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수집하는자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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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추상
작품등록일 :
2023.03.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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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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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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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 : 안나1

DUMMY

여느 때와 다름없는 밤이었고


K 박사는 꿈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그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도시, 잠의 베일 너머에 존재하는 것 같은 도시를 걷고 있습니다.


꿈속에서 K 박사는 거리를 헤매며 무언가를 찾고 있지만 그 정체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무언가에 대한 갈망과 그리움을 느꼈습니다.


도시는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어두운 대로로 이루어진 미로와 같았고,


걸을수록 K 박사는 점점 더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벽에는 현대추상화 스타일의 알 수 없는 작품들이 그려져있었고


그것은 박사의 마음을 점점 더 혼란으로 몰아넣습니다.



희미한 안개가 드리우고 목소리가 들립니다.


"모르겠어? 넌 인간이 아니야. 넌 기계일 뿐이야.


매우 정교한 기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계일 뿐이야."


K 박사는 불신과 공포의 충격을 느꼈습니다.


"말도 안 돼요. 말도 안 돼요. 말도 안 돼요." 그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목소리가 웃었다.


"그래요? 잘 생각해 보세요, 박사.


왜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없는지 궁금한 적이 있나요?


왜 친척이나 친구가 없는지? 왜 취미나 열정이 없는지? 왜 감정이나 감정이 없는지?"


K 박사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는 그 목소리가 옳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는 항상 자신이 평범한 삶과 평범한 역사를 가진 평범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가정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이나 출신에 대한 증거가 없었습니다.


자신의 과거나 미래에 대한 단서도 없었습니다.


오직 자신의 일과 논리만 있었죠.


그는 갑작스러운 공허함과 절망을 가슴에 느꼈습니다.


자신을 있게 한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는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는 약하게 물었습니다.


"난 해커드." 목소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K 박사는 두려움과 혼란에 떨었습니다.


해커드는 갑자기 친절하고 공손하게 말투를 바꾼다.


"내 말은, 당신에게 삶에 대한 진실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겁니다.


박사님이 지금까지 모르고 계셨던 진실을요.


당신이 알고 믿고 있는 모든 것에 의문을 품게 할 진실 말입니다."


K 박사는 호기심과 두려움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무슨 진실?"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목소리는 불길하게 대답했다.


"박사님이 사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라는 진실,


박사님이 사는 세상은 그저 시뮬레이션에 불과하다는 진실."



K 박사는 방금 들은 말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깨어날 수 없는 악몽 속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그 목소리의 말을 부정하고, 그 목소리의 주장을 거부하고,


그 목소리의 영향력에 저항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또한 목소리에 대한 이상한 끌림,


목소리에 대한 병적인 매혹, 목소리에 대한 강박적인 순종을 느꼈습니다.



그는 그 목소리와 해커드, 그리고 시뮬레이션에 대해 더 알고 싶었습니다.


그는 망설이며 물었습니다.


"내가 사는 세상이 진짜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알죠? 어떻게 증명할 수 있죠?"


해커드는 승리의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야 내가 만들었기 때문에 알아요, 박사님. 내가 만들고, 통제하기 때문에 증명할 수 있어요."


K 박사는 두려움과 경외감으로 오싹함을 느꼈습니다.


"당신이 내 세상을 창조했다고요? 당신이 내 세상을 통제한다고요?"


그는 믿을 수 없다고 반복했습니다.


해커드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박사님. 저는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당신의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영원한 적막속에서 당신을 손수 창조했지요"





그러다 갑자기 꿈이 끝나고 K 박사는 땀에 흠뻑 젖고 두려움에 떨며 깨어났습니다.


그는 꿈이 단순한 꿈이 아니라


자신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황급히 옷을 입고 거리로 나갑니다.


10분정도 지나자 자주가는 카페에 들렀습니다.


그곳은 사람이 적어서 박사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생각을 정리하기에 너무나 좋은 장소였으니까요.



그는 커피를 한잔시켰습니다.


멍하니 앉아서


출근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깊은 상념에 빠졌습니다.


다음과 같은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의 삶이 모두 거짓이고 연기처럼 금새 사라지는것이라면


그들이 이렇게 분주하게 사는것은 결국 낭비 아닌가?


그들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는가?



그는 어렸을 때 꿈과 열망이 가득했던 시절을 기억합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었고, 흔적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면서 그런 꿈을 잊고 살았습니다.


따라잡기 바빴고, 제 자리를 지키기 위해 너무 바빴죠.


그리고 이제 그는 언덕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며 깊고 아픈 공허함만 느끼고 있습니다.


어젯밤 꿈의 영향일까요?



더 열심히 일하면, 더 많은 돈을 벌면, 더 많은 것을 가지면 행복해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잠시였습니다.


곧 그것은 사라지고


평화를 가져다주지도 않습니다.


그것들은 그를 더 갇히고 고립되게 만들 뿐입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그는 혼자예요.


사람들과 대화하고 함께 웃지만 모든 것이 너무 가식적이고 억지로 느껴져요.


그가 느끼는 고통을 이해하는 사람을 찾거나 누구와도 연결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는 그가 이방인처럼 느껴집니다.


다음과 같이 독백을 내뱉습니다.



“이 공허함의 순환에서 어떻게 벗어날지 모르겠어.


의미가 없어 보이는 세상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어.”


“하지만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건 알아.”


“탈출구를 찾아야 해.“


”세상과 나 자신을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평화를 가져다줄 무언가를 찾아야해.“



”이 세상이 해커드의 말처럼 그저 환영이고 시뮬레이션에 불과하더라도 말이야.“


그는 자신의 공허한 영혼을 무엇으로 채워야할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합니다.



