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음악 천재는 빌보드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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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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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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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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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 루이스 해리슨(3)

DUMMY

흠······.


약간 아쉽다.

아니, 너무 아쉽다.


아니.

별로다.


루이스 해리슨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믹싱이 구리다거나 비트가 별로라든지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잠깐 멈춰봐.”


내가 말하자 루이스가 스페이스 바를 눌렀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문제?

문제 많지.


오마카세를 먹으러 갔다고 가정하자.

셰프가 정한 요리 코스가 있을 것이다.

전채부터 시작해 메인, 후식으로 끝내는 코스.

제대로 된 식당이라면, 음식을 다 먹고 났을 때, ‘아, 잘 먹었다.’라는 만족감이 들 것이다.

근데 갑자기 전채부터 간이 센 음식이 나와버린다면?

게다가 그 맛이 식품점에서 산 듯한 소스 맛이라면?

그럼 전채 요리를 먹자마자 생각할 거다.


‘여기 너무 별론데?’


음악도 마찬가지.

장르별로 기대하는 흐름 같은 것이 있다.

벌스에선 이게 나와줘야 하고 후렴에선 저게 나와줘야 하고 2절에선 요게 나와줘야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대중들은 틀을 깬 음악을 원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보통 대중들은 익숙한 음악을 더 좋아한다.

익숙함에서 딱 5%.

더도 말고 덜도 말고 5%만 새로운 걸 보여주면 된다.

말 그대로 음악가는 코스요리를 대접하는 셰프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루이스가 들려준 노래는 그런 틀이란 게 없었다.

터져줘야 하는 후렴구는 밍밍하고, 오히려 인트로가 자극적이다.

차라리 후렴이 인트로보다 자극적이었다면, ‘이 집은 간이 세네.’라고 생각했을 거다.

메인이 밍밍한데, 전채가 맛있는 들 뭐하리.


거기다 가사.

플로우나 라임은 좋지만, 가사가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

사랑 얘기로 시작했다가 사회 얘기를 했다가 갑자기 서브 프라임 모기지 얘기를 한다.

거기에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까지.

가사가 파편처럼 나뉘어져 있다.


“갑자기 서브 프라임은 왜 튀어나온 거야?”

“그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거든.”


후우······.

쉽지 않겠네.


“타이론.”


나는 타이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나중에 연락할게. 오늘은 루이스랑 길게 미팅을 나눠야 할 거 같거든.”

“알겠어. 먼저 갈게. 다음에 보자고, 친구들.”


타이론은 우리에게 주먹 인사를 하고는 집 밖을 나갔다.


타이론이 나가자마자 루이스에게 말했다.


“솔직히 말할게. 라임이나 플로우는 그럭저럭 들어 줄만 해. 근데 가사에 맥락이 하나도 없어. 사랑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사회 비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

“왜?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좋잖아.”

“아니. 20분이나 되는 교향곡의 한 악장도 메인 주제는 하나야. 나머지는 그 메인 주제를 발전한 형태고. 아예 생판 다른 주제가 튀어나오진 않아. 20분짜리 교향곡도 그런데, 4분짜리 노래에 3개 이상의 주제가 나온다고? 너 혹시 전위 음악 해?”

“전위 음악이 뭔데?”


후우······.


“됐고, 다른 노래들도 들려줄 수 있어?”

“그럼. 당연하지.”


나는 나머지 노래들도 들어봤다.

다 비슷했다.

비슷하게 정신없었다.


마치, 랜덤으로 고른 릴스 여러 개를 묶어 하나의 영상으로 만든 느낌이랄까.


나는 한숨을 내쉬고 루이스에게 말했다.


“루이스. 나가서 밥이나 먹자.”


* * *


루이스 해리슨이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린 노래는 자전적 단편 소설이라고 해도 될 만큼 깊이 있었다.

일찍 부모님을 잃은 상실감,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유.

그의 솔직한 고백이 여러 리스너의 마음을 울렸다.

신파.

