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일도(劍刀一賭) 3
'그걸 보았단 말인가?!'
움직임을 따라잡진 못한다. 그러나 성이 본 처음의 교차을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성의 안목이 팽일성에 수준에 근접, 아
니 대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 어떻더냐...?"
"예... 그, 그러니까. 처음에 검천께서 하단세로 거, 검을
휘두르셨습니다. 그러자 도천께서도 하단세로 도를 휘두르셨
는데 그것이 마치 함을 가져오려는 것이 아니라... 검천 대
협의 거, 검을 부수려는 듯 했습니다. 그, 그러자 검천 대협
의 검이 다섯개의 변화를 일으켰는데 네, 네개는 도를 막고
하나는 함을 회수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휘, 휘두르던 도가 튕겨져 나오자 도천께서는 돌연 그 반
동을 이용하시는 듯이 세로로 회전하시면서 도를 내려찍으
시는데 제, 제가 보기에 그 각도가 함과 함께 검을 부숴버
리려는 듯 하였습니다. 그러자 검천 대협의 검 위에 놓여있
던 함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고, 검천 대협의 검이 위로 올
라가 도천 대협의 도를 흘린 다음 두 분의 신형이 교차되었
습니다."
"..."
성의 설명을 모두 들은 팽무쌍은 말이 없었다. 너무 놀라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처음 하단세(下段勢)에서 시작하여 오행검(五行劍)의 변화
를 보이고 마지막으로 이화접목(移花接木)의 검로를 보여주
는 검천의 삼검. 똑같이 하단세로 시작하고 반발력을 이용
하여 회륜참-수직세를 보여준 도천의 이도. 모두 정확했다.
"그것을 모두 본 것이더냐?"
"저, 정신을 집중해서 그 순간, 나타난 잔상만을 겨우 보
았습니다."
"허...!"
하북팽가의 가주 도황 팽무쌍. 도대체 하루만에 이렇게 많
이 놀란 적이 몇번이나 있었을까 싶다.
찰나간의 교차를 단지 정신을 집중하는 것만으로 보았다.
그 말은 정신을 집중하는 것만으로 그 순간 초속의 시간대
에 들어섰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절정의 경지에도 이
르지 못한 아이가 초속의 시간을 본다. 하늘이 내린 무재가
아닐 수 없다.
팽무쌍은 도천이 성을 보고 아깝다고 한 그 감정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정말 납치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성은 훌륭
한 재목이었다.
땅 위에서 팽무쌍이 그렇게 놀라움에 빠져 있을 때였다.
"오오! 어검이다!"
"도천께서도 어도를 사용하셨다!"
방금 전까지 날아다니 듯이 허공을 활부하며 검과 도를 맞
부딪히던 두 사람의 신형은 이제 그 자리에 고정된 것처럼
둥둥떠있을 뿐이다. 그러나 두 천외천의 검과 도는 주인의
손을 벗어나 생명을 얻은 것처럼 하늘을 수놓는다.
어검과 어도. 백대고수들 사이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최상승의 무도가 거기 있었다.
스팟! 차차창!
하늘을 가르는 두 빛줄기가 된 검과 도. 손을 떠났을 뿐이
지 그 안에 담겨있는 위력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의 몸이라는 한계를 벗어난 것처럼 극한의 자유로움을
담은 검초와 도초를 펼쳐보인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검천과 도천의 손에서 발해진 강기들
이 충돌하며 폭발을 일으킨다.
차차차창! 쿠구구궁!
푸르고 붉은 두 섬광이 하늘에 선을 만들고 강기의 폭발이
마치 폭죽을 보는 듯이 하늘을 아름답게 보이게 만든다. 그
러나 그 안은 설사 같은 천외천의 고수라 할지라도 목숨을
장담하기 힘든 죽음의 영역이다.
