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음악 천재는 빌보드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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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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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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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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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첫 작업(5)

DUMMY

“자신만만한데?”

“누나 목소리를 듣고 자신 없을 프로듀서는 없어.”


내 말에 누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천소리. 그 사람한테도 제대로 복수할 수 있을 거야. 자기가 까대던 사람이 성공하는 걸 보는 것만큼 힘겨운 건 없으니까. 그거 사람 미치게 하거든.”


진짜 미친다.

생각해 보니 나는 병실 TV로 백장호를 본 날 죽었다.

내 남은 수명이 그 자식 얼굴을 보자마자 사라졌다.


스트레스가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그래? 천소리에서 개소리로 성전환하겠네?”


그녀의 말에 나는 킥킥대며 웃었다.


“그러니까 우리 상부상조하자. 누나는 내 복수 도와주고, 나는 누나 복수 도와주고.”


누나는 바텐더가 내민 맥캘란을 들고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곤 곧, 잔에 담긴 술을 들이켰다.


3만 원짜리를 한입에 털어 넣다니.

디진다 돈까스보다 더 화끈하다.


“까짓거 한번 해보자, 씨발!”

“좋아, 누나! 가보자!”

“으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우와아아아악!!”

“저, 손님.”


바텐더가 우리를 보며 말했다.


“정숙 부탁드립니다.”

“아, 죄송합니다.”


우리는 멋쩍게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두 분 오늘 계약하신 거 같은데, 기념으로 한 잔씩 드리겠습니다.”


바텐더는 온더락 두 잔을 우리에게 내밀었다.


“글렌피딕입니다.”

“쌩유베리 감사!”


공중에서 온더락 두 잔이 부딪쳤다.

맑고 청아한 소리가 바에 울려 퍼졌다.


* * *


역시 비싼 술은 숙취가 없다.

분명 바텐더가 서비스로 준 술을 마신 뒤에도 몇 잔을 연거푸 마신 거 같은데, 머리가 아프지 않다.


위스키 바에서 마신 술은 누나가 샀다.


“오늘은 내가 산다. 이거 작업비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프로듀서님.”

“아이고, 아닙니다. 제가 더 잘 부탁드립니다, 아티스트님.”


얼마 나왔더라.

20만 원 넘게 나왔었나······.

어쨌든.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작업비를 받았으니, 일을 해야지.


어제 누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딱 떠오른 가수가 아리아나 그란데였다.

아리아나 그란데를 물감으로 비유하자면, 108색 수채물감이다.

그만큼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어, 어느 장르에도 다 잘 어울리는 가수란 뜻이다.

아마 락을 했어도 잘 어울렸을 거다.


모든 프로듀서들은 이런 팔색조 같은 가수를 보면 이런 상상을 한다.


‘만약 내가 프로듀서라면 어떤 앨범을 만들었을까?’


나?

나는 불량스러운 아리아나 그란데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사랑 얘기는 집어치우고, 세상에 반기를 드는 말 안 듣는 아나키스트 같은 스타일로.

껌을 쫙쫙 씹으며 중지를 마구 날리는 건 덤.

그런 내 눈앞에 딱 불량스러운 아리아나 그란데가 나타났다.

입만 열면 욕에 금연 껌을 씹으며 담배를 피우고 술을 좋아하는, 그럼에도 피부는 티 없이 맑은 상아 누나.

딱이다.


자, 컨셉은 정해졌고 이제 레퍼런스를 정해볼까.


누나의 노래를 처음 듣자마자 떠오른 컨셉.

바로 니키 미나즈와 리한나다.

물론 목소리는 아리아나 그란데였지만, 컨셉은 또 다른 얘기.


니키 미나즈가 피처링한 데이비드 게타의 『Hey MaMa』와 리한나의 『Bitch Better Have my Money』.

이 두 곡을 레퍼런스로 잡자.


다시 말하지만 레퍼런스다.

베끼는 게 아니라.