그의 음악엔 한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루이스의 집에서 들은 음악은 거진 방구석 힙찔이가 쓸법한 가사들.


물론 예정대로라면 어떠한 계기로 한이 담긴 음악을 쓸 것이고, 그 곡이 11월에 사운드 클라우드에 업로드 될 것이다.

하지만, 난 시간이 없다.

그가 그런 곡을 쓰게 만들기 위해 6개월을 기다릴 수는 없다.


이쯤에서 내가 할 말이 뭔지 알지?

캘리포니아는?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곳!


어쩌면, 내 선택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혹, 루이스가 가사 쓰는 방법을 바꿀 어떤 커다란 사건이 있었는데, 내가 관여함으로써 루이스가 가사를 이따구로 쓰는 건 아닐까?


아, 아니야.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진 말자.

내가 다시 만들면 되지.


내가 루이스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의 그 느낌을 내가 프로듀싱해주면 된다.


그게 프로듀서의 몫이니까.


루이스와 나는 롱비치 해변가에 있는 멕시코 음식점으로 들어가 타코를 주문했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상큼한 채소 절임과 눅진한 치즈의 맛이 한데 어우러졌다.

···물론 짜기도 엄청 짰고.


“그나저나 와챠오한테 돈은 왜 빌린 거야?”

“아, 그거. 음악 장비 사려고.”

“돈 빌려서 장비 산 거야?”


그는 타코를 우물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 진짜 음악으로 성공하고 싶거든.”


의지는 좋네.

그래, 그 의지 변치 마라.

네가 성공해야 나도 성공한다.


“맨날 쫓겨 다니지 않으려면 빨리 돈 벌어서 갚아야겠네.”

“원금은 다 갚았어. 이자가 원금만큼 쌓여서 문제지.”

“이자 얼마 남았는데?”

“5,000달러.”

“빌린 돈은 얼마였는데?”

“6,000달러.”


워매······.

사채업자네, 사채업자야.


“왜 그렇게 높은 이자율을 감당하면서까지 와챠오한테 돈을 빌린 거야?”

“은행에서 안 빌려주니까. 그나마 걔네가 합리적인 가격에 맞춰준 거야. 다른 갱들은 그런 돈 거래 따윈 하지 않거든.”


말을 마친 루이스가 닥터페퍼를 마셨다.


“그래서. 프로듀서님이 생각하는 앞으로 저의 프로듀싱 방향은 어떻게 됩니까?”

“솔직히 말해도 될까?”

“네가 원한다면.”


나는 입에 남은 타코를 씹어 삼키고 물을 한 컵 마셨다.


“난 네가 솔직한 음악을 했으면 좋겠어.”

“나 지금도 솔직한 음악 하고 있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부 내뱉고 있는데?”

“아니. 내 말은 네가 네 자신을 말하는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는 거야.”

“내 자신?”

“그래, 네 자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어갔다.


“혹시, 네가 가진 결핍이나 아픔이 있어?”


순간, 루이스의 표정이 굳었다.


“그런 거 없는 사람이 어딨어.”


곧 표정을 푼 루이스가 피식하고 웃었다.


“나한테는 솔직해졌으면 좋겠어. 우리가 비즈니스를 하는 거지만, 이건 엄연히 예술을 하는 거니까.”

“됐어. 그런 재미 없는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 게다가 그런 얘기를 누가 듣고 싶어 하겠어. 질질 짜는 애를 보면 때려주고 싶은 법이야.”


루이스는 타코 하나를 통째로 남긴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먹었으면 가자.”


아, 씨.

나 아직 다 안 먹었는데.


“그래 가자.”


입에 타코를 다 털어 넣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루이스와 나는 밖으로 나와 해변 가를 걸었다.


“루이스.”

“왜?”


그는 여전히 표정이 좋지 않았다.


“진짜 질질 짜는 애를 보면 때려주고 싶은 거야?”

“그래. 엉덩이를 발로 차고 싶어.”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어?”

“계기는 무슨. 그건 인간의 본능이지.”

