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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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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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1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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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례지훈(詩禮之訓) 3

DUMMY

"먼저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이러하다. 첫째는 이 단검은 용철관주의 작품이라는 것. 그리고 둘째는 이 단검은 진식 구축에 필요한 물건이라는 것이다.

셋째는 팽가에서 이 단검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도천 혼자뿐이라는 것이다. 팽가 내에서 머무를 때 확인했지만 팽가주도 도천이 이와 같은 단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즉, 도천이 이 단검을 가지고 팽가로 들어온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도천의 성품상 몇년 이상 단검의 존재를 팽가주도 모르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점을 생각해보면 최초의 정보도 나를 불러내기 위해 도천이 맹주에게 알려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성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검천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넷째, 도천이 이 단검을 어디서 가지고 왔느냐 하는 것이다. 내가 아는 바로 지난 몇년간 도천은 팽가를 나선일은 몇번 있었지만 하북성을 빠져나간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도천은 하북성 어딘가에서 이 단검을 가지고 팽가로 돌아왔을 것이다."


천외천의 일좌인 도천이다. 가볍게 팽가 밖을 산책만 해도 소문이 퍼지는 그인데 만일 하북성을 벗어났었더라면 중원 전체에 소문이 났어도 진작에 났을 것이다. 그러나 요 몇년간 그런적이 없었으니 하북성 내에서 단검을 습득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마지막으로 이 단검에 손상이다."


검천은 다른 한쪽 손의 손가락으로 단검 전체에 그어진 금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단검에 남겨진 손상의 흔적은 무공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도 거대한 기세로 한번에 몰아치는 일격필살의 무공. 그리고 마침 나는 이와 같은 흔적을 일전에 본적이 있구나."


"어떤 무공인가요?"


"무상일도(無上一刀). 사황성 일천의 무인들을 참한 바로 그 무공이다."


무상일도. 마천의 천마파천(天魔破天), 혈천의 혈룡강림(血龍降臨)과 함께 파괴력적인 면에서 능히 무림제일을 논할 수 있다고 평가되는 도천의 독문무공이다. 10여년 전 도천은 이 무상일도를 완성하여 사황성 일천의 정예무인을 참함으로서 천외천의 이름을 손에 넣었다. 너무나 강대한 위력에 도천 또한 10여년 전 그 때 이후로 사용한 적이 없으나 무상일도에서 파생되어 나온 도황의 일도무쌍도의 초절한 위력이 그 단면을 짐작하게 한다.


10여년 전 검천은 도천이 사황성 정예 일천을 참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현장에 찾아갔었다. 그 현장에서 그는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것만 같은 사방팔방으로 몰아친 피할 수 없는 도기의 흔적을 발견했었다. 그리고 그와 유사한 흔적이 손에 쥔 단검 가득히 남아 있었다.


"현재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실은 이와 같이 총 다섯가지다. 이제부터는 이 다섯가지의 사실을 토대로 모르는 사실을 추론해야 한다. 들어보겠느냐?"


"경청하겠습니다."


검천이 하고 있는 말들. 이것을 그냥 주저리 주저리 내뱉는 것이라 생각할 정도로 성은 어리석지 않다. 지금 검천은 수십년의 강호생활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깨달음을 성에게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을 금과옥조와 같은 지혜다. 성은 굳은 얼굴로 검천의 음성에 귀를 집중했다.


"가지고 있는 다섯가지의 사실로부터 먼저 이 단검의 본래 주인의 신상정보를 짐작할 수 있다.

첫째, 이 단검의 본래 주인은 진법에 상당한 조예가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단검류에 조예가 깊지 않은 용철관주로 하여금 진법용 단검을 만들게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둘째, 이 단검의 주인은 하북성 내에 머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검으로 지기를 다스렸다는 점을 보았을 때 도시보다는 산림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 이 단검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진식은 설사 천외천의 고수라 할지라도 무력으로 파홰할 수 없을 것이다. 도천이 무상일도를 펼쳤음에도 겨우 단검 하나만을 건졌음이 이를 뜻한다. 이와 같은 세가지가 앞의 다섯가지의 사실로부터 추론해낸 사실들이다."


검천의 설명이 끝났음에도 성은 아무말 없이 검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아무말도 할 수 없어서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검천의 설명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충분히 타당하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었다. 다만, 너무나 수월하게 세가지 새로운 사실들을 추론해 낸 것이 놀라웠다. 머리가 좋고 나쁨의 차이가 아니라 온전한 경험의 차이. 수십년을 강호인으로 살며 싸인 연륜이 보여주는 판단력이었다.


검천은 성이 자신의 설명을 이해했다고 판단되자 곧이어 말을 이었다.


"이렇게 도천에게 받은 단검을 토대로 총 여덟가지의 사실을 알아내었다. 하지만 이 정보들만 가지고는 단검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아직 알수가 없다. 운이 좋으면 이 단검의 주인이 창천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아마, 이 단검만 가지고는 그 주인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긴 어려울 것이다."


"예. 맞습니다."


"대답은 잘 하는구나. 그럼 물어보자. 도천과 칼부림까지 하면서 얻어낸 이 단검에서 우리가 얻어낸 것은 무엇이냐?"


