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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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7.01.2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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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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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0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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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 6. 재발 - 4

DUMMY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이니까.


"느와르 님, 죄송합니다."


난데없이 라벤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사죄해온다.

갑자기 무슨 이유에서 죄송하다고 하는 거지.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려고 한 순간.


"······."


"죄송합니다."


라벤의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또 기절인 걸까.


이번엔 왜 기절을 당한 걸까.


···

······


"깨셨습니까."


들려오는 까마귀 울음소리에 눈을 뜨니, 옆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왠지 귀에 익은 소리.

이 소리는······.


"여기는······."


"제 저택입니다."


"······그렇구나."


그 말을 듣고나자, 다시금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쳐왔다.

고개를 숙인 채,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자, 라벤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나를 방해하지는 않겠다는 뜻인 걸까.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그의 태도가 화를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눈치가 빠르고, 남의 마음을 엿보듯 쉽게 알아차리면서.

리헨은 도대체 왜······.


그만두자.

과연 내가 이렇게 계속 자책하고, 남을 원망하는 것을 리헨이 원할까.


내가 아는 리헨이라면,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

리헨은, 그런 성격의 아이가 절대 아니니까.

순수하디 순수한, 밝은 아이니까.


"그 리헨이라는 아이는 일단 시신을 갖고 왔습니다만······."


라벤이 나지막이 말하였다.


리헨의 시신.

······정말로 리헨은 죽었구나.

다른 사람의 입으로 그 말을 듣고나니, 현실로 와닿는 느낌이 든다.


"어디 있는데······?"


중얼거리듯 질문으로 답하자, 라벤은 안내해주겠다는 듯이, 자신을 따라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런 그를 따라 방을 나가고, 복도를 따라 걸어간 끝에 어느 방에 도착했고, 라벤은 혼자 들어가라는 듯이 옆으로 한 발자국 비켜선 채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이 방 안에 리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식은 땀이 흐르고 긴장이 되었지만, 최대한 마음을 추스르고 문고리를 잡았다.


식은 땀 때문에 자꾸만 미끄러지는 손으로 간신히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연 후, 안에 들어갔다.

뒤로는 문을 닫은 채, 앞을 쳐다보니 방의 중앙에 있는 침대 위에 리헨이 뉘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일부러 시신의 상태를 보이지 않겠다는 듯이 흰 천이 덮여져 있는 리헨을 앉으라고 가져다 둔 듯, 옆에 있는 의자에 앉은 채, 가만히 쳐다보았다.


······리헨과의 만남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리헨이 내게 선물해준 것은 많다.

피폐해진 마음을 치유해준 것도 리헨이고, 다양한 추억을 선물해준 것도 리헨이다.

내가 요리에 재능이 있음을 깨닫게 해준 것도 리헨이고, 정을 되살려준 것도 리헨이다.

나를 위해 걱정해주곤 하던 것도 리헨이고, 내가 기대했을 리 없던 여행을 기대하도록 만든 것도 리헨이다.


그 외에도 리헨이 내게 선물해준 것은 많다.

그런 리헨을 내가 지켜줬어야 하는 건데.

나는 왜 그때 빠르게 눈치를 채지 못했던 걸까.


눈물을 한 방울, 두 방울 흘리며 리헨의 죽음을 애도해주었다.

슬픈 마음을 눈물로 달래며, 리헨의 죽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능성은 존재한다.

리헨의 영혼이 만약 지상에 남아있다면, 아직 명계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나의 신체를 이루는 용의 심장을 이용해 리헨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용의 심장은 온갖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는, 궁극의 결정체이니까.

그 기운은, 악마의 기운이라 불리는 마기이든, 대기 중에 어디에나 존재하는 마나이든, 그 일부에 속하는 마력이든, 모든 것을 일컬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목표를 잡았다.

나는.


의자에서 힘차게 일어나며 작게 중얼거리며 다짐했다.


"직접 네크로맨서가 되어 되살려줄게······. 그리고 용은 역시······."


비록 그 과정은 순탄치 않겠지만, 녹록지 않겠지만.

순수하게 나를 위해준 리헨을 위해서······.

그 정도의 고됨은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다.


···

······


리헨 앞에서 다짐을 한 후, 라벤으로부터 네크로맨시를 배우기 시작했다.

물론 라벤 역시 이래저래 바쁘기 때문인지 쉽게 시간을 내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조금씩 네크로맨시에 대해서 배워갔다.

네크로맨시에 있어서 필요한 마기는 라벤으로부터 따로 받았으며, 용의 심장은 그 마기를 받아들여 조금씩 마기를 몸 속에서 생산할 수 있게 했다.

