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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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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0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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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1

DUMMY

"후욱, 후욱."


달도 뜨지 않는 그믐달의 밤, 수풀이 무거진 산 속에서 한 사내가 거칠은 숨을 들이 쉬고 내쉰다.


사내의 몰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비단으로 만들어졌었던 듯한 장포는 걸레나 다름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고 온몸 구석구석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십여개가 넘었다.


사내는 몸을 기대고 있는 자주빛 장창을 바라보았다.


원래 가지고 있던 창 중 두 자루가 부숴지고 마지막으로 남은 한자루다. 하지만 그 조차도 이곳저곳 금이 가있어 언제라도 부러질 듯 하다. 흑도제일공(黑道第一工)이라고 불리는 도철민이 만든 창임을 생각해볼 때 믿기지가 않는 일이었다.


그러나 진정으로 심각한 문제는 자신의 몸 상태나 마지막 남은 창의 상태가 아니다. 솔직히 도대체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것인지 그로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동반하였던 200명의 고수들 중 남아있는 자는 한명도 없고 같이 임무를 맡았던 살수놈도 어디있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아니, 어떻게 되었는지 잘 알고 있다.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흑도무림 아니, 무림전체에서도 적수를 찾기 힘든 자신이 이런 꼴을 당했다는 것도 믿고 싶지 않으며, 그와 비교해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실력의 소유자가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지 않고, 200명이나 되는 사황성의 고수들이 몰살당했다는 것 또한 믿기지가 않았다. 이것은 무림맹이나 마교라고 할지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거친 숨을 내쉬며 작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혼란속에 빠져있을 때, 그의 귓가로 악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하의 십팔마창(十八魔槍) 혁월극이 도망을 치다니,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군."


"너, 너는..."


목소리와 함께 어둠을 뚫고 나타난 악귀의 모습에 사내의 온몸이 경련을 일으키듯이 요동쳤다.


얼굴의 반을 가린 적룡의 가면과 붉디 붉은 장포, 그리고 어깨에 걸친 붉은 창. 모든 것이 붉은 색으로 일통된 6척의 사내의 모습이 그에게는 악귀로 보였다.


"무엇을 그리 놀라는가. 설마 도망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인가. 그렇다면 실망이군."


상대방을 눈아래로 보지 않는 다면 할 수 없는 언사가 적포의 사내의 입에서 나왔지만 사내, 십팔마창 혁월극은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저와 같은 언사에 분노하여 달려들었다 낭패를 본 것이 불과 한 시진 전이었다. 한 시진만에 과오를 잊을 만큼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혁월극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적포의 사내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네놈. 이름이 뭐냐?"


"알아서 무엇하려 그러나?"


"이 십팔마창(十八魔槍)을 쓰러뜨린 고수의 이름 정도는 저승길에 알고 가야 할게 아닌가."


"그렇군."


적포의 사내는 혁월극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깨에 걸친 적창으로 거창을 취했다.


척!


"적룡(赤龍)이라 한다."


혁월극은 자신을 향한 창대를 바라봤다. 신병은 아니나 능히 명창이라 부를 수 있는 단창과 중창을 부숴버린 창이 바로 저것이다. 신병이기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창이 아닐 수 없다.


"적룡이라..."


혁월린은 적포 사내의 이름을 대뇌이며 창을 들어 거창의 자세를 취했다. 전신에 금이 가있는 창이나 아직 그 수명이 다하지 않았다. 온 정신을 창으로 집중하면 전력으로 공력을 운용했다.


척!


파아아아.


서로를 향해 거창을 취하니 두 사람의 몸에서 가공할 기세가 뿜어져나와 서로 맞부딪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세의 부딪힘부터 두 사람의 우위가 그대로 들어나고 있었다.


앞으로 뻗어나가려는 혁월극의 기세를 적룡의 기세가 철벽처럼 막아내며 오히려 조금씩 혁월극의 기세를 압박하고 있었다.


점점 더 불리해지는 상황에 혁월극의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다.


'전력을 다함에도 겨우 8성이 한계란 말인가.'


어찌된 이유에선지 공력의 수발이 자유롭지 않았다. 이미 융통무애한 경지에 이른 공력이 모든 정신을 집중했음에도 불구하고 8성까지 밖에 끓어올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것은 그와 같은 고수들의 대결에서 치명적인 것으로 작용했다.


파아앙!


