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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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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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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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 2

DUMMY

"보내다오. 물러서겠다."


한마디 한마디 내뱉기가 힘들다.


목숨을 구걸한다.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다.


그러나 천마신마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물러서야만 한다.


이끌고 온 고수들 중 오궁의 고수는 육분의 일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다른 궁의 고수들이다.


지금의 전투가 승리한다는 확신이 있다면 모를까 자신이 검천에게 붙잡히고 신마군림진이 깨져 패배가 확정된 전투에서 개죽음 당하게 할 순 없다.


그렇기에 천마신마는 자존심을 벌였다.


검천은 그러한 천마신마를 묵묵히 살피고 천천히 입을 뗐다.


"가라."


예상외로 검천의 입에서 순순히 허락의 말이 떨어졌다.


"정녕 보내주겠단 말인가."


"오늘은 때가 아니다. 의미 없이 피를 흘릴 이유도 없지."


"그렇군. 고맙다."


검천을 향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공력을 모아 신마후(神魔吼)를 터뜨렸다.


"퇴각하라!"


우르르르릉!


"허억!"


"크윽!"


하늘을 울리는 외침에 무당제자들의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 그 틈에 습격자들과 오마군들이 썰물처럼 무당파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검천과 천마신마의 격돌 그리고 금우마군의 사망을 간접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기에 그 움직임에 한 치의 망설임도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막겠다. 먼저 가라!"


"신마님!"


"어서 가라!"


천마신마의 호통에 청마마군이 이를 깨물며 수하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무당의 제자들이 그 뒤를 추적하려 했지만 천마신마가 흉험한 기세를 뿌리며 서있으니 누구도 감히 추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추어 설 수 밖에 없었다.


모든 인원이 무당파 밖으로 떠난 후, 움직이려는 천마신마에 귓가로 검천의 물음이 들어왔다.


"가기 전에 한 가지만 답해라."


"뭐지?"


"적어도 어디서 왔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신마궁(神魔宮)이다."


"신마궁... 기억하지."


"..."


다그닥. 다그닥.


철기마가 그 특유의 소리를 내며 무당파 밖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훗날 무당혈야(武當血夜)라 불리며 거대한 역사의 한 장의 시작을 만들어낸 신인은 그렇게 어둠 속에서 무당을 떠나갔다.




"검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오?"


천마신마가 사라진 뒤, 태극신장이 검천을 향해 노성을 내질렀다.


검천의 배분과 무림에서의 그 지위를 생각해 본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나, 태극신장은 그런 모든 것을 무시할 정도로 흥분해 있었다.


"태극신장. 그대는 내가 천마신마를 보내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인가?"


"당연한 것 아니오! 천외천에 비견되는 고수를 어찌 저리 돌려보내면 후환을 어찌한단 말이오!"


"돌려보내나 보내지 않으나 별 차이가 없다."


"...?"


"통성명을 할 때 그러더군. 십이신마 중 오좌를 맞고 있다고."


"그게 무슨 듯이오?"


"모르겠나? 자신을 포함한 열두 명을 합쳐 십이신마라 부른다는 뜻이다. 즉, 저 만한 강자가 열한명이나 더 있다는 것이지."


"......!!"


태극신장은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뻐금거렸다.


그러건 말건 검천을 말을 이었다.


"잡으려면 잡을 수야 있겠지. 단, 여기 있는 제자들 중 4할이 이 자리에 뼈를 묻고, 현양진인과 너는 죽는다. 무당제일검과 투신창도 중상을 입게 된다. 그것도 방금 내려간 이들이 개입하지 않았을 때 이야기다. 죽음을 도외시 한다면 저자가 못할 것 같은가? 저자는 충분히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


"그, 그런...!"


"어떤가? 그래도 천마신마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한 명을 잡기 위해 열한 명의 우환을 남겨두고 무당의 기둥을 뽑아야 하겠는가?"


태극신장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스르릉!


검을 검갑에 되돌리고, 검천이 돌아선다.


심안을 퍼뜨려 누군가의 기척을 찾는다.


그리고 찾아낸 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발걸음이 멈춘 자리엔 치열한 사투를 끝마치고 탈진해 쓰러져 자고 있는 성이 있었다.


"수고했다."


검천은 자고 있는 성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 주었다.


===


"신마님. 정녕 이리 돌아가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어찌해야 되겠나. 그 자리에서 끝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겐가?"


"그, 그건..."


천마신마의 물음에 청마마군이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뻐금거렸다.


'그 자리에서 계속 싸웠다면...'


답은 금방 나왔다.