“오늘도 하루가 짧겠네.”


냉장고에서 핫식스를 꺼내어 마셨다.


* * *


분명 아침에 작업을 시작했는데 벌써 저녁이 됐다.

의자에서 일어나니 허리가 찌릿했다.

화장실 갈 때랑 밥 먹을 때 빼면 장장 10시간을 앉아만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 채로 작업한 트랙 5개를 압축해 상아 누나의 메일로 보냈다.

이때는 아직 PC 깨톡이 출시되지 않았다.


[누나, 메일 보냈어. 들어보고 연락 좀.]


곧 메시지가 왔다.


[선율아, 2곡 메이킹 끝났어. 메일로 보냈으니까 들어보고 연락 부탁해.]


환희 형에게서 온 메시지다.


“벌써?”


나는 컴퓨터를 켜 메일을 확인했다.

상아 누나가 훅을 짠 7번 트랙과 8번 트랙이 왔다.


음원을 받아 플레이했다.


환희 형이 상아 누나의 라인을 한 옥타브 아래로 따라 불렀다.

그 뒤에 이어지는 싱잉 랩.


아, 듣기 좋았다.

가사 주제는 사랑.


이건 뭐, 아리아나 그란데와 맥 밀러가 같이 부른 『My Favorite Part』 뺨치는 케미잖아?

환희 형도 과감하게 노래를 택했다.

역시 감각 있어.


8번 트랙 역시 좋았다.

21 savage의 『Bad business』 느낌이 났다.

좋다.

이대로만 흘러간다면 탄탄대로다.


[형, 너무 좋아요. 이번 앨범 진짜 대박 날 거 같은데요?]

[다 네 덕분이지. 항상 고맙다, 선율아.]

[제가 더 고맙죠. 늦었는데 푹 쉬세요. 내일 믹싱하러 작업실 갈게요.]

[그래 너도 푹 쉬어.]


곧 또 다른 메시지가 왔다.


[야, 이 미친 새끼야.]


뭐야, 이 누나 왜 이래.


[너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왜, 또. 뭔데.]

[나한테 보낸 거 언제 작업한 거야?]

[트랙들?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썼지?]

[하루 만에 쓴 거라고? 이 5곡을? 와······. 니 진짜 미친 새끼다. 진짜 음악에 미친 새끼. 님 천재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음에 쏙 들었나 보네.


[당장 오늘부터 메이킹 들어간다. 딱 기다려라.]

[어디 안 가니까 메이킹이나 잘하셔.]

[ㅇㅋ. 좀만 기달리셈.]


상아 누나도 마음에 들어 한다.

자, 이제 내 몫은 끝났다.

이젠 기다림뿐.

일단 자자.

피곤해 죽겠다.


* * *


그로부터 2주가 지났다.


12곡의 믹싱을 마치고 해외 유명 마스터링 스튜디오에 마스터링을 맡겼다.

힙합과 R&B 계열의 마스터링을 주름잡고 있는 그 스튜디오.

바니 그루트만 마스터링 스튜디오에.


가격은 꽤 셌다.

없는 살림에 빚내서 앨범 작업을 할 뻔···했지만!

고맙게도 베일이 이번 앨범에 투자했다.

유통과 배급 역시 베일의 회사인 밀리어네어 레이블에서 맡아주기로 했다.

뭐, 그렇다고 해서 환희 형이 밀리어네어 레이블에 소속된 건 아니었다.

아무래도 밀리어네어 레이블은 미래에서처럼 3인 체제를 고수할 것 같았다.


마스터링 맡긴 음원을 받은 후, 우리는 우리만의 조촐한 리스닝 세션을 열기로 했다.

바로 래퍼 화니의 지하 작업실에서.


먼저 라이온제이가 도착했다.


“오셨습니까, 힙합 대부님.”

“아이 뭔 대부야. 그런 닉네임 붙이지 말어.”


