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음악 천재는 빌보드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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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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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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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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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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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첫 작업(4)

DUMMY

“내 목소리 좀 오글거리지 않아?”

“···엥?”


오글거리다니.

이 누나가 다이아몬드를 보고 흑연 취급을 하네.


“무슨 소리야, 누나. 도대체 누가 그래, 누나 목소리 오글거린다고?”

“그냥 내 생각이 그래.”


아이고, 두야······.


“누나.”

“뭐.”


아냐······.

계획대로 가려면 여기서 그만해야 해.

일을 더 벌일 순 없어.


아냐!

계획이 흐트러질지언정 이런 원석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


영화 비긴어게인을 보면 마크 러팔로가 키이나 나이틀리의 무대를 보며 머릿속으로 편곡을 그려내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 내가 그렇다.

누나가 방금 내게 제안한 정규 앨범 프로듀싱.

악상과 비트, 레퍼런스와 장르, 컨셉과 편곡 방향까지 전부 떠올랐다.

미치도록 하고 싶다.

하지만 정규는 무리다.

절충하자.

EP(미니 앨범) 정도는 가능할 거 같다.


“누나가 노래로 전향하면, 내가 누나 EP 프로듀싱 맡을게.”

“짜치게 무슨 노래야.”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목소리에 보석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데 뭐가 짜쳐?”

“그냥 랩할래.”

“랩을 왜 고집하는 건데?”

“랩이 좋으니까.”

“그럼, 랩이랑 노래 둘 다 해. 둘 다 하면 되잖아.”

“아서라, 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 다 놓친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왜 노래를 안 하려고 하는 거지?

잠시만.

근데 지금은 왜 노래를 부른 거지?


“지금은 왜 부른 거야?”

“그냥 좋은 악상이 떠올라서.”

“집에서 미리 비트 듣고 짜온 거야?”

“따로 짠 건 아니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불러본 거야.”


···천재 아냐?

갑자기 샘이 나네.

SSS급 천재 탑라이너(멜로디 작곡가)는 노래를 거부한다?

무슨 웹소설 제목도 아니고.


“노래하자, 누나. 아, 하자. 내가 프로듀싱할게. 제발-. 제게 프로듀싱할 기회를 주세요.”

“아, 됐어. 야, 지금 몇 시냐? 약속 시간 늦겠네. 나 간다.”

“약속은 무슨 약속. 누나 친구 없잖··· 아, 누나! 야, 박상아!”


내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누나는 작업실을 빠져나갔다.


회귀 전, 난 누나와 작업을 해본 적이 없었다.

환희 형을 빼면 딱히 접점도 없었거니와 나도 얼마 안 가 백장호 그 씹······.

그 개자식 밑으로 들어가서 연락할 새가 없었다.


철컥-.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작업실 문이 열렸다.


“어우, 밖에 폭설이다, 폭설.”


환희 형은 몸을 으슬으슬 떨며 말했다.

형의 패딩은 녹은 눈 때문에 축축해져 있었다.


“믹싱은 얼마나 됐어?”

“들어보실래요?”


형은 패딩을 벗어 소파에 대충 얹어놓고는 새로 산 의자를 끌고 와 내 옆에 앉았다.


“잔뜩 기대하면서 오는 길이야. 얼마나 더 좋아질지.”

“에이, 기대하지 말아요.”


나는 믹싱을 마친 6곡을 형과 함께 들었다.

노래를 다 들은 환희 형은 기립박수를 쳤다.


“이야······. 믹싱은 언제 또 배운 거야?”

“틈틈이 공부했죠.”


공부는 무슨.

백장호 그 개자식의 스파르타식 훈련 덕분이다.


“이제 6곡 남았나?”

“네. 형 메이킹 끝나는 대로 믹싱 작업하고, 믹싱 다 끝나면 마스터링 넘길 거예요.”


곡이 음식이라면 믹싱은 데코레이션, 마스터링은 포장이다.


마스터링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가장 좋다.

믹싱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가장 좋지만, 돈이 없으니 그냥 내가 했다.

하지만 마스터링은 진짜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좋다.

아무렇게나 꽁꽁 싸맨 포장보다는, 포장 전문가가 정성스레 싼 포장이 더욱 고급스럽잖아.


“앨범 커버는 생각해 놓은 거 있으세요?”

“내 친구 중에 서양화 전공한 친구가 있거든. 그 친구한테 부탁해 보려고.”

“아, 그래요?”


잘됐다.


“그나저나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응. 뭔데?”

“상아 누나는 왜 노래를 안 하려고 하는 거예요?”

“어떻게 알았어?”

“네?”

“상아가 노래하는 거 싫어한다는 거, 어떻게 알았냐구. 상아가 말해줬어?”

“아뇨. 그런 건 아니고.”


나는 아까 있었던 일을 환희 형에게 말했다.


내 말이 끝나자 환희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 테니까 상아한테는 내가 말했다고 하지 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아네 아버님. SN엔터테인먼트 A&R이시거든.”

“아, 그래요?”


