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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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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1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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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례지훈(詩禮之訓) 2

DUMMY

화르륵!


땅!땅!땅!


숨쉬기 힘들 정도로 뜨거운 열기와 연속해 들려오는 쇳소리들. 쇳소리가 한번 울릴 때마다 붉게 달아오른 철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용철관(鎔鐵館)>


하나의 광물이 사람의 손에서 재탄생하는 이 공간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흐아아!"


땅!


"으랏차!"


땅!


건장한 사내들의 기합소리 사이에서 성은 멀뚱멀뚱 눈 앞의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왜 자기가 이곳에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나오는 반응이었다.


다급한 것처럼 재촉하기에 부랴부랴 짐을 챙겨 나왔건만 도착한 곳이 머물던 객잔에서 겨우 60장 정도 떨어진 대장간이라니.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게다가 더 황당한 것은 대장간에 들어오자마자 당사자인 검천은 또 어디로 가버리고 없다는 것이었다.


정작 당사자는 없고 무슨 이유 때문에 온지도 모르는 성천은 덕분에 성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채 대장간 구석에서 대장장이들의 망치질만 구경만 하고 있었다.


땅! 땅! 땅!


심드렁한 태도로 망치질을 바라보는 성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붉게 달아오른 철과 그것을 내리치는 망치질의 향현은 보는 성의 정신을 빼앗았다.


마치 한편의 검무를 보는 듯한 숙련된 장인의 망치질.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그 속에 빨려든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뭘 그리 보는 것이냐?"


옆에서 들려온 소리가 성의 정신을 깨웠다.


"대...사, 사형."


목소리의 주인. 그는 갑자기 사라졌던 검천이었다.


다시 나타난 검천의 우측에는 한명의 노인이 서있었는데, 그 체격이 웬만한 무인하고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건장했다.


누가 보더라도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을 듯한 노인의 외모에 성은 그가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요, 용철관주 마진철 어르신이십니까?"


"맞다. 내가 마가다."


용철관주 마진철. 앞에 붙은 명칭만으로 알 수 있듯이 용철관의 주인이자 용철관 최고의 장인이다. 비롯 이런 시골에 자리를 잡았으나 그의 실력은 무림의 수많은 장인들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여 매년 수십명에 달하는 이들의 그를 찾아와 병기를 만들어 줄 것

을 부탁할 정도다.


"요, 용철관주께서 왜...?"


"이것 때문이다."


검천은 그러면서 품에서 단검하나를 꺼내어 성에게 보여주었다.


"이건...?!"


검천의 품에서 나온 단검을 유심히 보던 성은 이내 무언가를 알았는지 등에 메고 있던 짐꾸러미를 내려놓고 뒤져서 보자기 하나를 꺼냈다.


보자기 속에는 검천이 도천에게 얻어낸 그 단검이었다. 그 단검과 검천의 손에 들린 단검을 비교하자 성은 보자기 속 단검이 심각하게 망가져있기는 하지만 검천의 손에 들린 것과 완벽히 똑같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사, 사형.. 이건?"


"이곳에 온 첫날 용철관주께 부탁하여 만든 그 단검의 원형이다. 음각을 보고 마 관주의 작품임을 알아 이곳에 온 왔지. 파손상태가 심해 복원하는데 나흘이 걸렸다."


과연 음각에 모양새를 자세히 보니 용철관의 현판에 세겨진 것과 같은 문양인 듯 했다. 그러나 단검의 손상이 너무 심해 알아보기가 매우 힘들었다.


"때로는 눈을 가리기 때문에 보이는 것도 있다."


성의 의문을 알아채며 검천은 그리 말한 뒤 용철관주 마진철에게 말을 건냈다.


"마 관주, 이와 같은 단검을 언제 만들었는지 정말 기억이 나지 않으시오?"


"허허, 어떻게 그것을 기억하겠소. 단검은 내 전문 분야가 아니기에 최근에는 단검류를 만든 적이 없소이다."


"그렇군요. 알겠소. 바쁜 분의 시간을 너무 잡아 먹었고 말았소. 이만 가보겠소."


"허허, 살펴가시오."


용철관주 마진철의 배웅을 뒤로하고 검천과 성은 용철관을 나서 어딘가로 향했다. 물론 그 목적지가 어디인지 성은 알지 못했다.


"저 사형."


마을을 벗어나 한참을 걷던 중 성이 검천에게 말을 꺼냈다.


"왜 그러느냐?"


"요, 용철관은 왜 가신 겁니까?"


"보지 않았느냐. 단검의 원형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 그럼 얻으신게 있는 건가요?"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어온 성의 질문에 검천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물론."


그리고 발걸음을 멈추고 품속에서 두개의 단검을 꺼냈다. 도천에게 받은 것과 용철관에서 복원한 그것이었다.


