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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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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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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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0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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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추적개시(追跡開始) 3

DUMMY

금산은 무림맹조사단이 실종된 장소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생기가 넘쳤다.


백사전으로 널리 알려진 금산사를 찾은 수많은 이들과 은은하게 울리는 목탁소리, 수백년의 시간을 존재하며 금산사에 울려퍼지는 옥대의 종소리는 무림맹조사단의 실종장소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검천 일행 또한 이러한 금산사(金山寺)의 모습에 실종장소에 대한 의심부터 들었다.


"이봐."


"예!"


"여기 맞아? 200명이나 되는 조사단이 실종됐다면서 너무 평화로운 거 아니야?"


안내를 맡은 개방의 방도 백우칠은 이미 예상했던 반응인지라 담담하게 창천의 말을 받았다. 그도 처음 이곳에 왔었을 때 똑같은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의심되시는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조사단의 실종장소는 이 금산이 확실합니다. 조사단이 마지막으로 보낸 전서구에 표시된 장소도 금산이고 실종당일 아침에 승려 몇명이 조사단을 보았다는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여기가 맞다는 소린데..."


창천은 백우칠의 말에 납득하면서 고개를 돌리며 마치 무언가를 찾는 듯이 금산사를 훑었다. 그리고는 다시 시선을 백우칠에게 돌리며 물었다.


"혹시 금산 밖으로 나간 건 아니고?"


"그럴리는 없습니다. 근방에 모든 마을을 탐문했음에도 주민들 중 아무도 조사단을 본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럼, 이 금산 어디 쯤에서 실종되었는지 추정되는 범위

같은게 있나?"


개방의 방도 백우칠은 그 질문에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눈을 번뜩였다.


"아, 흔적이 없긴 하지만 승려들의 증언을 토대로 북동쪽으로 조사단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 어느쪽이냐?"


"이쪽입니다. 따라오시죠."


백우칠은 검천일행을 금산 북동쪽에 숲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백우칠이 안내한 숲은 말 그대로 숲일뿐이었다. 200명이 넘는 조사단은 커녕 수풀이 우거진 숲은 사람이 들어간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자연상태 그대로, 그것 뿐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마음으로 숲 속으로 들어가 이곳저곳 훑어보았으나 역시나 아무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그보다 이 숲 자체가 200명이나 되는 인원이 한 자리에 모일만 한 곳이 없었다.


"뭐 걸리는 거 없냐?"


"없군. 싸움이 있었다면 무엇이라도 심안을 자극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검천의 부정적인 말에 창천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일견에는 예지력까지 갖추었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검천의 심안에도 걸리는 것이 없다면, 결국 두가지 밖에 없다. 애초에 전투없이 조사단이 실종되었다거나 조사단이 실종된 곳이 이곳이 아니거나. 그러나 검천의 본능은 그런 두 가능성을 모두 부인했다.


'둘 다 아니야.'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가 느끼고 있는 이 숲의 공기는 분명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단순한 느낌일 수도 있지만 천외천의 고수가 느끼는 감이란 무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검천의 육감은 특히나 그러했다.


"싸움은 있었는데, 느껴지는 것이 없다라..."


답답함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릴 때, 창천이 앞으로 걸어나갔다.


"여기서 사라진 게 확실한가?"


사람 네다섯이 들어설만한 공간까지 걸어나간 뒤 창천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예. 확실합니다."


"검천 너는?"


"분명 여기서 싸움이 있었다."


"그렇군."


창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먹을 들어 땅에 내리꽂았다.


쿵!


단숨에 팔꿈치까지 땅에 틀어박히 팔. 검천등이 그 모습에 깜짝 놀라할 때, 꽂아 넣던 속도 그대로 팔이 뽑혀나온다.


팡!


"역시..."


창천은 땅에 꽂아넣었던 주먹에 쥔 한줌의 흙을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그의 주먹에 쥐어진 흙은 평범 한 흙빛이 아니었다. 자주빛. 무언가에 물이든 듯한 자주빛을 띄고 있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던간에 분명히 실종된 조사단과 관련이 있을 것이 확실했다.


"으응...?!"


그 동안 반응치 않던 심안이 자주빛 흙에 등장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싸움의 흔적들 혈흔, 공력의 흔적, 살기 등의 찾고자 하였던 전투의 흔적들이 모두 한 줌의 흙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흙이 왜 그렇게 변한것인가?"


"별거 아니야. 자토수(紫土水)라는 약물 때문에 이렇게 된거지."


