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수집하는자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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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추상
작품등록일 :
2023.03.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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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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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 숨겨진 지식의 문

DUMMY

고대 도서관의 숨겨진 방은 초현실적인 생명력으로 맥동했다. 석벽을 따라 방정식과 기호들이 신비로운 빛을 내며 춤을 추었다. K 박사의 손가락이 변화무쌍한 공식을 좇아 떨렸고, 그의 눈은 경외와 불신이 뒤섞인 황홀경으로 크게 떠져 있었다.


"마리안, 이것 좀 봐!" 그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방안의 낮은 웅성거림에 실려 바람결처럼 흘러갔다. "믿을 수 없어."


마리안은 주변을 감싸는 매혹적인 기호들에서 간신히 시선을 뗐다. "무엇인가요, K? 무엇을 발견하셨나요?"


K 박사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이 방정식들은 양자 얽힘, 유전자 서열 분석, 심지어 시간 팽창까지 설명하고 있어. 그것도 수백 년 된 돌에 새겨져 있다고!"


"상상도 못할 일이에요," 마리안이 속삭이며 벽으로 다가섰다. 그녀의 눈이 기호를 좇아 움직였다. "혹시..."


"혹시 뭐?" K 박사가 재촉했다.


마리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혹시 시간 그 자체가 변할 수 있는 건 아닐까요? 시계공의 말씀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선형적 시간이 환상일 뿐이라면?"


K 박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렇게 눈앞에 펼쳐진 걸 보니..."


그때 한 인물이 나타나 두 연구원을 놀라게 했다. 그는 물 위의 기름처럼 일렁이는 로브를 입고 있었다.


"지식은 여러 방향으로 흐르지요," 그 인물이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나이도, 성별도 없었다. "시간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과 다릅니다."


마리안이 그를 마주했다. "당신은 누구... 아니, 무엇입니까? 이곳은 어떤 곳인가요?"


학자의 입술에 수수께끼 같은 미소가 맺혔다. "우리는 모든 역사가 수렴하는 연결점, 넥서스의 수호자들입니다."


K 박사의 눈이 커졌다. "넥서스라고요? 그러면—"


"그렇습니다," 학자가 끼어들었다. "이 도서관은 시대를 초월해 지식을 찾는 이들을 불러모았죠. 어떤 이들은 배우러 왔고, 또 어떤 이들은 역사의 흐름 자체를 바꾸러 왔습니다."


마리안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럼 우리는 어느 쪽인가요?"


학자의 시선이 그녀를 꿰뚫었다. "그건, 내 소중한 친구여,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우르릉거림이 방을 흔들었다. K 박사가 비틀거리며 책장을 붙잡았고, 고대의 두루마리들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두루마리가 펼쳐지자 홀로그램 영상이 공중에 떠올랐다. K 박사는 숨을 헐떡이며 영상들을 바라보았다.


"놀라워라," 그가 떠 있는 도표에 손을 뻗었다. "이것들은 우리가 아는 물리 법칙을 거스르는 기계의 설계도야. 이 지식만 있다면 우리는 혁명을 일으킬 수 있어—"


"조심하시오," 학자가 경고했다. "지혜가 결여된 힘은 파괴만을 낳을 뿐이오. 많은 이들이 변화를 꿈꿨지만, 그 진정한 대가를 이해한 이는 거의 없었소."


마리안느는 무릎을 꿇고 빛나는 두루마리 위로 손을 뻗었다. "이 표식들... 한 시대의 것만이 아니에요. 마치—"


"—모든 시간선이 얽혀 있는 듯하군요," K 박사가 말을 이었다. 그의 눈에 깨달음이 번쩍였다. 그는 학자를 향해 경외와 두려움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 방은... 시간 밖에 존재하는 겁니까? 인류의 모든 지식을 담은 보관소라고요."


학자는 엄숙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모습은 젊은이와 노인, 남녀, 인간과 그 너머를 오가며 아른거렸다. "이해하기 시작하시는군요. 하지만 이해는 길고 위험한 여정의 첫걸음일 뿐입니다."


K 박사의 흥분이 가라앉았다. 상황의 무게가 그를 짓눌렀다. "하지만 불가능합니다. 역설만 해도—"


"불가능하다고요?" 학자가 웃었다. 그 소리는 폭풍 속 바람 같았다. "당신은 가능성의 표면만을 겨우 엿보셨을 뿐입니다, K 박사. 당신들의 물리 법칙은 현실의 진정한 본질에 비하면 아이의 낙서에 불과합니다."


마리안느가 일어섰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은 결의에 차 불타올랐다. "이곳이 시간 밖에 존재한다면, 우리의 행동은..."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죠," 학자가 말을 이었다. 그들의 형체가 더욱 선명해졌다. "그래서 우리는 물어봐야 합니다: 당신들은 진정 무엇을 추구하나요?"


K 박사와 마리안느는 길게 눈빛을 교환했다. 수년간의 공유된 경험이 순식간에 그들 사이를 오갔다. 침묵 속에서, 그들은 지금까지의 여정을 되새겼다 – 스페인에서의 첫 만남부터 고대 장치의 발견, 알렉산드리아의 깨진 수정에서 그 후 일어난 시간의 혼돈까지.


