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수집하는자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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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추상
작품등록일 :
2023.03.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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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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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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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 미래의 그림자 3

DUMMY

고대의 방이 진동했다. 벽면에는 맥동하는 수정의 광채가 그림자를 일렁이게 했다. K 박사와 마리안, 그리고 자라는 넋을 잃고 서 있었다. 그들 사이의 공기는 묵직한 비난으로 가득했다.


"이렇게 된 걸 용서하세요," 자라가 속삭이듯 말했다. 그녀는 이세상의 것이 아닌 에너지로 진동하는 장치를 드러냈다. "협회는 당신들의... 의도치 않은 기여에 감사드립니다."


K 박사의 눈이 가늘어졌다. "우리의 모든 행동을 조종해 왔군요, 그렇죠?"


자라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개인적인 일은 아니었어요, K. 이해하려 노력해 보세요—"


"뭘 이해하라는 거죠?" 마리안이 끼어들었다. "우리의 여정이 당신의 거짓말 위에 세워졌다는 걸요?"


수정이 더 밝게 빛났다. 벽의 고대 상징들이 희미하게 빛나며 그들의 얼굴에 기괴한 무늬를 드리웠다.


"얼마나 오래 우리를 조종해 왔나요?" K 박사가 물었다.


"처음부터였어요," 자라가 고백했다. "하지만 당신들은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만약에 우리가 인류의 숨겨진 지식을 풀어낸다면요? 시간의 본질을 깨닫는다면요?" 마리안이 추궁했다.


"당신들은 겉만 살짝 긁은 것뿐이에요," 자라가 말했다. "협회는 문명들이 무너지는 걸 목격했어요. 감당할 수 없는 지식의 무게에 짓눌려서 말이죠."


방이 숨을 들이쉬는 듯했다. 숨겨진 패널들이 열리며 탈출구와 함정을 드러냈다.


"누가 당신들에게 그런 권한을 줬나요?" K 박사가 도전했다.


자라가 쓸쓸히 미소 지었다. "역사 그 자체예요. 수정의 힘은 너무나 위험해요."


마리안이 비웃었다. "그리고 당신들은 그 유혹에 면역이라도 된다는 거겠죠?"


현실이 그들 주위에서 일그러지는 듯했다.


"당신들은 자신들이 건드리고 있는 것의 본질을 모르고 있어요," K 박사가 말했다. "이건 단순한 힘의 문제가 아니에요. 인류의 공유된 지식을 풀어내는 일이라고요."


자라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것이 바로 이것이 그토록 위험한 이유예요. 지혜 없는 지식은 재앙의 조짐이나 다름없어요."


방이 떨렸다. 고대의 기계들이 깨어났다. 공기가 시간의 에너지로 반짝였고, 과거와 미래가 그들의 시야 가장자리에서 뒤섞였다.


"때론 보호와 통제가 같은 가면을 쓰지," 자라가 말을 이어갔다. 그녀의 손가락이 장치 위를 맴돌았다. "선택하세요. 우리와 함께 이 위태로운 균형을 지키든지, 아니면 시간의 근간을 위협하는 자로 낙인찍히든지."


K 박사는 역사의 무게를 느꼈다. 앨리스와 건축가의 뒤틀린 유토피아, 여정에서 만난 수많은 생명들이 스쳐 지나갔다. 깊은 숨을 내쉬며 그는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인류의 수호자를 자처하지만, 우리를 당신들의 과도한 간섭에서 지켜줄 이는 누구죠? 협회의 권력 남용을 감시할 이는?"


자라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때론 다수를 위해 희생이 필요해."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수정의 빛이 강렬해져 모든 것을 기이하게 물들였다. K 박사와 마리안느는 눈빛을 교환했다. 수년간의 신뢰가 순식간에 오갔다.


"용서하세요, 자라," K 박사가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마리안느가 수정을 향해 달려들었다. 자라의 장치가 윙윙거렸고, 시간 에너지가 파동치며 퍼져나갔다. 세 손이 시간의 심장을 향해 뻗은 순간, 세상이 숨을 멈췄다.


방이 빛으로 폭발했다. 고대의 상징들이 불타올랐다. 시간이 균열을 일으키며 과거와 미래가 충돌했다. K 박사는 집단무의식이 자신을 관통하는 걸 느꼈다. 수백만의 목소리가 두려움과 경이로 울부짖었다.


"흐름이 풀어지고 있어," 시계공의 속삭임이 울려 퍼졌다. "선택은 이뤄졌다. 이제 진정한 전투가 시작된다."


