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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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최근연재일 :
2016.04.15 13:39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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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2.07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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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시례지훈(詩禮之訓) 1

DUMMY

짹짹짹


지저기는 새소리 그리고 창틀 사이로 비추는 따스한 햇살. 평온하고 평온한 아침에 사내가 눈을 뜬다.


"으..."


사내가 몸을 일으키니 허리 밑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이 침구 위로 흘러내렸다.


잠에서 깨어난 사내는 침상을 벗어나 침소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덜컹.


두치 정도 문을 열자 보이는 울창한 숲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며 시원하게 흐르는 한 줄기의 냇물. 그 모습은 수려하면서도 친근하며, 청량하기 이루 말할 수 없으면서도 따스함이 있었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잠시 동안 서있던 사내가 이내 다시 발걸음을 움직여 침소 뒤편으로 돌아갔다. 침소 뒤편에는 뭉글뭉글 김을 뿜어내는 온천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으니, 사내는 망설임 없이 옷을 벗어 버리고는 온천 깊숙이 몸을 담갔다.


"후우..."


사내의 입에서 기분좋은 소리가 나지막하게 흘러나온다.


그렇게 이각이 흘렀다. 깊숙하게 담겨져 있던 몸을 일으켜 한켠에 놓인 흑의를 집어들었다. 온몸이 젖어있으나 내공을 한번 돌리니 순식간에 물기가 사라졌다.


기운 좋게 목욕을 마치고 새옷을 입으니 사내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어렸다. 그 위로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니 그 긴머리결이 황금빛을 비춘다.


눈을 감고 따스한 햇빛을 즐기던 그의 눈이 무언가를 느꼈는지, 그 하늘과 같은 푸른빛의 안구를 들어내며 해가 뜨는 그 동쪽을 바라본다.


"손님이 오겠군."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왼손을 침소를 향해 뻗자, 침소의 창에서 하나의 가면이 날아와 그의 손에 잡혔다.


인중 위의 얼굴을 가리도록 만들어진 흰색가면, 그것을 얼굴에 쓰고 사내는 다시 하늘을 바라본다.


"오늘부터 좀 바쁘겠어..."


===


"흐음..."


하북팽가를 떠나온지 어느덧 7일이 지난 오늘, 성은 눈 앞에 놓여있는 한 자루의 단검을 보며 연신고개를 갸웃거렸다.


원래는 꽤나 고풍스러웠을 단검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신에 금이 가있었고, 이는 나갈대로 나가 종이 한장도 제대로 자를 수 없을 것같았다.


그러나 성이 이해할 수 없을 뿐, 눈 앞에 이 단검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 단검이 바로 검천이 도천과 검을 섞고서 얻어낸 그 작은 함에 담겨 있던 내용물이기 때문이다.


오호질풍도의 비급을 팽일성에게 넘겨 준 후, 팽가의 정문을 나선 검천은 함에서 단검을 깨내어 잠시 살피더니 멈추지도 않고 사흘거리를 주파하여 어딘지도 모를 이 성까지 도착했다. 그리곤 객잔에 짐을 푼 뒤 나흘째 아침부터 밤까지 무언가를 조사하러 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그 동안 성이 하는 일은 전무했다. 무슨 일을 하는지 자신의 능력으로는 힘들다고 하면서, 스스로 할 일을 찾으라고 말했다. 그 말이 자극이 되었을까. 성은 근 오년만에 수면과 식사 그리고 약간의 휴식시간 외에는 운기와 검술수련에 매진했다.


"물집이 다 잡혔네..."


자신의 오른손을 보며 성이 혀를 찼다. 그의 말대로 오른손에 물집이 잡혀있었는데. 이는 사흘동안 성이 정말로 수련에 열중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물집이 생길 정도로 검을 손에서 놓고 살았다는 의미도 되었으니 그리 기쁘지 않았다.


성의 입가에 씁씁함이 담긴 미소가 어렸다.


사문인 신검문이 멸문한 뒤 유일한 생존자인 사부와 함께 5년여를 중원을 떠돌아다녔다. 사부는 신검문주의 제자 중 한 사람으로 무림에서도 명성이 높은 고수였다. 당연히 사부를 환영하는 사람은 많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사부는 신검문이 멸문할 당시 독에 중독되었고, 오년동안 어떻게 해서든지 독을 다스리려하다 실패하고 결국 목숨을 잃었다.


그 때 성의 나이 겨우 12세. 고아였던 성에게 부모와 같은 사부의 죽음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죽기 직전 신검문을 다시 일으키라며 남긴 사부의 유언조차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행히 사부의 인연을 통해 무림맹의 말단무사 나쁘게 말하면 시동으로 들어가 먹고살 걱정은 하지 않을 수 있었으나, 그 뒤로 성은 무공을 거의 놓다싶이 했다. 무림맹의 무사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수련을 제외하고는 무공을 수련을 한 적이 없다.


그렇게 4년을 살았다. 만일 검천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성은 평생을 그렇게 살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검천이 무림맹에 들어온 날, 성은 검천의 시종이 되었다. 그리고 1년을 그의 곁에서 보필하고 이번 무림행까지 따라나오게 되었다.


맹을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검천의 곁에서 본 무의 세계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미 검을 놓았다고 생각한 성의 가슴을 달굴 정도로. 그랬기에 오년만에 처음으로 검을 들었다.


비록 수련한 것은 기본검식에 불과했으나, 성은 깨달았다. 그가 무인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절대 그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물집 잡힌 오른손을 보며 여러생각에 잡혀있을 때, 방문을 열고 검천이 들어왔다.


"아! 사, 사형. 오, 오셨습니까."


아직도 입에 붙지 않아 더듬거리며 사형이라 부르는 성이다.


"준비하거라. 이제 움직여야 한다."


"예..예?"


검천은 성의 의무문에 대답하지 않고 바로 자신의 집을 챙겼다. 성은 그 모습에 얼떨떨해 했으나 이내 검천을 따라 짐을 챙겨 방을 나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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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무당혈야(武當血夜) 3 +2 14.03.31 2,665 7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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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무당혈야(武當血夜) 1 +3 14.03.24 3,076 6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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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무림맹주(武林盟主) 1 +2 14.03.17 2,691 6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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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지도추적(地圖追跡) 1 +3 14.03.09 2,865 7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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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추적개시(追跡開始) 2 +2 14.03.03 3,020 80 8쪽
22 추적개시(追跡開始) 1 +4 14.02.28 3,330 75 9쪽
21 무량진식(無量陣式) 3 +2 14.02.24 3,076 85 11쪽
20 무량진식(無量陣式) 2 +2 14.02.21 3,314 93 8쪽
19 무량진식(無量陣式) 1 +2 14.02.17 3,589 88 11쪽
18 시례지훈(詩禮之訓) 3 +3 14.02.14 3,375 99 9쪽
17 시례지훈(詩禮之訓) 2 +3 14.02.10 3,324 89 9쪽
» 시례지훈(詩禮之訓) 1 +3 14.02.07 3,338 84 6쪽
15 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4 +4 14.02.04 3,416 101 3쪽
14 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3 +3 14.02.03 4,088 101 10쪽
13 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2 +2 14.02.02 3,453 99 8쪽
12 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1 +2 14.02.01 3,988 108 9쪽
11 검도일도(劍刀一賭) 4 +3 14.01.31 3,965 111 7쪽
10 검도일도(劍刀一賭) 3 +2 14.01.30 3,846 11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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