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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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술사
작품등록일 :
2017.01.2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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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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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1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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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 4. 마을 - 2

DUMMY

축사에 도착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약간 조잡해보이기는 했지만, 나름 열심히 만든 흔적이 보였기 때문에 딱히 별말은 하지 않았다.

아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만든 것이 이 축사일 것이다.

정성들여 만든 것까지 못 만들었다고 할 생각은 없다.


이렇듯 조잡한 외부와는 달리, 내부는 그래도 신경을 더 많이 썼는지, 덜 조잡했다.

사실 여전히 조잡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그나마 좀 덜 하다고나 할까.


물론 리헨이 보기에는 그게 그거인 것 같지만.


"으으, 냄새······."


"원래 다 그렇지, 뭐. 냄새 안 나는 축사가 있겠어."


뭐, 환기시키는 마법을 주기적으로 걸어주는 게 아닌 이상에야, 냄새를 완전히 뺄 수 없는 게 정상이다.

이 사람들은 아무런 능력이 없는 일반인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리헨이 이러는 것도 아마 모든 사람들이 흑마법을 기본적으로 배우고 있는 핀스터니스 제국과의 이러한 차이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냄새는 나도 동물들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네."


"예를 들면요?"


"으음, 글쎄. 굳이 말하자면······ 환경이라든가, 먹는 거라든가, 키우는 시설 같은 것들?"


사실 축사에서의 동물들은 사람들이 도구로만 생각해서 상태가 안 좋은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물론 방목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게하고, 어느 정도 공간을 준다고는 하지만,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동물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면 건강도 별로 좋지 않을 테고.


그래도 여기에 있는 동물들은 축사에 있는 것 치고는 상태가 좋았기에, 평가에서 상중하 중 중상은 줄 수 있었다.


동물 종류 별로 따로 있는 축사들을 여러 개 확인하고 난 후, 리헨에게 오늘의 소감을 묻자 돌아오는 답변은 꽤나 직설적이었다.


"······역시 동물들 관찰은 지루한 것 같아요."


"그래?"


"솔직히 다 똑같이 생겨서, 어지럽기도 하고. 거기다가 수도 많으니······ 더 구별이 안 간다랄까요. 뭔가 다들 자기 일을 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보면 거의 그게 그거다보니 시간이 조금 지나면 지루하다랄까."


"으음······."


역시 어린애도 아니고, 활발한 청소년에게 이런 곳으로 오자고 한 건 내 실수인 것 같다.

그럼, 이번에는 어디로 갈지 리헨에게 정하라고 해볼까······.

그러면 리헨도 나름 만족하겠지?


"리헨, 너는 뭘 보고 싶어?"


"으음, 그렇게 말해도······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하긴, 그것도 그런가.

정확히 뭐가 있는지도 다 모르니까······.

그나마 아는 것들은 과일나무들이 있다는 것 정도?


······생각해보니 아는 게 없다.

그냥, 차라리 사람들이 뭘 하는지 관찰도 할 겸 일이나 시켜달라고 할까.

애초에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며칠 머물다 가기만 하면 약간 미안하기도 하니까.


이런 내 생각을 말해주니 리헨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왜인가 했더니, 그 이유는 참 간단했다.


"차라리 이러고 있는 것보다는 덜 심심할 것 같은데요."


"······."


뭐, 틀린 말은 아닌가······.

그런데, 그럴 거면 차라리 흑마법 수련을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러면 수련은 밤에 하는 게······."


"하다가 자려고?"


"······."


"그럼 일 시켜달라고 하는 건 내일 말하고, 오늘은 흑마법 수련이나 하자."


"으에에에에······."


리헨은 나의 말에 절대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질색해했다.

그렇게 흑마법 수련이 싫은 걸까······.

하지만 애초에 같이 여행을 하는 조건으로 흑마법 수련도 넣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무엇보다, 그 정도의 재능을 버리는 건 아깝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으니까.


"자자, 그럼 똑바로 허리 펴고 앉자."


"우우······."


싫다는 표정을 하면서도 내 말에 잘 따라주는 리헨의 모습은 역시 귀엽다.

볼을 부풀린 채 불만을 표하는 모습이 더더욱 귀엽게 만든다.

손가락으로 볼을 찔러 집어넣어주니, 리헨은 다시 한 번 볼을 부풀렸다.

아까 전보다 더 커진 볼을 다시 한 번 찔러주자, 리헨은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완드를 꺼내들었다.


완드도 작고 귀엽게 생긴 게 마치 리헨을 닮은······.

리헨이 날 째려보는 모습에 잡생각을 그만했다.

저렇게 째려보고 있으면 왠지 딴 생각을 못하게 된다.

역시 저 눈에는 뭔가 묘한 마력이 있는 걸지도······.


"지금 이상한 생각하시죠!"


"그냥 왠지 네 눈에는 마력이 깃들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만날 생각하시는 것들이 왜 다 그런 거예요······."


"하지만 널 보고 있으면 그런 것밖에 안 떠오르는데?"


"······."


웃으며 말해주자 리헨은 입을 다물었다.

좋아, 이제 조용해졌으니 흑마법이나 가르쳐줘볼까.


우선은, 전에 이어서 마력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법을 가르쳐줘야겠다.

내가 혼자서 알아낸 방법이니······ 아마 알려져 있지 않은 거겠지?

물론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충분히 이 정도의 효율을 자랑하는 방법들도 나타났을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내 방법의 효율은 엄청나니, 도움은 많이 될 거다.


"내 유일한 직전제자인 너한테만 알려주는 거니까 자랑스러워해도 돼."


"······자랑스러워할 필요까지······."


"하라면 하는 거야."


"네에."


내가 직접 만든 방법이 남들에게 무시당하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으니까.

