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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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최근연재일 :
2016.04.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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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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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진인(神劍眞人) 1

DUMMY

청허자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무림일절 제운종의 신법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건만 그의 신형을 따라잡는 고수가 없었고, 그의 일검을 받아내는 이가 없었다.


상대하는 이들이 전부 절정고수이건만... 믿기 힘든 검도의 경지다.


"멈춰라!"


위험성을 느끼고 다섯 명의 무사들이 나타나 그를 막아섰다.


"허허, 이거 제법이구만."


느껴지는 기도가 구파일방, 팔대세가의 장로급이다.


청허자는 그들의 등장에 두 눈을 빛내더니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고 검을 휘둘렀다. 격돌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그의 송문고검에서 검강이 발현되었다.


펑!


"...?!"


무엇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다섯 무사들이 고개를 내려 단전부근을 바라보니, 하복부의 옷에 구멍이 뚫렸다.


공력을 이끌어보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단전이 파괴된 것이다.


믿을 수 없다.


그러한 감정이 그들의 눈빛으로 들어났다.


그의 세수 올해로 백오십이세. 팔십오세에 은퇴를 선언하며, 검을 손에서 놓은지 한갑자를 훨씬 더 넘었다. 그런데 그 긴 세월을 지나 다시 잡은 검에서 펼쳐지는 검학은 오히려 천하제일인으로 불릴 때의 그것을 초월했다.


"무, 무신(武神)?!"


사그라지는 정신 속에 그 말이 문뜩 떠올랐다.


다섯 고수들을 지나치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청허자. 송문고검을 휘둘러 고수들을 베어넘긴다. 최대한 살상을 피하고 무공을 폐하는 수준에서 금제를 건다.


그의 일검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고수들이 쓰러지니 전세가 무당파에게로 기울고 있다.


신검진인의 실체를 바라보는 제자들의 머리속에도 무신이란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그런데 그 무신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춰섰다.


누군가 막아선 것도, 길이 막힌 것도 아닌데, 자리에 멈춰서고는 저 멀리 어둠 속에 시선을 던졌다.


수십이 훨씬 넘는 고수들을 베어넘기던 그가 멈춰서니 무당파의 제자들도, 습격자들도 멈춰서고는 그의 시선을 따라 어둠 속을 바라본다.


다그닥. 다그닥.


정신을 집중하니 어둠 속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말발굽 소리였다.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습격자들의 얼굴이 밝아지고, 청허자의 얼굴은 한 없이 굳어간다.


소리가 들리기를 잠시, 어둠 속에서 말을 탄 괴인이 모습을 들어냈다.


말은 철갑으로 전신을 가린 철기마이고, 괴인은 전신을 갑옷으로 무장했다. 무인이 아니라 군문의 장수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할 듯하다.


투구 안으로 들어난 괴인의 두 눈이 청허자를 향했다.


"이제보니 상대할만한 자가 있었군."


웃는 것인가?


투구로 가리고 있으니, 표정을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그 어투가 웃는 듯 하다.


허나, 그 웃음의 대상인 청허자는 웃을 수가 없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파가 목소리를 통해 그에게 전해졌던 탓이다.


"흡?!"


청허자가 다급히 품 속에서 몇 장의 부적을 꺼내더니 검에 붙이고는 주문을 외운다.


"합(合)!"


마지막 진언과 동시에 송문고검이 빛을 내뿜는다. 지금껏 뽑아내던 검강과는 전혀 다른 색의 기묘한 검강이 만들어졌다.


그것에 괴인이 또 한 번 말문을 열었다.


"호오? 신마강기(神魔罡氣)와 비슷한 것을 사용하는군. 법기(法氣)를 담아낸 검강이라. 제법이야."


제법이라.


감탄하는 듯하나, 실상은 눈 아래로 여기는 말이다.


"그것의 이름이 무엇인가?"


"법강기라 하오."


법강기(法罡氣).


신검진인 청허자 최고의 깨달음을 이름이다.


검을 손에서 놓은 후 술맥의 가르침을 참오하던 중에 우연히 얻게된 깨달음이다.


본래 무당파는 무당산의 도맥(道脈), 무맥(武脈), 술맥(術脈)을 삼봉진인이 하나로 모아 탄생한 문파다.


