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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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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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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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2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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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진식(無量陣式) 3

DUMMY

"와!"


주변의 경관을 바라보며 성이 탄성을 내뱉었다.


긴장되는 발걸음을 내딪어 들어온 진세안은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찾아오기를 바라는 듯이 아름답기 그지 없는 풍경이 눈 앞으로 찾아왔다.


그렇게 눈 앞의 풍경에 팔려 정신을 놓으려 할 대, 귓가에 한 음성이 꽂혔다.


"정신차리거라."


"...!"


뒤에서 들려온 그 한마디에 깜짝 놀라며 놓던 정신을 붙잡았다.


"눈 앞에 보이는 경관에 정신을 팔리며 진세의 의도대로 주변을 멤돌다 진세 밖으로 나가게 되고 만다."


"아!"


이어지는 검천의 설명에 성은 진세의 목적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적을 막아서는 진이 아니라 나를 숨기고 적을 되돌려 보내는 진이군요."


"그렇다. 진법의 많은 분야들 중에서도 가장 상위에 속하는 진법이지. 때문에 높은 수준이 진세는 찾아보기 힘든데 이 진세는 정말 수준이 높더구나."


성은 진법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검천의 설명을 듣고 대충 지금 들어와 있는 이 진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절로 정신을 놓게 만드는 아름다운 경관에 홀리게 하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진 밖으로 이끄는 것이리라. 그리고 이런 류의 진세는 파훼하기가 지극히 어렵다.


"저...대협."


'말하거라."


"이. 이 진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게 맞죠?"


"그렇다. 진을 뚫고 이 안으로 들어가야 된다."


"...어떻게요?"


오감을 속이고 자연기를 비틀어논 진세다. 지금 서있는 곳이 어딘지도 알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해야 파훼할 수 있을 것인가. 아마 도천도 방법을 찾지 못해 힘으로 찢으려다 실패했던 것이리라.


그러나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 검천은 입가에 슬쩍 미소를 지어보이곤 아무말 없이 그 발걸음을 옮겼다.


"따라오거라."


"예, 예?"


성이 다시 물을 세도 없이 검천이 숲 속으로 들어가자 검천을 놓칠새로 성도 그 뒤를 따랐다.


'기본은 구궁과 팔괘. 구궁팔괘진인가? 아니야 거기에 육합을 역행으로 가미했어. 범위도 이 산 전체로 퍼뜨려놨군. 정말 천재로군.'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머리속에 기감에 잡힌 진세의 모습이 그려지고 그 요체를 단숨에 꽤뚫고 해체시켜 버린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진 안으로 들어간다.


세상을 이루는 이치를 나누어 혼원, 태극, 삼재, 사상, 오행, 육합, 칠성, 팔괘, 구궁이라 한다. 천하에 존재하는 모든 진법은 모두 이 이치를 기반으로 하여 존재하고, 이 이치를 따르지 않는다면 진세는 발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검천은 천하의 누구보다 아니, 고금을 통틀어 이 모든 이치에 통달한 몇 안되는 존재다.


그 요체만 파악할 수 있다면 검천에게 있어 천하에 풀지 못할 진은 존재하지 않는다.


들어오는 모든 존재를 밖으로 인도하던 진이 검천이 아무리 걸음을 내딛어도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복잡해지며 현묘해지며 변함무쌍하게 변하고 있지만 발걸음의 수가 좀 더 많아지는데서 그칠 뿐이다.


종국에 미중유의 기운이 그 힘을 터져나와 검천과 그 뒤의 성을 압박하지만.


우웅.


절로 일어나는 검천의 내공이 눈 한번 감을 사이에 그 기운을 파훼해 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검천의 그 걸음이 멈춰섰다.


"도착했구나."


그제서야 검천의 발에서 시선을 뗀 성이 다시금 주변의 경관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탄성을 내질렀다.


"와아!"