설마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줄 몰랐는지 성은 잠시동안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이내 생각을 정리하고 그 입을 열어 자신의 뜻을 표현했다.


'대협께서는 내가 틀린 말을 할지라도 나무랄 분이 아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단검을 가지곤 더 이상의 정보를 알아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하, 하지만..."


"계속하거라."


"하, 하지만 적어도 누군가가 분명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읍니다. 그 사람이 창천 대협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어도 아무 단서도 없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창천대협이 아니시더라도 천외천이 파홰하지 못하는 진식을 설치하고 몸을 숨기고

있다면 창천대협과 어떻게든 연관되어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그 단서가 가리키는 인물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천은 목소리를 떠는 성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그럼 어떻게 찾아야 하겠느냐? 분명 그 사람은 하북 땅 안에 있을 것이나 이 넓은 하북 땅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그 질문에 성은 말문이 막혔는지 우물쭈물 거렸다. 그러나 검천은 성이 속으로는 어떤 결론을 이미 내려놨음을 알았다.


"아무말도 하지 않을 테니 말해보거라."


그제서야 성이 말문을 열었다.


"...어디서 찾아야 할지는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


"제, 제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는데 대협께서는 그 여덟가지의 정보를 추론해 내는데 몇일이나 걸릴 것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팽가를 나선 후 동선도 거침없었던 것이 좀 이상하고요. 혹 도천 대협께서 최근에 들리셨던 곳 중 하나가 이 근처가 아닌가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생각하기를 이미 대협께서는 단검의 주인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하고 계시고 아마도 그 위치는 대, 대협께서 걸음을 멈추신 이 근처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가만히 그 말을 듣고 있던 검천. 그런 검천을 떨리는 심정으로 바라보는 성. 두 눈을 가리고 무심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던 검천이 설명이 끝남과 동시에 입가에 미소를 짓자 성의 얼굴이 환하게 피어났다.


"거의 찍은 것과 다름 없지만 제법이구나. 정답이다. 지난 몇일간 내가 한 일은 이 단검의 주인을 찾는 것이었다. 한번 구축한 진식을 정검할 때 다른 단검을 쓸 수는 없으니 분명 용철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으리라고 짐작했지. 그리고 어제 이것을 찾을 수 있었다."


검천은 단검을 쥐지 않은 손을 품속에 넣어서 또다른 단검을 꺼냈다. 역시 용철관주가 만든 단검이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4,5년은 된 듯한 시간이 느껴지고 손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그 단검을 보며 성은 그것이 진식에서 뽑아서 가져온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진식을 찾아낸 검천이 진을 구축하고 있는 단검 중 하나를 찾아서 가지고 온 것이다.


"이, 이걸 어디에서...?"


"바로 네 뒤다."


그의 말과 함께 뒤를 돌아본 성은 볼 수 있었다. 신록이 우거진 산림을.


"창천을 만나러 가자."


작가의말

잘 써졌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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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 1 +2 14.04.14 2,512 8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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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신검진인(神劍眞人) 1 +2 14.04.07 2,749 64 10쪽
32 무당혈야(武當血夜) 4 +3 14.04.04 2,936 63 8쪽
31 무당혈야(武當血夜) 3 +2 14.03.31 2,664 73 9쪽
30 무당혈야(武當血夜) 2 +3 14.03.28 2,686 69 8쪽
29 무당혈야(武當血夜) 1 +3 14.03.24 3,075 69 10쪽
28 무림맹주(武林盟主) 2 +4 14.03.21 2,693 73 13쪽
27 무림맹주(武林盟主) 1 +2 14.03.17 2,690 69 7쪽
26 지도추적(地圖追跡) 2 +3 14.03.14 2,810 73 7쪽
25 지도추적(地圖追跡) 1 +3 14.03.09 2,864 71 8쪽
24 추적개시(追跡開始) 3 +3 14.03.07 2,898 75 9쪽
23 추적개시(追跡開始) 2 +2 14.03.03 3,020 80 8쪽
22 추적개시(追跡開始) 1 +4 14.02.28 3,329 75 9쪽
21 무량진식(無量陣式) 3 +2 14.02.24 3,076 85 11쪽
20 무량진식(無量陣式) 2 +2 14.02.21 3,314 93 8쪽
19 무량진식(無量陣式) 1 +2 14.02.17 3,588 88 11쪽
» 시례지훈(詩禮之訓) 3 +3 14.02.14 3,375 99 9쪽
17 시례지훈(詩禮之訓) 2 +3 14.02.10 3,323 89 9쪽
16 시례지훈(詩禮之訓) 1 +3 14.02.07 3,337 84 6쪽
15 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4 +4 14.02.04 3,415 101 3쪽
14 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3 +3 14.02.03 4,087 101 10쪽
13 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2 +2 14.02.02 3,453 99 8쪽
12 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1 +2 14.02.01 3,987 108 9쪽
11 검도일도(劍刀一賭) 4 +3 14.01.31 3,965 111 7쪽
10 검도일도(劍刀一賭) 3 +2 14.01.30 3,845 11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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