했다(물론 미래에도 앨범 커버는 중요하지만, 이때만큼은 아니다).


앨범 커버가 중요한 이유?

가게 전경을 보고 음식점에 들어간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심 ‘이런 인테리어면 맛집이겠지.’ 혹은 ‘이런 인테리어면 적어도 고급지겠지.’ 생각하면서.

가게 전경과 음식 맛은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앨범 커버도 같은 이유다.

앨범 커버가 좋으면 노래도 좋을 거란 생각을 갖게 된다.


“앨범 커버는 나왔어요?”

-지금 바로 보내줄게.

“알겠어요, 형. 전화 끊고 볼게요. 그간 고생했으니 푹 쉬세요.”

-고생은 네가 더 많이 했지. 고마워, 선율아.

“에이, 형이 고생했죠. 앨범 나오면 파티해요.”

-그래. 푹 쉬어!


전화가 끊어지고 곧 깨톡 알림음이 났다.

형이 보낸 앨범 커버 사진이었다.


환희 형의 앨범 커버는 한눈에 딱 끌렸다.

환희 형의 얼굴을 초상화로 그린 건데, 미묘하게 이상했다.

자세히 보면 눈과 입이 뒤집혀 있었다.

왠지 모르게 아방가르드한 느낌이 났다.

전체적인 앨범 컨셉 역시 얼터너티브적이니, 커버도 그렇게 나왔겠지.


아, 물론 무슨 포스트모더니즘이니 탈구조주의니 하는 대단한 예술 작품을 낸 건 아니다.

그냥 아직 유행하기엔 이른 음악을 먼저 낸 것이다.


나에게는 익숙하지만 타인에게는 신선한 음악.

미래에서 왔는데, 이런 이점 정도는 챙겨야지.


띠리리링-.


방수현 PD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 PD님.”

-선율 씨. 이거 언제 쓴 곡이에요?

“아까 PD님이랑 미팅 끝나고 집에 와서 바로 썼는데요?”


정적이 흘렀다.


-이 두 곡을 쓰는 데 5시간밖에 안 걸렸단 말이죠?

“뭐, 그쯤 걸린 거 같아요.”

-지금 뵐 수 있을까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이쪽으로요?”

-네. 작업실에서 작업한 거 아니에요? 제가 작업실로 갈게요.

“저 작업실 없어요. 그냥 집에서 했는데.”

-······.


또 정적이 흘렀다.


“저희 집 근처에 카페 하나 있는데 거기서 뵐까요?”

-네. 그쪽에서 봬요.

“주소 보내드릴게요.”


주소를 보내고 밖으로 나갔다.


카페까지 걸어가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진짜 밤낮 없이 일하네.’


환희 형한테 한약이나 한 재 달여달라고 해야겠다.


* * *


카페에 앉아서 주문한 핫초코를 마셨다.

지금 커피를 마시면 밤에 못 잘 게 분명하니까.


맛있네.

달달하고 묵직한 액체가 입안을 감쌌다.

먹는 즐거움은 나를 기쁘게 만든다.

뻐킹 항암치료.

제발 암세포 다 사라지길.


몇 입 안 먹었는데 벌써 다 마셨다.


한 잔 더 시킬까 고민하던 와중에 방수현 PD가 카페로 들어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인사를 했다.


“뭐 좋아하실지 몰라서 일단 주문 안 했습니다.”

“잘했어요. 선율 씨꺼는 시켰어요?”

“시켰는데, 벌써 다 마셔서요. 하나 더 시키려던 참이었습니다.”

“잘됐네요. 내가 살게요. 뭐 마실래요?”

“아, 저 그러면 핫초코 마시겠습니다.”


방수현 PD는 핫초코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밤에도 커피를 마시는구나.

게다가 이렇게 추운데 아이스로.

얼죽아인가 보네.


우린 주문을 마치고 자리로 가 앉았다.

아, 이곳은 종업원 분께서 음료를 테이블까지 가져다주신다.

2020년대엔 상상도 못 할 일인데.

짧은 시간 만에 정말 많은 게 바뀌었다.


어쨌든.


방수현 PD는 자리에 앉자마자 내게 말했다.


“5월에 낼 미니 앨범에 두 곡 다 실을게요. 미안하지만 수록곡으로요.”


그럴 거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수록곡이 되어야 내 계획에도 차질이 없다.


“수록곡이니 곡 비는 다 합쳐서 500 어때요?”


신인치고는 많이 주네.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는 거겠지.

보통 아이돌 작곡가는 곡 비를 안 받는다.

히트곡 메이커라고 불리는 작곡가들이나 좀 받을까.

하지만 언제부턴가 히트곡 메이커라고 불리는 사람들조차 곡 비를 안 받는다.

인세 맛이 얼마나 달달한지 알게 됐거든.


11,000원짜리 앨범에 붙는 인세는 9에서 10%.

만약, 어떤 가수의 앨범이 100만 장 팔렸다고 가정하자.

11,000원 곱하기 1,000,000.

110억이 나온다.

