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수집하는자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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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추상
작품등록일 :
2023.03.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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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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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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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 단절된 남자

DUMMY

6장 : 단절된 남자.



그리고 K박사를 찾은 두번째 참가자는 한 남자였습니다.


그는 어떠한 요구조건도 없이 실험에 참여하겠다고 했습니다.


K박사는 당혹스러웠지만 그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단지 그의 삶의 여정이 매우 궁금할뿐이였습니다.


업로딩이 끝난후 K박사는 그의 삶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남자는 공허함에 둘러싸인 작은 아파트에 앉아 있었습니다.


벽은 칙칙한 흰색이었고 가구는 평범하고 매력적이지 않았으며

어디에서도 개인적인 손길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는 멍하니 모니터를 응시하며 화면에서 깜빡이는 이미지를 따라가 보았지만,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마치 모든 것을 먼 거리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삶의 참여자가 아닌 단순한 관찰자처럼 느껴졌습니다.


그의 일상은 매일 똑같았습니다.


일어나서 출근하고, 집에 돌아와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잠을 자곤 했습니다.


친구도, 가족도, 취미도, 열정도 없었습니다.


단지 글쓰기를 하는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는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사람이었습니다.


마치 꿈속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진정으로 삶을 경험한 적이 없는 것처럼 그는 항상 이런 기분이었습니다.


부유하는 유령처럼 흔적없이 사라지곤 했습니다.


직장에서 그는 모범적인 직원이었습니다.


효율적이고 믿음직스러웠으며 항상 마감일을 지켰지만, 한편으로는 거리감이 있고 냉담했습니다.


동료들은 그와 친해지려고 노력했지만,

그는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며 항상 정중하게 초대를 거절했습니다.


남자는 한숨을 쉬며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았습니다.


그는 변화를 시도하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는 공허함과 고립감의 끝없는 순환에 갇힌 개미처럼 갇힌 기분이었습니다.


그는 눈을 뜨고 자신의 아파트를 다시 한 번 둘러보았습니다.


그는 단절된 삶을 살고 있는 단절된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이 왜 이런 삶을 살고있는지 그 자신도 궁금했습니다.




남자는 퇴근길에 평소와 다름없이 생각에 잠겨 집으로 돌아오던 중 끔찍한 사고를 목격했습니다.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 소녀가 차에 치여 길거리에 쓰러져 고통스럽게 울고 있었습니다.


소녀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남자는 소녀의 울음소리에 끌려 현장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는 무언가 어렴풋한 불안감을 느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소녀의 울음소리가 점점 약해지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는 도움을 요청했어야 했습니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 뭐든, 무엇이든 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어요.


그는 전화를 걸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그는 그저 소녀가 마지막 숨을 거두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결국 뒤늦게 출동한 경찰에 의해


그는 부작위로 인해 체포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검찰은 그가 충분히 빨리 행동했다면 소녀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과실치사죄를 주장했습니다.


그 남자는 매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그저 구경꾼이었을 뿐입니다.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온 탓에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것에 무감각해져 있었습니다.


그 감각은 화석이었을뿐입니다.


그는 사고의 목격자였지만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돕고 싶다는 충동이나 변화를 만들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는 그저 소녀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본것 뿐이었습니다.


어쩌면 어찌해야할지를 몰랐던것입니다.




남자는 법정에 앉아 검찰과 변호인의 주장을 경청했습니다.


그는 마치 모든 것을 멀리서 지켜보는 것처럼 무감각해졌지만

동시에 배심원과 판사의 시선을 예리하게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검찰은 그를 어린 소녀가 목숨을 잃는 것을 방관하고 지켜본 냉정하고 무관심한 사람으로 묘사했습니다.


그들은 그의 무대책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 과실치사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변호인은 그 남자가 감정을 느낄 능력이 없었고, 주변 세상에 무감각한 상태로 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은 그가 단순히 참여자가 아니라 관찰자 였기 때문에 범죄에 대해 유죄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재판이 계속될수록 그는 마음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그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죄의식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왔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것에 무감각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자신에게만 집중하느라 주변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을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몇번의 재판을 통해 마침내 선고기일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판사가 판결문을 낭독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과실치사 유죄.


그 남자는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는 묵묵히 재판결과를 받아들였습니다.


감옥에서 그는 마침내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곳에서라면 비록 죄수들이지만 사람들과의 소통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희망을 품었습니다.


자신의 삶에 대해 성찰하고 전혀 새로운 삶을 살수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남자는 감방에 앉아 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감옥에 들어간 지 몇 달이 지났지만 그는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애쓰고 있었습니다.


