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에 소환되어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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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마기술사
작품등록일 :
2016.08.07 00:00
최근연재일 :
2016.09.1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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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1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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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전투 - 8

DUMMY

"크으윽···."


하지만 키메라는 무시하기라도 하듯 아픈 자신의 머리를 돌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아이시스는 '뭐지? 저게 지금 나 무시하나?'라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 자신이 건 마법이 있었다.

3가지 감각을 차단하는 마법, [데프], [블라인드] 그리고 [애노스미아].


"아, 맞다. 소리는 들을 수 있게 해줘야지."


아이시스는 곧바로 3가지 마법 중 [데프]를 풀었고, 상대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확인할 겸 외쳤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들리나요?"


비록 마이크는 없었지만 상대에게 제대로 들리는지 확인할 때 쓰곤 하는 방법이니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이곳의 사람들은 뭔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건 아이시스가 알 바가 아니다.


"시끄러워!"


그렇게 외친 키메라는 자신의 오른쪽 눈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잠시 후 손을 뗀 키메라의 눈동자는 원래의 그 뱀과도 같은 눈동자와 날카로움을 갖고 있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블라인드] 마법 때문인지 눈동자가 흐릿하고 뚜렷하지 않았었는데, 아무래도 어느 정도 흥분이 가라앉으니 마법을 풀 수 있는 정신 상태가 됐었던 것 같다.


"우와, 빠르기도 해라. 내가 마나를 엄청나게 쏟아부었는데, 그걸 손으로 한 번 쓰다듬었다고 풀어? 도대체 얼마나 마나 운용 능력이 대단한 거야?"


"시끄러."


키메라는 간단하게 대답한 후 정령을 역소환했다.

곧 있으면 슬슬 정령들 역시 정령왕들을 알아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계속 못 알아보게 막고는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

결국 정령들은 정령왕들의 기운을 느끼고 자신을 적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라고 키메라는 생각했다.


"그나저나, 말도 할 수 있으면서 굳이 싸움부터 건 이유는 뭐야?"


"글쎄. 굳이 너하고 말을 나눌 필요가 없어 보여서 말이지."


"왜?"


아이시스는 그것이 제일 궁금했다.

말도 이렇게 잘만 하는 녀석인데, 왜 굳이 폭력으로 시작한 것일까.

아마 드래곤과 자신의 일부분이 섞인 녀석이니 꽤 지적 능력이 뛰어날 테고, 그러면 대화로 시작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일 텐데.


"왜냐고? 그야 물론 너는 모르겠지."


"뭘?"


"그야 뭐, 내 존재의 이유라든가, 굳이 살 필요가 있는 건가라든가, 아니면 복제품과도 같은 게 굳이 본판이랑 싸워야 할 필요가 있는가··· 같은 거."


그 말을 끝마치며 키메라는 자리에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편안하게 앉은 모습을 보고 있으니 굳이 싸우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


아이시스는 키메라의 말을 듣고 잠깐 고민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자신이 바로 앞에 있는 키메라처럼 실험을 통해서 태어나고, 다양한 종류의 생물체들의 일부분이 섞인 상태이며, 정신까지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면.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

거기다가, 바로 앞에 본판을 두고, 본판의 복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이 본판과 싸워야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그야 그렇겠지. 너는 이계에서 왔기 때문에 이곳의 존재들은 모두 낯선 존재일지는 몰라도 최소한 복제품도, 실험체도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꼭 내가 복제품이나 실험체가 아니라는 보장은 없잖아?"


아이시스는 옛날에 읽었었던 판타지 소설 중 하나를 떠올렸다.

분명 그 내용은 어떤 남자가 어떤 마법사에 의해 소환되었고, 다양한 종족들이 존재하는 그곳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선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원래 살아가던 마을을 떠나게 되고 힘겨운 싸움을 거치게 된다.

결국 결말에 가까워졌을 때 주인공은 자신이 알고 보니 차원 이동을 한 것이 아니라 지구라는 행성이 있던 차원에서 복제하여 만들어진 것임을 알게 되었다.


