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씹어먹는 작곡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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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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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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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 몸값이 올랐다. 그것도 5배나.

DUMMY

···녹음이 순조롭지 않다.

카밀라가 멜로디를 제멋대로 불러댔기 때문이다.


“카밀라. 거기는 반음 낮춰 불러야 해.”

“알겠어. 다시 해볼게.”


다시 해도 마찬가지.


가수가 녹음할 때, 작곡가가 정해준 멜로디가 아닌 다른 멜로디를 부르는 경우가 있다.

주로 데뷔하지 않은 가수에게 벌어지는 일인데, 그 이유는 꽤 단순하다.


가수가 자기한테 편한 멜로디만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제육덮밥과 김치볶음밥을 기가 막히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는 평생을 제육덮밥과 김치볶음밥만을 먹어왔다.

그런 그에게 재료를 주고 봉골레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면?

그에겐 너튜브도, 레시피도 없다.

그렇다면 그는 봉골레 재료들로 무엇을 만들까?

제육덮밥 맛이 나는 봉골레를 만들겠지.


그건 더 이상 봉골레가 아니다.

양념 조개볶음?


노래도 마찬가지.

평생을 R&B만 불러왔던 사람은 발라드를 못 부른다.

왜, 예전에 슈팅스타K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예선 때 심사위원들이 애국가를 불러보라고 하지 않나?

그 이유는 그 참가자가 가진 고유의 목소리와 기초를 들으려고 하는 거다.

애국가에 바이브레이션과 기교를 넣진 않으니까.


-도↗↘오→↗옹↘해→↗↘애↗↘애↗물과 배애애액······.


이렇게 부르면 바로 탈락이다.


카밀라도 그런 경우다.


『Fly To The Moon』처럼 기교를 써도 어색하지 않은 곡이 있는가 하면, 지금 녹음하는 곡처럼 담백하게 불러야 하는 곡이 있다.


카밀라는 담백한 음악을 잘 부르지 못한다.


담백한 노래에 기교를 섞으면 되지 않냐고?

자칫 잘못하면 뽕삘이 난다.


알지? 왠지 모르게 트로트 느낌이 나게 노래 부르는 사람들.

그래. 지금 그대 머릿속에 떠오른 그 사람.


“카밀라, 혹시 음이 불편해?”


내가 묻자 카밀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들이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내겐 힘들어.”


음이 단순해서 힘들다.

이를 어쩐다······.


“헤이, 썬! 벌써 30분이 지났어!”


타이론이 뒤에서 외쳤다.


“···일단 녹음 갈게. 최선을 다해 불러줘.”

“알겠어.”


카밀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약속된 2시간이 지나자 엘리자베스는 칼같이 작업실로 들어왔다.


“작업은 잘 됐나요?”


나는 마지막 수정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됐습니다.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나는 의자 쪽을 가리켰다.

곧 엘리자베스가 의자에 앉았다.


나는 심호흡을 내쉬고 스페이스바를 눌렀다.


부드럽고 톡톡 튀는 플럭 신스 사운드가 나오고, 곧 카밀라의 노래가 시작됐다.


“You’re in the zone, lights are flashing bright, Feel the beat drop, everything feels right, Lost in the music, let it take control, Every heartbeat's syncing with your soul······.”


여하튼 간에 카밀라의 목소리 톤 하나는 끝내줬다.

내 생각에 동의하는 듯 엘리자베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을 유심히 듣던 엘리자베스는 노래가 끝나기 무섭게 나를 바라봤다.


“이름이 뭐라고 했죠?”

“선율. 류선율입니다.”

“썬률.”


지금까지 들었던 사람들 중에 그녀가 가장 정확한 발음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


“그냥 썬이라고 불러주세요.”


엘리자베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아요. 근데, 이건 프로듀싱이 좋다기보다는 미스터 썬의 곡과 카밀의 목소리가 좋은 거 아닌가요? 프로듀싱 능력은 어디서 볼 수 있지? 설마, 그 짧은 시간 안에 가사와 멜로디를 숙지하게 하고, 녹음까지 마쳤다는 걸 근거로 내세우진 않겠지요?”