현실이 뒤틀렸고, 역사가 흔들렸다. K 박사는 잠재적 미래의 편린들을 보았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경이와 억압의 세계들. 수정의 힘이 그들을 통해 흘렀다.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연결되었다.


"당신들이 저지른 일의 의미를 헤아릴 수 없을 거예요," 자라가 숨을 헐떡였다. "시간의 연결점이 불안정해져요!"


마리안느가 K 박사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정확히 알고 있어요," 그녀가 흔들림 없이 말했다. "우리는 자유를 선택해요. 인류가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할 권리를."


방이 흔들렸고, 벽에 균열이 퍼졌다. K 박사는 불가능한 광경들을 목격했다. 영광을 되찾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별에 닿은 인류, 먼지로 붕괴한 문명들.


"너무 강해요," 자라가 외쳤다. 그녀의 장치가 불꽃을 튀겼다. "시간의 반향이 시스템을 과부하 시켜요!"


K 박사는 명료함을 느꼈다. "아니," 그가 새로운 권위로 말했다. "과부하가 아니야. 진화하고 있는 거지."


수정이 다시 맥동했고, 그 빛이 그들을 삼켰다. K 박사는 의식이 확장되는 걸 느꼈다. 그들과, 시간 자체와 융합되는 듯했다.


무한한 가능성의 순간, 하나의 생각이 결정화되었다: 미래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고, 그들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다.


빛이 사그라들며 변모한 방을 드러냈다. 고대의 돌은 시간 에너지의 소용돌이에 자리를 내주었고, 과거와 미래의 파편들이 반딧불처럼 깜박였다. K 박사는 눈을 깜빡이며 혼미한 감각에 빠졌다.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마리안느가 속삭였다.


자라가 비틀거렸다. 그녀의 장치는 이제 쓸모없는 껍데기였다. "당신들이 장벽을 무너뜨렸어요," 그녀가 숨을 헐떡였다. "협회가... 이제 우리 모두를 쫓을 거예요."


K 박사는 저항의 물결을 느꼈다. "들어오게 하라," 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 새로운 힘이 깃들었다. "우리는 그들의 통제를 벗어난 것을 보았다. 성장과 변화의 가능성을."


공기가 일렁이더니 갑자기 그들 주위에 유령 같은 형상들이 나타났다. 과거와 미래의 자아들이 서로 다른 선택과 시간의 무게를 짊어진 채 모습을 드러냈다.


나이 들고 전투의 흔적이 묻은 마리안느가 현재의 자신과 눈을 마주쳤다. "너의 직감을 믿어," 그 환영이 재촉했다. "앞으로의 길은 위험하지만 불가피하다."


K 박사는 비통함과 후회로 일그러진 자신의 모습과 마주쳤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마," 그의 분신이 경고했다. "협회의 거짓말은 네가 아는 것보다 더 깊다."


자라는 숨을 헐떡였다. 수많은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어떤 이는 협회에 충성하고, 다른 이들은 반란군이었다. 각각 그녀의 삶의 갈림길을 나타냈다. "난... 몰랐어," 그녀가 속삭였다. 그녀의 결의가 눈에 띄게 흔들렸다.


방이 맥동했고, 현실이 그들 주위로 물결쳤다. K 박사는 집단 무의식이 자신을 통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수백만의 목소리가 인도와 희망을 외쳤다.


"우리는 협회가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도록 둘 수 없어," 마리안느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더 강해졌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폭군이 되어선 안 돼. 우리에겐... 균형이 필요해."


K 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깨달음이 밀려왔다. "통제가 아니라 청지기 역할이야. 우리는 안내하고 가르치되, 인류가 스스로의 길을 선택하게 해야 해."


자라가 그들 사이를 바라보았다. 갈등이 그녀의 얼굴에 새겨졌다. "그들이 잘못 선택하면? 스스로를 파괴한다면?"


"그럼 그건 그들의 선택이야," K 박사가 단호히 말했다. "우리는 영원히 인류를 보호할 순 없어. 우리의 성장 잠재력을 믿어야 해."


방이 흔들렸고, 시간의 소용돌이가 빛나는 관문으로 응집되었다. 그것을 통해 그들은 다른 시간과 장소의 단편을 볼 수 있었다. 각각이 인류 미래를 위한 전쟁의 잠재적 전장이었다.


마리안느가 어깨를 펴고 눈에 불꽃을 지폈다. "우리에겐 동맹이 필요해," 그녀가 말했다. "무엇이 걸려 있는지 이해하는 다른 이들 말이야."


K 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앨리스, 시계공, 그들의 여정에서 만난 모든 이를 떠올렸다. "우리가 찾아낼 거야," 그가 말했다. "필요하다면 시공간을 넘어서라도."


