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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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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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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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1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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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무량진식(無量陣式) 1

DUMMY

"뭐라!!!"


쾅!


노기어린 외침과 함께 큼직막한 손바닥이 상을 내리치자 굉음과 함께 상이 가루로 화해 공중에 날린다.


단 일수에 철목으로 만들어진 상을 가루로 만든 사내. 그의 안광에 분노가 어리며 형언할 수 없는 살기가 피어올라 눈 앞에 부복한 갈삼의 중년인을 짓누른다.


"크으윽..."


온몸을 짓누르는 살기에 중년인의 입에서 신음성과 함께 한줄기 핏물이 흘러내렸다.


무림백대고수의 일인이며 사황성 서열 5위의 초강자 혈뇌신산(血腦神算) 사마진성이 단지 살기를 감당해내지 못하고 내상을 입었다. 온몸에 흐르는 융통무애한 내공도 눈 앞의 절대자 앞에서는 무용지물일 뿐이었다.


그가 자랑하는 언변도 지략도 그의 앞에서는 아무소용 없다. 오직 일신의 무력만으로 천지를 개벽할 수 있는 이가 바로 눈 앞에 사내다.


눈 앞 태사의에 앉자 그를 내려다보는 사내가 바로 사파의 지배자 사황성주다. 사파제일문 혈룡방의 방주이며 일신으로 사파를 통일시킨 절대자, 그의 손에 위명을 달리한 자가 기천을 훨씬 넘고 그 중 백대고수에 속한 고수만 열이나 된다. 그 일신 자체가 병기라 불리는 무의 화신 흑도이천(黑道二天)의 혈천(血天) 구중천이 바로 그다.


분노로 일어난 살기가 장내를 가득채우고 있을 때, 혈천의 노기어린 음성이 사마진성의 귓가로 내려왔다.


"다시 한번 말해봐라. 뭐가 어쨌다고?"


"쿨럭!"


혈천의 음성이 울려퍼짐과 함께 사마진성이 사혈을 토해냈다. 허나 사마진성은 이내 신색을 바로 한 뒤 혈천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 입을 열었다.


"본성 성열 10위의 십팔마창과 6위의 무영사신을 필두로한 조사대가 행방불명되었습니다."


"갈!!!"


쩡!


사마진성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신형이 튕겨져 벽에 부딪혔다.


'음파로 격공을 하다니...'


측량할 수 없는 무력에 온 몸에 전율이 흐른다.


다시한번 피를 토하며 사마진성이 혈천을 바라봤다. 그의 몸에 부상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했다. 이미 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에 각오를 굳힌 것이다.


"신산 네가 뭐라 말했었는지 기억하느냐? 십팔마창과 무영사신 이 둘이면 충분하다고 했었다. 거기에 이백의 무인까지 붙여주었다. 그런데 뭐가 어째? 행방불명? 네가 살고 싶은 것이냐!"


노성 어린 외침이 쩌렁쩌렁 울려 공간을 뒤흔든다. 그러나 정작 출수는 없었다.


벌을 내릴지언정 수하의 목숨을 거두지는 않는다. 그것이 혈천의 지론이었고 단 한번도 어긴적이 없었다. 단신으로 사파제일인이 된 배경에는 이러한 이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우..."


어느정도 노기를 가라앉히고 혈천이 다시금 눈 앞에 부복한 사마진성을 바라보았다.


"정리해서 말해봐라. 조사대가 어떻게 실종된 것이냐?"


그 물음에 사마진성이 한치의 지체없이 그 입을 열었다.


"예! 지금으로부 8일 전. 십팔마창으로부터 혈사의 범인을 알아낼 단서를 발견했다는 연락이 도달했습니다. 그 전서에서 십팔마창은 흉수의 흔적을 발견했으니 그 흔적의 추적을 개시, 이틀간격으로 연락을 보내겠다고 밝히고 있었습니다. 헌데..."


"이틀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았군."


"예. 지존. 이틀이 지나도록 십팔마창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고, 저는 곧바로 인근 사황성지부로 연락을 넣어 마지막 전서에 언급한 지점을 조사하도록 했습니다. 허나, 아무런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계속해라."


사마진성은 잠시 숨을 고른 뒤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지부에서의 보고는 그렇게 올라왔으나 저는 아무래도 이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십팔마창이 거짓을 고했을리도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흔적이 없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으니 말입니다. 하여, 저는 귀령부의 술사를 파견해서 다시한번 그 지역을 수색하도록 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성과를 거두어 이와 같은 글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사마진성은 품에서 한장의 종이를 꺼내어 혈천에게 날렸다. 내공을 실어 던지었기에 종이는 혈천의 손에 자연스럽게 안착할 수 있었다.


혈천은 잠시 동안 종이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음... 이건 사념문(邪念文)이군."


사념문. 이것은 사황성의 귀령부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술법으로 술사의 의지를 일정한 공간에 일정시간 동안 잔존시켜 그 의지를 전하는 기술이다. 또한 사념문은 그 유용성과 함께 술법을 익히지 않았더라도 상단전을 개방한 무인이라면 누구라도 익힐 수 있기에 사황성의 최고수들은 대부분 이 사념문을 익히고 있었다.


혈천 또한 이 사념문을 익히고 있었고 따라서 종이에 옮겨적은 사념문을 읽을 수 있었다.


종이에 적힌 글을 다소 짧았다.


'전멸. 용음적룡창. 패배.'


겨우 세개의 단어. 사념문을 시전한 십팔마창의 화후가 깊지 않아 이것이 그의 한계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의미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전멸. 전멸이라니! 이런 말도 안되는!"


전멸이라는 그 한 단어에 혈천의 눈가가 파르르하게 떨렸다.