계획대로 무당파를 멸문시키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자신들도 전멸을 멸치 못하리라. 또한 천마신마께서도 죽을지 모른다.


"그것보라, 저 자리에서 계속 싸워봤자 남는 것이 없다."


"허, 허나 이리되면 계획이..."


"애초에 검천이 나타난 그 순간부터 아니, 신검진인의 무위가 상상 이상일 때부터 계획은 어긋난 것이다. 미련을 가지지 마라."


그 때였다.


"헤에. 역시 머리가 좋아. 마음 돌릴 기색이 있으면 죽이려고 했는데 말이야."


"누구냐?!"


소리의 근원은 바로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이 걸어가는 길목에 있는 집채만 한 바위, 그 위에 10척에 달하는 장창을 든 색목인이 앉아 있었다.


"기파를 느끼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너였나. 천마."


흑포 색목인이 비어있는 손을 천마신마에게 흔들었다.


"너, 너는...?!"


달빛 아래 들어난 백색 가면을 쓴 얼굴에 천마신마가 크게 놀란다. 아니, 놀란 수준이 아니다. 도자루를 잡고 있던 오른손이 덜덜 떨리고 있다.


"옛날부터 오궁(午宮)은 마음에 들었어. 병법에만 집중하긴 하지만 그래도 머리 쓰는 법을 가르치는 몇 안 되는 곳이었거든."


"조롱인가...?"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옛 일을 추억하는 이가 해주는 칭찬인데."


"칭찬이라..."


"이 놈!!!"


듣다 못한 청마마군이 말을 몰았다.


"감히 신마님에게 그 따위로 짓거리다니!"


노성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그 기세가 사뭇 흉험하다.


청마마군이 달려들자, 보고 있던 혈호마군도 가세했다.


불패검군에게 패하며 생긴 울분을 흑포인에게 풀려는 속셈이었다.


"안 돼!!"


천마신마의 입에서 경호성이 질러 나왔다.


그들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흑포인의 정체는 창천이다.


검천과 같은 천외천에 일인이며, 천마신마에 버금가는 신인이다.


턱.


손동작 하나에 어깨에 걸쳐있던 장창이 손안에 들어오고, 슬쩍 비트는 동작에 빛살처럼 날아간다.


더 이상 평가할 방법이 없는 투창이다.


쿠웅!


히이이이잉!


"커억!"


"허억!"


정확이 달려드는 그들 앞에 꽂힌 창.


가볍게 꽂히는 그 순간 막강한 충격파가 땅에서부터 터져 나와 청마마군과 혈호마군의 심맥을 뒤흔들었다.


충격파의 범위 밖에 있던 이들도 순식간에 두 마군을 무력화시키는 위력에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창천을 쳐다보았다.


"물러서라! 저자는 신마경(神魔境)의 고수다!"


"시, 신마경!"


그 말에 경악성이 들려왔다.


청마마군과 혈호마군의 안색은 창백하다 못해 시퍼렇게 변했다. 방금 전 죽음 앞에 들어섰다 나왔음을 깨달은 탓이다.


천마신마가 앞으로 나와 창천과 두 눈을 마주쳤다.


"흑룡(黑龍)."


"그 이름은 버렸다. 창천(槍天)이라 불러라."


"...그랬군. 네가 창천이었나."


"은거기인은 좀 그래서 말이야."


"신마군림진은..."


"내가 깼지."


"역시..."


생각지도 못한 등장에 당황하여 시야가 좁아졌으나, 마음이 가라앉으니 시야도 넓어졌다.


"이제 우리를 어찌할 것이냐?"


"검천이 보내주지 않았던가. 그럼 가라. 오늘은 그저 인사나 하려고 나타난 것뿐이다."


"하하하. 오늘 두 번이나 목숨을 구걸 받는군."


내뱉는 웃음에 왠지 힘이 없다.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 오궁의 현판에 적혀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에서 일상적인 일이다.


그러니 지금의 승리를 너무 기뻐하지 말며, 지금의 패배를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


군문에 뿌리를 두고 있는 오궁의 제일 가르침이다.


창천은 지금 그 가르침을 되새기라 충고하는 것이다.


"그랬지. 고맙군."


천마신마가 뒤를 돌아 수하들에게 명했다.


"가자. 궁으로 복귀한다."


"예."


앉아있는 바위를 지나 산을 내려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창천이 외쳤다.


"아, 밑에 사황성이랑 마교애들이 진치고 있으니까. 알아둬."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반응이 없으나, 창천은 상관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늦기 전에 올라가 볼까."


작가의말

이것으로 연재 중단입니다.


P.S ‘...’이라도 대글 좀 많이 달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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