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추적(地圖追跡) 2
검천과 창천의 이해하기 힘든 말과 행동에 궁금증을 참지 못한 백우칠이 입을 열었다. 그의 옆에 있던 성은 그 소심함에 궁금증이 들어도 입을 떼지 못했다.
"저, 대협. 뭐, 하시는 겁니까?"
그 질문에 검천은 담담히 답했다.
"계산하는 거다."
"계산이요?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그렇게 질문하자 검천은 손으로 지도의 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점들이 보이나?"
"예. 보입니다."
"이 점들이 무엇을 가리키는 것 같은가? 순수히 그대의 생각만을 말해보라."
그 말에 백우칠은 지도를 자세히 보고는 생각한 바를 말했다.
"강소성에서 시작된 점들이 네 패로 나뉘어서 일정한 주기를 두고 점점 서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 선을 그대로 이어본다면 동일하게 섬서를 향합니다. 그렇다면 아마도 이 네개의 패는 섬서성에서 합쳐져 무언가 일을 버릴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모일만한 장소에 추적대를 파견해야 합니다."
"확신하는가?"
"확신합니다."
그 말에 검천은 지체 없이 답했다.
"틀렸다."
"예?!"
"점을 선으로 이어서 생각하는 그 순간 저들의 눈속임에 걸린 것이다. 애초에 이들은 섬서성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 어디로 향한다는 말씀입니까?"
"패를 네개로 나눈 것도 엄청난 기동력으로 이동하는 것도 전부 속임수에 불과하네. 고수를 죽이는 것과 문파를 멸문시키는 것은 그저 부과적인 일일 뿐이지. 다른 것은 모두 무시하고 오로지 점만을 보게 그럼 답을 찾을 수 있네."
그러한 검천의 설명에 백우칠은 다시한번 지도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는 것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그럼 이곳의 점들과 다른 곳들의 점들을 비교해보게."
전도 한가운데의 호북성 위에 검천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 손가락을 따라가니 전과는 달랐다. 검천의 설명과 같이 색도 옆에 적힌 날짜도 모두 무시하고, 점의 위치에만 집중하려 노력하자 잠시 후 호북성에서 다른 성들과는 다른 묘한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말단이긴 하지만 무림맹에서도 가장 주요부서인 천이당의 당원인 만큼 그 만한 실력이 있었던 것이다.
"뭔지는 모르겠으나, 호북성에 찍힌 점들이 묘하게 다른 성에 찍힌 점들과 다릅니다."
"제대로 봤군."
검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호북성 한켠을 집으며 말했다.
"아마도 이 쯤이겠지?"
"아, 맞습니다. 그 부분입니다. 그 부분이 이상하게 눈에 걸립니다. 왜 그런 것입니까?"
검천은 시선을 성에게로 돌리며 말했다.
"네가 한번 찾아보거라 이곳의 무엇이 다른 곳과 다른 것 같으냐?"
"예?!... 어, 저기..."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성은 안절부절 못하며 지도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그냥 보는 즉시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저기... 점들 사이에 간격이 넓은 듯 합니다."
그러자 검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이 부근이 점들의 간격이 다른 지역의 점들보다 더 넓다. 그 때문에 위화감이 드는 것이다."
"간격이 넓다고요?"
다시한번 지도를 보자 과연 검천의 말대로 점들의 간격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도 중에서도 가장 큰 중원전도였던 탓에 그 간격의 차이를 알지 못했던 것임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무림에 해결사로서 십수년 동안 다향한 일을 체험하였다. 그러다보니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에게 묘한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
"흥미롭게도 계획적으로 연속적인 사건을 일으키는 이들 중 많은 수가 자신의 본거지 주변 혹은 최종목표의 일정범위 안에서는 그 어떤 일도 벌이지 않더군. 오히려 그 안에서는 그 누구보다 윤리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
백우칠의 두 눈이 크게 떠진다. 성도 검천의 말의 의미를 깨달았느지 크게 놀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한 두 사람의 반응에 검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당금 혈사를 벌이고 다니는 이들의 목표는 섬서가 아니다. 바로 이곳 호북성이다."
"저, 정확히 어디인지도 알 수 있습니까?"
"내 재주로는 그것까지는 무리다. 대충 이 정도 범위 안일 것이다 라는 추측만 할 수 있지. 하지만 이 점들을 역순으로 계산한다면 거의 정확한 위치를 추적해낼 수 있다. 창천
이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이 바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계산이다."
"끝났다."
검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창천이 만세를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끝난 것인가?"
"머리 속에 공식만 있으면 이 정도 문제 푸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야."
"그렇군."
납득하는 검천을 지나 지도를 앞에 둔 창천이 붓 끝에 먹물을 가득 먹이고는 지도 위에 원을 그려넣었다. 그가 그리는 원은 검천이 손으로 그렸던 그것보다 확연히 작았다.
"이 안이다."
원을 그리고 붓을 내려놓자. 검천과 백우칠 성이 다시 다가와 지도를 바라봤다. 그리곤 순간 얼굴을 굳히며 창천에게 시선을 돌렸다.
검천이 물었다.
"정말 이 안이 맞는가?"
"확률은 8할이다.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에는 그냥 다 접어야지."
"으음..."
단언하는 창천의 말에 다시 시선은 지도를 행햤다.
검천의 것을 알 수 없으나 지도에 그려진 원을 바라보는 백우칠과 성의 눈동자는 하염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은 불신의 의미였다.
지도 속 원은 그 안에 단 하나의 산을 담고 있었다.
무당산(武當山).
그것은 중원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산 중의 명산이며, 옛부터 도를 깨닫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던 도의 성지를 일컫는 이름이다.
그리고 그 산 안에는 오로지 단 하나의 문파만이 굳건히 반석을 내리고 있다.
무당파.
북숭소림, 남존무당이라 불리는 무림의 태산북두. 삼풍진인 장삼봉으로부터 시작되어 도를 배우고 무를 수련하여 호북성을 더 나아가 중원의 민중을 두루 살펴 보호하는 명문 중의 명문대파의 이름이다.
믿을 수 없게도 혈사의 마지막 목표. 그것은 바로 무당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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