환희 형과 라이온제이는 좀 친해졌는지 농담을 주고받았다.


라이온제이는 내게 다가와 안부를 물었다.


“요새 어때?”

“아주 좋아요.”

“주변 래퍼들이 너 좀 만나고 싶대. 도대체 어떻게 이런 트랙을 만들었냐고 묻고 싶대. 넌 어떡할래, 만날래, 말래?”


그냥 말하는 것뿐인데도 ㅐ라임이 딱딱 맞아떨어졌다.


“에이, 환희 형이 만나야죠. 환희 형이 메이킹을 잘해준 덕인데.”

“겸손하긴.”


라이온제이의 뒤를 이어 베일이 들어왔다.

베일은 내게 주먹을 내밀며 말했다.


“요, 하햅뷰빈.”

“세임 올드.”

“쎄임 올드? 헬, 놉. 이제부터 달라질걸?”


그다음으로 온 건 상아 누나.

상아 누나는 퀭한 눈을 뜨고 시체처럼 걸어들어왔다.

그럴 만도 하다.

EP 준비하느라 매일 밤새 작업했었으니까.


그녀는 라이온제이와 베일을 보고 좀 놀랐는지 두 눈을 크게 떴다.


“어우, 팬입니다. 그, 박상아··· 아니, 타이니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요, 반가워요.”


JND는 자리에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괜찮다.

내가 기다리는 건,


“안녕하세요.”


지금 들어온 이 둘이니까.


어두운 작업실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 잘생긴 얼굴, 자체 조명이라도 나오는지 얼굴에서 광이 났다.

둘 다.


베일과 라이온제이는 이들을 모르는 듯했다.

그렇지.

알 리가 없지.

이들은 아직 데뷔하지 않았으니까.

이들의 데뷔 날짜는 2월 13일.

그러니까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데뷔 날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냐고?

기억할 만한 인물들이니까.

누군지 알면 내 말에 동의할걸?


“어, 왔어?”


환희 형은 둘을 반갑게 맞이했다.


“곧 데뷔인데 바쁘지 않아?”

“PD님한테 쌤 얘기하니까 갔다 오라고 하시던데요?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그래. 잘 왔어. 아, 인사 나눠.”


“···저 혹시 라이온제이님?”

“아, 네. 반갑습니다.”

“저 완전 팬이에요. 취한 사자때 앨범부터 솔로 앨범까지 다 가지고 있어요.”


라이온제이는 그를 가볍게 안았다.

라이온제이와 가벼운 포옹을 나눈 저 사람은 준(June).


그리고,


“베일 님 맞죠?”

“네, 맞아요.”

“와, 진짜 영광입니다. 여기서 베일 님을 보다니······.”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웃고 있는 저 사람은 재영.


준과 재영.

그렇다.

이들은 미래에 빌보드를 부수고 다닐 [우주소년]의 멤버들이다.

게다가 준은 [우주소년]의 리더.

이 둘이 바로 환희 형의 랩 레슨생들이었다.


나는 환희 형에게 저 둘을 꼭 초대하라고 졸랐다.

데뷔 코앞이라 바쁘다고, 안 된다고 하는 걸 내가 사정사정해서 초대한 것이다.

사실 저들을 위해 리스닝 세션을 연 거라고 봐도 무방하다.


내가 왜 저들의 데뷔 날짜까지 외우고 있는지 이제 알겠지?


“저······.”


준이 내게로 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이번 앨범 프로듀싱하신 류선율 작곡가님이시죠?”

“네. 바로 접니다.”


나는 당당하게 가슴을 한껏 내밀고 말했다.

여기선 당당함을 좀 보여주자.


“저 환희 쌤 노래 듣고 진짜 놀랐어요. 이거 진짜 초초초대박이라.”

“과찬입니다.”

“과찬 아니에요. 진짜로.”

“고마워요. 아직 마스터링 끝난 건 못 들어봤죠? 같이 들어봐요.”