점점 그 양은 늘어나게 되었고, 시간이 더 지난다면 아마 다른 네크로맨서들 못지 않은 양의 마기를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다음부터는······ 영혼을 불러오는 방법 위주로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일반적인 네크로맨시에 대해서 배워왔다면, 이제부터는 라벤의 네크로맨시에 대해서 배운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라벤의 네크로맨시에 대해서 배웠으면 했지만, 라벤은 기본이 중요하다며 기본적인 부분부터 가르쳐주었다.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이 급한 덕분에 약간의 말다툼이 있었고, 라벤은 그것을 들어가며 나를 설득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것을 꾹 참고 들어준 라벤에게도 고맙다는 말은 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라벤을 바라보니, 그는 왜 자신을 쳐다보고 있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마워."


"예? 아, 네."


평소의 그 눈치 빠른 라벤 답지 않았기에 약간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차라리 이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의 라벤은, 뭐랄까 생리적 혐오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약간 거부감이 들기 때문에.

평소에도 이런 느낌이었으면 한다.


"리헨이 죽은 건 네 탓이 아닌데도 내가 하는 말을 그냥 듣고만 있어줘서 고맙기도 하고, 굳이 그럴 필요도 없는데 네크로맨시를 가르쳐주는 것도 그렇고, 네가 독자적으로 얻어낸 방법일 텐데도 네 비법을 알려주는 것도 고맙고."


내가 이런 말을 하자, 라벤은 약간 놀란 표정을 했다.

어떤 점에서 놀란 것일까.


그동안 부활하고 나서 별다른 감정을 많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는 감정을 많이 보여서?

나를 부활시킨 것에 대해서 그렇게 원망했는데, 이제는 자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서?


나는 눈치가 그다지 빠른 편은 아니기에 라벤이 어떤 점에서 놀랐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내가 라벤이라는 인물에게, 고마움을 느꼈다는 사실이다.


이것 역시 리헨에 의한 일이겠지.

리헨 덕분에 나는 감정을 많이 되찾았고, 의식의 흐름의 방향이 바뀌게 되었다.


내가 나를 언데드라고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인간 같지 않게, 마치 인간 흉내를 내는 언데드처럼 행동하던 것을 리헨은 바꾸어버렸다.

그것도 1년 조차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에.


이러한 선물을,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선물을 해준 리헨에게도, 나는 감사를 표하고 싶다.

비록 현재에는 리헨이 내 앞에 있을 수 없어 직접 말로 표현하거나 행동으로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내가 끝에 다다랐을 때에는,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러한 끝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라벤의 지원 역시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라벤에게도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처음에는 그리 좋은 만남이었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고마웠고, 앞으로도 고마울 것 같아. 정말 고마워."


"······느와르 님."


"응?"


갑작스럽게 라벤이 작게 중얼거리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그거, 사망 플래그랍니다."


"응? 뭐라고 했어?"


"아뇨, 아뇨. 별 것 아닙니다. 어쨌든, 저는 남은 일도 많고 하니, 먼저 가보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라벤은 얼버무리듯이 말한 후, 예의 바르게 인사하며 방을 떠나갔다.


뭐라고 라벤이 중얼거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그 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뭘까.

라벤은 뭐라고 중얼거렸던 거지.


이미 지나가버린 말은 내가 다시 주워올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긴 시간을 할애해 생각해도, 라벤이 중얼거렸던 말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었을 때에는 그 중얼거림이 어째서 마음에 걸렸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라벤의 말에서 이상한 말을 찾아냈어야 했다.

또 다시 방심하고 있었던 나는, 또 다른 비극을 맞이해야 했다.


왜, 라벤이 평소처럼 내일 다시 오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느꼈어야 했다.

라벤이 항상 말버릇처럼 하던 말을, 어째서 그 날은 약간 걱정이 담긴 얼굴로 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느꼈어야 했다.


왜, 왜 나는 리헨의 죽음으로 얻은 교훈을 적용하지 않았던 것일까.

리헨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왜 이런 실수를 해버린 걸까.


리헨이 죽은 날, 얻었던 교훈을, 나는 라벤의 저택에 있다는 이유로 져버린 것일까.


나는,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는 라벤의 몸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와 라벤의 주검 주변에는, 수많은 적병들이 도열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적병들의 중심에는.


"이런, 누구신가 했더니 그때 저 까마귀 놈이 데리고 도망치셨던 분이군요. 아, 그쪽도 까마귀의 한 종류인가요?"


"너는······."


그는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주의의 사람들의 태도로 봤을 때 적병들의 대장으로 생각된다.

도대체 그는 누구길래, 주변의 사람들은 그에게 저런 태도를 보이는 것이지.


"저는 이번 대의 신성제국의 교황입니다. 비록 교황이 되는 과정에서 이름을 버렸지만······ 옛날의 이름은 가르쳐드릴 수 있습니다. 가르쳐드릴까요, 느와르 님?"


"······."


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네크로맨서의 이미지보다도 훨씬 사악한, 이번 대의 교황이었다.


작가의말

다들 즐감하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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