"이해하는 것입니다," K 박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손은 떨렸지만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이해하기를 원합니다."


학자의 형체가 다시 한 번 깜빡였다. 다른 얼굴들, 다른 시대들이 언뜻 보였다 – 고대 이집트 복장의 여인, 미래적인 차림의 남자, 형언할 수 없는 존재들. "이해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그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셨나요?"


마리안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욱 단호해졌다. "다른 선택지가 있나요? 물러나 우리가 배운 것을 잊고, 시간의 운명을 협회와 설계자에게 맡겨버리란 말인가요?"


"많은 이들이 그런 선택을 했죠," 학자가 조용히 말했다. 그들의 영원한 눈빛에 슬픔의 그림자가 스쳤다. "지식의 무게는... 압도적일 수 있습니다. 이곳에 섰던 이들 중 일부는 잊기를, 편안한 선형적 시간의 무지로 돌아가기를 선택했습니다."


K 박사의 턱이 굳어졌다. 그의 결의가 단단해졌다. "우리는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려고 오지 않았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어떤 결과가 따르더라도, 우리는 이것을 끝까지 해내야 합니다."


학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표정에 승인의 기색이 스쳤다. "그렇다면 준비하세요. 진정한 시험이 시작됩니다."


방의 벽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방정식과 기호들이 어지러운 지식과 가능성의 소용돌이로 흐려졌다. K 박사는 마리안느의 손을 잡았다. 현실 자체가 그들 주위에서 풀려나가는 듯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가 점점 거세지는 바람을 뚫고 소리쳤다. 그들의 공유된 모험의 기억이 그의 마음속을 스쳤다. "우리는 함께 맞서겠소!"


마리안느는 그의 손을 꽉 잡았다. 그녀의 눈은 두려움과 흥분의 불길로 타올랐다. "언제나!"


소용돌이가 그들을 삼켜버릴 때, 학자의 목소리가 모든 곳에서 그리고 어디에서도 들려왔다. 그 소리는 단순히 그들의 귀가 아닌 존재의 근본에서 울려 퍼졌다:


"기억하세요, 여행자들 – 과거는 이미 쓰여졌지만, 미래는 당신들이 빚어갈 수 있습니다. 모든 선택, 모든 행동이 시간을 가로질러 울립니다. 현명하게 선택하세요. 모든 존재의 운명이 위태로운 균형 위에 놓여 있으니까요."


눈부신 섬광과 함께 방이 사라졌고, K 박사와 마리안느는 시간 자체의 소용돌이 속으로 던져졌다. 그들이 회오리 속을 떨어지며, 과거와 미래의 순간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 고대의 전투와 미래의 도시 풍경, 인류 역사 전반의 승리와 비극의 순간들.


K 박사의 정신이 정보의 급류에 휩쓸렸다. "마리안느!" 그의 절규가 시간의 소용돌이에 묻혔다. "모든 것이... 보여!"


마리안느는 그의 손을 더욱 굳게 잡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혼돈을 뚫고 들려왔다. "집중해요, K! 우리의 목적을 잊지 마세요!"


그들의 몸이 시공간을 가로지르며 기이하게 늘어나고 줄어들었다. 순식간에 문명의 흥망성쇠, 별들의 탄생과 은하의 소멸을 목도했다.


"협회..." K 박사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흩어진 환영들이 그의 마음속에서 하나로 모였다. "그들의 진정한 기원과... 궁극적인 목표가 보여요!"


마리안느의 눈이 커졌다. 그녀의 인식도 필멸자의 한계를 넘어 확장되고 있었다. "설계자... 우리가 알던 것과 달라요. 그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둘은 갈기갈기 찢겨 각자 다른 시간의 흐름 속으로 휘말렸다. K 박사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고, 찰나의 순간 마리안느의 손가락을 스쳤으나 그녀는 사라져버렸다.


"마리안느!" 그의 절규가 영원을 가로질러 울려 퍼졌다.


갑자기 그는 추락하기 시작했고, 현실의 층들을 뚫고 굴러떨어졌다. 뼈가 으스러질 듯한 충격과 함께 K 박사는 차가운 돌바닥 위에 누워 숨을 헐떡였다. 그는 눈을 깜빡이며 서서히 시야를 되찾았다.


방이 그의 주위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지만, 무언가 달랐다. 더 오래되고 원시적이었다. 벽은 날것의 에너지로 맥동했고, 상징들은 전보다 더 이질적이고 난해했다.


"환영합니다, 여행자여,"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다. "이곳은 시작... 그리고 끝입니다."


K 박사는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간신히 일어섰다. 학자가 그의 앞에 서 있었지만, 그 모습은 이제 더욱 비물질적이었고, 겨우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마리안느는 어디 있죠?" K 박사가 쉰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에게 무슨 짓을 했나요?"


학자의 형체가 일렁였고, 수많은 얼굴과 정체성이 불꽃놀이처럼 번쩍였다. "그녀는 자신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당신도 그래야 하죠. 이해의 여정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입니다, K 박사. 당신의 진정한 자아와 마주할 준비가 되셨습니까?"


