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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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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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0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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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3

DUMMY

"수준 이하군."


눈 앞에서 벌어진 도무(刀舞)를 본 후 검천이 내린 평가다.


그 평가는 한자루의 비수가 되어 도무를 펼친 팽일성의 가슴에 꽂혔다.


"..."


가슴에 비수를 꽂은 팽일성은 고개를 숙인채 아무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그런 그를 향해 검천의 신랄한 평가가 이어젔다.


"오호단문도. 화려한 변화는 없으나 가진바 되는 힘이 산악을 쪼갤만하며 그 쾌함은 호랑이의 질주와도 같아 하북팽가의 어떤 절기보다 쾌도식으로 바꾸기 쉬워 보이며 실제로도 그렇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네 신체에 걸맞는 쾌도공을 만드는데 오호단문도를 선택한 것은 훌륭한 결정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검천은 잠시 말을 끝고는 말을 이었다.


"너는 오호단문도를 쾌도식을 바꾸는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쾌도식으로 바꾸려 하였다면 변화는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아니면 유지해야 했고, 오호단문도가 본래 가지는 폭발력은 극대와 시켰어야 했는데, 지금 네가 보여준 도무는 쓸데없는 변화가 도가 쾌로에 진입하는 것을 방해했으며, 폭발력이 줄어들어 그나마 낼 수 있는 속도조차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아마도 오호단문도의 거력이 사라지는 것을 변화를 늘리고 폭발력을 줄인 셈세한 운용으로 대체하려고 한 듯 하지만 결과가 좋지 못하다. 오호단문도의 위력을 5할 이상 잃어버렸으며, 네가 연성한 혼원벽력신공과도 호환이 되지 않는다. 실패작이다. 네가 만든 이 도법은..."


한 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고 마지막 한 마디가 화살이 되어 가슴을 찔렀음에도 팽일성은 가만히 있었다. 아마, 검천이 하는 말을 그도 어련풋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일 터였다.


그리고 저런 신랄한 평가를 하는 그가 그 문제들을 모두 해결 할 수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말을 끝마친 검천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내 숙소로 지필묵과 백지만으로 되어있는 책자를 가지고 와라."


그리고 몸을 돌려 숙소로 향하는 검천. 팽일성은 멀어져 가는 검천의 등을 바라보며 안광에 밝은 빛을 빛냈다.


===


슥슥슥슥.


조용한 방 안에 먹을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갈린 먹물에서 풍기는 향기로 보니 최소한 일등품 이상의 먹인 듯 싶었다.


"됐군."


먹이 풍분히 갈리자 검천은 드디어 붓 끝에 먹을 듬북 먹였다. 그리고 눈 앞 상 위에 놓인 하나의 책자로 고개를 고정시킨채 머리속으로 팽일성의 오호단문도의 변형식을 복기하고, 변화시켜 새로히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머리속에서 정리가 끝난 검천이 붓끝을 들었다. 그 때, 검천의 뒤에서 소심함이 가득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저, 저..."


궁금해서 참을 수 없는데 일하고 있으니 부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말을 꺼냈는데 끊을 수도 없는 복잡함이 가득한 음성이었다.


"무슨 일이냐?"


검천은 붓끝을 내려놓고 뒤 돌아 목소리의 주인에게 물었다. 목소리의 주인은 당연히 성이었다.


검천이 뒤돌아선 것이 질문해도 된다는 의미임을 안 성은 그제서야 입을 뗐다.


"저, 그러니까... 제게 팽대협의 도법은 훌륭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왜..."


"왜 실패작이냐는 말구나."


"예..."


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으로서는 검천에게 이런 질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팽일성의 도법은 성이 보기에 상당히 뛰어난 절기였다. 팽일성은 이 도법으로 하북을 주름잡는 절정도객으로 뽑혔는데, 검천의 눈에는 뭐가 그리 부족해 보였는지 성으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검천은 성의 그런 심정을 이해하며 그로서는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분명히 팽일성의 도법은 쓸만한 것이다. 오호단문도 자체가 팽가를 대표하는 무공인 만큼 그 위력을 상당히 잃어버렸다고 해도 충분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지. 그러나 그걸로는 경지를 이룰 수 없다."


"경지요...?"


"백대고수의 경지를 말함이다. 오호단문도를 변형시키면서 오호단문도가 추구하고 도달해야 하는 오의를 대부분 상실해 버린 그런 실패작으로는 절대 경지를 이룰 수 없다. 뜻은 오호단문도의 것을 따르면서 길은 전혀 다른 곳으로 내놨으니, 잘못을 수정하지 않은 한, 차라리 세간에 떠도는 삼류도법으로 경지를 이루는 것이 더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그, 그런가요..."


신랄해도 너무 신랄한 평가에 성은 스스로 동조하면서도 어안이 벙벙했다. 천하제일문이라 불리는 하북팽가의 소가주를 저렇게나 깎아내리다니 검천이니까 가능한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해라. 팽일성의 무공이 지금 이대로라면 이삼십년 후의 팽가는 더 이상 천하제일문의 이름을 가질 수 없다."