밖에서 보았던 경관도 탄성이 절로 나왔으나 지금 눈에 보이는 이 경관은 그 보다 더 탄성을 자아냈다. 밖의 경관이 정신을 홀리는 아름다움이라면 눈앞의 경관은 그야말로 조화로운 그래서 여기서 살고만 싶게 만드는 것이었다.


"...여, 여기는 대체?"


"원래부터 좋았던 환경을 진법으로 기운을 좀 더 보텐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사람이 머물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조성한 것이지."


"...밖에는 있는지도 모를 진법에 안에는 더할 것 없이 좋은 환경. 누, 누군지 몰라도 숨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이 아닐까요?"


"누가 숨고 싶어서 안달 났다는 거야!!!"


말 끝나기 무섭게 숲 속에서 튀어나오는 호통소리에 성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가 들러연 방향을 바라봤다. 이제보니 그 방향은 검천이 걸음을 멈춘 후부터 고개를 고정시킨 방향였다.


츠츠츳.


그리고 이내 숨속에서 목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들어냈을 때 처음보는 생김새에 성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허리밑까지 내려오는 금색의 머리.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는 가면 사이에서 먼뜩이는 푸른빛의 두 눈동자.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아닌 색목인이었다.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는 처음보는 색목인이 눈 앞에 있었던 것이다.


"새, 색목인?"


"그래 나 색목인이다."


흑포를 입은 색목인은 그렇게 성을 쏘고는 시선을 돌려 검천을 바라봤다.


"여긴 어떻게 찾은거야?"


"이거 덕분에 찾아 올 수 있었다."


검천은 도천에게 받은 단검을 던져주었다.


단검을 확인한 색목인의 안색이 찌푸려졌다.


"쳇, 지난 번에 왔다간 그 놈 짓이구만. 진을 부숴버릴 기세길래 얼굴 좀 비췄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맞네."


말을 들어보니 검천의 예쌍대로 이 곳에 대한 정보는 도천이 맹주에게 주었던 것이 맞는 듯 했다.


"어쨌거나, 네가 찾아올 줄은 몰랐는데. 검천."


"나 또한 내가 직접 너를 찾게 될 줄은 몰랐다. 저 밖에 설치된 진식들. 네가 설치한 것인가?"


"뭐, 그렇지."


"진식의 이름을 알 수 있겠나?"


"무량진식(無量陣植)이라고 하지. 나야 나를 숨기는 데 사용했지만 무궁무진한 능력을 가진 진식이지. 제대로 설치해 놨다면 너라도 이렇게 쉽게 뚫고 들어오지는 못했을 거야."


"그런 것 같군. 조금만 변형해도 아주 무서운 진식이 되겠어."


마치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성은 그 둘의 대화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저 색목인이 검천 대협께 반말을?'


반로환동을 통해 검천은 겉모습은 분명 천년의 그것이지만 검천은 어디까지나 팔십의 나이를 넘긴 노강호다. 그런데 눈 앞의 색목인 천년은 검천에게 서스럼없이 반말을 하고 있었다. 나이로 따져봤을 때 색목인이 검천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면 이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성이 깜짝놀라며 색목인을 빤히 쳐다봤다. 갑자기 스쳐지나간 가정이 성을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다.


'설마, 설마...'


스스로도 믿지 못할 가정이 머리속에 맴돌며 불신이 두 눈동자에 가득히 들어찼다.


한참을 그렇게 쳐다보는데 누가 모를까. 색목인이 잠시 시선을 돌려 성을 바라봤다.


"뭘 그렇게 보냐?"


"저, 저 그, 그러니까... 서, 설마 아니겠죠?"


떠듬떠듬거리며 불신을 그래도 내비추는 성의 음성에 색목인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간다. 성은 자신의 추측이 틀리기를 바라며 검천을 바라보고, 검천은 대충 성의 감정을 이해했는지 입을 열었다.


"그가 창천이다."


쿠궁!


나지막한 목소리인데 어찌 그리 크게 들리는지. 검천의 그 한마디가 성의 머리속에 벼락으로 내리쳤다.