내가 컴퓨터 앞으로 가자, 시끌벅적했던 주위가 조용해졌다.


기대하고 있군.


“자, 이제 틉니다.”


사실 나도 기대 중이다.

최종 마스터링 음원은 아직 듣지 못했으니까.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스페이스 바를 눌렀다.


* * *


노래가 끝났는데도 우리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고요한 정적을 깬 건 라이온제이였다.


“이건 뭐······.”


그리고 이어지는 상아 누나의 펀치라인.


“좆되는데?”


누나는 입을 틀어막고 주위를 둘러봤다.


“어이고 죄송합니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이 말보다 더 적확한 워딩은 없는 거 같아요.”


준이 누나를 두둔하듯이 말했다.


맞다.

이보다 더 적확한 단어는 찾기 힘들 것이다.


“4명으로 늘려야 하나······.”


베일은 나만 겨우 들리게 혼잣말로 속삭였다.


“쌤 사인 미리 받아놔야겠다.”


재영이 환희 형에게 말했다.


“다 프로듀서님 덕분입니다.”


환희 형이 나를 가리켰다.

그러자 방에 있던 모든 사람이 나를 쳐다봤다.


어우, 이런 관심 좀 부담스러운데······.


“내년에 컴필 앨범 낼 예정인데, 어때. 생각 있어?”


베일이 내게 말했다.


“나중에 정규 낼 일 있으면 연락할게.”


이번엔 라이온제이가.


“호오-. 인기쟁이네? 미리 프로듀싱 받길 잘했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상아 누나에게로 쏠렸다.


“들어볼 수 있어요?”


재영이 물었다.


“아, 뭐······. 들어도 되지?”

“누나만 괜찮다면.”


여기까지.

딱 여기까지 예상했다.


누나가 나서주지 않았더라면, 내가 나섰을 거다.

왜냐고?


준이랑 재영이 듣자마자 뻑갈 정도의 음악을 들려주는 게 내 목적이었으니까.

내 노래에 뻑간 준이랑 재영이 회사 대표에게, 그러니까 방PD에게 나를 추천한다면?


그렇게 되더라도 이번 데뷔 앨범엔 참여하진 못할 거다.

이미 준비를 다 마쳤을 테니까.

하지만, 다음 앨범이라면?

해볼 만하다.


내가 계획했던 다음 가수는 바로,


“자, 틀겠습니다.”


[우주소년]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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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몸값이 올랐다. 그것도 5배나. 24.09.16 115 5 12쪽
20 20. 카밀라 그레이 24.09.15 130 6 13쪽
19 19. 돌아온 5,000달러 24.09.14 141 6 12쪽
18 18. 성공의 첫 단추 24.09.13 144 4 12쪽
17 17.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2) 24.09.12 151 6 12쪽
16 16.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 24.09.12 167 5 12쪽
15 15. 루이스 해리슨(3) 24.09.11 177 6 12쪽
14 14. 루이스 해리슨(2) 24.09.11 189 7 12쪽
13 13. 루이스 해리슨 24.09.10 201 7 12쪽
12 12. LA 그리고 롱비치 24.09.09 215 8 12쪽
11 11. 미국으로 24.09.08 224 9 12쪽
10 10. 복수의 서막 24.09.07 233 8 13쪽
9 9. 우주소년(2) 24.09.06 224 8 11쪽
8 8. 우주소년 24.09.06 242 8 12쪽
» 7. 첫 작업(5) 24.09.05 246 10 12쪽
6 6. 첫 작업(4) 24.09.04 246 9 12쪽
5 5. 첫 작업(3) 24.09.04 265 9 12쪽
4 4. 첫 작업(2) 24.09.03 267 9 12쪽
3 3. 첫 작업 24.09.02 284 10 12쪽
2 2. 2013년 1월 1일 24.09.02 297 9 12쪽
1 1. 도둑맞은 인생 +1 24.09.02 313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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