"결국 똑같아.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너는 복제품이나 실험체가 아닐 수도 있어. 나 역시 알고 보니 이계에서 온 게 아니라 어떤 놈들이 실험을 했고, 그에 성공해서 만들어낸 실험체일지도 모르는 일이지."


"하지만 너는 그럴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는 거지, 확실한 건 아니잖아. 너와 달리 나는 마기술사들이 만들어낸 존재라는 걸 확실하게 알고 있어. 왜냐하면 내가 처음 태어났을 때 본 모습도 그런 모습이었고, 다른 사람들 역시 그런 모습을 목격했으니까."


아이시스는 키메라의 말이 끝나고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말을 꺼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거 알아? 사람이나 생물이 태어날 때 그들은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존재 안에서 만들어지지. 결국 똑같아. 다른 여타의 생물들처럼 어머니라는 존재 안에서 만들어졌건, 마기술사라는 존재에 의해 만들어졌건. 결국 그 마기술사를 어머니라는 존재로 생각하면 해결되는 일 아니야?"


"하지만···."


"그만."


키메라가 계속해서 반박하려고 하자 아이시스는 키메라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렸다.

왜 말을 끊냐는 듯이 표정을 짓는 키메라에게 깨달음이라도 주려는 듯이 아이시스는 강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 너의 그 생각을 바꿔. 계속 그 관점을 고수하고 있으니 그렇게 되는 거 아니야? 너의 그 자신에 대한 생각과 관점을 바꾸고 자신의 존재 의의를 찾아 봐. 네가 이런 식으로 싸우는 것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은 있잖아? 과연 너는 그냥 실험체로 태어나서 이렇게 싸우기 위한 병기로만 이용되고 버려지면 되는, 그런 존재인 걸까? 어때. 너는 그런 삶을 살고 싶어?"


"······."


이번에는 키메라가 잠시 눈을 감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눈을 뜬 키메라는 마음을 다잡은 듯, 의지를 가진 눈을 하고 있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내가 나의 존재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본체를 죽이는 것보다는 훨씬 의미 있는 일들이 많이 있겠지. 인간들을 도울 수도 있고, 엘프들을 도울 수도 있으며, 드래곤들을 도울 수도 있어. 남들이 나를 필요로 해준다면 내가 존재하는 것에도 이유가 있게 되겠지?"


"그래."


"이걸 이제야 깨닫다니. 내가 너무 자기혐오에만 빠져 있었나 봐. 이런 간단한 해결책도 떠올리지 못하고. 역시 인간의 피가 섞여 있으니 어쩔 수가 없다니까."


- 빠직.


아이시스는 마지막 말인 '인간의 피'라는 말에서 갑작스럽게 짜증이 솟구쳤다.

자신을 비꼬는 말임에 틀림없었다.

저 키메라에게 섞인 피 중 인간의 피라고 한다면 자신밖에 없었으니까.


"농담이야, 농담. 그나저나, 이런 결말도 나쁘지는 않겠네. 그래, 아마 소문이 난다면 이런 식으로 나려나? '불가능과도 같았던 차원이동자와 키메라의 기적과도 같은 화해, 그리고 신의 은총.'"


"신의 은총은 왜 들어가는데?"


"그야 물론 앞으로는 내가 인간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다면 도와줄 테니까?"


"풋. 근데 왜 신의 은총인데?"


"뭐, 내가 마법으로 모습을 바꿔서 신 행세를 한다면 가능하지 않겠어?"


"하지만 앞에 키메라라는 말이 붙어 있는데? 그것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 않겠어?"


"···그것도 그러네."


잠시 서로를 쳐다본 아이시스와 키메라는 동시에 손으로 입을 막았고, 동시에···.


"푸하하하!"


"푸하하하!"


···하고 웃었다.

잠깐의 웃음 뒤에 둘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서로를 안았다.


"그래, 이제부터는 싸우지 말자."


"글쎄. 그래도 아직 한 번 더 싸울 일이 남은 것 같은데?"


아이시스는 한창 싸우고 있는 마기술사와 앨리아스 쪽을 쳐다보았다.

무슨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스피릿이 마기술사의 영혼을 거두어가고 있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나서서 도와줘야 할 것 같았다.