놀라운 사실은 그 죽음의 영역 가운데에 있으면서도 그 작
은 함은 전혀 피해를 받지 않으면서 공중에 그대로 떠있다는
것이다. 검천과 도천의 허공섭물이 함을 보호하고 서로에게
끌어당기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어검, 강기, 허공섭물. 어느 것 하나 상승의 무도가 아닌
것이 없음에도 이 모든 것을 표정의 변화도 없이 완벽하게
펼쳐낸다.
촤아아악!
공기를 가르며 뻗어나가는 천양신도. 어도에 고속으로 회
전하는 선풍도(旋風刀)의 요결이 섞이니 그 위력이 배로 증
가한다.
도천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오오오오!"
그 광경에 땅 위에서 바라보는 팽가의 무인들의 입에서 감
탄성이 터져나왔다.
후욱.
날아드는 천양신도를 보며 검천이 오른손을 가볍게 흔든다.
슈우우욱!
흔드는 손을 따라 검천의 검이 둘로 넷으로 여덟으로 분열
한다.
팔분영(八分影). 어검의 경지에서도 극의라 할 수 있는 경
지를 너무나 수월하게 펼쳐내는 검천이다.
"가라."
나지막한 한 마디와 함께 여덟개의 검이 날아드는 천양신도
를 향해 쇄도한다.
나지막한 한 마디와 함께 여덟개의 검이 하늘을 날아 천양
신도를 맞이한다.
일격. 가장 앞선 두 검이 중검의 묘리를 담아 횡참으로 천
양신도를 막는다.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는 강대한 위엄이
일검에 담기고 적을 굴복시키는 강맹한 힘이 다른 일검에 실
렸다.
꽈아아앙!
충돌과 함께 터지는 굉음. 일도와 이검이 부딪히며 공간을
터뜨려 버렸다. 그러나 힘은 줄었을지언정 천양신도의 쇄도
는 멈추지 않는다.
그 앞을 막아서는 이격. 무궁한 변화를 담은 두검이 환검의
묘리를 하늘에 풀어놓는다. 하늘에 닿을 듯한 고고한 기상과
움직이는 구름과 같은 변화가 공간을 덮으니 절대 피할 수 없
는 그믈이 되어 천양신도를 덮어버린다.
차차차차차창!
그러나 막아서는 수십, 수백개의 검영을 무참히 뚫어버리는
천양신도의 모습은 그 무엇으로도 막아설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러나 팔분영한 어검은 아직도 네 자루나 남아있다.
중검이 나오고 환검이 나왔으니 그 뒤를 이어 쾌검의 묘리
를 따르는 두 자루의 검이 공간을 가르며 천양신도를 막아선
다. 하늘에 떠있는 해조차 꽤뚫어 버릴 듯한 일검 그리고 하
늘에서 내려치는 듯한 번개와 같은 섬광의 일검이 하늘에 잔
상만을 남긴다.
촤아아아아악! 쩌엉!
세 번째 방어벽의 힘을 뚫긴 힘들었던 것인가. 쇄도하는 천
양신도가 여섯번째 어검의 힘에 밀려 그 궤도가 어긋났다.
"..."
그 모습에 얼굴을 찌푸리는 도천. 손을 한번 휘젖는 것만으
로 궤도를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이제 검천에게 남아있는 검은 두 자루. 그 중 한 자루가 천
양신도를 향해 날아든다.
슈우우욱.
빠르지도 무겁지도 그렇다고 화려한 변화를 가지지도 않는
일검. 그러나 그 검이 허공에 원을 그리자 천양신도가 더이
상 전진 하지 못한채 멈춰버렸다. 그리고 도천의 지배력을
잃은 듯이 힘을 잃고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유능제강(柔能制剛)."
눈 앞에서 벌어진 형상을 보며 도천의 입에서 딱딱한 음성
이 흘러나왔다.
언뜻보면 아무 힘도 없는 평범한 어검이나, 그 안에는 유
능제강의 묘리가 있었다. 처음이라면 모를까 세개의 방벽을
뚫으며 힘을 소진했으니 천양신도가 힘을 잃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어림없다."
떨어지는 천양신도를 향해 도천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상단전으로 명한다.
'날아라!'
- 작가의말
시간이 없기에 빨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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