“난 울고 있는 애를 보고 엉덩이를 발로 차고 싶은 마음이 들진 않아.”

“야생성이 사라졌나 보네.”


루이스는 시니컬하게 대답했다.


“야, 루이스!”


뒤에서 루이스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초록색 두건을 머리에 두른 중국인 셋이 서 있었다.


“오, 싯! 튀어, 썬!”


루이스가 내 손목을 잡고 뛰었다.


아이, 씨.

방금 밥 먹었잖아!


“거기 서, 이 새끼야!”

“너 같으면 설 거 같냐! 그리고 내가 돈 준다고 했잖아!”

“그 말한 지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중국인 셋은 우릴 쫓아오며 소리쳤다.

루이스가 말한 와챠오인 것 같았다.


“이미 원금은 다 갚았잖아!”

“인플레이션 몰라? 시간에 대한 값을 치러야지!”


인플레이션이라니.

무식해 보이는 줄 알았건만, 경제 공부 좀 했나 보네.


“잠깐, 뛰지 말아봐.”


나는 루이스의 손을 뿌리치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솔직히 옆구리가 너무 아파서 멈춘 것도 있다.

방금 밥 먹었잖아.

소화는커녕 목구멍 아래로 넘어가지도 않았다고.


우릴 쫓던 중국인 셋도 당황한 표정으로 뜀박질을 멈췄다.


“썬! 뛰라고!”

“아니, 안 뛸 거야.”


나는 셋에게로 다가가 물었다.


“루이스가 갚아야 할 돈이 얼만데.”

“헤이, 루이스. 어디서 이렇게 새끈한 남자친구를 구한 거야?”


무리의 리더처럼 보이는 남자가 앞으로 나와서 소리쳤다.


“묻는 말에나 대답해. 갚아야 할 돈이 얼마냐고.”

“돈도 대신 갚아주시게? 루이스가 잘 대주나 보지?”


한 대 때려주고 싶다.

근데 내가 여기서 얘네를 때린다면 일이 커질 거다.

일단 셋에게 린치를 당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게다가 그 뒤에 분명 어떤 보복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얘네 갱이잖아.


“왜? 너네도 루이스 눈독 들이고 있냐?”


내가 묻자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미안, 난 에이즈에 걸리고 싶지는 않거든.”


정말 때려주고 싶네.


“가만있어 보자······. 5,542달러. 루이스가 변제해야 할 돈은 5,542달러야.”

“그거 내가 대신 갚을게.”

“썬! 네가 왜···”


나는 내게로 다가오는 루이스를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다가오던 루이스는 내 손을 보고는 자리에 멈춰 섰다.


“현찰로 빳빳하게 줄 테니까 내일 여기로 나와.”

“그래. 누구한테든 돈만 받으면 되니까. 근데······.”


리더가 내 멱살을 움켜쥐었다.


“내일 이곳에 나타나지 않으면 네 엉덩이에 쇠파이프를 쑤셔 넣을 거야. 알겠어?”

“알겠으니까 이거 놔.”


나는 내 멱살을 잡은 손을 뿌리쳤다.


리더는 재밌다는 듯 피식 웃고는 나머지 갱단을 데리고 멀어졌다.


“네가 돈 빌린 와챠오가 쟤네···”

“날 동정하는 거야?”


별안간 루이스가 내게 화를 냈다.


“···동정?”

“그깟 싸구려 동정 필요 없어. 내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었다고.”

“알아서 해결한다는 놈이 두 달째 저 중국놈들한테 쫓기면서 살아?”

“음악으로 돈 벌면 갚으려고 했다고!”

“야. 그딴 가사로는 돈은커녕 취미로도 못해. 네가 진짜 돈 벌어서 갚고 싶으면, 그 거지 같은 가사부터 바꿔.”

“뭐?”


루이스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내 거지 같은 가사가 싫으면 그냥 꺼져.”

“아니, 루이스. 그런 말이······. 야 루이스!”


루이스는 내게서 멀어졌다.


* * *


“헤이, 썬.”