색목인. 창으로 천의 이름을 얻은 천외천의 일익 창천이 색목인이라니. 믿고 싶지 않았던 사실이 진실임을 알게 되자 너무놀라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창천 대협이 색목인이라고요?"


"내가 창천이 한족이라고 말한 적은 없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그건 맞지만..."


확실히 그러했다. 창천이 그 존재를 무림의 알린 것은 오년전 검천과의 일전 이후부터였다. 그 때 검천은 정체모를 무인과 일전을 겨루고 난 후 누구와 겨루었냐는 주위 사람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창천과 겨루었다.'


창천. 처음듣는 이름이었으나 평소 말에 무게가 있는 검천의 말이었기에 그 후부터 무림에는 새로운 천외천. 창천의 존재가 알려졌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인상착의며 어떤 창을 쓰는지 어떤 식의 창술을 구사하는지 검천은 오년간 거의 언급한 적이 없었다. 당연히 창천이 색목인이라는 것도 알려진바 없었다. 아니, 설마 색목인일 거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지 않았다.


애당초 색목인인줄도 모르고 그렇게 찾았으니 오년간 삼대세력이 창천을 찾지 못한 것도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그, 그럼 창은 어디있나요?"


그래도 끝까지 믿고 싶지 않은지 참으로도 한심한 질문에 창천은 고개를 좌우로 젖고는 우수를 힘차게 내저었다.


스팟!


우우웅!


힘차게 내저은 우수의 소맷자락 속에서 공명음과 함께 검은빛 빛줄기가 튀어나오더니 이내 창으로서의 그 모습을 들어낸다.


전신이 검은빛으로 물든, 흑룡의 형상이 각인된 무려 10척의 길이의 장창이 창천의 손 안에 잡혀있었다.


우우웅!


그의 손에 잡힌 흑창은 계속하여 공명음을 울리는데 그 소리가 마치 창에 각인된 흑룡이 용음을 울리는 듯 했다.


생전 처음보는 기사에 성의 두 눈이 다시 동그랗게 변했다.


"가, 갑자기 어디서 창이...?"


갑자기 나타난 창에 성의 두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창이 연검도 아니고, 소맷자락에서 튀어나온 것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어디에서 나왔던지 창을 그 손에 쥔 순간 성은 창천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창을 쥔 그 순간부터 흘러나오는 그 분위기, 마치 옆에 있는 검천이나 일전에 보았던 도천에게서 느꼈던 것과 무척이나 흡사했다. 색목인이라는 사실은 무척이나 충격적이나 그가 창천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역시 흑룡(黑龍)이군."


그 때 뒤에서 검천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창천이 두 눈에 채를 띄었다.


"호오, 이 녀석을 알고 있어?"


"지난 번 대결 후, 혹시나 해서 알아봤다. 예상대로 칠룡파 최강의 병기였던 마창 흑룡이더군. 헌데, 칠룡파가 멸문할 당시에도 모습을 들어내지 않았던 흑룡을 왜 네가 가지고 있는 거지?"


"뭐, 나도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어서 말이야."


턱.


창천은 말하기가 곤란하다는 듯이 흑룡을 어깨에 걸친채로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는 주제를 바꾸고 싶은지 검천에게 질문을 해왔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무슨 일이지?"


"아, 그렇군. 잊고 있었다."


그 질문에 검천은 이제야 생각이 난 듯이 품속에서 곱게 접힌 한장의 서신을 꺼내 창천에게 던졌다.


적당한 내공이 실려있었기에 창천은 어렵지 않게 서신을 잡아챘다.


"이게 뭐지."


"맹주의 서신이다."


"맹주라면 무림맹주를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무뚝뚝한 대답에 창천은 서신을 펼쳤다.


"정파 무림맹을 대표하여 창천에게 무림을 어지럽히는 혈사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다..."


서신의 내용을 소리내어 읽어내려가는 창천.


얼마 되지 않는 내용의 서신을 모두 읽고 잠시 생각에 빠진 그가 조금 뒤, 그 입술을 뗐다.


작가의말

같이 쓰고 있는 마존록도 가끔은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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