이왕이면 리헨이 내 방법을 배운 것을 좀 더 자랑스러워했으면 한다.

물론 요즘은 다들 어떤 방식으로 흑마법을 사용하는지 약간 궁금하기는 하지만.


애초에, 마법을 발동하는 데에 있어서 지름길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 자체부터가 내가 발견했을 당시에는 놀랍기 그지없었으니까.

나는 그 사실을 알아내고도 말한 적은 없었으니 아마도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을 수는 있다.


"자아, 일단 완드에 마력을 집중해봐."


"네에."


리헨의 완드에 마력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하는 걸 느낀 나는, 저번에 어디까지 가르쳐줬었는지 상기하며, 다음 단계를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그런 내 방법을 배우는 리헨은, 마치 스펀지처럼 가르침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역시 남다른 재능은, 이런 부분에서도 빛을 발한다는 생각을 하며, 리헨을 가르치는 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가르치는 데에 집중한 나와, 배우는 데에 집중한 리헨은, 해가 많이 기울어져 석양이 질 무렵이 되어서야 하르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

······


다음 날이 되었다.

지나가는 참새들의 짹짹-거리는 울음소리와 닭의 꼬끼오-하는 울음소리에 깨어난 나는, 옆에 누워있을 리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역시나, 여전히 자고 있었다.

저렇게 시끄러운 소리들이 들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리헨이 어제 많이 피곤했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아마도 밤늦게까지 방 안에서 흑마법 수련을 시켰으니 많이 피곤했겠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정신에 부담을 준다는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이렇게 자고 있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그러면 그냥 자게 내버려둘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피곤해서 금방 또 잠들 것 같은데, 괜히 깨우기에는 미안하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조금 늦잠을 자게 내버려두는 게 낫지 않을까.


"으음······."


리헨을 쳐다보며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었더니, 리헨이 살짝 잠꼬대를 한다.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어서 그런 건가.


이렇게 리헨의 머리카락을 보거나 만지고 있으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만지고 있으면 기분이 꽤 좋은데, 리헨은 머리를 기를 생각은 없는 걸까-하고.


나야 뭐, 머리를 꽤 길게 기른 덕분에 관리하기 힘들어져서 뒤쪽으로 한 갈래로 묶어두었지만.

역시 리헨의 입장에서는 단발이 조금 더 관리하기 쉬우려나······.


유일하게 긴, 귀 옆으로 내려와 있는 약간의 머리카락들을 만지면서 상념에 잠겨있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빠르게 흘러 더 이상 참새들이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때가 되었다.

아마 11시쯤부터 참새들이 울지 않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러면 벌써 점심때가 거의 다 되어 가는 건가.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리헨은 행복한 얼굴을 한 채 계속 자고 있었다.

이번에는 아까 전과는 다르게 이불을 양손으로 잡고 감싸 안은 채, 옆으로 돌아 누워있었다.

내 방향으로 돌아가 있는 얼굴을 잠시 쳐다보고 있으니, 리헨의 눈이 점점 뜨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느릿느릿 올라가는 눈꺼풀.

그리고 보이는 회색의 눈동자.


잠시 멍하던 리헨의 눈동자는 잠시 후······.


"에엣! 지금 몇 시죠!?"


"아마 11시?"


"저, 언니는 혹시 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몇 시간 동안······?"


"아마 4시간 정도?"


"······."


내 대답을 들은 리헨이 갑작스럽게 침묵했다.


왜지?

혹시 4시간 동안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는 부분 때문에?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미안해할 필요도 없고.


"굳이-."


그런 내 생각을 말해주려던 찰나, 리헨이 말허리를 자르며 부끄러운 듯이 몸을 배배 꼬며 작게 중얼거렸다.


"자는 모습은 부끄러운데······. 잠꼬대도 심하고······."


아, 생각해보면 이 나이대의 소녀는 그런 것도 신경 쓰던 것 같다.

확실히, 남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 부끄럽기는 하겠지.


나름대로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리헨은 그것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더더욱 부끄러워하는 눈치였다.


"역시 잠꼬대가 심한 건가······."


이제는 이불 속으로 파고들려고 하는 모습에 이불을 벗겨 내준 후, 몸을 잡고 들어 올려 침대 아래로 내려 주었다.


"자아, 밥 먹어야지? 그 다음에는 좀 돌아다니다가 다시······ 알지?"


"우우······."


흑마법 수련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눈치 챘는지 우울해하는 모습이다.

그래도 발전이 확실히 보이기 때문인지 별다른 반항은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저런 표정은 우울하다고 하기에는 귀엽기만 하다.


나중에 크면 남자 여럿 울리겠다는 생각을 하며, 리헨을 위해 간단한 요리 정도를 해주었다.

이 집주인 하르는, 일하러 나가고 없었기 때문에.

이 늦은 시간에 밥을 해달라고 민폐를 끼치는 것은 미안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역시 맛있어요!"


내가 해준 밥을 먹으며 기뻐하는 리헨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일상이 되었으므로.


작가의말

우와, 왠지 점점 느와르보다 리헨한테 더 애착이 가기 시작합니다!

역시 리헨 파워...!

사실, 리헨보다는 느와르가 외양은 좀 더 제 취향에 맞지만, 리헨은 역시 그 귀여움과 성격이...

아무튼, 생각해보면 제가 느와르에 대한 외양묘사를 제대로 한 적이 없네요.

다음 번에 기회가 되면 본문에 이래저래 자연스럽게 넣어보겠습니다.

(리헨은 여러가지가 나왔죠? 갈색머리, 단발이긴 하지만 귀 옆으로 약간 긴 머리카락이 있음, 회색 눈. 그리고... 결정적으로 귀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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