십팔마창과 무영사신이 누구인가. 각기 무림백대고수의 그 이름을 올렸으며 사황성 내에서는 서열 10위와 6위의 초강자들이다. 게다가 딸려 보낸 무인들 또한 능히 일류고수라 부를만한 무공을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전멸이라니. 게다가 흔적도 찾을 수 없다니. 설사 천외천의 고수라고 할지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금방이라도 종이를 찢어버릴 것만 같은 혈천은 크게 숨을 들이쉬어 감정을 추스르고 다음 글자들을 읽었다. 그리고 사마진성에게 물었다.


"용음적룡창? 이 이름이 무슨 뜻을 의미하는지 않겠느냐?"


그 물음에 사마진성이 즉각 답했다.


"용음적룡창은 이전 산동에서 일어난 칠룡파(七龍派)의 칠대절기 중 하나로 10성의 성취만으로 능히 무림백대고수에 그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 알려진 상승무공입니다. 다만, 용음적룡창과 한쌍을 이루는 적룡신창(赤龍神槍)이 없다면 본연의 위력을 발휘하기가 힘들다는 맹점이 있어 칠룡대전 이후 절전되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본좌도 다 아는 이야기다. 내가 묻는 것은 왜 그 이름이 여기에 나오냐는 뜻이다."


"아마도 그것은 십팔마창을 쓰러뜨린 자가 적룡개벽창을 익히고 있던 것이 아닐까 사료됩니다. 그것도 10성 이상의 성취를 이루었을 것입니다."


"흉수가 용음적룡창을?"


"예. 그렇습니다. 일전에 십팔마창은 조금씩 정체기를 맞이하던 창술에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수 많은 창술의 자료들을 모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아마도 그 자료들 속에서 용음적룡창의 대한 기록을 보았을 테고 흉수에게서 그 창로를 엿보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군."


혈천은 그 말이 일리있다고 여기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흉수가 용음적룡창을 펼치는 것이 맞다면 아마도 마지막 단어 패배는 무공을 겨룸에서 패배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단어의 순서상 수하들을 모두 잃은 다음 흉수와 일전을 벌여 패배하였을 것입니다."


"잠깐."


가만히 사마진성의 말을 듣고 있던 혈천이 순간 드는 의구심에 말을 잘랐다.


"일전을 벌였다면 최소한의 흔적이라도 남아야 정상이 아닌가? 십팔마창이 아무리 중하위권에 속하는 고수라고는 하나 어면히 백대고수의 일인이다. 그런 강자가 일전을 겨루었는데 흔적을 안기지 않을 수 없지 않나? 본좌라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야."


사마진성은 그 질문을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바로 답변에 들어갔다.


"그것은 아마도 전투 후에 흔적을 지운 것이 아닐까 사료됩니다."


"흔적을 지웠다?"


그 말에 혈천에 눈가에 이채가 띄였다.


"예. 분명 사념문을 찾아낸 자리에서는 그 어떤 교전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십팔마창이 남긴 사념문은 분명 조사단이 교전을 벌였고 패배했음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교전 후 모든 흔적을 완벽하게 지웠다는 결론밖에 남지 않습니

다."


"흔적을 완벽하게 지운다고? 그것이 가능한가?"


"강호는 넓습니다. 불가능한 것 같은 일도 종종 일어나고는 하지요. 일례로 살각의 살행은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지 않습니다."


"그렇지. 강호는 그런 곳이지. 그렇다면 지금 본성이 취해야할 행동은 무엇이겠는가?"


"예. 본성이 취해할 행동은 먼저 용음적룡창의 후인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십팔마창이 용음적룡창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서 분명 용음적룡창의 후인이 이번사건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 자를 찾는다면 이번 사건의 전말을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다시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한편 무림맹과 마교를 감시해야 합니다. 무림맹과 본성의 조사대가 실종되었는데 마교라고 다를리 없습니다. 분명 그들의 조사대에게도 변고가 발생했겠지요. 결국 중원의 삼대세력이 모두 이번 사건을 진지하게 주시하고 조사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본성이 놓친 사실을 저들은 알아낼 수 있겠지요. 본성은 저들을 감시하여 저들이 알아낸 정보를 빼내고 저들보다 먼저 이번 사건의 흉수를 찾아내어야 합니다."


"먼저 찾아내면 어찌할 셈인가?"


사마진성의 입가에 섬뜻한 미소가 어렸다.


"처음엔 그저 호기심이었을지 몰라도 본성이 공격당한 이상 되갚아 주어야 겠지요. 피로 그 대가를 치루게 할 것입니다."


혈천의 입가에 사마진성과 같은 미소가 어렸다.


"크크크. 그거 좋군. 신산 그 일을 모두 너에게 일임하겠다. 필요하다면 혈랑대를 동원하는 것도 허락하지. 단 두번다시 실패는 없어야 한다. 또다시 이번과 같은 결과물을 가지고 온다면 그 때는 내 머리를 취할 것이야."


"존명!"


명이 떨어지자 사마진성이 머리가 땅을 박는다. 각오가 어렸으니 실수는 없다.


뒤걸음질 치며 빠져나가는 그가 잠시 멈춰서며 혈천을 바라봤다.


"살천에게는 뭐라 전할까요?"


"흥, 제 놈이 무영사신을 잃었다면 우리는 십팔마창을 잃었다. 게다가 200의 고수까지 잃었지. 알아서 적당히 몇자 적어 보내라. 어짜피 손해는 우리가 더 크니 꿀릴 것도 없지."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사마진성이 문 밖을 나섰다. 사황성의 최중앙시설 오직 혈천만을 위한 혈룡전에는 다시금 혈천의 투기만이 가득찼다.


===


작가의말

소제목 적당한 거 뭐 없을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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