어안이 벙벙하여 아무말 없이 입을 벌리고 있는 성을 향해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하고는 몸을 돌려 붓을 드는 검천이다.


그 모습에 성은 무슨 말이냐고 물을 수고 없이 검천의 등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검천의 마지막 말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스스로 생각을 통해 찾을 수 밖에 없을 듯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시간은 어느세 한 밤 중이 되었고 팽가의 장원으로도 어둠이 내려앉았다.


검천은 그 시간이 되도록 붓을 손에서 놓치 않고 거침 없이 무공 구결을 써내려가고 있었다. 어찌보면 새로운 무공을 창안하는 일임에도 모든 구상을 끝낸 검천의 손은 멈출 줄을 몰랐고, 그 안에 적힌 내용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 구상을 따르고 있었다. 과연 일대종사조차 넘어선 무리의 소유자 다운 집필이다.


그런데, 의외로 성이 상념에 빠져 그 시간에 되도록 자지도 않고 있었다. 이것은 성의 성격이 의외로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답을 꼭 찾는 면이 있기 때문으로, 성은 검천이 마지막으로 한 말을 이해하기 위해 골똘히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다.


그리고 검천 앞에 놓인 비급의 책장이 거의 끝나갈 무렵 성은 일순간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 천하제일문! 팽가는 천하제일문이다. 천하제일가가 아니야.'


천하제일문. 하늘 아래 모든 문파들 위에 존재하는 하나의 문파에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이름. 무림 역사상 이 이름을 얻은 문파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큼 극소수다. 그리고 당대에 이르러 그 이름은 하북팽가의 것이 되었다.


비록 중원천지에서 가장 강하다고 하는 여덟개의 가문, 팔대세가의 일익이라곤 하지만 일개 세가에 천하제일가도 아닌 천하제일문의 이름이 붙은 것은 하북팽가가 유일했다. 이것은 팽가의 무력이 비록 세가일 지언정 사황성의 혈룡방과 천마신교조차 따라올 수 없는 힘을 지녔음을 천하가 인정했음을 뜻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성이 가장 고심하였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리고 이 해답을 찾았을 때 비롯소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팽가가 왜 천하제일문인 줄 아느냐?'


'도천 대협이 계시기 때문이 아닙니까?'


'일부분 맞는 말이구나. 허나, 도천 대협 한분만 놓고 본다면 혈룡방과 살각, 천마신교에도 천외천의 고수들이 있단다. 하지만 천하제일문의 이름은 팽가의 것이지. 왜 그런 줄 아느냐?'


'제자는 모르겠습니다.'


'기억해 두거라. 팽가가 천하제일문일 수 있는 이유. 그것은 도황 팽무쌍 대협이 있기 때문이란다.'



오래전 자신이 무림맹의 하인으로 들어가기 전 사부가 살아계실 때 들려준 말이었다. 그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말이었으나, 지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팽가가 혈룡방, 살각, 천마신교를 제치고 천하제일문의 이름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도천이 가주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혈천(血天)과 살천(殺天) 그리고 마천(魔天). 이들은 도천과 같이 천외천에 이름을 올린 극강의 고수들이며 각기 혈룡방과 살각, 천마신교의 정점에 서있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자유가 없다. 한 세력의 정점이 서있기 때문에 그 막중한 책임을 감당하고 있어 문외로 외출 한 번 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실제로, 천외천 중 이들 셋이 마지막으로 대외적인 활동을 보인 적이 5년 전이다. 반면에 도천, 그는 팽가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도 자유를 가지고 있다. 그가 팽가에서 가지는 의무는 단 한 가지. 가주의 명령에 충성을 다하는 것 뿐. 그는 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여 그 누구도 가주의 권위에 도전 할 수 없도록 팽무쌍의 방패가 되었다. 그리고 그 대신 한 없는 자유를 얻어 시간이 날 때마다 강호로 출두하여 팽가의 명성을 드높였다.


무사들의 파견이 필요한 일에 통솔자로 직접 나서는 것은 예삿일이요. 세가의 후기지수들과 무사들의 강호행에 따라나서는 것은 물론, 하북성 내에서 혈사을 자행하는 무리들을 벌하는 것일도 모두 도천의 손을 거친다. 그리고 세가 내에 도황은 도천의 그러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밖에서는 도천이 팽가의 칼이 되어 팽가의 명예를 드높이고 안에서는 가주인 도황이 팽무쌍이 굳건한 반석이 되어 팽가를 지탱한다. 도천이 밖에 출타해 있더라도 팽가를 지킬 수 있는 무력을 팽무쌍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천하제일문이다. 도천이란 칼을 마음 껏 휘두룰 수 있는 도황이 있기 때문에 천하제일문인 것이다.


사부가 했던 말은 바로 이런 의미였을 것이다.


사부의 말을 이해하니 검천의 말 또한 이해가 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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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2 +2 14.02.02 3,453 99 8쪽
12 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1 +2 14.02.01 3,988 10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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