엘리자베스는 “겨우 그 정도라면 좀 실망인데.”라는 말을 덧붙였다.


역시, 부자들은 냉철하다.

그리고 좀······.

싸가지가 없네.


하지만 이쪽도 대답할 건덕지는 있다고.

그녀의 입을 꽉 다물게 할 만큼 강력한 무기가.


“이건 제가 그녀의 목소리를 손본 버전입니다. 그리고······.”


나는 엘리자베스 옆으로 가 미리 저장해 두었던 원본 세션을 열었다.


“이건 손보기 전 음원입니다.”


나는 스페이스바를 눌러 재생했다.


제 멋대로인 음정, 종종 나가는 박자, 지저분한 숨소리.


물론 목소리 톤은 좋지.

잘생긴 사람이 머리도 떡져있고 수염도 제멋대로 자라게 내버려 둔다면?

게다가 양치까지 안했다.

누가 잘생겼다고 생각할까.

그런 거다.


“어떠세요?”


엘리자베스는 헛기침을 했다.


“이, 이게 그렇게 변한 거라고요?”

“네,”


나는 내가 손본 트랙을 다시 켰다.


“여기 보시면, 카밀라의 VOX 파일을 자른 흔적들이 보이시죠?”


나는 촘촘하게 잘린 보컬 트랙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그녀의 목소리 파일을 자르고, 튠으로 음정을 맞추고, 여하튼 별의별 고생을 해서 완벽하게 만들었다.


“가사 숙지 및 멜로디 숙지에 30분, 녹음에 30분, 수정에 1시간. 2시간이면 충분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수정된 파일을 듣고 카밀라가 다시 연습한다면, 다음 녹음은 얼마나 더 훌륭하겠습니까? 안 그래, 카밀라?”

“이 느낌으로 연습해서 다시 녹음하면 적어도 지금 듣는 것보다 훨씬 잘 부를 자신 있어.”


카밀라가 주먹을 불끈 쥐고 열정적인 태도로 대답했다.


“아티스트에게 의욕을 불어넣어 주고, 그 와중에 아티스트가 가진 장점을 끌어내 주는 것. 제가 생각하는 프로듀싱은 바로 이겁니다. 누구에게나 반짝이는 탤런트는 있으니까요. 보셨다시피 저는 단지 그것을 발견하는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나는 엘리자베스의 눈을 빤히 쳐다보고 말했다.


“당신, 어디서 왔죠?”

“한국에서 왔습니다.”

“한국······. 당신은 한국에서 온 천사일지도 모르겠군요. 내 사업을 번성하게 할 수호천사.”


···됐다!


“카밀라의 데뷔 정규 앨범 프로듀싱을 맡길게요. 곡 수는 10곡에서 12곡. 컨셉은 미스터 썬이 알아서 해주세요. 곡당 15,000달러, 어때요?”


마, 만 오천 달러?

한 곡당 천오백만 원을 태우겠다고?


로컬에서 유명한 작곡가나, 유명 가수와 작업을 한 이력이 있으면 보통 곡당 10,000달러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히트곡은 없는 상태.

물론 로컬에서도 유명하지 않다.


아, 한국에서 유명하다면 유명하지.


모종의 이유로 인해 내 곡을 안 쓰는 걸로.


“카밀라한테 들었어요. 한국에 있을 때 곡당 3,000달러를 받았다고. 여긴 미국이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야지, 안 그래요?”

“그건 그렇지만······.”

“그렇다고 내가 돈을 함부로 쓴다고 생각하진 말아요. 그보다 더 큰 가치를 미스터 썬에게서 뽑아낼 거니까.”


엘리자베스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10곡이면 1억 5천.

1억 5천보다 더 큰 가치를 뽑아내려면······.

아, 몰라.


그냥 가.

고민보다 고야!


“좋습니다! 그 선택, 후회 없게끔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나는 엘리자베스와 악수했다.


* * *


나는 타이론의 차에 올라타 타이론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작업은 3일 뒤부터.