자라가 망설이다 부서진 장치를 던져버렸다. "난... 돕고 싶어,"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불확실했지만 결연했다. "협회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어."


관문이 맥동했다. 말없는 초대였다. K 박사는 무수한 가능한 미래의 무게가 자신을 누르는 것을 느꼈다. 각각이 주목을 요구했고, 각각이 위험과 약속으로 가득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해," 그가 마리안느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진짜 일은 이제부터야."


마리안느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그들 사이에 무언의 약속이 오갔다. "함께," 그녀가 간단히 말했다.


자라가 앞으로 나와 그들의 원에 합류했다. "우리가 선택한 미래를 위해," 그녀가 덧붙였다. 그녀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하나가 되어 그들은 관문을 향해 나아갔다. 앞에 놓인 어떤 도전이라도 맞설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방이 그들 주위로 녹아내리고 시간의 흐름이 소용돌이치는 혼돈으로 바뀌었다.


인류 운명을 위한 전투가 시작되었고, 그들은 그 투사가 될 것이다. 고정된 길이 아닌, 선택하고 성장하고 진화할 권리의 수호자로서.


포털이 그들을 삼켜 미지의 세계로 이끌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순간, 시계공의 중얼거림이 허공에 맴돌았다.


"시간은 선이 아닌 합류점이로다... 이제야 비로소 그 실타래가 보이는구나."


관문을 통과한 순간, K 박사와 마리안느, 그리고 자라는 시공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들의 의식은 확장되어 무한한 가능성의 바다를 헤엄쳤다. 과거, 현재, 미래가 한 점으로 수렴하는 듯했다.


"이게... 시간의 본질인가?" K 박사가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에코처럼 울렸다.


마리안느의 눈이 빛났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우리가 몰랐던 방식으로."


자라는 경외감에 사로잡혔다. "협회는 이런 걸 숨기고 있었군요."


그들 주위로 시간의 파편들이 춤을 추었다. 역사적 순간들, 개인의 기억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들.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빛나는 태피스트리를 이루었다.


갑자기 어둠이 내려앉았다. 무언가가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환영이오, 시간의 방랑자들이여." 목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닌, 수많은 목소리의 합창 같았다.


K 박사가 앞으로 나섰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우리는 수호자들이오. 시간의 균형을 지키는 자들이지."


마리안느가 눈을 가늘게 떴다. "협회와는 다른 존재인가요?"


웃음소리가 울렸다. "협회? 그들은 우리의 그림자에 불과하오. 진정한 수호는 통제가 아닌 조화에 있다는 걸 잊은 자들이지."


자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빛이 다시 밝아졌다. 그들 앞에 거대한 시계 같은 장치가 나타났다. 그 톱니바퀴들은 현실 자체를 움직이는 듯했다.


"선택하시오," 수호자들이 말했다. "과거를 고치겠소? 미래를 바꾸겠소? 아니면 현재에 머물겠소?"


K 박사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우리는... 현재를 선택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교훈을 기억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마리안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인류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강요가 아닌 안내로."


자라의 눈에 결의가 깃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과정에서 균형을 지키겠습니다."


수호자들의 목소리에 따뜻함이 묻어났다. "현명한 선택이오. 이제 여러분의 여정이 진정으로 시작되었소."


시계의 톱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현실이 다시 한번 뒤틀렸다.


"기억하시오," 수호자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시간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가능성의 강이오. 여러분이 그 흐름을 인도하는 역할을 하시오."


빛이 그들을 감쌌다. K 박사, 마리안느, 자라는 손을 맞잡았다. 그들의 눈에는 새로운 결의가 빛났다.


"자," K 박사가 말했다. "우리의 진짜 모험은 이제 시작이군."


시간의 강은 그들 앞에 펼쳐져 있었고, 무한한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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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 시공간의 춤 24.08.09 4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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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 시간의 파편 2 24.08.07 6 0 14쪽
22 22화 : 시간의 파편 24.08.06 9 0 13쪽
21 21화 : 시간의 장막 너머 24.08.05 9 0 13쪽
20 20화 : 숨겨진 지식의 문 24.08.05 7 0 13쪽
19 19화 : 시간의 수호자들 24.08.05 6 0 12쪽
18 18화 : 시간의 균열 24.07.30 7 0 11쪽
17 17화 : 알렉산드리아의 비밀 24.07.24 9 0 15쪽
16 16편 : K 박사의 위험한 발견 24.07.18 11 0 15쪽
15 15편 : 폐허에 숨겨진 비밀 24.07.18 9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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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편 : 흐릿한 행성2 23.03.10 13 0 10쪽
7 7편 : 흐릿한 행성1 23.03.09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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