삼봉진인은 무당산의 삼맥을 하나로 모아 무맥을 잇는 제자들로 하여금 문파로서 무당파를 알리게 하였으며, 도맥을 잇는 제자들로 하여금 백성을 교화하게 하였고, 술맥을 잇는 제자들로 하여금 민심을 어지럽히는 사기와 귀신을 다스리게 하였다.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많으나 장문인, 무당제일검 그리고 이 두 직책과 같은 반열에 놓였던 태극선현(太極仙賢)이란 직책은 본래는 도맥과 무맥 그리고 술맥의 당대 최고 전승자를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당대에 무당파에는 태극선현의 직책을 수행하고 있는 제자가 없다. 그 직책을 수행할 정도로 술법에 정통한 제자가 없는 탓이다.


이는 검성 무천진인의 사형이자 술맥의 최고 전승자였던 무법진인이 사고로 술맥의 깨달음을 온전히 전하지 못하고 명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청허자는 이에 은퇴 후 술맥의 복원을 위해 스스로 술법을 연구하고 익히기 시작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삼봉진인 이후 최고의 무인이라 불리던 청허자는 술법에 있어서도 그 재능을 빛내 수십년의 수련 끝에 태극선현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깨달음과 함께 얻게된 산물이 바로 법강기다.


무맥의 검학과 술맥의 술법이 하나가 되어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하는 법강기는 능히 천외천의 천외강기에 비견된다.


그런데 그러한 법강기을 눈아래로 여긴다? 그럼 답은 하나 밖에 없다.


그 또한 이것에 비견할만한 무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기파를 느끼면서 이미 짐작했지만, 실제로 답을 내리니 전율이 흘렀다.


"허허, 그대였구려."


무슨 이유에선지 웃음이 흘러나왔다.


은퇴 후 검을 놓고 술법에 매진한 청허자는 일종의 예지력을 얻었다. 그리고 현양진인이 산에 오르기 전날 밤하늘을 보던 중 무당산을 향해 다가오는 무시무시한 혈성을 보았다.


또한 보았다. 그 혈성을 막기 위해 다가오는 천성을.


청허자는 그 혈성을 먼저 나타난 습격자들로만 생각하였다. 그러나 바로 저 괴인이 그 혈성임을 이제는 알았다.


'노도의 역할은 천성이 올 때까지의 시간을 버는 것.'


이것이 그의 역할임을 또한 깨닫는다.


혈성이 천외천에 비견되는 신인이라면 천성 또한 그에 비견할만한 인물일 터.


혈성을 막고 천성이 도착하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


청허자는 송문고검의 법검강을 앞세우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어차피 복원한 술맥의 가르침은 제자들에게 전한 바. 무당만 건재하다면 태극선현은 언제고 다시 나타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목숨을 다해 저자를 막으리라.


각오를 불태우는 청허자의 몸에서 신검진인으로서의 투기가 다시 살아났다.


"하압!"


땅을 박차고 허공을 난다.


손에 들린 검이 원을 그리고 멈춤을 모르는 곡선의 검로를 따른다.


검으로 만드는 태극. 현양진인은 물론이오 무당제일검 현검진인과 검성 무천진인의 그것의 비교조차 허락지 않은 완벽의 태극혜검이다.


따앙!


"호오!"


맑은 소리가 울리고, 괴인의 입에서 소리가 나왔다.


"어디..."


손에 들린 환두대도를 흔들어 청허자의 신형을 튕긴 뒤, 강하게 내리친다.


쩌억!


"역시 제법이야."


바위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으나, 청허자의 검로는 건재하기만 하다.


"하지만."


꽈과과과과광!


"흐윽!"


수십 번 내려치는 도세를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나, 이내 자세를 다잡고 이어질 공세에 대비한다.


그러나 청허자의 기대와는 달리 괴인은 뭔가 아쉬운 듯한 감정을 담아 말을 이었다.


"아쉽게도 즐기고 있을 시간이 없군."


화아아악!


"...?!"


공기가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운용되는 공력의 일부분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


송문고검의 법강기의 기파가 약해졌다.


"허억?!"


"으악?!"


이곳저곳에서 당혹감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공력이..."