검천은 그 중에서 용철관주가 복원한 단검을 내밀며 물었다.


"이 단검의 용도가 무엇인거 같으냐?"


"예?"


성은 그 말에 단검을 유심히 바라봤다.


단검은 저잣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형태인 삼에서 사 촌 정도 되는 길이에 겉치레 하나 없는 수수한 단검이었다. 다만 특이한 점이라면 청강검 못지 않은 강도와 검날이 전혀 서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성은 이러한 단검을 살펴보며 검천의 질문이 답을 찾으려 했다. 그리고...


'이건...?!'


무언가 머리속에 떠올라 고개를 들었다.


"...이건 진을 구축할 때 쓰는 게 아닌가요?"


"맞다."


검천은 성의 물음에 긍정으로 답해주었다.


보통 단검이라 하면 병기의 일종으로 소검류나 암기류에 속하는 것이지만 때때로 특수한 용도 예를 들어 도축이라던지 요리라던지 하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특수한 분야가 바로 진법 구축이다. 이것은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지기(地氣)를 높은 강도를 가진 철로 만든 단검으로 다스리는 것으로 예기가 서려있으면 지기를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검날을 세우지 않고 청강검 못지 않은 강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저잣거리에 나도는 흔한 것들로는 사용할 수 없는 분야이다. 검천 손에 들린 단검이 바로 이러한 진법 구축을 위한 것이었다.


손에 들린 단검이 진법 구축을 위한 것임을 확인시킨 검천이 말을 이었다.


"이 단검이 진법 구축을 위한 것이라면 도천에게서 받은 이것 또한 진법 구축을 위한 것일 터다."


"예. 맞습니다."


"그리고 이 단검은 용철관주가 직접 만든 작품이다. 음각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하, 하지만 용철관주께서는 단검을 만드신 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분명 그랬지. 최근엔 말이야..."


"...!"


그 말에 성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최근에 만든 적이 없다는 것은 오래 전에는 만든적이 있다는 말과 같다. 그리고 도천에게 받은 이 단검도 손상을 제외하더라도 결코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지. 최소한 4,5년은 된 물건이다."


"5년...? 아! 5년 전이면 검천 대협과 창천 대협께서 일전을 겨룬 때가 아닌가요?"


"분명 그 때 검을 겨루었었다."


"...!"


거기까지 가자 성도 무언가 깨닫는게 있는지 눈을 번뜩히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 단검은 창천 대협께서 대협과 일전을 겨룬 그 때 즈음에 용철관에서 구한 것이겠군요! 그리고 그 진식에 위치만 찾아낸다면 창천 대협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아, 단검으로 지기를 다스릴 정도의 진식이라면 산림에 위치해야 할 테니까 혹시 이 근처가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지. 아닐 수도 있고."


"예?"


애매모호한 검천의 대답에 힘차게 외쳤던 성이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제, 제 말이 틀렸나요?"


"아니, 그 말이 아니다. 네 말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그 답을 내리는데 좀 성급했구나."


"그게 무슨 말인가요?"


"이 단검은 창천을 찾는 단서임은 분명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랬다면 맹주가 그리 확신을 가지고 나를 보내지 않았겠지. 허나, 이 단검이 창천을 찾는 단서라고 할지라도 일단 이 단검이 창천의 것이지 아닌지는 아무런 근거가 없지 않느냐. 네가 실수를 저지른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이 단검의 주인을 찾아야 함은 맞지만 이 주인이 과연 누구인지는 너무 성급했구나."


"아!"


"어떠한 사실에 대한 결론을 내릴 때는 절대 성급해서는 안된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모르는 사실을 모두 찾아서 분석한 후 결론을 내려야만 오류를 범하지 않을 수 있음을 명심하거라."


"예."


그제서 검천은 고개를 끄덕이고 도천에게 받은 단검을 내밀며 말을 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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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추적개시(追跡開始) 1 +4 14.02.28 3,330 7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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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무량진식(無量陣式) 1 +2 14.02.17 3,589 88 11쪽
18 시례지훈(詩禮之訓) 3 +3 14.02.14 3,375 99 9쪽
» 시례지훈(詩禮之訓) 2 +3 14.02.10 3,324 89 9쪽
16 시례지훈(詩禮之訓) 1 +3 14.02.07 3,337 84 6쪽
15 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4 +4 14.02.04 3,416 101 3쪽
14 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3 +3 14.02.03 4,088 101 10쪽
13 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2 +2 14.02.02 3,453 99 8쪽
12 오호질풍도(五虎質風刀) 1 +2 14.02.01 3,988 108 9쪽
11 검도일도(劍刀一賭) 4 +3 14.01.31 3,965 111 7쪽
10 검도일도(劍刀一賭) 3 +2 14.01.30 3,846 11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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