그는 더 이상 단절된 삶을 사는 단절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 날 사고와 죽은 어린 소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는 재판과 배심원단, 유죄 판결을 내린 판사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감옥에 가기 전의 삶, 자신을 집어삼켰던 공허함과 고립감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손가락으로 짚어낼 수 없는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그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자신이 경험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느낌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마침내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남자는 자신에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는 세상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돕고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감옥에서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무엇을 놓쳤는지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아름다움과 고통, 기쁨과 아픔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진정으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변화를 일으키고, 마침내 세상과 소통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성실한 수감생활을 통해 3년이 지나자 마침내 가석방을 받았습니다.


그는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세상에 어떤 부채도 없었고


그저 새롭게 변한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와 집을 정리하고 새롭게 인테리어 공사를 직접 하였습니다.


교도소에서 배운 기술덕분이였습니다.


방과 거실의 분위기는 한층 화사하고 역동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광고에서 K박사의 메모리 업로드 참여모집 영상을 보았습니다.


그는 시선을 멈추고 생각했습니다.


“ 저 실험에 참가해서 인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사람과의 만남과 교류에 서툴렀던 그에게 단순하게 실험에 참가하여 기억만 공유한다면 된다고.


어려운 일도 아니고, 자신이 실수할 일도 없다고.





그렇게 그는 실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K박사는 최근 기억을 재생하였고 그의 과거가 궁금했습니다.


이남자는 어떠한 상처가 있었기에 이렇게 고독한 삶을 살았던 것일까?


어린시절의 기억들을 재생하였습니다.





자라면서 존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였습니다.


책을 좋아했고 주인공이 된 자신을 상상하며 책 속에 빠져들곤 했습니다.


상상력이 풍부했지만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수줍은 태도와 도수높은 안경 때문에 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기도 했습니다.


상상력과 친구를 사귀는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였습니다.


그는 결코 맞서 싸우거나 스스로를 옹호하는 법이 없었기 때문에 괴롭힘의 표적이 되기 쉬웠습니다.


존의 학창 시절은 끊임없는 조롱과 조롱으로 가득했습니다.


친구들은 존의 옷차림, 말투, 심지어 걷는 모습까지 놀리곤 했습니다.


그들은 그의 급식비를 훔치고 복도에서 그를 밀치고 화장실 벽에 그에 대한 비열한 말을 썼습니다.


무시하고 그냥 하루하루를 보내려고 했지만, 계속되는 놀림은 존의 자존감과 자신감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존은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왕따처럼 느껴졌습니다.


존의 부모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은 존에게 그냥 무시하면 언젠가는 멈출 것이라고 말했지만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는 것만 같았습니다.


존은 계속되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갇힌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는 반 친구들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며 책에 빠져 지냈습니다.


배움에 대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존의 학창 시절은 두려움과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는 학창 시절이 끝나기를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괴롭힘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존은 학교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매일 괴롭힘을 당한다는 생각에 숨이 막혔습니다.


부모님들은 존이 지나치게 예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작은 해방구는 존재했습니다.


존은 글쓰기에서 위안을 얻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마음과 영혼을 이야기에 쏟아부으며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자신이 지배하는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글쓰기는 잔인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이자 안식처였습니다.


그는 언젠가 작가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과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꿨습니다.


존의 글은 내면의 혼란을 반영하는 것이었고, 글을 쓰면서 그는 서서히 치유되기 시작했습니다.


존은 이름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순간부터 그는


그가 창조한 이야기속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명확히 구별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그가 당했던 학창시절의 괴롭힘은 타자화된 이야기로 박제가 되었습니다.


겉으로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혼자지내던 그의 습관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습관은 인식에 앞서니까요.


영혼속에 저장된 그 상처들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학교를 졸업후에도 글쓰기는 계속되었고


그 재능을 바탕으로 회사에 취업하여 평범한 일상을 살아갔던 것입니다.


이것이 K박사가 파악한 그 남자의 슬픈 기억이였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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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 시공간의 춤 24.08.09 4 0 15쪽
24 24화 : 기억의 미로 24.08.08 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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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 시간의 파편 24.08.06 9 0 13쪽
21 21화 : 시간의 장막 너머 24.08.05 8 0 13쪽
20 20화 : 숨겨진 지식의 문 24.08.05 6 0 13쪽
19 19화 : 시간의 수호자들 24.08.05 5 0 12쪽
18 18화 : 시간의 균열 24.07.30 6 0 11쪽
17 17화 : 알렉산드리아의 비밀 24.07.24 8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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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편 : 흐릿한 행성1 23.03.09 17 0 12쪽
6 6편 : 마법시계 23.03.07 18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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