K 박사가 대답하기도 전에 방이 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벽은 거울로 바뀌었고, 그의 육체가 아닌 존재의 본질을 비추었다. 그는 경이와 호기심으로 가득 찬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보았다. 지식에 대한 갈증에 사로잡힌 빛나는 과학자가 된 자신도 보았다. 그리고... 다른 무언가도 보았다. 수정의 힘에 사로잡혀 궁극의 이해를 추구하며 무엇이든 – 누구든 –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아니야," K 박사가 그 어두운 반영에서 물러서며 속삭였다. "이건 내가 아니야. 내가 되고자 하는 모습도 아니고."


이제 학자의 목소리는 그의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당신의 일부입니다. 당신이 품고 있는 잠재성이죠. 넥서스는 모든 진실을 드러냅니다, K 박사. 우리가 자신에게조차 감추고 있는 것들까지도요."


K 박사는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는 마리안느를 생각했고, 그들이 함께한 대장정을 떠올렸다. 그는 시계장이의 가르침과 권력의 유혹적 본질에 대한 경고를 기억했다.


그가 눈을 떴을 때, 그의 시선은 맑고 단호했다. "난 다른 길을 선택하겠어. 지식은 독차지하거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휘두르라고 있는 게 아니야. 모든 인류의 이익을 위해 공유되어야 해."


방은 승인하듯 윙윙거렸고, 거울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 시간과 공간이 이해되고 인류가 현재의 한계를 초월한 미래였다.


"고귀한 선택입니다," 학자가 말했다. 그들의 형체는 거의 인간에 가까운 모습으로 안정되었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앞으로의 길에는 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K 박사. 협회는 쉽게 시간에 대한 장악력을 포기하지 않을 테고, 설계자가 꿈꾸는 통제된 유토피아는 많은 이들을 유혹할 것입니다."


K 박사는 단호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가 아닙니다. 마리안, 자라, 앨리스... 우리가 함께 이 도전에 맞설 것입니다."


학자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그 깊은 눈동자에 따스함이 묻어났다. "그렇다면 여정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시겠군요. K 박사, 명심하십시오 – 이 지식은 축복이자 저주입니다. 현명하게 다루십시오."


주변이 흐려지며 현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K 박사가 제 시간으로 돌아가는 순간, 학자의 마지막 말이 가슴에 울렸다.


"이제 시간의 운명이 당신 손에 달렸소, 여행자여. 당신의 선택이 모든 존재를 삼키려는 어둠을 밝혀주기를."


K 박사는 숨을 고르며 고대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비밀의 방은 이제 적막에 잠겼다. 마리안이 그의 곁에서 천천히 깨어나고 있었다.


"K?" 그녀가 몸을 일으키며 중얼거렸다. "당신도... 보았나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일으켰다. "모든 걸 보았어, 마리안. 이제 아무것도 예전 같지 않을 거야."


둘은 깊은 생각에 잠긴 채 도서관을 나섰다. 그들 뒤로 공기가 희미하게 일렁였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학자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신비한 눈빛에 희망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이제 시작이로구나," 그들은 빈 방에 속삭였다. "앞으로 닥칠 일들을 견딜 힘이 있기를."


공기가 다시 한 번 일렁이고 학자는 사라졌다. 오직 고대의 돌들만이 그 비밀을 간직했다. 하지만 전해진 지식은 시공간을 가로질러 파문을 일으키며, 현실의 근간을 뒤흔들 사건들의 서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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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 시공간의 춤 2 24.08.09 4 0 15쪽
25 25화 : 시공간의 춤 24.08.09 4 0 15쪽
24 24화 : 기억의 미로 24.08.08 7 0 12쪽
23 23화 : 시간의 파편 2 24.08.07 6 0 14쪽
22 22화 : 시간의 파편 24.08.06 9 0 13쪽
21 21화 : 시간의 장막 너머 24.08.05 9 0 13쪽
» 20화 : 숨겨진 지식의 문 24.08.05 7 0 13쪽
19 19화 : 시간의 수호자들 24.08.05 6 0 12쪽
18 18화 : 시간의 균열 24.07.30 7 0 11쪽
17 17화 : 알렉산드리아의 비밀 24.07.24 9 0 15쪽
16 16편 : K 박사의 위험한 발견 24.07.18 11 0 15쪽
15 15편 : 폐허에 숨겨진 비밀 24.07.18 9 0 16쪽
14 14편 : 오메가7 23.03.16 12 0 14쪽
13 13편 : 점성술사 23.03.15 11 0 15쪽
12 12편 : 비밀클럽 23.03.15 17 0 12쪽
11 11편 : 토레몰리노스 23.03.13 16 0 11쪽
10 10편 : 안나2 23.03.12 16 0 10쪽
9 9편 : 안나1 23.03.12 12 0 11쪽
8 8편 : 흐릿한 행성2 23.03.10 13 0 10쪽
7 7편 : 흐릿한 행성1 23.03.09 18 0 12쪽
6 6편 : 마법시계 23.03.07 19 0 21쪽
5 5편 : 오카방고 삼각주 23.03.04 1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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