"아, 나한테 맡겨 줘. 이왕이면 나를 만들어낸 사람이니 내가 그에 걸맞은 보답을 해줘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치면 나를 여기다가 소환한 장본인인 걸? 그렇게 치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는데?"


"그러면···."


둘은 동시에 답을 내놓았다.


"같이 하면 되겠네!"


"같이 하면 되겠다!"


둘은 한 번 더 웃어준 다음에 마기술사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왼쪽에 있는 키메라는 왼손에 불덩어리를, 오른쪽에 있는 아이시스는 오른손에 전격의 구체를.


"자, 잠깐! 이건 너무하잖아! 여러 명이서 덤비는 건 반칙이라고!"


마기술사는 그렇게 살아남기 위해서 뭐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키메라와 아이시스는 피식- 웃으며 손을 살짝 움직였다.

키메라의 불덩어리는 마기술사 앞까지 날아가서 바닥에 부딪혔고, 아이시스의 전격의 구체는 하늘로 날아갔다.

잠시 후.


- 콰과과광!


- 그르르릉!


하늘에서는 번개가 떨어졌고 땅에서는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그 중간에 있던 마기술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번개와 화염에 휩싸인 채 최후를 맞이했다.


"이제 끝난 건가?"


"끝났겠지. 마침 황제도 죽었으니까."


"그나저나, 스피릿은 왜 마기술사의 영혼을 안 먹은 거지?"


스피릿은 둘의 대화를 듣고 있다 간단하게 대답했다.


- 저 녀석 영혼 한 번 조금 먹어보기는 했는데 더럽게 맛없더군. 그래서 안 먹었다.


"뭐에요, 그게! 킥킥."


완전히 폐허가 된 제국의 황성에서는 인간과 엘프, 키메라, 레미디르어 그리고 정령왕들의 웃음이 퍼져나갔다.


작가의말

다음 화가 에필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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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에필로그 +2 16.09.15 485 3 17쪽
» 최후의 전투 - 8 16.09.14 337 2 10쪽
119 최후의 전투 - 7 16.09.14 294 2 10쪽
118 최후의 전투 - 6 16.09.14 299 2 10쪽
117 최후의 전투 - 5 16.09.13 296 2 11쪽
116 최후의 전투 - 4 16.09.13 273 2 11쪽
115 최후의 전투 - 3 16.09.12 278 2 10쪽
114 최후의 전투 - 2 16.09.12 276 2 10쪽
113 최후의 전투 - 1 16.09.11 383 2 10쪽
112 최후의 전투, 그 전 - 6 16.09.11 310 2 9쪽
111 최후의 전투, 그 전 - 5 16.09.11 292 2 9쪽
110 최후의 전투, 그 전 - 4 16.09.10 272 2 9쪽
109 최후의 전투, 그 전 - 3 16.09.10 317 2 10쪽
108 최후의 전투, 그 전 - 2 16.09.10 304 2 10쪽
107 최후의 전투, 그 전 - 1 16.09.09 316 2 10쪽
106 다크 웜 - 3 16.09.09 265 2 10쪽
105 다크 웜 - 2 16.09.09 303 2 9쪽
104 다크 웜 - 1 16.09.09 307 2 9쪽
103 검지만 보란 스피릿 - 5 16.09.08 339 2 10쪽
102 검지만 보란 스피릿 - 4 16.09.08 323 2 10쪽
101 검지만 보란 스피릿 - 3 16.09.08 325 2 10쪽
100 검지만 보란 스피릿 - 2 16.09.08 329 2 9쪽
99 검지만 보란 스피릿 - 1 16.09.07 320 2 10쪽
98 제국에 복수하기 위해서는 - 4 16.09.07 297 2 10쪽
97 제국에 복수하기 위해서는 - 3 16.09.07 346 2 10쪽
96 제국에 복수하기 위해서는 - 2 16.09.06 348 3 10쪽
95 제국에 복수하기 위해서는 - 1 16.09.05 325 2 10쪽
94 한 아이스 버드의 이야기 - 2 16.09.04 309 2 10쪽
93 한 아이스 버드의 이야기 - 1 16.09.04 359 2 10쪽
92 평범한 일상 16.09.03 44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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