엘리자베스의 집에서 하기로 했다.

계약 역시 3일 뒤에 하기로 했다.


아마도 계약서를 작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이틀 정도여서 그런 것 같다.


이번 계약.

적어도 1.5억짜리 계약.

미국에 오자마자 첫 계약으로 1.5억을 벌다니.


월 190 벌던 내가 회귀하자마자 곡당 300만 원으로 몸값이 올랐다.

그리고, 6개월 만에 곡당 1,500만 원.

몸값이 5배나 올랐다.


“헤이, 타이론.”

“어허.”

“이번 건의 11프로는 네가 가져가.”

“오, 싯. 그게 무슨 말이야? 이번 건은 네가 다 이뤄낸 거야. 게다가 무료 서비스도 아직 남았다고.”

“무료 서비스 그거 이제 그만하자. 그간 너도 노력 많이 했잖아. 이제부턴 진짜 비즈니스를 하자고. 무료는 더 이상 없어.”

“뎀······. 뎀! 그건 계약 위반이야!”

“가끔은 법도 어기면서 융통성 있게 사는 게 인간이야.”

“갓 뎀잇! 뎀! 썬!”


타이론이 소리쳤다.


“고마워, 진짜. 고마워 썬! 앞으로 같이 역사를 만들자!”


그래.

역사는 혼자 만들 수 없으니까.


“고마운 건 나야. 나한테 먼저 손 내밀어줘서 고마워.”

“고맙긴. 오늘 기념이다! 내가 다 쏠게.”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내일 점심이나 먹자. 맛있는데 알아놔 줘. 오늘에서야 고백하는데, 나 입맛 되게 까다로워.”


적어도 5천 원짜리 깐풍기나 짬뽕탕은 되어야 먹는다고.


“기대하라고. 죽이는 데로 데려갈 테니까.”


말을 마친 타이론이 엑셀을 밟았다.


* * *


3일이 지났다.


그간 있었던 일을 간추려 보겠다.


내가 찾는 포스트 얼론.

그를 찾아냈다고 했다.


LA에 있는 친구 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 그는, 스트리머인 친구가 방송할 때 옆에서 기타를 치거나 노래를 부른다고 했다.


그가 싱글을 내는 시기는 2015년.

올해까지는 단순히 친분만 쌓으면 된다.


나는 타이론에게 그와 친분을 쌓아달라고 요청했다.


“소셜 버터플라이에게 친분 쌓는 건, 누워서 숨 쉬는 것만큼 쉬운 일이지.”


타이론은 흔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루이스 해리슨.


루이스는 유스 머니와 계약을 마쳤다.

그와 내가 만든 곡 『Me, Myself & You』는 2013년 11월에 발매될 예정이다.


예상보다 빠른 발매 일정이었다.


지금이 6월이니, 적어도 내년 여름쯤 나올 거라 예상했다.

올해 일정은 이미 1월에 다 나왔을 테니까.

이미 다 정해진 계획에 루이스의 노래가 자리를 꿰찬 것이다.


그만큼 루이스의 노래가 좋았다는 뜻이겠지.


그렇다면 9월쯤에 루이스와 정규 앨범 작업을 시작하면 되겠지.


나.


나는 지금 카밀라의 집 앞에 있다.

내가 따로 섭외한 변호사와 타이론과 함께.

오늘은 타이론 대신 카밀라의 운전기사가 우리를 이곳에 내려주었다.

이젠 놀랍지도 않았다.


베벌리힐즈 주민이잖아.


집으로 들어가 저번에 갔었던 미팅룸으로 들어갔다.


미팅룸에는 변호사와 엘리자베스, 그리고 카밀라가 있었다.


“계약을 시작하겠습니다.”


엘리자베스 측 변호사가 말했다.


자리에 앉은 내 변호사는 서류들을 훑어보았다.

나도 옆에서 같이 읽어보았다.


수록되어야 할 곡은 10곡.

딱 1.5억짜리 계약이었다.


뭐, 전속 계약이나 그런 건 아니기 때문에 독소조항 같은 건 없었다.