"자토수?"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이름 그대로 흙을 자주빛으로 변색시키는 물이다. 땅에 뿌리면 최소 한달하고도 보름 동안 흙을 변색시키지."


"그것 뿐인가?"


그 질문에 창천의 입꼬리가 씨익 하고 올라갔다.


"물론 아니야. 흙색을 변색시키는 건 그냥 추가기능일 뿐이고, 실제로는 몇 가지 기능을 더 가지고 있어."


"무엇이지?"


"이걸 뿌려놓으면 그 자리의 시간이 마치 몇년은 지난 것처럼 변하게 되고, 혈흔과 대기를 끌어다가 땅 속 깊숙히 스며들게 된다는 거야. 한마디로 일시적인 기의 진공 상태를 만들어내서 공기의 흔적까지도 지운다는 거지."


"...!"


"아...!"


창천의 그 한마디에 백우칠이 탄성을 내뱉고 검천의 몸이 움찔거렸다. 성도 잠시 생각을 하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고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랬던거군요. 그래서 아무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던 겁니다. 그 자토수 때문에 전투의 흔적들이 마치 몇년 전에 있었던 일의 흔적인 것처럼 보이거나, 아예 없어졌을 것이고, 혈흔들과 살기의 잔재들은 땅 속 깊이 스며들었던 겁니다. 세상에! 이런 약품이 존재한다니 믿을 수가 없군요!"


백우칠의 입에서 연신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러다 순간 이상함을 느끼고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런 약물이 있다면 왜 문파와 고수들을 해치운 장소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것입니까? 그곳에는 아무런 소리도 없었을 뿐이지 혈흔도 있었고, 삼류무사도 느낄만큼의 살기도 남아있었습니다."


백우칠의 그러한 질문에 창천은 손으로 흙을 뭉게며 답했다.


"두 가지지. 이 약이 구하기 힘들거나. 아니면, 문파 망치고 다니는 놈들과 여기있었던 놈들이 다른 놈들이거나. 그런데, 이 약이 만들기는 어려워도 아주 희귀한 건 아니

니까. 후자가 정답이지."


"그, 그렇다면 이번 혈사와 조사단의 실종은 관계가 없다는 말씀입니까?"


"아니야. 아니지. 분명, 혈사을 일으키는 놈들과 이놈들은 다른 패거리야. 하지만 배후는 같을 거야. 아마도 이놈들은 추적자들을 처리하는 임무를 맡았을 테지. 아마도

조사단의 추적을 중간에서 혼동시켜서 이 금산까지 끌고와 조용히 끝장냈을 거야. 그리고 그 흔적을 자토수를 이용해서 처리했을 테고. 그 동안 혈사을 일으키는 놈들은

더 멀리 퍼져나가 계속 난리를 피우고 다니는 거겠지.

그리고 이건 짐작이다만, 혈사을 일으키는 놈들도 패가 나뉘어 있을 거야. 문파를 멸문시키는 일과 한명의 고수를 사살하는 일은 한 패거리가 하기에는 별로 효율적이지

못해. 게다가 이니 패거리를 둘로 나눈 게 확실한데 또 나누지 말란 보장도 할 수 없지."


처음에 백우칠을 향하던 창천의 말은 어느세 그 대상이 검천을 향해 바뀌어 있었다.


"검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뭐라고 했었지?"


"무림의 혈사를 일으키는 무리를 추적하며, 실종된 조사단의 고수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창천은 입을 삐죽 내밀고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혈사의 배후를 추적하는 거란 말이지... 어차피 자토수 때문에 더 이상의 조사단 추적을 불가능하고, 넘어가서 지금 깽판치고 다니는 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찾아

야겠네."


그러더니 백우칠을 지목하며 말했다.


"백우칠이라고 했지?"


"예? 예."


"개방이나 하오문이나 아무 곳이나 가서 이번 혈사에 대한 자료들 좀 모두 구해와. 상세하게는 필요 없고, 날짜와 위치, 그 대상이 누구인지만 정리해서."


"지금 당장 말입니까?"


"그래 지금 당장. 빨리가!"


"예, 예!"


백우칠이 급히 숲을 빠져나간 후 창천은 손에 든 흙을 털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 예상이 틀렸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인가.


검천은 창천을 바라보며 그 독백을 되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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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추적개시(追跡開始) 1 +4 14.02.28 3,330 7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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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시례지훈(詩禮之訓) 2 +3 14.02.10 3,324 89 9쪽
16 시례지훈(詩禮之訓) 1 +3 14.02.07 3,338 8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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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2 +2 14.02.02 3,453 99 8쪽
12 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1 +2 14.02.01 3,988 10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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