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음악 천재는 빌보드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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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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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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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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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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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2)

DUMMY

스타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타고나는 것이다.

내 눈앞에 있는 카밀라 그레이를 보면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카밀라 그레이는 표정을 싹 바꾸고 살사 춤을 췄다.

그녀의 살사 춤에는 비련이 담겨 있었다.


‘이러면 연주 할 맛이 너무 나잖아.’


미치겠다.


쇠줄의 마찰 때문에 기타가 뜨거워졌다.

손가락이 아팠지만, 연주를 멈출 수는 없었다.


연주는 계속해서 고조됐다.


자, 여기서 마무리!


차가장-!♬


그녀는 한 마리의 외로운 홍학처럼 손을 위로 뻗은 채로 꼿꼿이 섰다.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깬 건, 맨 앞에 앉아 노래를 감상하던 한 백인 노인이었다.


“···어메이징.”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요, 썬! 이 새끼 미쳤네! 연주는 왜 이렇게 잘하는 거야?”


타이론이 소리쳤다.


한국인의 종특, 불굴의 의지다 이 녀석아.

끊임없는 연습과 연습.

너도 10년 동안 개처럼 구르면 내 반만큼은 할 거야.

아니······.

반의반 정도?


“저 사람 이름이 썬이야?”

“맞아. 아, 내 아들은 아니야.”


타이론의 너스레에 사람들이 웃었다.

그게 그렇게 웃긴가?


“썬에게 박수를 보내주세요!”


언제 내 이름을 들었는지, 카밀라는 나를 두 손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내게 쏟아졌다.


* * *


카밀라의 버스킹이 끝났다.


타이론과 나는 카밀라의 뒷정리를 도와줬다.


“이름이 뭐야?”


타이론이 카밀라에게 물었다.


“카를라 카밀라 그레이야. 너는?”

“타이론. 타이론 스미스. 쟤는 알지?”

“응. 썬이지?”

“맞아. 풀 네임이······. 류썽열? 류쏭유르?”

“그냥 썬이라고 불러.”


나는 그녀의 기타를 하드케이스에 넣으며 대답했다.


“둘은 친구야?”

“친구이자 비즈니스 파트너지.”

“비즈니스? 무슨 비즈니스를 하는데?”

“얘 프로듀서야. 나는 매니저고.”

“아, 그래서 그렇게 기타를 잘 쳤던 거구나!”


카밀라가 놀란 눈을 뜨고 말했다.


“솔직히 썬의 기타 실력보단, 썬의 트랙이 더 죽여줘. 작곡 실력에 비하면 기타 실력은 양동이 속 물 한 방울 정도 되려나?”

“그 정도야?”

“그렇다니까. 헤이, 썬. 트랙 좀 틀어봐.”

“그럴까?”


매니저 두길 잘했네.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어떤 트랙을 들려주는 게 좋을까.

라틴 팝을 들려줄까.

루이스 폰시의 『Despacito』를 시작으로, 라틴 팝의 2차 전성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그건 4년 뒤.

아직은 좀 이르긴 하지.

나중에 들려주자.


카밀라의 귀를 사로잡으려면 이만한 트랙이 없지.


나는 『No one Be the Same』이란 제목의 트랙을 재생했다.


묵직하고 느릿한 드럼 비트와 신시사이저.

신스팝 장르의 음악이었다.


멜로디는 만들지 않았다.

좋은 멜로디는 대개 아티스트에게서 나오는 법이니까.

메이킹은 이 쪽에게 맡겨야지.

물론 카밀라가 이 트랙을 좋아한다는 가정하에.


근데, 뭐······.


가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저거 봐.

음악을 듣는 카밀라의 입가에 미소가 그득하잖아.


“어때?”

“이거 정말 네가 쓴 거야?”

“그럼. 내가 썼지.”

“다른 곡도 들어볼 수 있어?”


이번엔 부드러운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R&B트랙을 들려줬다.


“내가 원했던 트랙이 바로 이런 거야!”


별안간 카밀라가 소리쳤다.


“썬. 너 내 전속 프로듀서 할래?”

“아, 비즈니스 얘기는 나랑 하면 돼.”


타이론이 우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말했다.


“계약 성사되면 이것도 무료 10건에서 제한다?”

“그래. 너한테 맡길게. 대신 전속 말고, 프리랜서 계약으로 잘 이끌어봐.”


나는 일부러 카밀라에게 들리게 말했다.


“뭐야. 어디 가? 지금 중요한 얘기 중인데.”


카밀라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 좀 바쁘거든. 계약 얘기는 내 매니저랑 해.”


방금 문자가 왔거든.


[헤이, 썬. 나 방금 녹음 다 마쳤는데, 우리 집에 와서 들어볼래?]


루이스한테서.


* * *


프로듀서는 이 스타가 빛날 재목인지 아닌지 알아채는 눈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히트곡 메이커라고 불리는 작곡가들이 정말로 곡을 잘 써서 내는 족족 히트곡이 되는 걸까?


아니.


곡을 잘 쓰는 건 기본이다.

곡 못 쓰는 작곡가는 없다.