타이론이 나를 발견하고는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 쪽으로 걸어왔다.

타이론 뒤로 자말이 따라 들어왔다.


이곳은 롱비치 다운타운에 있는 한 펍.

아직 5시밖에 안 됐는데도 사람이 꽤 많았다.


“자말은 왜 같이 보자고 한 거야?”

“물어볼 게 있어서.”

“나한테?”


자말이 자신을 가리켰다.


“그래. 너 루이스랑 친하지?”

“그렇게 친하진 않아. 그냥 어느 정도?”

“네가 아는 루이스에 대해 알려줘.”

“루이스?”

“루이스가 가진 결핍 같은 거.”

“결핍이라······.”


자말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걔 고등학생 때 부모님이 차 사고로 돌아가셨어.”

“오, 싯. 그래서 네가 저번에 내 입을 틀어막은 거구나.”


타이론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그래.”

“어떻게 알았어? 나도 루이스한테 직접 들은 얘기가 아닌데.”


자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물었다.


“타이론네 집하고는 다른 느낌이 들었거든. 집이 왠지 쓸쓸해 보였어.”


나는 대충 둘러댔다.


“역시 프로듀서라 그런지 영적인 감각이 있나 보네.”


···이상한 오해가 생긴 것 같다.


“그래서. 계속 얘기해 봐.”

“그 뒤로 루이스의 친척들이 루이스한테 같이 살자고 제안했었나 봐. 근데 루이스는 다 거절했대.”

“왜?”

“혼자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던가? 여하튼 그 뒤로 학교도 그만두고 일을 시작했어. 나도 맥도날드에서 일할 때 루이스를 처음 만났고. 근데 뭐랄까, 애가 너무 차갑게 느껴졌달까. 애 같지 않았어.”


‘질질 짜는 애를 보면 때려주고 싶은 법이야.’


이제야 그가 왜 그렇게 날카롭게 말했는지 알 것 같았다.

우는 아이.

본인은 그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삐뚤어진 거구나.

동정에 그렇게 민감했던 이유도 알 것 같았다.


“근데, 루이스는 왜?”

“아냐, 아무것도. 알려줘서 고마워, 자말.”


나는 맥주잔을 들고 자말의 잔에 건배를 했다.

잔이 내 마음만큼이나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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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두 번째 작업(2) NEW 5시간 전 50 2 12쪽
23 23. 헤일리 화이트 24.09.17 82 2 11쪽
22 22. 두 번째 작업 24.09.17 93 1 12쪽
21 21. 몸값이 올랐다. 그것도 5배나. 24.09.16 115 5 12쪽
20 20. 카밀라 그레이 24.09.15 129 6 13쪽
19 19. 돌아온 5,000달러 24.09.14 141 6 12쪽
18 18. 성공의 첫 단추 24.09.13 144 4 12쪽
17 17.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2) 24.09.12 149 6 12쪽
16 16.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 24.09.12 166 5 12쪽
» 15. 루이스 해리슨(3) 24.09.11 177 6 12쪽
14 14. 루이스 해리슨(2) 24.09.11 188 7 12쪽
13 13. 루이스 해리슨 24.09.10 199 6 12쪽
12 12. LA 그리고 롱비치 24.09.09 215 7 12쪽
11 11. 미국으로 24.09.08 223 9 12쪽
10 10. 복수의 서막 24.09.07 232 8 13쪽
9 9. 우주소년(2) 24.09.06 223 8 11쪽
8 8. 우주소년 24.09.06 241 8 12쪽
7 7. 첫 작업(5) 24.09.05 246 10 12쪽
6 6. 첫 작업(4) 24.09.04 245 9 12쪽
5 5. 첫 작업(3) 24.09.04 264 9 12쪽
4 4. 첫 작업(2) 24.09.03 267 9 12쪽
3 3. 첫 작업 24.09.02 282 10 12쪽
2 2. 2013년 1월 1일 24.09.02 294 9 12쪽
1 1. 도둑맞은 인생 +1 24.09.02 311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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