적룡의 창이 순식간에 이동하여 혁월극의 눈 앞에 나타났다. 혁월극은 그러한 적창의 움직임을 시야에서 높쳤고 오로지 본능적으로 적창의 공세에 대응했다.


차앙!


몸을 최대한으로 비틀며 창을 들어 적창을 막는다. 그러나 적창에 실린 경력을 이기지 못해 반격하지 못하고 세 걸음 뒤로 물러나야 했다. 그것은 적룡의 공세를 굳히는 일이 되었다.


창!창!창!창!


쏟아지는 창영을 겨우겨우 막아내며 계속해서 물러선다. 아무도 보는 이가 없는 대결이나, 설사 누가 보더라 하더라도 적룡이 확실한 우세임을 알 수 있는 대결이다.


혁월극은 쏟아지는 공세를 겨우겨우 방어해내며 공력을 제대로 수발 할 수 없음에 대해 원통함을 터뜨렸다. 본래 혁월극의 무공은 적룡을 상대로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릴만큼 약하지 않았다. 아니, 본래대로라면 적룡과 시원스러운 일전을 겨루어 볼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공력의 운용에 문제 때문에 어느것 하나에도 원하는 만큼의 내력을 실을 수가 없었다. 창강, 안력, 호신강기, 신법 등 모든 것이 3할 이상의 위력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가 아무리 백대고수의 일익이며 창으로 무림전체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들어가는 고수라 할지라도 무슨 수가 있을리 만무했다.


차앙!


창을 겨룬지 오십초만에 드디어 혁월극과 적룡이 서로 3장씩 물러섰다.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혁월극이 상태를 점검했다.


몸 상태를 확인한 혁월극의 표정은 굳을 대로 굳어져 뭐라 말할 수도 없었다. 십여개의 상처들이 이제는 이십여개로 늘어나 있었고, 공력의 운용은 7성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유일한 무기인 창은 이제 일초라도 제대로 펼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전체에 금이 그어졌으며, 일부는 이미 부숴지고 있었다. 반면에 적룡은 옷이 몇군데 찢어졌다는 것을 빼면 어느 것 하나 변한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허억, 허억. 크하하하하."


굳은 얼굴로 가쁨 숨을 내쉬던 혁월극이 돌연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크하하... 강하군. 강해. 공력 운용이 완전했을지라도 이길 수 없을 정도야. 제법 시원하게 싸워볼 수는 있었겠지만 말이야... 그래, 요사이 일어나는 혈사의 범인은 네놈들이

확실하군. 그렇지 않나?"


적룡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혁월극은 그의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았던 듯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답하지 않더라도 상관 없다. 어차피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하지만!"


우우우웅!


혁월극의 외침과 함께 들고 있던 창에서 심한 요동과 함께 자주빛 강기가 불타올랐다. 지금까지 창을 겨우 보호할 정도의 강기만이 실려있었음을 생각해 볼 때, 혁월극이 마지

막 승부패를 꺼냈음을 알 수 있었다.


"자, 이걸 막아봐라. 저승가는 길에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쿵!


마지막 전력을 쥐어짜서 만들어낸 힘이 발 구름과 함께 주위를 가득채웠다.


혁월극의 마지막 한 수를 가볍게 볼 수 없겠는지 적룡이 적창을 들어 거창을 취했다. 그의 몸에 붉은 아지랑이가 어리는 것이 그 또한 최고의 절기를 준비하는 듯 했다.


"하아아압!"


기합성과 함께 혁월극의 신형이 표범처럼 적룡을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그와 함께 그의 창이 크게 흔들리더니 아홉개의 창영을 뿜어낸다. 그리고 그 아홉개의 창영에서 각각 두개의 창영을 만들어 내니 십팔방이 자주빛 창영으로 가득찼다.


이것이 바로 혁월극의 무공 삼십육영창(三十六影槍)의 마지막초식 무궁창영(無窮槍影)이다.


그에 맞서 적룡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붉은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그의 신형이 십팔방을 점하는 창영속으로 돌진한다. 그와 함께 용음이 울려퍼졌다.


고오오오오!


혁월극이 확인한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용음이 울려퍼짐과 함께 붉은 섬광이 터지며 십팔방을 가득채운 창영이 깨져나갔다.


'이것은...!'


창영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는 혁월극의 머리속에 한 무공의 이름이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그랬군.'


그 미소와 함께 붉은 섬광이 혁월극을 휩쓸었다. 마음속으로 한가지 주문을 되내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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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2 +2 14.02.02 3,453 9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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