거기에 10%가 인세, 그러니까 11억이 인세다.

만일, 앨범에 10곡이 실렸다면?

곡 당 1.1억 정도 가져가는 거다(물론 이 비율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1곡에 작곡가 한 명, 작사가 한 명이 참여했다면?

반반씩 나눠 가져간다.

5,500만 원씩.


물론 세금이 붙으니 더 덜 가져가겠지.

거기에 음저협에서 관리 비용도 떼간다.


편곡가는 왜 빼냐고?

편곡가는 인세를 못 받는다.

인세는 물론 노래방 사용료와 TV 방송에 대한 저작권료도 못 받는다.

그래서 작곡가는 곡 비를 안 받아도, 편곡가는 편곡비를 받는다.

뭐, 요샌 작곡가가 편곡을 하니 편곡비라는 게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곡 비를 주지 않는 것이 업계 관행이 되었다.


업계 관행.

누가 만든 건지는 몰라도 존나게 좆같은 말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곡 비를 챙겨주는 대표들이 있다.

곡 비 챙겨주면 보통 고마운 대표다.


생각해 보니 갑자기 열이 확 뻗쳤다.

백장호는 그럼 그동안 인세로 얼마를 해 처먹은 거야?

지옥에서도 안 받아줄 악랄한 새끼.


“왜요? 너무 적어요?”

“아 아니요, 너무 좋습니다. 500이면 감사할 따름이죠.”

“거기에 더해서, 선율 씨가 내년에 발매될 우주소년 미니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해 줬으면 해요.”


오, 아?


“물론 혼자서 하는 건 아니에요. 회사 내 프로듀서랑 같이 협업할 거예요. 선율 씨가 회사에 소속되는 걸 원치 않으니, 이렇게 프리랜서 형식으로라도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곡이 꽤 마음에 드셨나 봐요.”


방수현 PD는 고개를 저었다.


“음악성으로 보자면 90점, 대중성으로 보자면 60점, 상업성으로 보자면 30점. 근데, 시대성으로 보자면 0점이에요.”

“빠, 빵점이요?”

“노래 너무 좋아요. 하지만 아이돌 앨범에 싣기엔 리스크가 너무 커요.”


아까 말했듯 발매할 아이돌 음악은 유행에 뒤처져도, 유행에 앞서가서도 안 된다.

발매될 그 당시에 맞는 음악이어야 한다.

아이돌은 음악‘만’으로 승부를 보는 가수가 아니니까.


근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리스크가 큰 데 왜 제 노래를 싣는 겁니까”

“멤버들이 좋아해요, 선율 씨 노래를.”


아, 그래서 그렇구나.

아마 준이 많이 설득했을 거다.

몇 번 본 적은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통하는 게 있는 것 같았거든.


“정규 앨범에 참여하란 제안은 차마 하지 못하겠어요. 우린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보다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게 우선이거든요. 대신 미니 앨범은 정규보단 가벼우니까 거기서는 멤버들이 원하는 곡을 낼 수 있을 거예요.”


너무 좋은 기회다.

하고 싶다.


근데······.


“저도 너무 참여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좀 어려울 거 같습니다.”

“무슨 사정이 있나 봐요.”

“네.”

“이유는 말해주지 않을 거고.”

“네, 죄송합니다.”

“아쉽네요. 꼭 같이 작업하고 싶었는데.”

“그럼, 여기서 저랑 구두계약 하나 하시겠습니까?”

“구두계약이요?”

“언젠가 미래에, 꼭 제게 우주소년의 앨범을 프로듀싱할 기회를 주시겠다고.”


방수현 PD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곧 고개를 끄덕거렸다.


“기회만으로 괜찮겠어요? 기회만 주고 선택을 안 할 수도 있는데?”

“그거면 충분합니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수현 PD와는 그날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그렇게, 5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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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성공의 첫 단추 24.09.13 144 4 12쪽
17 17.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2) 24.09.12 149 6 12쪽
16 16.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 24.09.12 166 5 12쪽
15 15. 루이스 해리슨(3) 24.09.11 176 6 12쪽
14 14. 루이스 해리슨(2) 24.09.11 187 7 12쪽
13 13. 루이스 해리슨 24.09.10 199 6 12쪽
12 12. LA 그리고 롱비치 24.09.09 215 7 12쪽
11 11. 미국으로 24.09.08 223 9 12쪽
10 10. 복수의 서막 24.09.07 232 8 13쪽
» 9. 우주소년(2) 24.09.06 223 8 11쪽
8 8. 우주소년 24.09.06 240 8 12쪽
7 7. 첫 작업(5) 24.09.05 246 10 12쪽
6 6. 첫 작업(4) 24.09.04 245 9 12쪽
5 5. 첫 작업(3) 24.09.04 264 9 12쪽
4 4. 첫 작업(2) 24.09.03 267 9 12쪽
3 3. 첫 작업 24.09.02 282 10 12쪽
2 2. 2013년 1월 1일 24.09.02 294 9 12쪽
1 1. 도둑맞은 인생 +1 24.09.02 310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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