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수집하는자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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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추상
작품등록일 :
2023.03.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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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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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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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 시간의 수호자들

DUMMY

방이 꽃처럼 피어났다. 불가능한 기하학적 형태들이 살아 있는 광채로 새겨진 천상의 광경이었다. K 박사의 숨이 멎었고, 그의 눈이 커졌다.


"세상에," 그가 속삭였다. 스페인 혈통이 그의 말투에 은은히 배어났다. "마치 신의 정신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아."


마리안느의 손가락이 그의 손과 얽혔다. 그녀의 손길은 이 숭고함의 바다에서 닻과 같았다. "숨을 쉬세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은 부드럽게 맥동하는 울림 위로 겨우 들렸다.


"단순한 지식이 아니야, 마리안느. 이건... 의식의 본질이야." K 박사의 자유로운 손이 공중에 패턴을 그렸다. 손끝이 보이지 않는 흐름에 닿아 따끔거렸다.


한 형체가 나타났다. 로브는 형언할 수 없는 색채로 반짝였다. 그 목소리는 영원한 지혜의 융합체로, 성별과 나이를 초월했다. "당신들은 참으로 지각하고 있군요, 나그네들이여. 하지만 이해하고 있나요?"


마리안느가 앞으로 나섰다. 등줄기를 곧게 폈다. "우리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대한 진실을 찾고 있어요. 시간의 본질에 대해서도요." 그녀의 평소 부드러운 목소리에 강철 같은 결의가 실렸다.


학자의 눈, 무한한 신비의 우물이 그들을 살폈다. "그런 깨달음을 위해 무엇을 바치시겠습니까?"


"바친다고요?" K 박사의 질문이 공중에 맴돌았다. 등줄기로 한기가 달렸다.


"모든 깨달음에는 대가가 따르지요," 학자가 울렸다. 변화하는 벽을 가리키며. "이 수수께끼들은 영겁의 세월 동안 스스로를 지켜왔소. 그들은 몸부림 없이는 굴복하지 않지."


방이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차원문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계단이 불가능하게 뒤틀렸다.


자라가 불안하게 몸을 뒤척였다. "아마도 우리는—"


"아니," K 박사가 단호하게 끼어들었다. 손은 떨리고 있었지만. "우린 너무 멀리 왔어." 그는 학자에게 돌아섰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죠?"


학자가 손을 들자 공기가 기대감으로 팽팽해졌다. 세 개의 반짝이는 구체가 나타났고, 각각 최면적으로 맥동했다.


"선택하시오," 학자가 명령했다. 그들의 목소리가 세월의 무게를 담아 울렸다. "하지만 각 선택이 당신의 길뿐만 아니라 시간의 짜임새 자체를 형성한다는 걸 알아두시오."


마리안느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어떻게 우리가 가능할지—"


그녀의 말은 구체들이 생생한 장면을 비추며 밝게 빛나자 멈췄다. K 박사는 피로 물든 전장에 서 있었다. 강철과 고통에 찬 비명의 협주곡이 그의 감각을 강타했다.


"이럴 수가!" 그가 숨을 헐떡이며 마리안느를 찾았다.


그의 왼쪽에서 마리안느가 창백해졌다. 역병이 창궐한 마을에 둘러싸인 채. "이건 현실을 거스르는 거야," 그녀가 중얼거렸다. 과학자적 정신이 흔들렸다.


자라는 미래의 대도시가 무너지는 광경을 목격하고 뒷걸음쳤다. "이게... 이게 우리의 임박한 운명인가요?" 그녀가 속삭였다. 그녀의 젊음이 이 모든 것을 더욱 끔찍하게 만들었다.


"이것들은 분기점이오," 학자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지혜가 사라지고, 오염되고, 오용된 지점들이지. 당신의 선택이 시간의 음계를 울릴 것이오."



닥터 K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혔다. "하지만 이런 사건들을 바꾸면—"


"바로 그거야," 학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오래된 눈에서 찬사의 불꽃이 일었다. "나비효과가 상상을 초월해 증폭되지. 신중히 선택하게. 결과는 이 공간을 훨씬 넘어 퍼질 테니."


마리안느의 시선이 닥터 K와 마주쳤다. 둘 사이에 말없는 대화가 오갔다. 그녀는 학자를 향해 돌아섰다. 손은 떨리지만 목소리는 흔들림 없었다. "만약... 선택하지 않기로 한다면요?"


학자의 입가에 아는 듯한 미소가 어렸다. "어쩌면 그게 가장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유혹을 정말 뿌리칠 수 있겠나?"


방안의 진동이 강해졌고, 현실이 그들 주위로 휘어졌다. 닥터 K는 지식이 손끝에 와 닿는 것을 느꼈다. 시간을 다시 쓸 수 있는 도취적인 힘이 혈관을 타고 흘렀다. 그의 손이 떨리며 뻗어갔다...


"잠깐!" 자라의 목소리가 그 화음을 갈랐다. "우리의 목적을 기억해요. 수수께끼, 대화재... 이 모든 일이 일어난 이유가 있어요."