A&R

Artist and Repertoire.

미래엔 대중들에게도 꽤 익숙한 직업이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직업이다.


A&R은 프로듀서와 비슷하다.

한 가수의 앨범 컨셉부터 프로듀싱 뮤직비디오, 마케팅까지 모든 걸 총괄하는 직업이다.

그렇다고 A&R이 곡을 쓰진 않는다.

다만, 프로듀서나 작곡가를 섭외해 자신이 기획하는 가수의 앨범에 맞게끔 작업을 요구한다.

기획자이자 클라이언트가 되는 것이다.

더 첨언하자면, 비긴 어게인의 마크 러팔로가 맞은 배역의 직업이 A&R이다.


상아 누나의 아버님이 SN의 A&R이신지 전혀 몰랐다.


“A&R 팀에서 계속 승진해서 임원까지 하셨어.”


이번엔 내가 놀랐다.

내 얼굴이라 내가 볼 수는 없지만 분명 두 눈이 휘둥그레졌을 것이다.


“SN엔터테인먼트의 임원이시라구요?”

“응. 그 영향으로 상아도 어렸을 때부터 음악도 많이 듣고 이쪽 계통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했나 봐.”


환희 형은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상아 누나의 아버님은 상아 누나를 아이돌로 키우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상아 누나에게 여러 트레이닝을 받게 했다고 했다.

춤, 노래, 연기 등등.


“그 당시 배웠던 보컬 선생님에게 많이 혼났었나 봐. 창법이 아이돌한테 맞지 않는다고.”

“그래서 창법을 바꿨대요?”


환희 형은 고개를 저었다.


“상아 고집을 어떻게 꺾어. 그냥 자기 스타일 대로 계속 불렀대. 춤이나 연기도 마찬가지고. 그러면 그럴수록 더 혼났나 봐. 그러다 결국 노래를 그만뒀대.”


그렇게, 아이돌과는 전혀 맞지 않는 태도로 수업에 임한 누나는 오디션을 보기도 전에 이미 노래에 염증이 생겼다고 했다.


“그럴 만도 하겠네요.”

“그래서 고등학생 때부터 집을 나와서 독립해서 사는 거야, 상아가.”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내 목소리 좀 오글거리지 않아?’


그제야 누나가 왜 자신의 목소리를 그렇게 평가했는지 알 거 같았다.


아무리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라도 본인 외모의 단점을 계속 듣는다면 어떨까?

넘치게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계속 기가 죽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종국엔 자신이 정말 못생겼다고 생각한다.


“이래서 말 한마디가 참 중요한 건데.”


나는 나지막이 말했다.


그래도 내 앞에서 노래했을 정도면 노래를 ‘아주’ 싫어하는 건 아닐 텐데.

아주 싫었으면 노래조차 부르지 않았을 거니까.


결국 잘 설득하면 된다는 얘긴데······.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끽해야 난 회귀밖에 안 한 인간이지 않은가.


아, 모르겠다.

일단 환희 형 앨범에 집중하자.


“형. 7번 트랙 훅은 상아 누나가 메이킹 했어요.”

“그래? 한번 들어볼까?”


나는 7번 트랙의 프로젝트 파일을 열어 재생했다.

음악을 듣던 환희 형의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상아 얘가 노래는 진짜 잘한다니까.”

“그쵸? 형도 그렇게 생각하죠?”


안 되겠다.

7번 거절당해도 8번 제안하자.

이대로 남겨두기엔 너무 아까운 탤런트다.


* * *


손님이 드문 위스키 바.

바글바글한 맥줏집이나 술집은 집중도 안 될뿐더러, 분위기에 휩쓸려 누나가 쉽게 화를 낼 수도 있다.

차라리 이런 조용한 바가 낫다.

그나마 가장 저렴한 위스키 바를 골랐지만, 내 통장 잔고는 탈탈 털릴 게 분명하다.


나는 카운터 테이블에 앉아 베스트를 입은 바텐더가 건넨 위스키를 아껴 마셨다.

15ml 한 잔에 1만 2천 원.

이게 가장 저렴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베일한테 곡 비 받을걸.

돈도 많은 거 같던데.


그때, 바 입구 문이 열리고 익숙한 실루엣의 여성이 들어왔다.


“웬일이냐. 네가 단둘이 보자고 하고.”


누나는 내 옆에 나란히 앉았다.


“네가 쏘는 거니까 아무거나 마셔도 되지?”

“그, 그럼. 다 골라.”

“그래? 사장님 저 일단 마가리타 한 잔이랑 테킬라 샷으로 하나 주세요. 그리고 10분 뒤에 맥캘란 18년 온더락으로 하나 부탁드릴게요.”


마가리타에 테킬라에 맥캘란······.

솔직히 테킬라 빼고는 무슨 술인지 못 알아들었다.


누나는 먼저 나온 테킬라 샷을 전부 들이키고는 기본으로 나온 크래커에 크림치즈를 발라 먹었다.


“뭔 얘기가 하고 싶은 건데.”