요리 못하는 요리사, 글 못 쓰는 작가, 운전 못 하는 운전기사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곡 못 쓰는 작곡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히트곡 메이커라 불리는 작곡가들은 인기를 얻을 아티스트를 보는 눈이 탁월하다.

소위 매의 눈이라고 불리는 그것.


하지만, 그 안목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그건 바로, 모든 이가 각자의 재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리고 그 아티스트가 가진 보석을 끌어내 줄 수 있는 능력.


그 두 가지가 있으면 히트곡 메이커보다 더 큰 작곡가가 된다.

세상에 이름을 남긴 대중음악 작곡가들은 모두 그런 재능을 가지고 있다.

퀸시 존스, 맥스 마틴 같은 작곡가 말이다.


아티스트가 가진 보석은 때로는 심연 깊숙한 곳에 있어서 어떨 땐 일부러 트라우마를 떠올리게도 만들어야만 한다.

그래서 창작이 고통스럽고, 자학적인 거다.

아픔을 끄집어내어 만들어진 작품은 역설적이게도 타인에게 위로가 된다.


그것이 공감이란 이름이 되니까.


루이스의 음악을 들으니 위로가 되었다.


그가 겪었던 아픔들.

그가 겪었던 상실감.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

스스로 목숨을 내놓지 않은 이유.


파편처럼 흩어진 줄 알았던 이야기들이 끝에 가서야 하나의 주제로 관통된다.


루이스의 첫 싱글 『Me Myself & You』의 가사 내용과 흡사했다.

아니, 거의 비슷했다.

물론 회귀 전 들었던 노래의 비트와는 완전히 상이했지만.


노래가 끝나고, 나는 책상 앞에 앉아있는 루이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가사 쓰느라 힘들었겠네.”


곧 그의 어깨가 들썩였다.

나는 말없이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루이스는 감정이 정리됐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트랙이 너무 좋아서 가사랑 멜로디가 절로 나오더라고.”


그는 여전히 벌건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트랙은 그저 도구일 뿐이야. 중요한 건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냐지. 살인자에게 칼을 주면 사람을 죽일 거고, 의사에게 칼을 주면 사람을 살리니까.”


루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믹싱 타임이다.


“Vox 파일 좀 나한테 다 넘겨줘. 집에 가서 믹싱하게.”

“아니. 이거 그냥 가이드 버전인데······.”

“아니야. 지금 이 느낌이 훨씬 좋아.”


어떤 음악들은 가이드만으로도 완벽하다.


“알겠어. 메일로 보내주면 되지?”

“응. 바로 보내줘!”


나는 그의 집을 나와 택시를 잡았다.


* * *


집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타이론의 집에 있는 장비보다, 루이스의 집에 있는 장비보다, 라이온제이 형님의 집에 있는 장비가 훨씬 더 좋은 장비였다.

컴퓨터도 그렇고 스피커도 그렇고.

게다가 방음 시공이 되어있다.

작업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안성맞춤 하니까 갑자기 라면이 땡긴다.

근래 계속 느끼한 음식만 먹어서 그런지 한국 요리가 그립다.

믹싱 마치고 순두부집에나 가봐야지.

거기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곧 컴퓨터가 켜지고 메인 화면이 나왔다.


라이온제이의 컴퓨터에는 프로툴이 설치되어 있었다.

프로툴.

큐베이스 같은 작곡 프로그램이지만, 녹음과 믹싱에 더 특화된 DAW다.


자, 이제 루이스의 목소리를 만지작거려 볼까?


루이스가 하고 싶은 얘기를 완벽하게 담을 수 있는 믹싱.

그가 서 있을 완벽한 스테이지를 조형하는 데에 공을 들였다.


너무 복수에 매몰됐었다.

이래서야 회귀 전 삶의 연장선상 아닌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지금 루이스가 지닌 보석함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그걸 온 천하에 공개하려고 한다.


‘이것 좀 보세요! 우리 애 좀 보시라고요! 노래 좋죠?’

그것도 아주 즐겁게.


그래.

이거다.

이게 바로 음악을 하는 거지.


믹싱을 마치고 시계를 보니 4시간이 흘러있었다.


[요, 루이스. 믹싱한 트랙 메일로 보냈어. 들어보고 수정 사항 있으면 연락줘.]


밖은 어둑어둑했다.

시계를 보니 오후 8시.


식당 아직 문 안 닫았겠지?


나는 아파트를 빠져나와 식당으로 향했다.


‘매운 거, 매운 거, 매운 거. 순두부찌개!’


속으로 노래를 부르며 가게로 향했다.


북X동 순두부.

일명 BCD 순두부.


가게에 들어가서 1번 세트, 갈비 + 순두부 세트를 시켰다.

21.99달러?

맛만 있으면 가격 따위 무슨 상관이겠나.


곧 갈비와 보글보글 끓는 찌개가 나왔다.


찌개를 한입 먹었다.


매콤하고 뜨끈한 국물이 목구멍 아래로 넘어갔다.


크아······.

바로 이거지.


돌솥밥 뚜껑을 열어 밥을 마구 흡입했다.