문뜩 드는 불안감에 내부를 관조하니, 공력의 운용이 2성 가량 낮아졌다. 전투력으로 따지만 2할 정도가 사라진 것이다.


"이게 무슨?!"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는 가운데, 괴인의 환두대도가 불쑥 들이닥쳤다.


쩌어엉!


"허억!"


무겁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 자리에서 받아낼 수 있었던 도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밀려났다.


청허자를 밀어버린 괴인이 뒷편의 수하들을 보며 외쳤다.


"신마군림진이 개진되었다. 쳐라!"


"와아아아아!"


청허자의 출현으로 주춤했던 습격자들의 공격이 다시 시작됐다. 그런데 평수를 이루던 제자들이 속절없이 피를 뿌리며 쓰러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세 혹은 동수를 보이던 여섯 명의 절대고수들 또한 갑자기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청허자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처럼 다른 이들도 공력 운용에 지장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 또한 짐작이 가능했다.


괴인이 분명 자신의 입으로 신마군림진이라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이 괴현상의 이유는 진법의 영향이다.


이러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괴인의 도격이 다시 한번 청허자를 향해 들이 닥쳤다.


쩌어어엉!


"흐윽!"


역시나 무거운 일격.


이화접목의 기예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청허자의 신형이 허공으로 튕겨나간다.


그리고 튕겨나가는 청허자를 목표로 움직이는 철기마, 인마일체의 기세로 질주를 시작한다.


"이만 끝내자."


참마도법(斬馬刀法) 제일초 일도양단(一刀兩斷).


손에 들린 환두대도에 안개와 같은 검은 기운이 어리고, 공간을 찢어발기는 일도가 포탄과 같이 작렬했다.


꽈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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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청허진인(靑墟眞人) 2 +1 16.02.03 1,765 51 11쪽
38 청허진인(靑墟眞人) 1 16.02.02 1,572 41 6쪽
37 십이신마(十二神魔) 1 +3 16.02.01 1,940 43 13쪽
36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 2 +3 14.04.18 2,402 70 9쪽
35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 1 +2 14.04.14 2,513 82 8쪽
34 신검진인(神劍眞人) 2 +3 14.04.11 2,820 66 10쪽
» 신검진인(神劍眞人) 1 +2 14.04.07 2,750 64 10쪽
32 무당혈야(武當血夜) 4 +3 14.04.04 2,936 63 8쪽
31 무당혈야(武當血夜) 3 +2 14.03.31 2,665 73 9쪽
30 무당혈야(武當血夜) 2 +3 14.03.28 2,687 69 8쪽
29 무당혈야(武當血夜) 1 +3 14.03.24 3,076 69 10쪽
28 무림맹주(武林盟主) 2 +4 14.03.21 2,694 73 13쪽
27 무림맹주(武林盟主) 1 +2 14.03.17 2,691 69 7쪽
26 지도추적(地圖追跡) 2 +3 14.03.14 2,811 73 7쪽
25 지도추적(地圖追跡) 1 +3 14.03.09 2,865 71 8쪽
24 추적개시(追跡開始) 3 +3 14.03.07 2,899 75 9쪽
23 추적개시(追跡開始) 2 +2 14.03.03 3,020 80 8쪽
22 추적개시(追跡開始) 1 +4 14.02.28 3,330 75 9쪽
21 무량진식(無量陣式) 3 +2 14.02.24 3,077 85 11쪽
20 무량진식(無量陣式) 2 +2 14.02.21 3,315 93 8쪽
19 무량진식(無量陣式) 1 +2 14.02.17 3,589 88 11쪽
18 시례지훈(詩禮之訓) 3 +3 14.02.14 3,375 99 9쪽
17 시례지훈(詩禮之訓) 2 +3 14.02.10 3,324 89 9쪽
16 시례지훈(詩禮之訓) 1 +3 14.02.07 3,338 84 6쪽
15 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4 +4 14.02.04 3,416 101 3쪽
14 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3 +3 14.02.03 4,088 101 10쪽
13 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2 +2 14.02.02 3,454 99 8쪽
12 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1 +2 14.02.01 3,988 108 9쪽
11 검도일도(劍刀一賭) 4 +3 14.01.31 3,966 111 7쪽
10 검도일도(劍刀一賭) 3 +2 14.01.30 3,846 11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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