학자가 승인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이가 제대로 보고 있군. 모든 순간, 모든 상실이 시간의 화음을 만들어. 한 가닥을 풀면..."


"...모든 것이 풀릴 수 있다," 닥터 K가 마무리했다. 명료함이 그를 감쌌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자신을 다잡았다. "우리는 지배가 아닌 이해를 구하는 거야."


구체들이 사라지고 그 환영도 흩어졌다. 방이 고요해졌고, 벽에서 승인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첫 번째 시험을 통과했군요," 학자가 말했다. 그는 숨겨진 문을 드러냈다. "하지만 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어요. 저 너머에 있는 진실과 마주할 준비가 되었나요?"


마리안느이 어깨를 폈다. "우리는 함께라면 할 수 있어요."


그들이 문으로 들어서자 학자의 속삭임이 뒤따랐다. "기억하세요, 여행자들. 가장 큰 힘은 과거를 바꾸는 데 있지 않고, 앞으로 올 일을 만드는 데 있답니다."


문이 고대의 소리와 함께 닫혔다. 깨달음의 부드러운 빛과 선택의 무게만이 남았다. 닥터 K, 마리안느, 자라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들의 눈에는 불안과 흥분이 교차했다.


"도저히 떨칠 수가 없어요," 자라가 중얼거렸다.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


닥터 K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리안느의 손을 잡았다.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우리는 함께 걸어가고 있어."


마리안느도 손을 꼭 잡았다. 그녀의 눈이 빛났다. "앞으로 무엇이 기다리고 있든, 우리는 하나 되어 맞설 거야."


그들은 더 깊이 나아갔다. 공기는 가능성으로 가득했다. 시간의 수호자, 진실의 탐구자, 의도치 않은 인류 운명의 설계자들. 그 무게가 그들 위에 내려앉았다. 짐과 영광이 뒤엉켰다.


길이 이세상 것이 아닌 빛으로 빛나며 그들을 앞으로 이끌었다. 한 걸음 내딜 때마다 현실이 흐려졌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 시간 없는 공간에서 뒤섞였다.


닥터 K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갔다. 수세기의 지식이 그를 압도하려 했다. "수정이," 그가 중얼거렸다. "우리를... 변화시키고 있어. 그렇지?"


마리안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과학적 호기심이 조심성과 맞서고 있었다. "우리가 그릇이 되고 있어. 하지만 무엇을 위한 거지?"



자라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협회는 우리를 쫓는 걸 멈추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렸으니까요."


"오게 내버려둬," K 박사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 새로운 결의가 깃들었다. "우리에겐 이제 시간 그 자체를 지킬 책무가 있어."


공기가 일렁이며 가능한 미래의 파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통제로 빚어진 유토피아. 시간의 혼돈에 갈가리 찢긴 세상.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진화한 인류.


"건축가의 승리를 용납할 순 없어요," 마리안이 속삭였다. 그녀의 눈에 깨달음이 어렸다. "하지만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는 존재와 어떻게 맞서죠?"


K 박사의 눈빛이 단단해졌다. 수많은 삶의 기억이 그의 눈 뒤로 스쳐 지나갔다. "인류의 집단적 의지를 모아야 해. 우리의 공유된 역사, 꿈, 그리고 본질 그 자체를."


자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젊음이 고대의 지혜에 자리를 내주었다. "마지막 전투는 무기가 아닌 사상으로 치러질 거예요."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수록 현실의 경계는 더욱 희미해졌다.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여 그들 주위로 인간 경험의 대하가 펼쳐졌다.


K 박사는 천년의 무게가 자신을 짓누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마리안의 변함없는 존재가 그를 붙잡아주었고, 그녀의 예리한 지성은 시간의 폭풍 속 등대였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가 어떻게 변하든... 우리 본질을 잃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마리안의 손아귀가 꽉 조여졌고, 그녀의 목소리에는 조용한 결의가 차올랐다. "그러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끝까지 함께예요."


자라가 그들을 지켜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들 둘이 정말 이 모든 것의 열쇠군요, 그렇죠?"


그들이 대답하기도 전에 앞길이 눈부신 빛으로 터져 나왔다. 눈이 적응하자 그들은 거대한 문 앞에 서 있는 자신들을 발견했다. 문에는 인류 역사의 모든 시대의 상징들이 새겨져 있었다.


"여기야," K 박사가 숨을 내쉬었다. 그의 손이 복잡한 무늬 위를 맴돌았다. "도서관의 심장부. 모든 가능한 시간선의 중심점."


마리안이 어깨를 펴고 손의 떨림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너머에 있는 것들을 마주할 준비가 됐나요?"


K 박사가 그녀의 시선을 마주했다. 오랜 파트너십으로 단 한 번의 눈빛만으로도 수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준비됐든 안 됐든, 시간 그 자체의 운명이 저울질되고 있어. 우리는 준비돼 있어야 해."