“요.”


처음엔 날 부르는지 몰랐다.

그래서 그냥 계속해서 밥을 먹었다.


“요, 맨.”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뒤 테이블에 베일이 앉아있었다.


“어? 형!”


와, 씨.

타지에서 지인을 만나는 게 이렇게 반가운 일일 줄이야.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잠깐만. 일단 밥 좀 다 먹고.”


그래도 순두부는 남길 수 없지.


* * *


밥을 다 먹고 베일의 차에 올라탔다.


차는 벤츠 지바겐이었다.


“이거 형 차야?”

“아니. 렌트지.”

“···하루에 얼만데?”

“비밀.”


베일이 살짝 입꼬리를 올리고는 내게 물었다.


“그나저나 LA는 무슨 일이야? 놀러 온 거야?”


아, 이 형은 모르겠구나.

내가 LA에서 음악 활동을 하겠다고 말한 사람은 셋.

라이온제이, 환희 형, 상아 누나.

셋 모두에게 이 사실을 함구해달라고 부탁했다.

혹시라도 소문이 날 수도 있으니까.

미안하지만, 베일 형에게도 비밀이다.


“그냥. 놀러 왔지.”

“놀러 왔는데 왜 순두부찌개를 먹어, 어차피 한국 가면 다시 먹을 건데.”

“그러는 형은?”

“저 순두부 집이 한국에 있는 순두부 집보다 맛있거든.”


그건 그래.


“형. 궁금한 게 있는데, 혹시 내 얘기 들은 거 있어?”

“무슨 얘기?”

“뭐, 어느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거나······.”

“아, 혹시 J아카이브 말하는 거야?”


왔구나.


“내 곡 쓰지 말라고 압박 들어오지 않았어?”

“들어왔었지.”

“형한테도?”


와······. 독한 새끼.

영세한 레이블 사장까지 압박하네.


“그래. 내 앨범 크레딧에 네 이름 올라간 거 보고 연락한 거 같아.”

“그래서, 안 쓰겠다고 했어?”

“내가 팝스타도 아니고, 왜 걔한테 좌지우지 당해?”

“그래도 나중에 피해가 가면 어떻게 해.”

“괜찮아. 채널하고도 문제없고. 내년 쇼미더캐시 3 심사위원 미팅까지 했는데.”


다행이다.

나 때문에 베일 형 인생이 바뀌진 않는구나.


“방송 출연은 승낙했어?”

“힙합의 부흥을 위해서라면 미디어를 이용해야지. 할리우드 방식으로.”


베일은 마인드가 열려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앞으로 승승장구할 거다.


베일은 우리집 앞에 날 내려줬다.


“나도 일 때문에 잠깐 온 거라 더 시간 내긴 힘들 거 같아. 한국 들어가면 보자.”

“알겠어, 형. 조심히 가.”

“오케이, 킵인 터치.”


나는 멀어지는 지바겐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지바겐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나는 아파트로 올라갔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

루이스에게서 온 전화다.


“여보세요?”

-썬! 대박이야!


루이스가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뭐야, 믹싱이 너무 좋아서 울었나?


“믹싱 좋지?”

-아니 그게 아니라······.


그는 내가 밥 먹으러 가 있는 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엥?

진짜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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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음악 천재는 빌보드로 간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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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두 번째 작업(3) NEW 1시간 전 18 1 12쪽
24 24. 두 번째 작업(2) NEW 5시간 전 50 2 12쪽
23 23. 헤일리 화이트 24.09.17 82 2 11쪽
22 22. 두 번째 작업 24.09.17 93 1 12쪽
21 21. 몸값이 올랐다. 그것도 5배나. 24.09.16 115 5 12쪽
20 20. 카밀라 그레이 24.09.15 130 6 13쪽
19 19. 돌아온 5,000달러 24.09.14 141 6 12쪽
18 18. 성공의 첫 단추 24.09.13 144 4 12쪽
» 17.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2) 24.09.12 150 6 12쪽
16 16.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 24.09.12 167 5 12쪽
15 15. 루이스 해리슨(3) 24.09.11 177 6 12쪽
14 14. 루이스 해리슨(2) 24.09.11 188 7 12쪽
13 13. 루이스 해리슨 24.09.10 200 6 12쪽
12 12. LA 그리고 롱비치 24.09.09 215 8 12쪽
11 11. 미국으로 24.09.08 224 9 12쪽
10 10. 복수의 서막 24.09.07 233 8 13쪽
9 9. 우주소년(2) 24.09.06 223 8 11쪽
8 8. 우주소년 24.09.06 242 8 12쪽
7 7. 첫 작업(5) 24.09.05 246 10 12쪽
6 6. 첫 작업(4) 24.09.04 246 9 12쪽
5 5. 첫 작업(3) 24.09.04 264 9 12쪽
4 4. 첫 작업(2) 24.09.03 267 9 12쪽
3 3. 첫 작업 24.09.02 282 10 12쪽
2 2. 2013년 1월 1일 24.09.02 296 9 12쪽
1 1. 도둑맞은 인생 +1 24.09.02 31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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