“그 있···”

“노래 얘기할 거면 나 그냥 가고.”

“···잖아.”


에이, 씨.


“맞아. 노래 얘기할 거야.”

“그래?”


별안간 누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일단 들어봐.”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칵테일이 나왔다.


“술이 아까워서 앉는다.”


누나는 순순히 자리에 앉았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말을 시작했다.


“누나. 만약에 누가 누나한테 5만 원을 주면 어떨 거 같아?”

“5만 원? 기분 좋겠지?”

“500만 원은?”

“째지지.”

“그럼 만약에 누가 누나한테 돈이 아니라 콩을 주면?”

“콩? 웬 콩?”

“의아하겠지? 근데 콩을 준 사람이 그러는 거야. ‘이 콩을 잘 기르면 5만 원권 한 묶음이 매일 열리는 나무가 될 겁니다.’”

“야, 그러면 무조건 심지. 매일매일 째지는 일이 생기는 건데.”

“그치? 안 심는 게 더 이상하겠지?”

“또라이지, 안 심으면.”

“지금 내 기분이 그래. 내 눈앞에 500만 원, 아니 5억, 아니 50억, 아니 500억짜리 목소리가 있는데 자기는 안 쓰겠대.”

“걍 내버려 둬. 또라이인가 보지.”


누나는 칵테일을 단숨에 들이켰다.


“나는 꼭 그 콩을 심어야겠는데.”

“야.”


갑자기 누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노래하기 싫다는데 네가 뭔데 계속 지랄이냐.”

“누나 노래가 좋으니까.”

“하아-. 됐다. 이 얘기 그만···”

“아니.”


나는 잔에 담긴 술을 전부 들이키고는 누나를 빤히 쳐다봤다.

술기운이 확 올라왔다.


···나도 모르겠다.

그냥 질러야겠다.


“누나. 내가 왜 밤새워 가면서 환희 형 앨범 작업하는지 알아?”


누나는 몸을 뒤로 빼면서 고개를 저었다.


“복수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 거야.”

“누구한테?”

“백장호.”

“백장호? 그게 누구··· 아, [J아카이브] 사장? 그 사람이 너한테 무슨 짓 했어?”

“그 사람이 내 인생을 부수어버렸어. 지금이라도 칼 들고 찾아가서 내장을 난도질하고 싶어.”


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순간, 시야가 뿌옇게 변했다.


“야, 야. 괜찮아?”


누나는 내게 휴지를 내밀었다.

휴지를 받아 눈가를 훔쳤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일이 있긴 있었나 보네.”


누나는 내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이런 얘기 아무한테도 얘기 안 했었거든. 말하니까 그나마 좀 낫네. 아, 이건 누나한테만 말한 거니까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마.”

“말할 사람이 어딨다고.”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나도 복수하고 싶은 사람이 있긴 하거든.”


누나가 입을 열었다.


“누군데?”

“천소리라고 있어. 나 옛날에 노래 가르쳐줬던 인간. 아니지, 가르쳐준 게 아니라 욕만 뒤지게 처해댔지.”


천소리.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그······. 선율이 네가 내 EP 프로듀싱하면, 네 복수에 도움이 되려나?”


내 복수엔 도움이 안 된다.

이건 순전히 내 욕심이다.

그래도 도움이 된다고 하는 게 낫겠지.


“당연히 되지. 그리고 누나의 복수도 당연히 되고.”

“내 복수?”

“누나 EP는 무조건 성공할 거거든.”


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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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두 번째 작업 24.09.17 93 1 12쪽
21 21. 몸값이 올랐다. 그것도 5배나. 24.09.16 115 5 12쪽
20 20. 카밀라 그레이 24.09.15 129 6 13쪽
19 19. 돌아온 5,000달러 24.09.14 141 6 12쪽
18 18. 성공의 첫 단추 24.09.13 144 4 12쪽
17 17.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2) 24.09.12 149 6 12쪽
16 16. 새로운 보석을 찾아서 24.09.12 167 5 12쪽
15 15. 루이스 해리슨(3) 24.09.11 177 6 12쪽
14 14. 루이스 해리슨(2) 24.09.11 188 7 12쪽
13 13. 루이스 해리슨 24.09.10 200 6 12쪽
12 12. LA 그리고 롱비치 24.09.09 215 8 12쪽
11 11. 미국으로 24.09.08 224 9 12쪽
10 10. 복수의 서막 24.09.07 233 8 13쪽
9 9. 우주소년(2) 24.09.06 223 8 11쪽
8 8. 우주소년 24.09.06 242 8 12쪽
7 7. 첫 작업(5) 24.09.05 246 10 12쪽
» 6. 첫 작업(4) 24.09.04 246 9 12쪽
5 5. 첫 작업(3) 24.09.04 264 9 12쪽
4 4. 첫 작업(2) 24.09.03 267 9 12쪽
3 3. 첫 작업 24.09.02 282 10 12쪽
2 2. 2013년 1월 1일 24.09.02 295 9 12쪽
1 1. 도둑맞은 인생 +1 24.09.02 31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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