함께 결의에 찬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은 고대의 문에 손을 얹었다. 문이 열리기 시작하자 현실 자체가 숨을 죽이는 듯했다. 그들의 불가능한 여정의 결과를 기다리며.


그 너머의 방은 이해를 넘어선 것이었다. 발광하는 데이터의 흐름이 공중을 떠다니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형태로 뭉쳐졌다. 역사의 속삭임이 구석구석에서 들려왔고, 인간 경험의 다성 합창이었다.


"이건... 초월적이에요," 마리안이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과학적 마인드로는 이 불가능한 광경을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K 박사가 경이로움에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인류의 지식과 의식의 총체... 모든 것이야."


자라의 목소리가 떨렸다. "느껴져요. 모든 역사가 제 안을 흐르고 있어요."



그들이 더 안으로 들어서자 빛줄기가 살갗을 어루만졌다. K 박사는 낯선 기억의 파편에 숨을 들이켰다.


"조심하시오." 학자의 목소리만 울렸다. "시간의 본질을 건드리면 자아를 잃을 수 있소."


마리안느는 K 박사의 손을 꼭 잡았다. "곁에 있어요," 그녀가 속삭였다. "놓지 마세요."


그들의 연결이 정보의 급류를 잠재웠다. K 박사는 마리안느의 존재에 집중하며 숨을 고르게 내쉬었다.


"보세요," 자라가 경외로운 목소리로 가리켰다. 방 중앙에 그들 키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맥동하는 수정이 서 있었다. "저게..."


"근원이군," K 박사가 경탄했다. "모든 시간선의 교차점이야."


그들이 다가가자 수정 표면이 일렁이며 가능한 미래를 보여주었다. 찬란한 낙원과 암울한 폐허, 경이와 공포의 세계들이 공존했다.


"이제 알겠어요," 마리안느가 눈을 크게 떴다. "건축가들... 이 모든 가능성을 하나의 시간선으로 수렴시키려 해요."


K 박사가 굳은 표정으로 끄덕였다. "'완벽한' 미래를 추구하지만, 그 대가로 자유 의지를... 인간성 자체를 잃게 되는 거야."


자라가 찌푸렸다. "하지만 어떻게 그들을 막죠? 우리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요."


깊은 웃음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그렇게 확신하나, 젊은이?"


그들이 돌아보니 학자가 서 있었고, 그 모습은 무수한 형상으로 명멸했다.


"자네들은 시간의 교차로에 서 있네," 학자가 말했다. "현실을 바꿀 힘이 자네들 손에 있어. 문제는... 그걸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거지."


K 박사는 역사의 무게를 느꼈다. 이 순간으로 이어진 모든 선택, 모든 순간들. 그는 마리안느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에서도 같은 깨달음을 읽었다.


"우리는 선택합니다..." 그가 말을 꺼냈다.


"...다양성을 지키기로," 마리안느가 이었다.


자라가 끄덕이며 힘차게 말했다. "모든 것을요. 선과 악 모두. 그게 우리의 인간성을 정의하는 거예요."


학자가 미소 지었고, 그 표정은 자부심과 희망으로 빛났다. "그렇다면 최후의 시험을 시작하지."


수정이 맥동하며 현실이 휘어졌다. 세 사람은 시간의 흐름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인류의 잠재력을 수호하는 파수꾼이 되었다. 미래를 위한 진정한 전투가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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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 시공간의 춤 3 24.08.10 9 0 14쪽
26 26화 : 시공간의 춤 2 24.08.09 6 0 15쪽
25 25화 : 시공간의 춤 24.08.09 6 0 15쪽
24 24화 : 기억의 미로 24.08.08 9 0 12쪽
23 23화 : 시간의 파편 2 24.08.07 8 0 14쪽
22 22화 : 시간의 파편 24.08.06 10 0 13쪽
21 21화 : 시간의 장막 너머 24.08.05 10 0 13쪽
20 20화 : 숨겨진 지식의 문 24.08.05 8 0 13쪽
» 19화 : 시간의 수호자들 24.08.05 7 0 12쪽
18 18화 : 시간의 균열 24.07.30 8 0 11쪽
17 17화 : 알렉산드리아의 비밀 24.07.24 10 0 15쪽
16 16편 : K 박사의 위험한 발견 24.07.18 12 0 15쪽
15 15편 : 폐허에 숨겨진 비밀 24.07.18 10 0 16쪽
14 14편 : 오메가7 23.03.16 14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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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편 : 비밀클럽 23.03.15 19 0 12쪽
11 11편 : 토레몰리노스 23.03.13 18 0 11쪽
10 10편 : 안나2 23.03.12 17 0 10쪽
9 9편 : 안나1 23.03.12 14 0 11쪽
8 8편 : 흐릿한 행성2 23.03.10 15 0 10쪽
7 7편 : 흐릿한 행성1 23.03.09 19 0 12쪽
6 6편 : 마법시계 23.03.07 19 0 21쪽
5 5편 : 오카방고 삼각주 23.03.04 18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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