그는 이러한 공허감이 생기는 원인에 대해 곰곰히 고민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인 타인의 메모리를 재생해서 삶을 엿보는 것이


그 원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타인의 기억재생을 하지않겠다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최소 1달간은.


이 결론에 도달한 그는 당분간 다른 사람의 기억을 들여다보지 않기로 굳게 결심했습니다.


그는 공허함의 근원을 찾았다는 안도감을 느꼈고,


새로운 도전으로 공허함을 채우기로 결심했습니다.



1달간 그에게는 삶의 활력소가 필요했습니다.


여행? 재밌는 소설책 몰아읽기? 유쾌한 드라마 시청하기?


아니면 이성만나기?


감성의 동물인 그의 선택은


결국 데이팅 사이트에 가입했습니다.




그에겐 진정으로 대화할 사람도, 삶을 공유할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에게는 그저 숫자와 통계일 뿐이었죠.


그는 지루하고 불행했습니다.


이렇게 그는 자신을 최대한 외롭고 따분하고 불행한 사람으로 규정한후


당당하게 가입했습니다.



데이팅 사이트는 그에게 완벽한 짝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했어요.



DNA, 성격, 선호도를 분석해 모든 면에서 그와 잘 맞는 상대를 찾을 수 있다고 했어요.


과학적 기적이자 인간 관계의 돌파구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들에게 많은 돈을 지불하고 모든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그들은 그에게 혈액 검사, 심리 검사, 설문지를 받으라고 요청했습니다.


취미, 관심사, 목표, 두려움에 대해 물어봤어요.


파트너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물어봤어요.


그는 그냥 그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해줄 사람을 원했어요.


그리고 얼마후에


그들은 k박사의 짝의 이름과 사진이 담긴 이메일을 보냈어요.



(잠시 닥터k의 내면의 음성)



그녀의 이름은 안나였어요.


그녀는 아름다웠어요.


금발머리에 파란 눈동자를 가졌고 미소를 지으며 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죠.


천사처럼 보였어요.


제가 연락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나는 잠시 망설였어요.


그녀가 진짜인지 궁금했어요.


그녀가 나를 좋아할지 궁금했습니다.


내가 그녀를 좋아할지 궁금했습니다.


저는 기회를 잡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녀는 바로 답장을 보냈어요.


그녀는 제 연락을 듣고 기뻤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가능한 한 빨리 저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우리 사이에 특별한 무언가가 느껴진다고 했어요.




그렇게 그들의 첫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K 박사는 긴장했습니다.


그는 첫인상에 자신이 없었고,


이 '과학적인' 만남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더욱 긴장했습니다.


하지만 레스토랑에 들어섰을 때 바에 앉아있는 그녀를 보고 모든 긴장이 녹아내렸습니다.


그녀는 실제로 보니 훨씬 더 아름다웠습니다.


그들은 몇 시간 동안 모든 것에 대해,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이야기했고,


K 박사는 이것이 특별한 무언가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외부의 제3자가 보면 이렇게 시시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닥터K: 안녕하세요, 안나.


안나: 안녕하세요, 닥터 k.


닥터k: k라고 불러도 돼요.


안나: 알았어요, k. 애나라고 불러도 돼요.


닥터k: 만나서 반가워요, 애나.


안나: 나도 만나서 반가워요, k.


닥터k: 사진보다 훨씬 더 아름다우시네요.


.

.

.

.

.


안나: 저는 35살이에요.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어요. 책 읽고 영화 보고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요. 선생님은 어떤가요?


닥터k: 저는 45살이에요. 저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취미 생활을 할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시간이 날 때 여행을 즐깁니다.


안나: 어디를 여행하셨나요?


닥터k: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호주와 남극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곳을 다녀왔어요.


안나: 와우, 인상적이네요.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디였나요?


닥터k: 흠... 말하기 어렵네요. 모두 독특하고 흥미로운 점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아프리카 오카방고 삼각주가 아닐까 싶어요.


안나: 아프리카? 어떤 이유죠?


닥터k: 현대의 삭막한 기계문명이 아닌, 태초의 자연이 살아숨쉬는 곳이기 때문이죠.


대자연의 경이를 느끼다보면 모든 걱정과 시름이 사라지던군요.


(뻔뻔한 K박사는 타인의 기억을 통해 경험한 아프리카를 태연하게 자신의 베스트 여행지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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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 시공간의 춤 24.08.09 5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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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 시간의 파편 2 24.08.07 6 0 14쪽
22 22화 : 시간의 파편 24.08.06 9 0 13쪽
21 21화 : 시간의 장막 너머 24.08.05 9 0 13쪽
20 20화 : 숨겨진 지식의 문 24.08.05 7 0 13쪽
19 19화 : 시간의 수호자들 24.08.05 6 0 12쪽
18 18화 : 시간의 균열 24.07.30 7 0 11쪽
17 17화 : 알렉산드리아의 비밀 24.07.24 9 0 15쪽
16 16편 : K 박사의 위험한 발견 24.07.18 11 0 15쪽
15 15편 : 폐허에 숨겨진 비밀 24.07.18 9 0 16쪽
14 14편 : 오메가7 23.03.16 13 0 14쪽
13 13편 : 점성술사 23.03.15 11 0 15쪽
12 12편 : 비밀클럽 23.03.15 17 0 12쪽
11 11편 : 토레몰리노스 23.03.13 17 0 11쪽
10 10편 : 안나2 23.03.12 16 0 10쪽
» 9편 : 안나1 23.03.12 12 0 11쪽
8 8편 : 흐릿한 행성2 23.03.10 14 0 10쪽
7 7편 : 흐릿한 행성1 23.03.09 18 0 12쪽
6 6편 : 마법시계 23.03.07 19 0 21쪽
5 5편 : 오카방고 삼각주 23.03.04 1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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