저작권이 음반사로 귀속된다거나, 음원 수익이 음반사로 들어간다는 내용 같은 건 없었다.


다만,


“발매일이 11월이네요.”


지금이 6월이니, 5개월 만에 발매하는 거다.

보통 이렇게 짧게 발매일을 잡지 않는다.

곡이야 5개월 안에 다 나온다고 쳐도, 믹싱과 마스터링, 뮤직비디오나 심의, 방송(한국이었다면, 뮤직중심이나 음악뱅크겠지만, 미국은 주로 라디오다) 일정을 잡기엔 5개월은 빠듯했다.


“못해도 곡은 8월에 모두 완성되어 있어야겠죠?”


이래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싸우는 거다.

엔지니어링의 이해가 없는 디자이너는 이상한 요구를 해댄다.


엘리자베스도 애초에 음반 사업을 해본 적 없는 사람.

업계 시스템을 잘 알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회사 임원들이 말해줬을 텐데.

11월은 너무 이르다고.


“시간이 빠듯한 건 아시죠?”


내가 슬쩍 물었다.


“알죠. 이런 살인적인 스케쥴은 거의 불가능하단 것도.”


알면서도 이랬다?

그럼, 테스트?


“하지만 전 미스터 썬을 믿어요. 2시간 만에 그 정도 퀄리티의 곡을 뽑아냈잖아요? 긴 시간은 오히려 미스터 썬에게 독이라고 판단했어요.”

“홀리······. 그래도 이건 좀 빠듯···”


타이론이 뭐라 대꾸하려고 했다.

나는 그를 말렸다.


“오케이, 좋습니다. 빠듯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셨다면 조건을 하나 더 걸죠.”

“말해보세요.”

“믹싱과 마스터링까지 다 합쳐서 8월까지 작업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단,”


나는 검지를 세운 손을 얼굴 앞에 가져갔다.


“8월 안에 마무리를 짓는다면 계약금의 1.5배를 얹어주십쇼. 시간은 돈이니까요.”

“그러지 못한다면?”

“만일 작업의 마무리가 8월을 넘긴다면, 계약금의 절반을 뱉어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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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타이론의 협상 능력 NEW 2시간 전 39 2 13쪽
25 25. 두 번째 작업(3) NEW 22시간 전 95 6 12쪽
24 24. 두 번째 작업(2) 24.09.18 93 5 12쪽
23 23. 헤일리 화이트 24.09.17 117 4 11쪽
22 22. 두 번째 작업 24.09.17 122 3 12쪽
» 21. 몸값이 올랐다. 그것도 5배나. 24.09.16 142 6 12쪽
20 20. 카밀라 그레이 24.09.15 155 7 13쪽
19 19. 돌아온 5,000달러 24.09.14 163 7 12쪽
18 18. 성공의 첫 단추 24.09.13 166 5 12쪽
17 17.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2) 24.09.12 168 7 12쪽
16 16.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 24.09.12 187 6 12쪽
15 15. 루이스 해리슨(3) 24.09.11 198 7 12쪽
14 14. 루이스 해리슨(2) 24.09.11 209 8 12쪽
13 13. 루이스 해리슨 24.09.10 224 7 12쪽
12 12. LA 그리고 롱비치 24.09.09 238 8 12쪽
11 11. 미국으로 24.09.08 248 9 12쪽
10 10. 복수의 서막 24.09.07 253 8 13쪽
9 9. 우주소년(2) 24.09.06 243 8 11쪽
8 8. 우주소년 24.09.06 260 8 12쪽
7 7. 첫 작업(5) 24.09.05 266 10 12쪽
6 6. 첫 작업(4) 24.09.04 268 9 12쪽
5 5. 첫 작업(3) 24.09.04 287 9 12쪽
4 4. 첫 작업(2) 24.09.03 291 9 12쪽
3 3. 첫 작업 24.09.02 311 10 12쪽
2 2. 2013년 1월 1일 24.09.02 326 9 12쪽
1 1. 도둑맞은 인생 +1 24.09.02 341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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